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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0 03:57
신... 이렇게 절묘하고 유용한 거짓말이 또 있을까요... 크 무식하기는 커녕 너무 똑똑했기 때문에 발명할 수 있었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인류 초창기 문명의 발달은 누가 더 정교하게 이 거짓말을 완성시키느냐에 달려 있었고 <그럴듯한 신 만들기 경쟁> - 그 각축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로마가 있었고 중세 유럽이 있었고 심지어는 이성과 계몽이 최종적으로 신에게 승리한 것도 신에 대한 연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테죠... 사실 전 가장 현대적인 선진국인 2015년 3월 20일 지금 이시간의 미국조차 그들의 마음에서 하느님을 삭제시킨다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것이라 믿으니까요... 킄 아무튼 본문은 열심히 뻘글을 올려서 페이지를 밀어내고 싶어지게 하는 내용이군요... 크
15/03/20 04:33
댓글 감사합니다! 급하시면 디씨에서 마저 보셔도 되는데, 안 그러시기를 추천합니다. 저거 쓰면서 생각이 또 조금 바뀐 부분들이 제법 있는 지라.
15/03/20 11:23
추천하고 싶은 댓글이네요. 아마도 무서운 것들(자연현상이든, 다른 맹수들이든 간에)을 피해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게 되면서 그 무서운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만들어낸 게 종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원시 신앙들 보면 다 그렇잖아요.
15/03/20 04:34
본문 내용과는 별개로, 디씨에서 지난글 보니 재밌네요. 흐음, 역시 겉보기에 점잖은 전투적 무신론자는 있어도 사상이 온건한 전투적 무신론자는 없다는 제 생각이 굳어지는듯 합니다. 뭐 무신론 갤러리 자체가 그런 성향인건 감안해야겠지만요.
15/03/20 04:35
흐흐흐 뭐 그건 어쩔 수 없지요. 근데 저는 속 생각이 무엇이든 바깥에서 점잖게 행동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보는 쪽인지라, '내심' 에 대해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15/03/20 04:47
문제는 그 '내심'이 결국에는 발언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거죠. 예를 들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믿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굉장히 성실하고 신사적인 사람들 많습니다. 비기독교인에 대해서도 형제님 자매님 하면서 좋게좋게 생각하는듯하죠. 그런데 이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거나 써온 글들을 읽다보면 타협이나 평화라는게 존재할수 없는 그 독선적 성향이 드러납니다. 무신론으로 따지면 "난 선만 넘어오지 않으면 종교인과 유신론자들의 생각을 존중합니다."라는 겉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종교 믿는 것들은 정신병자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요.
15/03/20 04:57
'종교는 오개념이지' 라는 것과 '종교 믿는 것들은 정신병자지' 는 조금 다르지요. 저는 전자쪽에 대해서는 확신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아무 문제를 느끼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그 오개념으로 인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신념을 바탕으로 열심히 살지요. 반대로 종교인들 입장에서도 '저 놈은 지옥 가겠구만' 이라고 확신하더라도 제게 그걸 강요하지만 않으면 마찬가지로 평화 공존에 지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충돌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면 신생아가 죽게 되었는데 여호와의 증인인 부모가 수혈을 거부한다던지, 진화론을 수업에서 빼달라는 청원을 넣는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전자는 '아이에게 너의 종교를 강요할 수 없다' 라는 원칙을 생각해보면 답이 뻔한 것이고, 후자도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다룰 때 가치관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라는 원칙을 생각해보면 답이 뻔하죠.
15/03/20 05:23
[과학은 '불필요한 가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보는 학문]
예전에는 오컴의 면도날이 오컴이 만든 게 아니라는 게 재밌었는데, 이걸 보니 오컴이 신학자라는 게 더 재밌는 것 같네요. 오컴의 면도날과 비슷한 얘기로 뷔리당의 당나귀도 뷔리당의 생각을 잘 설명할 뿐 뷔리당이 만든 건 아니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15/03/20 05:31
음? 오컴의 면도날이 오컴이 만든 게 아닌가요? 뭐 이제와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사실 페일리의 자연 신학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토마스 아퀴나스가 계시 신학과 자연 신학을 구별한 것이 기원이죠. 결국 사람은 자기 시대의 한계 속에서 노는 것이고, 아퀴나스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과연 진화론을 부정했을 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재미있는 상상이었습니다.
