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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16 14:27:41
Name Zelazny
Subject [일반] 락마스터 2013 듀얼 - 김자인 vs 미나 마르코비치
락마스터는 인류의 등반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인 이탈리아 아르코에서 매년 열리는 클라이밍 대회인데, 일반적인 월드컵 또는 챔피언십과 달리 우수한 선수들을 초청해서 대회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국제표준과는 다른 룰의 경기들을 채택하여 마스터즈-왕중왕전과 이벤트-페스티벌의 성격을 동시에 띄고 있습니다.

예의 다른 룰의 경기 중에 '리드-듀얼'이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클라이밍은 크게 리드, 스피드, 볼더링 세 종목이 있습니다.

리드 - 15m 정도의, 처음 보는 극한 난이도 코스를 정해진 시간 내에 (6~8분) 가장 높이 오르기를 겨룸. 전형적인 클라이밍 경기.
대회 직전에 관측 시간이 주어지고 다른 선수의 경기를 미리 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 내에 마지막 홀드까지 오르는걸 '완등'이라고 하는데, 완등자가 아무도 없는 경기가 더 많습니다.

스피드 - 항상 같은, 정해진 짧은 수직 코스를 두 선수가 동시에 올라 시간을 재는 경기.

볼더링 - 3~4m 정도의 짧은 코스를 안전 장비 없이 오르는 경기. 여러 코스를 거쳐가며 완등한 숫자를 겨룸.
매트가 깔려 있어서 완등 후에는 그냥 뛰어 내립니다.


'(리드)듀얼'은 마치 스피드 종목처럼 두 선수가 동시에 똑같은 리드 코스를 올라 겨루는 경기 입니다. 물론 일반 리드 코스 보다는 훨씬 짧고 로프를 걸어가며 오릅니다. 락마스터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경기 방식 입니다.


미나 마르코비치 선수(슬로베니아)는 세계 랭킹 1위인 김자인 선수의 강력한 라이벌 입니다. 작년 9월에 김자인이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했을 때 미나가 준우승이었으며 그 다음 일본 인자이 월드컵 또한 각각 우승-준우승을 차지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슬로베니아 월드컵에서는 반대로 미나 선수가 우승, 김자인 선수가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목포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도 미나 선수가 우승을 한 바 있구요.



이 두 선수의 2013 락마스터 듀얼 결승 3, 4위전 경기 영상 입니다.



꽤 드라마틱한 모습이죠. 납득이 잘 안가는 분들도 있을텐데,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김자인 선수가 153cm의 초단신이라는거.

클라이밍에서 키가 작으면 불리한게 사실 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키가 클수록 리치가 길어서 넓은 간격의 홀드를 편하게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반면에 급경사면에서는 부피와 체중 때문에 압력을 더 많이 받으며 경사면을 통과하며 거치는 짧은 간격의 홀드에서도 단신이 더 유리하죠. (김자인 선수가 '이상적인 신장은 164cm 정도이다.'라고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키가 큰 선수들이 수직면에서 유리한 반면 경사면에서는 단신이 더 유리 합니다.

그리고 키 차이와는 별개로 김자인 선수 고유의 스타일이 원래 느릿느릿 꾸준히 오르는 겁니다. 김자인 선수는 항상 빨리 오르기보다는 완등을 노립니다. 2013년의 한 대회에서, TOP에서 2홀드 전까지 두 선수는 5분 대에, 김자인 선수는 7분 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선수는 각각 그 홀드와 그 다음 홀드에서 떨어지고 김자인 선수는 완등해서 우승을 차지 했습니다. 중간에 난코스가 있어서 2/3 지점에서 모두 떨어진 대회에서 혼자 완등해서 우승한 적도 있으며 반대로 시간 초과로 완등을 못하거나 똑같이 완등을 했는데 더 오래 걸려서 우승을 못한 적도 있습니다.

김자인 선수의 느린 스타일은 완등까지 체력을 유지하면서 코스를 미리 충분히 읽어서 실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꼭 우승하기보다는 완등을 하면서 즐기자는 지론을 구현한 것이기도 하구요.

(장단점을 언급했지만 장신의 잇점은 확연합니다. 락마스터의 경우 리드에서 일반적인 on sight 방식이 아닌 after work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는데, 이건 코스를 미리 올라보고서 오르는 방식 입니다. 즉, 홀드를 경기 직전에 관측해서 창의적으로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미리 홀드를 외워서 하는 경기인데 (보다 화려한 등반이 가능해지죠.) 이 경우 장신이 훨씬 유리합니다.)




보너스 영상

볼더링

이런 짧은 코스를 여러 개 해서 합산합니다.


스피드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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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초보
15/03/16 15:12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락커 이야기인줄 알고 첨 듣는 가수네 이랬는데 크크
운동으로 클라이밍 좋아 보이던데 턱걸이 2개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을까요?
NeverEverGiveUP
15/03/16 17:59
수정 아이콘
시작하면 턱걸이가 느실 겁니다. 사실 등보다 더 중요한게 몸 전체의 균형 감각과 손가락 인대의 힘을 기르는 건데, 손가락 인대 힘은 짧은 시간에 기르기 힘듭니다. 부상위험도가 낮은 좋은 스포츠입니다. 도전해 보세요!
검은책
15/03/16 17:58
수정 아이콘
언젠가 한번은 해보고 싶은데 보면 볼수록 좌절감이 같이 밀려오기도 하네요. 체력, 근력, 순발력, 유연성, 판단력, 담력, 인내심... 다 갖추고 있어야 하는 어려운 운동이더라고요. 첫번째 영상은 박진감 넘치네요. 영상의 끝부분은 중력의 방향이 잘못된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예요.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김자인 선수 대단해요.
첸 스톰스타우트
15/03/17 10:38
수정 아이콘
몸이..정말 제가 좋아하는 몸이네요..@_@

그나저나 스트랩 없이 저렇게 하려면 전완근-손아귀의 힘과 지구력이 정말 많이 필요할텐데 저건 일반적인 훈련으로는 절대 기를수 없는 거거든요.. 영상을 보니 선수들이 정말 피나는 훈련을 했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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