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3/14 23:31
완성된 성인남자들의 내부는 대부분 비어있는 것 같아요...철도 없고...
오히려 내면이 강하다 싶은 사람들은 어느정도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완성된 성인남자는 대부분 내면이 결핍 아니면 공허로되어있어서 드러내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나이들어서도 철이 안드는 경우에는 말년이 시덥잖은 것 같은...
15/03/14 23:56
아.
저는 여자인데요. 이런 감정을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 특히나 영화라는 특정 업계에서 꼭대기에 다다른 봉준호라는 사람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습니다. Eternity님이 글에서 제시하신 상황들에도 십분 공감했고요. 같은 성인이라도 여자와 남자가 느끼는 역할행동의 종류는 다른 부분이 많지만, 성인으로서의 역할과 실제 자아의 괴리에서 생겨난 갈등이라는 점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에 제시된 상황들로만 본다면 성별을 여자로 바꾸고 몇가지 요소만 조금 바꾸면 여자에게도 충분히 적용될만한 상황이고요. 예를들면, 봉준호 감독이 제시한 '마지못해 따라간 룸살롱에서 여종업원에게 쭈뼛거리며 존댓말 쓰는 나를 경멸하는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성을 상품화한 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상품으로 바라볼 수 없는', '놀자고 하는 일에 지나치게 진지하게 여기고 의미부여하는' 나를 경멸하는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기에, 성별을 여자로 바꿔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입니다. 상황 자체를 룸살롱이 아니라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어른의 것이라 여기는 종류의 유흥문화에 대입해서 봐도 논지를 설명하는 데 무리가 없고요. 저는 성인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성인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이 공포가 완성된 성인여성으로서의 압박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Eternity님이나 봉준호 감독, 혹은 완성된 성인으로서의 두려움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성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놀랍습니다.
15/03/15 11:33
봉감독도 그렇고 가수 이승환씨도 그렇고, 일반인들에 비해 예술가들에게 천진난만성이나 순수함 같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봤을 때 이들이 느끼는 '완성된 성인 남자에 대한 공포'가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즉, 그 업계에서 탑을 찍었든, 아니든 관계없이 말이죠. 봉감독의 경우는 자신은 단지 영화를 만들고, 자신의 상상력을 스크린 속에 펼쳐내고 싶을 뿐인데.. 그러자니 현실에선 수많은 스태프들을 통솔해야 하고, 배우들을 지휘해야 하고, 제작사와 협의해야 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죠. 자기가 어린아이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꿈을 펼치지 위해,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역할을 어떻게든 해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어른인 척 하기 참 버겁고 힘든 거죠.
조용한폭격님 말씀처럼 이 글은 남녀를 포괄한 '완성된 성인'에 대한 공포로 확장해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예시로 소개팅'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구요.) 다만 궁금해하시는 '완성된 성인 여성'에 대한 공포는.. 좀 애매하긴 합니다.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공포라고까지 얘기하기는 어려운 게, 기본적으로 완성된 성인 여성보다는 완성된 성인 남성들에게서 느끼는 물리적, 비물리적 위압감이나 압박감이 더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완성된 성인 여성에게 공포나 두려움까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회식 자리에서도 술을 강권하거나 2차, 3차를 강요하는 상사들도 대부분 남성들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사실 이 글을 쓴 의도 가운데는 '완성남에 대한 공포' 못지 않게, 여기에서 파생되는 '상실감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컸어요. 어른들 사이에서 나도 어른인척 가면을 쓰고 능숙한 척 역할극을 하고 있는 이 사회의 수많은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외로움. 결국 상대방에 대한 공포 이전에, 내가 느끼는 각자의 피로도와 외로움이 저에겐 더 큰 관심사이긴 했습니다.
15/03/15 00:11
키덜트가 존중받는 세상은 과연 올것인가? 라는 질문에 저는 와야 한다고 외치며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올 것 같냐고? 라고 비웃음 섞인 질문에는 올지 안 올지 대답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강요되는 완성남 상은 여성비하와 물질만능주의가 공공연히 공유되는 순간 가장 크게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이터니티님한테 그 지각의 순간은 좀 얌전(?)하지 않나 싶네요. 더불어, 유년기의 친구들과 만나는 순간은 순수함을 확인하고 재생하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변해버린 것들과, 잃어버린 것들과, 나만 갖고 있거나 나만 없는 것을 발견하는 고립의 순간이기도 해서 그 씁쓸함이 acquaintance 사이에서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15/03/15 11:54
저에게 있어 '키덜트가 존중받는 세상은 과연 올것인가?'라는 질문은 조금 다른 차원의 논의 같구요. 전 우선 기본적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에 대해 인식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키덜트든, 완성남이든.. 누구든지 말이죠. 저에게 '완성남'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공허함과 결핍을 지닌 안타까운 존재이기도 한거죠. 그래서 결국 이글은 '키덜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어린아이의 존재를 망각한 채 세파와 사회에 휩쓸려 어느 순간 '완성된 성인'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어른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유년기 친구들과의 만남이 오히려 고립의 순간으로 다가온다는 말씀은 백번 공감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위로를 받으러 나갔다가 더 큰 쓸쓸함을 안고 집에 오는 버스에 올랐던 기억이 참 많았던 것 같네요.