15/03/20 05:35
똑같은 의미에서 현대의 전투적 무신론자들이 아퀴나스의 시대에 태어났으면 그들중 과연 몇%나 신을 부정했을지 궁금하군요... 크
15/03/20 05:38
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몇몇 가벼운 이야기들만 읽고 있는 처지인데, 이번에 정리해서 올려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화론이 목적론적이 아니라는 점에 반해,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어느 정도 목적론적인 느낌(유전자를 아래로 퍼뜨려야 한다)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왜 유전자는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가? 에 대한 대답이 이루어진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생물의 진화는 유전자에 유리한 쪽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요즘의 합의인지, 그리고 그것이 합의된 사항이라면 왜 유전자는 후대로 계속 내려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나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바깥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생물들의 행동이 유전자에 유리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이라는 것들이 약간의 아전인수적인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두 개의 대조군을 설정한 상황에서 다른 방향으로의 해석도 가능한 것 같은데 가설 단계에서 사회생물학적 패러다임에 의해 이미 배제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15/03/20 05:51
너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와 돌을 던지면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 는 문장 구조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미가 많이 다릅니다. 유전자가 끊임없이 복제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후자쪽의 의미죠.
진화의 주체가 유전자인지 개별 생물체인지 생물집단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데닛이 이것저것 언급하는데, 굴드 (진화의 주체가 유전자 아니야!) 를 좀 심하게 까서 나중에 둘이 서로 쌍욕을 하는 수준으로 싸웠었지요.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15/03/20 06:09
음. deontic이냐 epistemic이냐, law의 두 가지 외연 중 어느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문제라는 말이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의 차이가 그렇게나 명확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deontic과 epistemic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전 유전자를 내려보내는 게 그들이 말하는 소위 궁극 기전(ultimate mechanism)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읽어보고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15/03/20 06:12
그래서 진화론도 받아들이고 생명의 화학적 기원설도 받아들이고 빅뱅도 받아들이고 멀티버스도 받아들이고 나서도 기독교인으로 남기를 선택한 분들의 최후 주장이 "그런 모든 법칙은 왜 존재하는가? 그것이 신의 증거이다!" 라고 합니다. 이신론에 가까운 기독교 (혹은 다른 아브라함 계열 종교) 가 되는 것인데, 이 정도 되면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차이는 전혀 없고 그냥 해석의 차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15/03/20 06:23
그나저나 데닛이 이 책 속에서 유전자 정보를 비교해가면서 과거를 재구성하는 진화학자들의 작업이 Philology 와 놀랄 만큼 닮았다는 말을 한 챕터에 걸쳐서 이야기하는데, 아이디를 보니 반갑고 신기하네요! 니체도 Philologist 였고, 'There is no original document' 의 결론을 내리면서 결정적으로 종교를 버리게 되었다고....
15/03/20 06:37
저도... 그쪽 일 하고 있습니다 크크크 역사언어학은 진화론과 놀랍도록 닮아서(아무래도 뿌리가 그쪽에 있다 보니...) 진화론 쪽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논문에서 종종 진화론적 비유가 나오는데 이게 제대로된 유추인지 갸우뚱할 때가 많아서 진화론의 굵직한 책들은 왠만하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이게 쉽진 않군요.. 책을 읽는 게 일이다보니, 쉴 때도 책을 읽고 싶지 않아서...ㅠㅠ
15/03/20 06:02
종의 분화 이론 (a->a'->a''->...) 에 대해서 얘기만 들어 왔는데 저렇게 갈매기로 증거를 뙇 보여주다니 아름답습니다. ^^
아울러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진화론에 대한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것 같은 책이네요. 주위에 교회다니는 사람이 많은 환경에 처해 있음으로 해서 종교와 진화론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서 지내는 한사람으로서 추천 한방 올립니다. 속편 눈이 빠지게 기다리겠습니다.
15/03/20 08:16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첫번째 생명은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논란포인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시면 좋겠네요.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진화론도 밟고 설 땅이 없는 셈이니까요.
15/03/20 08:27
제가 알기로는 이 부분에 조금 오해가 있는데, 진화론은 기존의 생명체(군)이 어떻게 분화되고 진화하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지,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핵심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연장선이기는 하지만서도) 그렇기 때문에,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해내지 못하더라도 진화론이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설명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15/03/20 08:33
쿠마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첫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의 진화에 대한 설명이 틀리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씀하신 질문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데닛이 그 주제에 상당한 분량을 할당해서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5/03/20 08:35
OrBef님이 예전에 영어 공부하자고 올리신
대니얼 데닛 영상보고 전도당했습니다. 오렐루야! 크크크 요새는 주문을 깨다라는 책 읽고있어요. 무신론자로서 초반부 읽을 때 통쾌함까지 들더라구요. 진지한 책인데 낄낄대면서 읽었다능...
