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王天君님의 과자 리뷰 <꽈자 추천 – 말랑카우>[리뷰] 꽈자 추천 - 말랑카우 (by. 王天君님)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王天君님은 마스터충달님, 구밀복검님 등과 함께 피지알 리뷰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리뷰어입니다. 마치 평론가 듀나를 연상케 하는,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인 글이 이분의 트레이드 마크죠. 저 개인적으론 이 분이 쓰시는 양질의 영화 리뷰도 좋지만 특히 '라디오 스타' 등의 예능 리뷰도 꽤 좋아하고 관심 있게 읽곤 합니다. 그리하여 오늘 글은 王天君님의 글 가운데 가장 재밌게 읽었던 과자 리뷰글 <꽈자 추천 - 말랑카우>에 대한 리뷰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만나다
흔히들 '약 빤 소설'이니, '약 빤 영화'니 하는 표현들을 많이들 합니다. 이렇듯 1차 창작물이 거하게 약을 빨긴 쉬워도 이러한 대상을 비평 혹은 평가하는 2차 창작물인 '리뷰'로 약을 빨긴 무척이나 힘듭니다. 리뷰를 취미로 삼는 저부터도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대상의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해서 읽는 이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듯 리뷰글의 첫 번째 목적은, 대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쓴이의 생각과 평가를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겠죠.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王天君님의 과자 리뷰 <꽈자 추천 – 말랑카우>는 정보 전달과 재미라는 두 가지 측면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아주 흥미롭고 독특한 글입니다. 일단 약을 빨아도 아주 제대로 빨았어요. 링크를 클릭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선 글을 열자마자 귀를 괴롭히는 "냠냠냠냠" 거리는 촐싹맞고 방정맞기 이를 데 없는 브금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당 리뷰는 이렇게 시작하죠.
[전 군것질을 좋아합니다. 아니 이건 필수의 영역이죠.
다이어트를 항상 꿈꾸면서도 세계 각국의 제과 업계와 제빵 업계에 다달이 일정액은 꼭 기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 이빨이 다 빠지는 게 과자를 끊는 것보다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
머리도 안 좋은 주제에 머리 쓸 일이 생기면 자가최면으로 당분 당분!!! 을 외치며 사탕이니 쪼꼬렛이니 겁나 입안에 쑤셔넣고 우물우물....
이것은 기름칠입니다. 안 돌아가는 대그빡을 끼릭끼릭 작동하게 만드는 연유인 거죠. 실제로 제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릅니다만 일단 심리적으로 저를 안정시키고 회복시켜주니 그걸로 된 겁니다. 플라시보 효과를 내가 느낀다는데!!]
리뷰의 도입부터 왠지 모를 약냄새가 강하게 진동합니다. 이것을 문학용어로 설명하자면 마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차용한 듯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한마디로 쉽게 말해, 도입부부터 꼴리는 대로(?) 쓴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과자 리뷰를 하겠다며 당당히 포문을 연 글쓴이는 해당 과자 얘기는 뒷전이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군것질 습관 -> 플라시보 효과 -> 양악수술 -> 쫀드기 자평 -> 인간의 군것질 습성에 대한 고찰]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흐름에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상하게 잘 읽힙니다. 쉽게 얘기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는 거 같은데 희한하게 그게 술술 읽힌다는 거죠. 이게 무서운 점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을 써내려감에도 불구하고 그게 이질적이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이건 글쓴이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차용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의식을 잃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며 일종의 의도된 작법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약 빤 리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어쨌든 '말랑카우'와는 별 관련 없어보이는 길고 긴 잡담을 거쳐 드디어 해당 리뷰글의 주인공이자 문제의 꽈자, '말랑카우'를 처음으로 접견하는 순간의 강렬한 충격을 화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가 이거 네 스타일이라고 뭘 하나 건네주더군요.
봉지를 뜯고 입안으로 털었는데, 한 입 씹자마자 헐퀴????????????????????????????????? 이 존맛은 뭔 존맛?????????????????
