고시원비는 한달에 25만원이었고 여차저차 생활비해서 한달에 들어가는돈은 약 50~60만원 이었다. 통신비에 밥값까지 다 충당해야했으니
당연히 여자친구는 생각지도 못했고 일주일에 5일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좀 더 높은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하니 조금은 나아지더라. 시급도 좋고 일하는 환경도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생활하고 나니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다. 친구들 만날 시간도 2주에 한번정도는 생기고 고향에 내려가는 일도 한달반에 한번정도는 내려가고 사실 내려가는 차비가 굉장히 아까웠다. 왔다갔다 거의 6~7만원 정도였다.
사실 굉장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술자리보다는 술이 좋고 안주들어갈 배에 술을 집어넣는 전형적인 술꾼이었다.
집에서 지원이 끊기고 나서 부터는 술을 입에 대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너무 몸이 힘든 상태였고 술 값마저 아깝게 느껴질 상황이었으니
친구들은 굉장히 의아해했다. 그 좋아하던 술자리를 이래저래 핑계대면서 빠지게되니 어느순간 난 친구들 모임을 싫어하는 친구로 되어있었고 해명할 기회도 없이 친구들과는 연락이 끊겼었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도 있지 않았지만..
학원강사를 하면서 여유가 생겨 한 잔 하고싶어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내가 되는시간에는 보통 다 되지않는것이 일쑤였다. 일부러 피한것이거나.. 그래서 자연스레 집가는길에 편의점에서 소주한병과 라면하나를 사가는게 또는 조금 돈이 있으면 맥주를 사가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세 달 정도 지냈다. 방학이 끼어버리니 자연스레 친구들과는 더욱더 멀어지게 되고 재수까지하며 온 파란만장하고 풋풋한 대학생활은 잠시 혼자 소주 마시는 날도 늘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날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xx야 한잔하고 들어가자'
무슨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주로가던 편의점에 내가 가는시간 바로 전타임 아르바이트가 그녀석이었던 것이다.
뒤 알바한테 얘기를 들었는지 어쨋는지 알았나보다.
그렇게 근처 술집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너무 비싼것이었다.
안주하나에 기본적으로 15000원 이상되는... 그래서 가장 저렴한 안주를 찾던 차에 그 친구가 참치 타다끼와 사케 하나를 시키는것이 아닌가.
사실 참치 타다끼와 그 친구가 시킨 사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주와 사케였다. 괜시리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그리고 한잔 두잔 먹다보니 얘기가 나오게 되고 내가 그럴수 밖에 없던 이유와 상황등.. 술이 들어가다보니 얘기하게 되었다.
사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술먹는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나 보다.
그리고는 시간이 2시가 다 될무렵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값은 그친구가 계산을 했더라. 얼마간의 돈을 주려고 했지만 한 사코 거절하더니
그 친구가 다른 말은 안하고 딱 한마디 하더라
'xx야 다음에도 한잔하자'
그 이후 다른 친구들과 억지로 연락하며 가끔 술 한잔씩 했다. 그리고 점점 소통이 되고 트이는듯 했다.
근데 날 그때 불러낸 친구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더라. 소식을 물어보니 집안 형편상 휴학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하더라.
가끔 전화를 했지만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6월 10일 그 친구의 기일이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일찍 가버렸다. 그 친구 장례식장가서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친구가 했던말이 떠올랐다.
'한잔하고 들어가자'
'다음에도 한잔하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냥 불러내서 술 한잔 하고 그냥 하는 말로 다음에도 한잔하자고 한 말이 뭐가 그렇게 의미가 있냐고..
지금도 참치타다끼와 사케는 그 이후에 먹지 않았다. 오직 그 친구와 먹기위해 남겨 놓았던 메뉴이기때문이다.
기일에 그 친구 고향에는 내려가지 못하지만 난 그 친구와 함께 있는거 같다.
어디서 구해온 참치타다끼와 사케..
그리고 두개의 잔과 함께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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