15/03/20 08:39
데닛은 농담을 워낙에 좋아해서 농담에 대한 논문도 하나 썼다고 하더군요.... 자유 의지에 대해서 논하다가 (이 사람은 자유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자유 의지는 없어. 내가 그렇게 살을 빼고 싶어하는 데 밥 먹는 건 못 줄이겠더라고' 라고....
15/03/20 08:56
농담도 농담이지만요. 비유의 찰짐이라고 할까요.
종교를 개미 뇌를 조종하는 기생충(!)에 비유한 걸 보면서 이야... 이 아저씨 온건하다 들었는데 꽤 쎄게 말하시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SNS로 덕질하고 있는데 댓글로 사탄의 소리다 뭐다 시비걸던 인간이 있었거든요. 그 인간한테 이 책을 보여주면 얼마나 부들부들할까 생각하니 통쾌하더라구요. 그런 푸쉬가 많은 미국에서는 그 통쾌함이 내심 더 할거라 감히 예상해봅니다.
15/03/20 09:08
데닛의 종교관은 절대 온건하지 않지요! 다만 종교'인'에 대해서는 온정어린 시선이 있고, 종교는 어느정도 견제만 하면 알아서 사라지거나 무해한 형태로 변할 거라고 생각하는 지라 덜 전투적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15/03/20 10:44
데닛은 결정론의 세계에서 자유의지 개념이 성립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양립 가능론 캠프의 철학자입니다. 오히려 비결정론의 세계에서는 '자신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는 점 때문에 자유의지가 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자유 의지를 주제로 하는 철학 분과에서 결정론 + 양립 가능론 과 결정론 + 그러니까 자유의지 없음 이렇게 둘이 주류이고 비결정론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의지 캠프는 상대적으로 소수파라고 알고 있습니다.
15/03/20 15:04
문외한의 시각에서는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양립이 가능하다는게 참 신기하네요.
언젠가 친구와 자유의지가 가능하냐에 대헤서 며칠에 걸쳐서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결정론 하에서 자유의지가 존재할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을 펼쳤고, 친구는 존재 할 수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그 친구는 그 방면에 식견이 저보다는 넓은 친구였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저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더 공부하고 와서 다음에는 너를 굴복시키겠노라" 하고 갔습니다. 저도 지지 않으려고 좀 찾아봤었는데 제게는 너무 어려운 영역이라 gg쳤던 기억이 있네요. 여하간 양립론이 주류를 양분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15/03/20 22:54
저도 대충 5년 전까지는 양립 불가능론에 기울어있었는데 지금은 양립가능론자입니다.. 양립 가능론과 불가능론은 사실 세계의 동작 원리에 대한 이해는 다르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어서만 다릅니다. 양자 주사위로 결과를 정하는 복권과, 이미 결과가 적혀있지만 그 결과를 누구도 모르는 즉석 복권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해서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라는 게 양립불가능론의 출발이고, '신이라면 모를까 인간에게는 아무 차이가 없다' 라는 게 양립가능론의 출발이죠.
15/03/20 09:22
제목 띄엄띄엄 보고 내가 또 뭔 잘못을 했길래 대놓고 저격을 당하나 싶어서 클릭했더니 골치아픈 내용이 잔뜩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제가 저렇게 골치아픈 내용과 관계 있을리 없잖아요? 늦었지만, 유저라이프 입갤 축하드려요~
15/03/20 10:04
디씨에 이런글을 올릴만한 공간이 있나보네요. 신기하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피지알에서 진화론에 대해 많은 이들과 이야기 한 후 '나는 진화론을 모르니 기회가 되면 알아보자'라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근데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역시 저는 애초부터 과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네요.
15/03/20 10:41
과학에 대해서 관심이 적으신 거야 뭐 취향이니까요... 그리고 이 책이 좀 유난히 무겁습니다. 데닛 본인부터가 '이 책은 어려운 책입니다. 웬만하면 지금 덮으시지요' 라고 서문에 적은..... 이 할아버지가!!!
진화론에 대해서 알아보시려면 본문에 적은 도킨스의 지상최대의 쇼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번역판이 잘 나왔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요...
