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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20 16:40:53
Name 경찰아저씨
Subject [일반] 27세 시조새의 푸념.
오늘 학교를 못갔다.
이유는 간단하게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나에겐 지금 버스비가 없다...

주머니를 꺼내보니
이틀째 피던 담배 한 갑이 나왔다.
담배를 하나 피면서 생각을 한다.
'버스 탈 돈은 없는데 담배 태울 돈은 있었나보네.. 녀석...'
'하루 한 갑 피던걸 2일로 줄여주신 창조건강 박근혜 대통령 가카 만만세!'

등 네거티브한 생각들을 담배 한 숨에 태워서 날려 보낸다.

나도 상큼한 새내기 시절이 있었지만 27세가 되도록 졸업을 못한 이유도 간단하다.
돈이 없어서... 였다.
나름 IT전공자로써  코딩하는게 재밌었다. 평범하게 남들 대학 가니까 간 대학이긴 했지만 나에게 딱맞는 취미 활동 이었던 것 같다.
그치만 학비는 정부에서 빌려준다치고, 변변찮은 직업이 없던 부모에게서 기댈 건 없었고,
결정적으로 21세 때 마소 MSP라는 프로그램에 합격했지만 워크숍 갈 돈도 딱히 없고 '아빠 따라가서 일이나 해라.
남들은 방학동안에 일을 하는데 왜 넌 컴퓨터만 하냐'라며 방학동안에 1달 끌려가서 한 노가다 생활은 내 가치관을 박살을 내어 놓았다.
내가 학교다닐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여 깔끔하게 학교 생활을 접고 여러 일을 하다가,
남들은 절대악이라며 혀를 끌끌찰때 21-22세 쯤 접한 '바다이야기' 는 적어도 내 인생의 절대선이었다.
손님들은 팁을 주는 천사였고 돈을 물처럼 쓰던 사장은 내가 맘에 들었는지 이것 저것 챙겨주는 것도 많았고....
군대도 미루고 휴학하면서 돈 버는데 매진했던거 같다.
군대 가기 싫었지만 장사하려면 일단 다녀와야 겠다 라는 생각에
'빨리 군대 다녀와서 저 기계나 돌리면서 부자되야지!' 란 생각으로 입대를 했지만
나 혼자만 미래를 약속했던 3년 사귄 연상 여자친구는 '너가 날 좋아하는건 알겠지만 현실을 직시할 떄인거 같아' 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통에 올라온 감수성과 조금은 남들 처럼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군 전산실에서 어쩌다 다시 접한 코딩이 생각보단 그래도 재밌더라 싶어 전역하고 취직까지 하게 된 계기였지만 학위가 발목을 잡았다. 운좋게 인맥으로 일하던 스타트업 기업이 망해버렸는데, 내 학위로는 다른데 쓸 곳도 없고 일단 졸업이나 하라는 대표님의 상담에 앞으로 다닐 일이 없다고 생각한 학교로 오게 되었다.
돈이 없다는 걸 떠나서 27 살 먹고 아직 학부 졸업도 못한, 그것도 허구한 날 집에서 컴퓨터만 해대는 내 모습이,
내가 이렇게 살아온 원인의 5할인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달갑진 않나 보다.
허구한 날 '컴퓨터좀 그만 해!' 라고 하신다..
이걸 안하면 내가 굶어죽는다는 걸 강조 해봤자 통하질 않는다.
근근히 데브피아 같은 곳에서 프리 알바 뛰면서 돈 벌면서 생활 하며
딱히 돈을 주지 않아도 허구한날 컴퓨터만 하는 아들이 왜 살아있는지는 중요하진 않는거 같다.
그저 내가 펜을 잡는지 안잡는지가 중요한 가치관이시니...

인터넷, 집안, 캠퍼스에 있는 모두가 내가 지금 대학을 다닌 다는걸 달갑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집 안에서는 허구한날 컴퓨터만 하는 식충이며 캠퍼스에선 아직도 졸업 못한 한심한 선배님
그리고 인터넷에선 화석 혹은 시조새가 되어 모두에게 전시 되어 지고 있는 실정이다.

글 쓰다 보니 담배가 4까치 밖에 남질 않았다...
후...


P.S 일기장에 안써서 죄송합니다.