15/03/15 13:55
음. 키덜트가 완성남이란 개념을 다 포괄하지는 못하겠네요.
쪼끔 느낌이 다르군요. 제가 완성남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란 "경멸"에 더 가까워서. 한숨쉬는 거야 매한가지겠지만요
15/03/15 02:1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화해온 증거이자 지금은 병폐로 작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칠 정도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오지랖이 점점 줄어들수록 글에서 표현하셨던 유무형의 압박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5/03/15 12:23
저도 언젠가부터 자주 해왔던 생각인데.. 남들에게 보여지는 제모습과 실제 제 모습간의 간극이 매우 크고.. 특히 매번 제 감정과 생각보다는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많이 고려하다보니..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갑니다. 타인을 대할 때의 말과 행동은 밝고 유쾌하지만 실상 그게 다 거짓이다보니 반대로 마음은 점점 닫혀가는 듯 해요. 더군다나 어렸을때부터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에 딱히 친한 친구도 없고.
15/03/15 12:32
매우 동감되네요. 완성되지 않은 혹은 완성되고 싶진 않은 남자한테 요구하는게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완성된 남자는 행복한지.. 요즘 회의감이 많이 들어요.
15/03/15 23:28
이동진 부메랑 인터뷰는 영화좋아하는 저로썬 여러모로 정말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그냥 넘겼던 에피소드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완성된 성인 남자' 라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끔하는군요. 이제 몇개월 후면 30 이되는 저는 한국에서의 '완벽한 남성' 으로써 보단 서른이지만 내 맘대로 살 권리가 생긴다는 느낌일까요? 이런 사람 하나쯤 서른 나이에 이썽야지~ 하는 느낌으로 서른이라는 나이를 기대중입니다.. 전에 영원님께 상담 많이 받았었는데, 그때 상담받았던 사람과 계속 된 만남을 진행중입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
15/03/16 14:18
저도 완성남이라는게 될 필요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변화하긴 합니다. 예전에는 누굴 만나도 음담패설 + 오덕토크였는데, 요즘은 어디 종이컵이 싸다.. 냉동식품 세일하는게 완전 행복하다.. 건물주가 미친거같다(;;).. 처가 음식이 맛이 없다.. 이런 쪽으로 변하더라고요. 이것도 제 상황에 맞게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면 과정일 수도.. 다만, 어설프게 성인 남성 흉내는 내지 않으려고요. 완성남보다는 나랑 노는게 재미있을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만큼은 충만하니.. 사족 : 술자리에서 저는 정 반대로 덜 완성된 남자네요.. 저는 더 마시고 놀고 싶은데, 다들 그만먹고 집에가자고.. 내일 출근해야 한다고.. "니가 학생이냐" 는 말도 듣고 살지요 흐흐;
15/03/16 23:24
너무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평소에 살명서 엄청나게 느끼던 부분들이고해서 참 저에겐 소위 힐링이 되는 글이네요. 제 닉도 사실 노래의 제목이긴 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완성남'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마지막 바로 앞 문단에서 말씀하신 예들... 중 일부는 그냥 심통부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크크크 (농담반 진담반입니다 ^^; ) 논의를 좀더 심화해보자면 '사회의 성평등 지수에 따라 이런 현상이 좀더 심화 혹은 약한가?'에 대해서 탐구해볼만할것 같네요. 완성남에 대한 공포가 강한 사회일수록 성평등 지수가 낮을 것 같다는 가설을 세워 봅니다.
15/03/17 13:44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심통(?)에 대해 첨언을 해보자면,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보기에 따라선 심통 혹은, 눈치없는 아저씨의 말투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흐흐 다만 제가 주안점(?)을 둔 부분은, 약속된 어른들의 상투적인 대화에 휩쓸리지 않는 아이들의 정직성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위의 예시와 같은 상투적 칭찬의 상황에서 그 대화를 지켜본 어린아이라면 분명 부모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을 것입니다. "엄마, 근데 왜 저 누나들은 서로 막 어려보인다 그래? 둘다 나이들었는데?", "엄마, 저 애 딱 봐도 남자같이 생겼는데 왜 이모들은 다들 이쁘다고 그래?" 뭐 이렇게 말이죠. 어른들의 약속된 대화 혹은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분위기에 길들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정직성이 전 좋더군요. 이러한 사소한 대화에서 그치지 않고 더 확장해보자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관행처럼 만연하고 눈 감아주는 사소한 비리나 부정부패들을 용인하는 직장 문화 앞에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도 나아가게 될 수도 있구요. 이러한 상황들 앞에서 매 순간 미완성된 성인으로서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선 나름의 고집과 심통(?) 또한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지라, 심통이라고 표현해주신 말씀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