15/03/20 14:06
지상 최대의 쇼 번역판 있습니다. 몇년 전에 출간되어 있어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 그림책처럼 되어 있어서 읽기 가벼운 편인 도킨스옹의 책으로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the magic of reality)도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15/03/20 10:24
진화는 종의 생존만을 목표로하고 그 과정에서 무목적한 알고리즘을 지닌다. 배제와 약육강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을 더 깊이 공부했다면 역사가 바뀌었겠지 하고 생각드네요.
15/03/20 15:22
스펜서 양반은 다윈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회학자, 철학자(라지만 체계적으로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재능빨로 다양한 분야에 참여한 양반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기도 합니...논객이니 하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귀족적이고 나름 고급스런 '키보드워리어'랄까요...)로서의 '맥락'에 자리잡은 사람이니까요.
자연과학의 발전이 다른분과학문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류에 대한 한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물론 이후 대전-전간기-대전+사회생물학 논쟁을 거치며 '좋은 설명력'을 더 키울수 있었던 어떤 가능성이 덜 자라나게 하는데 나름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받는것은 지극히 당연하기도 합니다.
15/03/20 22:47
데닛이 그래서 '어떻게 보면 스펜서가 다윈주의를 받아들인 게 아니라 다윈이 스펜서의 첨병 노릇을 한 것일 지도....' 라고 하더군요. 둘 간에 말빨이 너무 차이나서 스펜서가 좌충우돌할 때에도 다윈이 거의 손대지 못했다고....
15/03/20 12:02
시트콤 빅뱅 이론 주인공인 쉘든이랑 에이미가 서로 이런 식으로 말싸움하는 장면이 있어요.
쉘든 "만물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물리 전공자로서 볼 때 생물학 같은 건 천박해" 에이미 "우리 신경생물학자들은 그 이론물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차르트의 음악과 고흐의 그림은 어디서 나왔는지 알게 해주지" 시트콤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약간 생각할 부분이 있는 게 둘 다 극단적 수준의 과학주의자이지만 차이를 보이죠. 쉘든이 말하는 만물의 원리에 음악이나 그림 같은 건 포함도 안되고 이런 사소한 건 과학의 영역에 넣을 가치가 없는 거죠. 반면에 에이미한테 뇌는 모든 것이 출발하는 곳이고 이걸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고요. 원래 저도 쉘든 같은 부류였는데 과학이 역시(?) 많은 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잘 읽고 있어요.
15/03/20 22:46
과학 분과사이에 귀천이야 당연히 없지만, 물리학이랑 생물학이 인간이 고대로부터 가지고 있던 호기심에 제일 잘 들어맞는 두 가지 분과인 것 같긴 해요.
15/03/21 08:29
[인간이 특별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텔레비젼의 30초 짜리 광고로도 충분하지만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할 때는 많은 지면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저는 진화론 뿐만 아니라 사회생물학 관점의 인간도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축복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더한 축복이며, 더 열심히 하다 죽자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는 스스로 자신의 생과 사를 결정할 권리까지도 포함됩니다. 또한, 저는 진화론과 사회생물학을 믿는 것 만큼이나 정치적 올바름이나 휴머니티 같은 개념들은 아전인수라 생각하여 믿지 않습니다. '난 특별해!' '왜?' '난 인간이니까!'이런 논증이야말로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짓이죠. 아마 Orbef님은 제가 이런 문제아(?)라는 거 알고 계실 것 같아서 막 쏴요. 크크크 정성들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 기다리죠.
15/03/21 10:31
데닛도 윌슨의 좋은 친구인 만큼 '인간은 조금 특별하긴 하지 하지만 형이상학적인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정도의 차이가 큰 거지. 너무 잘난 척할 필요도 없고 울적해 할 필요도 없고.' 정도의 입장입니다. 다만 윌슨과 약간 다른 점이라면, 윌슨보다 조금 '덜' 환원적인 느낌이에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또 :)
15/03/24 10:17
요새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습니다. 저 또한 진화론을 믿고 지지하는데, 진화론의 간략한 정의가 자연 선택 과정의 본질이 '무목적한 알고리즘'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진화론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진화론은 말씀하신대로 무한대의 시간속에서 그리고 제 생각에는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진화'들이 선택되면서 진행이 되는것인데, <이기적 유전자>는 생존 이외의 고려할 사항들이 많은 고도화된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을 유전자의 보존 및 전파의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특히나 유전자간의 유사도를 고차원의 의식이 계산하여 그에 따라서 동작한다는 이런 주장들을 볼 때는, 책을 그만 읽고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돌이지만 이분야는 문외한이라 의견을 듣고 싶어 댓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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