과장해서 말하자면 저는 이 친구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며 외쳤습니다.
어디서 묘한 입가심거리로 나를 길들이려드는구나, 네 이놈 네가 나에게 건넨 이 것은 무엇이며 어디서 구하였는지 당장 말하지 못할까
제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습니다. 그것의 이름은 말랑카우라 하고 도처에 널린 상가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 솔직히 이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크크 사실 이 문단을 읽으며 같은 리뷰어로서 범접할 수 없는 어떤 패기 같은 걸 느꼈습니다-_- 저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식으로 제 감정을 표현하진 못합니다. 솔직히 그래서 저는 이러한 표현의 자유분방함이 부럽습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산다고, 저는 아무리 약을 빨아봤자 재미도 없고 심심하고 거기서 거기거든요. 어쨌든 중요한 건 이렇게 과장된 표현에서 '말랑카우'라는 제품을 처음 맛 봤을 때의 글쓴이의 충격적인 심정과 감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 점만으로도 이건 훌륭한 표현인 거죠. 결국 말랑카우를 한번 맛본 후에 눈이 뒤집힌 채 이성을 잃은 글쓴이는 동네 슈퍼로 달려가 바로 구입을 하게 됩니다.
[동네 슈퍼에 가서 당장 두봉지를 샀습니다. 저는 충혈된 눈과 침자국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연신 움직여대며 봉지를 뜯었습니다.
후욱후욱 이 젖소를 내가 맛보겠어 끝도 없이 내 혀와 이로 희롱해주리라
광란의 오분이 지나고 마지막 세개의 낱알이 남았을 때 저는 그 세개를 한꺼번에 씹으며 폭풍 호흡을 했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니미럴 내 턱주가리를 헌납하겠다 이 망할 놈의 롯데제과야]
도대체 이런 변태적(?)이고도 말초적인 표현은 어떻게 해야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채 쏟아져 나오는 거칠고 본능적인 표현에 슬며시 질투마저 들 지경입니다. 어쨌든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건 다음과 같은 지점입니다. 리뷰에서 드러나는 표현의 과감성이나 말초성보다도 이글을 읽다보면 '말랑카우'란 이 요물 혹은 이 개잡놈(?), 아니 소잡놈-_-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겁니다. 아.. 궁금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말랑카우 안 먹어보신 분들, 솔직히 궁금하지 않나요? 영화 리뷰의 주목적 가운데 하나가 좋은 영화를 독자들이 보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효과라면, 먹거리 리뷰는 맛난 먹거리를 독자들로 하여금 한번쯤 맛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것이겠죠.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이 글 <꽈자 추천 - 말랑카우>는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한 아주 훌륭한 리뷰이자 성공적인 글이 된 셈입니다. 이 글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는 저도 결국 참지 못하고 방금 인터넷으로 말랑카우 여섯 봉지를 급하게 주문했으니까요-_-; 네, 결국 저도 이 젖소 학살의 현장, 피비린내 나는 제노사이드 카니발에 동참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 잡놈아 얼른 오너라!!)
마치며
뭐 쓸데없이 중언부언 말이 길었습니다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리뷰글을 쓰면서 항상 최대한 정갈하게, 정제되고 정돈된 표현을 쓰려고 노력해왔던 제게 이 글은 나름의 충격이자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앞으로 글을 이런 식으로 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그럴 만한 능력도 없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 오감을 자극하는 생 날 것의 리뷰가 때로는 정제된 글보다도 훨씬 더 큰 힘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병헌의 차가운 연기도 멋지지만 이에 못지않게, 활어와 같이 팔딱거리는 류승범의 뜨거운 연기도 동시에 매력적인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王天君님은 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지닌 리뷰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확실히 글은 일단 재미지고 봐야하는 거 같습니다. 저도 글을 쓰며 조미료처럼 재미를 조금씩 첨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단 다짐을 하게 되네요. 어쨌든 앞으로도 영화, 예능, 먹거리 등 다양한 종류의 리뷰를 통해 만나 뵐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