P.S 2 경남 양산 사시는분들, 거기 CGV에 저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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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눌때의간절함을
15/03/20 16:4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28세, 학생)
15/03/20 16:58
수정 아이콘
같은 화석을 pgr에서 만나네요....
같이 힘내요...
Lionel Messi
15/03/20 17:04
수정 아이콘
첫 직장이 양산이라 반갑네요!! 흐흐 근데 양산에 cgv가 있었나요?? 12-13년도에 있었는데 혼자 영화보러 롯데시네마에만 갔었던..
경찰아저씨
15/03/20 17:07
수정 아이콘
21세 여름방학때 양산 신도시에 있는 CGV 를 지으러 노가다를 갔지요...
직장은 아니고...그냥 아버지랑 노가다 하러 간....
서흔(書痕)
15/03/20 17:54
수정 아이콘
저 양산에서 20년을 살았지만 CGV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크크 롯데시네마를 착각하신듯.. Pgr 글에 양산이 나와서 기쁜 양산 주민이었습니다. 흐르
경찰아저씨
15/03/20 17:56
수정 아이콘
아 그런가요?? 크크. 좀 오래된 일이라 흐흐;
고소공포증이 조금있는데 좁은 난간 계단에서 방음벽 설치하는데 죽을 맛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노가다 하는분들 존경합니다...
경찰아저씨
15/03/20 17:07
수정 아이콘
화석분들 힘내죠. 크크
WeakandPowerless
15/03/20 17:15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는 올해 서른이 되었고 저와 함께 대학을 입학한 제 친구녀석도 올해 서른이 되었습니다만... 그 녀석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님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져 여전히 학부생입니다... 그 친구는 더 상황이 심해요. 당장 내야할 임대료니 공과금이 1년 넘게 밀려있는데 그걸 추징 당하는 날이면 곧 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입니다... 양 부모님 다 위중하시고 집안에 돈도 없어요. 정말 말 그대로 나앉을 판인데 이상하게 복지 수혜 대상은 또 아니더라고요. 다들... 힘내세요...
롱리다
15/03/20 17:17
수정 아이콘
28세 학부생 여기있습니다. 크크 제 친구는 28세 15학번 신입생도 있네요...
바위처럼
15/03/20 17:22
수정 아이콘
시조새 동지 힘냅시다!
15/03/20 17:25
수정 아이콘
힘내십쇼 (29세, 암모나이트)
바람이라
15/03/20 17:3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도 군대다녀와서 방송이 내 천직이지하며 외주제작쪽에서 놀다보니 상당히 늦게 복학해 가난한 고학생의 비참함을 느끼고 있네요
요즘 느끼는게 자취를 하면서 밥한끼 먹을 돈도 없어 강제로 1일1식, 2일1식을 하는 주제에 담배필 돈은 있더라고요 왜 나는 밥대신 담배를 피는가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신기하게 여깁니다 흐흐
결론은 담배 만세!(배고파도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위대한 담배...)
갓카쿠
15/03/20 17:33
수정 아이콘
27세 졸업이 보통이고 28도 평타죠...
15/03/20 17:37
수정 아이콘
요즘 학교에서 화석 아닌척하는게 제 일상입니다.

파이팅합시다.
쭌쭌아빠
15/03/20 17:38
수정 아이콘
28세 졸업에 29세 연봉 천 오백으로 시작한 사람입니다.
어떻게든 다 살아지더군요.
힘내서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15/03/20 17:40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복학 계획없이 해서 3년 휴학하고, 공뭔 시험땜에 1년 휴학하고 28살에 졸업했는데..빠른건 아니지만 그닥 느린것도 아니었죠.
경찰아저씨
15/03/20 17:50
수정 아이콘
다들 감사합니다. 모든 화석 분들 힘내죠 ㅠㅠ

리플로 재택 코딩 알바 한번 구해욧 !

.Net 실무 경험 3년에 5년 공부했고
Xamarin,WPF,Store app
자바 안드로이드 가능합니닷!!
유유히
15/03/20 17:57
수정 아이콘
제가 27세에 졸업하고 취업했습니다. 제 입사동기가 8명인데 나이가 29,28,27,26 각 2명씩이었죠. 경찰아저씨님의 나이가 그리 어린건 아니지만 취업시장에서 많지도 않습니다. 힘내시고, 스물여덟에 아직까지 해메고 있는 제 후배놈 하나 있으니 작은 위안 삼으시길 바랍니다.
몽키.D.루피
15/03/20 18:25
수정 아이콘
29에 졸업...
모여라 맛동산
15/03/20 18:4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전 30살에 아직 4학년입니... 쿨럭쿨럭...
15/03/20 19:19
수정 아이콘
등록금걱정에 학교 졸업할수나있을까 걱정이태산이었는데 어떻게든 길이 생기더군요. 쪼들릴땐 교통비 합해서 하루 5천원만 쓸 수 있었어요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 과제? 사칩니다 저녁밥값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최저임금 받는 평일알바, 주말하니 숨통 트이고 게임도 하고요 크크. 졸업도 친구들보다 2-3년 늦고 일 시작도 늦었지만 어떻게 또 다 하게 됩니다. 어차피 일 평생 할건데... 학창시절을 즐기세요!!!
세계구조
15/03/20 19:20
수정 아이콘
늦은 나이도 아니고 경력도 있는데 한탄 말아요.
Arya Stark
15/03/20 19:38
수정 아이콘
34 대학원 1학기의 고대 전설은 당신을 응원 합니다.
사신군
15/03/20 20:46
수정 아이콘
27세 3학년입니다 ㅠㅠ
HELIOS_K
15/03/20 20:50
수정 아이콘
여기가 자연사박물관 화석 전시장이라기에 찾아왔습니다. 같은 화석끼리 힘냅시다 ㅠㅠ
티란데
15/03/20 21:44
수정 아이콘
3학년 실러캔스입니다.
전 아직 어리네요..헤헿
王天君
15/03/21 12:14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어린 것들아 ㅠㅠ 모두 힘을 냅시다
15/03/21 14:00
수정 아이콘
남자 27이면 아직 취업 한창인데...
대기업 신입사원 기준 평균이거나 평균 아래일걸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15/03/21 20:18
수정 아이콘
2015년 읽었던 pgr 글 중 가장 맛깔나는 글입니다. 이렇게 다재다능 한 분이면 앞으로 뭘 해도 잘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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