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광장에서 출발한 행진이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끝없이 쳐진 폴리스라인(라인이라기보단 벽이죠)과 차벽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폴리스라인에 헌화를 했더군요. 보는데 느낌이 묘했습니다.
폴리스라인에 그려진 단호한 경찰,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광화문 분향소, 벽처럼 꽉 막힌 박근혜 정부와의 소통, 게다가 대통령은 부재중.
왠지 이 날 현장의 모든 역설을 한 컷에 담아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현장에 자주 나가는 사람은 아닙니다. 세월호 관련해서도 오늘까지 총 4번이었죠.
작년 7월 24일 세월호 100일때 블로그에 쓴 일기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절박함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이 절박함이란, 사건의 파장에 비하면 말도 안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어쩌면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시 세울만큼의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절박함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의 완력에 의해 어영부영 넘어가고], 수년 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절박함입니다."
불과 1주일 뒤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은 우려대로 '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현직 국무총리이신 분을 앞세워서 말이죠.
그리고 100일 뒤인 11월 1일 세월호 200일 집회에 다녀와서 쓴 일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오늘 나가게 된 것은 이런 환경도 있지만, 얼마전 국회에서 유가족들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싸늘하게 외면한 대통령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보다못해 나간거죠. 여기서 생각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나가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특별법은 수용한 것으로 보이니 특별법 제정하라고 외치러 나올 일은 일단 없을거 같고, [이후에 뭔가 잘 안풀려서 다시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지요."
결국 뭔가 잘 안풀리는 일이 벌어졌고 다시 나갔습니다. 지난 4월 6일 부활절, 그리고 10일 뒤 또다시 말이죠.
이렇게 완력으로 버티는 이들, 참으로 '벽'같은 존재입니다. 그 벽에 꽃을 심으면 언젠가는 넘을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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