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올해(2015년) 7월 6일이면 80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전 세계의 불교신자들과 티베트 지지자들이 축하준비에 열성이지만 한편으로는 성하께서 점차 나이가 들어갈수록 티베트 망명정부 또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과 중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티베트 자치를 목표로 망명정부를 이끌었고 2011년에 정치지도자 자리를 롭상 상가이 총리(사진 아래)에게 넘겨주었지만, 티베트 망명정부 또한 달라이 라마의 주장대로 비폭력 및 중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자치 획득 노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은 간디의 영국보다 더 말이 안 통했다는 거죠. 간디는 그나마 영국과 대화를 해보기라도 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달라이 라마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분열 행위 중단, 조국 비방 중단" 같은 앵무새 소리나 늘어놓으며 달라이 라마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망명 티베트인들 중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리도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을 해야 한다" 라는 목소리가 있고, 지금은 달라이 라마의 압도적인 권위 앞에서 미미한 편이지만 달라이 라마 사후 노선 문제로 망명정부 내에 상당한 갈등 요소가 잠재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장투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티베트가 줄곧 비폭력 노선을 견지했다고 생각하는데, 70년대 이전 티베트 망명정부는 비폭력, 자치 같은 걸 내세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인도와 네팔을 거점으로 미국 CIA에서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아 한국의 광복군처럼 군대를 양성했고 어떤 때는 중국군과 10만 단위로 대규모 교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 이후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으면서 미국은 티베트 광복군의 무기지원을 중단했고, 인도와 네팔은 이들 군대를 모조리 해산시켜 버렸습니다. 티베트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떻게 무기를 지원받을 것이며 과연 인도와 네팔, 부탄이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각오하고 이들 광복군에게 거점을 내줄 것인가 묻는다면 심히 회의적입니다.
그렇다면 위구르족이나 IRA처럼 테러는 어떨까요? 지금도 위구르족은 신강에서 중국 공안과 군대 그리고 이주한 한족들을 상대로 테러를 벌이고 있고, 쿤밍역 테러나 광저우 칼부림 사건 등에서 보듯이 중국 내지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오히려 꿈적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구실만 줄 뿐입니다. 실제 신강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테러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보도를 통제하니까요. 게다가 지금 비폭력 노선으로 전 세계에서 많은 동조자와 후원을 받고 있는데 만일 중국 한복판에서 9.11급 테러라도 일으킨다면 과연 누가 티베트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지도 의문입니다.
이러니 티베트 망명정부 입장에서도 성과가 없더라도 비폭력 노선을 고수하는 것만이 그나마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장투쟁을 요구하는 젊은 티베트인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고, 과연 달라이 라마 사후 후계자인 롭상 상가이 총리가 어떻게 이들을 설득한 것인가가 앞으로의 티베트 독립운동의 향방을 결정짓는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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