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소리 질러!” “군기가 빠졌네….”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장. 사회를 보던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판하던 한나라당 최구식(崔球植) 의원의 마이크를 꺼버리자 의원석에 앉아 있던 같은 당 이혜훈(李惠薰) 의원의 귀에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였다.
그는 벌떡 일어나 단상 앞으로 달려 나갔다. 김 부의장에게 “마이크를 다시 켜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 모습은 ‘국회의원들 구태 여전’, ‘여성의원들 몸싸움 동원’ 등의 제목과 함께 일부 신문에 크게 실렸다.
그 일을 벌인 직후 이 의원은 본 회의장 밖 한 모퉁이에서 ‘참, 비참하다. 남들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 역시…’라는 생각을 되씹었다.
“나도 나가기 싫었어요. 그런데 나이 드신 선배 의원들이 뒤에서 고함을 치니까 가만히 못 있겠더라고요. 원내부대표로서 스트레스가 컸어요.”
이 의원은 “17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의 1년은 과거 내가 비난했던 정치인들의 행태가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한 해였다”고 털어놨다.
전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0&aid=0000295556
위의 내용은 동아일보 2005년 4월 23일에 한나라당 이혜훈 초선의원의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인터뷰에서 이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눈에 띄려고 노력했으며, 지역구에 신경쓰느라 국정을 소홀히 했다고 고백합니다.
이의원은 좋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온 국회에서 자신도 결국 다를 바가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1.
우리나라 정치를 지적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정치문화입니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우리나라 정치 문화가 바뀐다면 더욱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는 국회 선진화법을 도입을 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
지금 연구하는 것 때문에 과거의 기사를 쭉 살펴보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치인의 행태와 현재의 정치인을 비교해 본다면 정말로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비록 아직 예전의 구습이 남아 있는 것이지만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3.
시선을 돌려서 정치인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그는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자신이 아닌 국민들만을 위하는 마음? 어떠한 도덕적 결함이 없는 깨끗한 모습?
아니면 탁월한 능력? 좌중을 아우르는 리더쉽?
4.
저의 선택은 주위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즉 영웅의 모습입니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슈퍼맨, 배트맨은 상상에서나 등장하는 히어로입니다.
현실에서의 영웅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옳은 가치를 지키는 평범한, 아니 위대한 사람입니다.
5.
어떠한 행동이 옳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줄을 서는 것,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것, 어느 순간에나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옳은 것을 누구나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6.
나가서 소리 질러! 이 말 한 마디에 이의원은 몸이 저절로 움직였고, 후회를 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었죠. 자신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환경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의원도 똑같은 정치인일 뿐이었습니다.
7.
사실 군대에 가서 인간의 악함(?)을 보고 저는 전공(정치외교)을 살려서 꼭 정치인을 하고 말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나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꺼야 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똑같이 상황에 휩쓸리는 사람이었고 다만 달랐던 것은 운이 좋아서 더 좋은 환경에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8.
때문에 지금은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버린 상태입니다.
그리고 조건이 생겼습니다. 내가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나는 꿈을 다시 꿀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영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정치인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p.s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 3부 평범한 영웅 입니다
분명히 재밌게 보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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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좀 있네요. 정치학자들 중에서 상당수는 '문화' 자체를 상수로 놓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또한 변수로 보더라도 굉장히 변하기 어려운 변수로 보지요. 오히려 제도를 변수로 보는 제도주의자들이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더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영웅'을 나름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하시긴 했지만, 민주정치에서 '영웅주의' 혹은 '행위자 중심'의 접근은 또 많은 한계와 위험을 내포한다고 보기 때문에.
앗 이런. 제 댓글에도 오해의 소지가. '문화론적 접근'의 위험성을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문화환원론이 되고, 그러다가 개인환원론으로 치닫고. 전 그래서 학자들에 따라 문화를 제도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배제하기도 하지만, 좀더 명백한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혁이 우선시 되는 게 주된 논지다(학자들의)라는 의견을 드린 것입니다. 버바와 아몬드가 'civiv culture' 연구에서 엄청난 시도를 했고, 의미있는 연구를 했지만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거대한 삽질을 한 사례에서 보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