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꽤나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을 이용해왔는데 인터넷을 이용하기 전까지 난 집에서 영걸전이라든가 고인돌 너구리 같은 게임이나 하던 그저 그런 아이였다. 그런 내게 인터넷이라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세계였다. 그냥 처음부터 다 놀랐다. 인터넷이란 것에서부터, 게시판이라는 것을 통해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단 것까지도 어린아이였던 내게 인터넷은 참 별천지였다
부모님을 졸라 모뎀이라는 것을 설치하고 처음 집에서 인터넷을 접속했을 때, 처음 하이텔이란 걸 들어가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서부터가 내 커뮤니티 생활의 출발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눈팅정도 뿐이었지만. 드래곤라자라든가 바람의 마도사라든가 그런 것들을 보기 위해서 접속하곤 했다. 재밌었으니까. 무언가 지금처럼 판타지의 시초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안했었지만, 그리고 나서 개오동이란 걸 알게 됐고, 여전히 눈팅을 계속했다. 지금 생각하면 눈팅하지 말고 게시판에 글도 쓰고 친분도 쌓고 그럴 걸. 이렇게 사람들이 커질 줄 알았나.
하이텔을 지나 나우누리로 왜 건너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가 하이텔에 비해서 빠르고 끊기지도 않고 뭔가 좀 더 신세대스러운 맛이 있어서 넘어왔던가, 아니면 그때 싸우고 넘어왔던가, 나우누리 TRPG 동호회에서 자주 놀았던 기억이 난다. 난 그때 처음으로 15세의 마검사 역할을 맡았었다. 사람들끼리 가끔 가끔 역할극 같은 걸 하곤 했었으니까. 근데 왜 나우누리는 떠나왔더라.
나우누리를 지나서 내가 정착한 건 세이클럽 인방이었다. 그때 한창 윈엠프로 개인방송 하는게 유행이었거든. 어쩌면 지금 아프리카의 역할을 그때 세이클럽이 했었던게 아닐까 하든 생각이 든다. 윈엠프로 컨트롤 F인가 누르면 URL을 입력하는 게 나왔고 방송하는 이가 주소를 올리면 그 주소를 쳐서 들어가 인방을 듣는 (보는 건 못했었고) 형식이었다. 그때 꽤 많은 걸 들었는데, 칸노 요코의 곡도 듣고 십이국기 OST도 듣고.. 뭐 그랬던 기억이 난다. 나도 목소리엔 꽤나 자신이 있어서 인방을 기끔 도전해보곤 했는데 내 청취자는 항상 0명이거나 1명 많으면 2명이어서 금새 시무룩해져서 그만 뒀다. MSN이나 타키질도 그때 많이 했었는데 학교 애들이 하든 버디버디는 왠지 유치해서 안했다. MSN을 하면 뭔가 어른같은 느낌이라서.. 버디버디 아이디는 만들긴 했는데... 유치해서. 『밀크티』..가 들어가는 아이디였던걸로 기억한다. 지금 치니까 더 창피하다.
윈엠프 스킨을 바꾸는것도 질리고 재미없어진 나는 세이클럽은 접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소프트 맥스의 4leaf 주사위의 잔영.
셰라자드 살라딘 철가면의 소환수치를 합치면 573이었다. 버몬트는 소환수치가 181이었고.. 그때 나는 형과 내 아이디를 따로 쓰지 않고 같이 키우곤 했는데 어느 날 맛이 가는 바람에 셰라 살라 철가면 버몬트를 다 팔고 아바타였던 루시안에게 아바타 옷 풀세트를 맞췄던 기억이 난다. 그때 형한테 참 많이 맞았는데.. 그 덕에 노가다를 했다. 내 기억에 12분 버그가 있었던 건 주잔이 나오곤 한참 후였고 그 전에는 그냥 생 노가다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달팽이.. 어쩌고 맵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쯤 되니 나는 이제 인터넷 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하나의 커뮤니티가 아니라 여러개의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 활동했던 게.. 커그 삼룡넷 라니안 뭐.. 이런 곳이었다. 커그에서 휘긴경 휘긴경 이러고 삼룡넷인가 라니안인가 운영진 중 하나가 나랑 동갑이던가 그랬었는데... 그때 한창 2세대? 판타지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때였고 나는 꾸준히 다녔다. 지금은 커그빼곤 없지만.. 라니안과 삼룡넷에선 글도 쓰고 그랬다. 덧글 하나에 참 기분이 좋고.. 시답잖게 그냥 재미로 연중입니다. 해보기도 하고.. 사실 별로 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드림워커에도 참 많이 다녔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난 채팅방을 많이 만드는 게시판 죽돌이였다. 공부는 안하고 오죽하면 드림워커 운영자분이 항상 채팅방에 계시네요. 라고 말했을까.. 친목질의 극치였던 거다. 난. 공부는 뭐.. 안하고.드림워커에서 놀던 내가 왜 포모스로 넘어왔는지는 사실 또 기억이 안난다. 2007년? 8년? 아마 7년이었을 것이다. 포모스도 참 작았는데..포모스가 자게와 이게로 나뉜 이후부터는 잘 적응을 못했다. 사실 놀던 사람들이랑만 놀게 되고..
포모스가 맛이 가자 난 한번 가입했다 탈퇴했었던 피지알에 정착하게 된다.재 가입연도가 2010년 이니..꽤 오래 돼었다.
꽤나 많은 사이트를 즐기고 떠나오면서 나는, 어떻게 보면 한낱 커뮤니티 사이트에 참 많은 애정을 쏟았고 실망을 했고 참 많은 사람들이 만났다. 그러면서 느낀 단 하나의 사실은, 사이트는 항상 변하고 사람들 역시 항상 변하며, 언젠가 누군가는 떠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다.
오늘 이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그것은 물론 슬픈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커뮤니티란 그런 것이다.
덧. 그래도 좋아했던 누군가가 떠난다는 건 씁쓸하긴 합니다. 여전히
덧덧.쓰다가 후반에 좀 날려서 좀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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