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Atlantis)...
제가 어렸을 때 읽던 소년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였습니다. 아틀란티스 말고도 자주 잡지에 등장해주시곤 했던 소재들로는 UFO, 공룡, 세계 7대 불가사의 등이 있었고 아틀란티스가 나오면 도매 급으로 같이 끌려 나와서 곤욕을 치르곤 했던 놈들로 무 대륙, 잉카 문명, 그리고 마야 문명이 있었지요.
아무튼 어린 마음에도 아틀란티스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그런 고대의 찬란했던 문명이 신들의 노여움을 사 하루아침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고 저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 폐허가 된 채 물고기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린 고대 도시를 상상하면서 그 문명이 지금까지 죽 이어져 왔다면 과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한테야 아틀란티스는 딱 이정도 수준에서 기억되고 추억되는, 이제는 마주해도 별 감흥이 없는 단어가 되었지만 몇몇 사람들한테는 그냥 넘겨버리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인생을 저당 잡혀가면서 찾아야만 하는 운명적인 퀘스트가 되어버린 경우들도 많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아틀란티스를 찾아서 부지런히 조사를 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소위 "아틀란티스 중독자"들이 많이 있으며 한해에도 아틀란티스를 발견했다고 하는 주장이 수십 건이 넘게 나온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의 소년 잡지등을 통해서 알게 된 아틀란티스에 대한 얄팍한 상식, 즉 "아틀란티스는 고대에 있었던 찬란한 문명으로 어느 날 신들의 노여움을 사 대서양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라는 주장은 지금은 이미 철 지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아틀란티스 좀 찾아봤다는 사람들한테 저런 얘기를 하면 대화에 끼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이제는 옛날에 아틀란티스가 실존했었다는 장소들도 주장하는 사람들마다 다양해서 그리스의 산토리니섬, 남극, 바하마제도, 지중해 바닷속도 예전에 영광스러운 아틀란티스가 위용을 과시했던 후보지로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남미의 볼리비아 같은 나라들도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니 이 정도라면 아시아의 한국이 아틀란티스의 후보지로 제시되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혼란을 일으킨 주범, 아틀란티스라는 곳을 처음으로 언급하여 향후 2,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어렵게 만든 몹쓸(?) 인간은 과연 누구일까요? 아이러니 하게도 아틀란티스라는 곳을 언급한 유일한 출처는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계의 거목이자 올타임 최고의 철학자 리스트에서 거의 항상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는 플라톤으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국가]를 쓴,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 그 플라톤 말입니다.
플라톤은 그가 쓴 대화편들인 [티마이오스(Timaeus)]와 [크리티아스(Critias)]에서 아틀란티스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이 두 편의 저작에서 언급된 아틀란티스에 대한 내용을 대략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플라톤 밝힌 아틀란티스에 대한 내용은 플라톤 자신이 아틀란티스를 직접 방문해서 보고 들은 내용을 후대에 전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의 6대조인 솔론(Solon)이라는 그리스 사람이 이집트의 도시인 Sais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사제들로부터 들었다는 전언의 내용을 플라톤이 옮긴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솔론이 살던 시대보다 약 9000년 정도 더 전에 헤라클레스의 기둥들(the Pillars of Heracles)이 있는 해협(지금의 지브롤터 해협으로 추정됨)의 입구 부분에 섬이 하나 있었고 그곳에 아틀란티스가 있었음. 아틀란티스는 엄청난 해양세력으로서 그 제국의 위용이 리비아와 아시아(지금의 아시아와는 다른 개념, 현재의 터키를 가리킴)를 합친 것보다도 컸으며 이집트와 티레니아는 물론 그리스를 포함해서 지중해에 있는 모든 나라들을 점령하고 노예로 삼으려고 했음. 다른 모든 나라들은 다 아틀란티스의 수중에 떨어졌지만 용감한 아테네 사람들만이 홀로 이들과 맞서 싸워서 마침내 침입자들을 물리침. 이로서 지브롤터 해협 안쪽에 있던 모든 나라들은 아틀란티스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 해방을 맞이하게 됨.
그리고 난 후 어느 날, 격렬한 지진과 홍수가 발생하여 아틀란티스의 모든 사람들을 땅 속에 묻혀 버렸고 아틀란티스가 있었던 섬은 하루 낮, 하룻밤 사이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져 버렸음]
그리고 플라톤은 아틀란티스의 도시 구조에 대해서도 매우 상세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구체적인 도시의 규모에 대해서도 그 당시 사용하던 척도를 이용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지요. 플라톤이 언급한 아틀란티스의 모습은 대충 아래와 같았습니다.
플라톤이 묘사한 아틀란티스의 구조...
보시면 아틀란티스는 동심원 구조로 되어 있는데 하얀색이 있는 부분은 땅, 회색으로 되어있는 부분은 수로입니다. 플라톤은 가운데 중심부에 포세이돈과 그의 아내 Cleito의 신전, 왕궁, 그리고 하나는 따듯하고 하나는 차가운 물이 나온다는 우물 2개 등이 위치해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도시 구조에 대한 설명 말고도 그는 아틀란티스의 통치제체나 군사력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물론 진지한(!) 학자들은 아틀란티스의 실존을 믿지 않습니다. 아틀란티스는 플라톤이 그의 철학적인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가 만들어 낸 문학적인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거의 통일된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실존하는 아틀란티스를 찾겠다는 건 그 양반들한테는 마치 빅풋(Big Foot)이나 UFO, 혹은 드래곤을 찾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학자들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플라톤이 기술한 저런 내용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아틀란티스에 대한 기록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지구상 어느 곳에 아틀란티스가 위용을 뽐냈던 곳이 반드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그 곳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틀란티스...있었게? 없었게?...
플라톤...고대 그리스 철학계의 대부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칭송받는 그는 과연 우리에게 사실을 전달한 것일까요? 아니면 장난기 있게 구라(?)를 친 것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라도 있기는 한 것일까요?
(이 글은 Mark Adams의 책 [Meet Me in Atlantis: My Obsessive Quest to Find the Sunken City]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