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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15 01:36:24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버드맨> - 추락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
※ 이 글은 영화 <버드맨 : 또는 예기치 않은 무지의 미덕>(이하 '버드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총 4관왕에 올라 올해 아카데미의 최종승자로 등극한 <버드맨>을 금요일에 어렵게 만나고 왔다.(신촌 메가박스에서 11:45 한 타임만 열려있었다 -_-) 그동안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줬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기에 개봉 한참 전부터 많은 기대를 가졌던 작품이었다. 화려한 수상경력을 통해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던 <버드맨>은 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인지 이글을 통해 다시 되새겨보고자 한다.





리건 톰슨은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자살에 실패한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다시 자살하려는 듯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샘 톰슨(엠마 스톤)은 병실로 돌아와 아빠(리건)를 찾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열려있는 창문을 보며 불안한 마음에 창밖 아래를 바라본다. 아래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던 샘은 이내 위를 바라보더니 미묘한 미소를 짓는다. 과연 리건은 죽은 것일까? 아니면 그의 첫 등장처럼 공중에 떠올라 있던 것일까?

나는 이에 대해 리건이 죽었다고 확신한다. 영화 내내 이어졌던 리건의 초능력이 그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장면들이 계속되기도 했지만, 그의 죽음을 확신하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인간 심리에 있어 더 타당하기 때문이다.

한 때 '버드맨'이라는 블록버스터 히어로물로 화려한 과거를 누렸지만, 이제는 그저 한물간 퇴물 배우가 된 리건은 연극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재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무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역시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다. 마이크의 등장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형편없는 연기를 보여준 전임자에 비해 인상적인 연기와 작품 해석력을 보여주며 리건에게 성공의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하지만 프리뷰 무대에서 술을 마시고,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와중에 태닝머신을 주문하며 돌아이의 면모를 드러낸다. 심지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리건이 이 연극을 기획하게 된 이유인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일화마저 자신의 이야기인 양 가로채었으며, 자신의 딸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내가 자식은 없지만, 딸 건드리는 사내놈만큼 미운 것이 없을 것 같다.) 마이크는 예술가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리건의 욕망을 가로채며 리건에게 심한 정신적 압박을 가한 것이다.

마이크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이 그를 압박한다. 딸인 샘은 리건의 연극을 그저 주목받고자 하는 퇴물의 발버둥으로 취급한다. 게다가 가뜩이나 맘에 들지 않는 마이크와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것이 발단이 되어 리건은 '브로드웨이 알몸 질주'라는 역대급 소스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그간 무관심만을 보내준 대중이 이 추태가 벌어지고 나서야 뜨거운 관심을 쏟아내는 점 또한 씁쓸한 부분이다. 평론가 타비타(린제이 던컨)는 그의 예술혼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연예인이 예술가인척 한다며 노골적인 증오를 드러낸다. 현학적 뜬구름 잡기 아니면 돼지정액 수준의 가십만 밝히는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그 어느 곳에서도 진솔한 예술에 대한 소통과 위로를 받지 못하는 리건의 심리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지켜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이다. (또한 돌아이 배우, SNS, 노답 언론, 악의적 평론가에 대한 묘사는 헛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그런 리건이 무대 위에서의 죽음을 선택하자 여론과 주위의 반응은 급변한다. 악의를 드러냈던 평론가는 리건의 예술혼을 칭송하는 비평을 내놓았고, 그의 추태를 조롱하던 대중은 훌륭한 예술가에 대한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전해온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리건이 욕망하던 모든 것을 성취하도록 해주는 기회로 거듭난 것이다. 그런데 리건은 왜 다시 죽음을 택하였던 것일까? 욕망하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는데 말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욕망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행동이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픽션의 캐릭터이지 현실의 인간이 아니다. 리건을 첫 번째 자살로 내몰았던 것은 정서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과 인간관계와 자금 사정 그리고 성공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병원에서 눈을 뜬 리건이 목도한 것은 자신의 죽음을 예술혼으로 미화하는 평론과 이를 돈으로 치환하려는 제이크(자흐 갈리피아나키스)의 모습이었다. 아무도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미련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그나마 그런 제이크에게 분노의 따귀를 날려주는 전 부인(에이미 라이언)이 있긴 했다.) 자신이 리건이라고 생각해보자. 예술의 경지를 뛰어넘고자 하는 거룩한 심미적 의도를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비록 분열증상의 정신병을 가졌지만, 욕망을 향한 광기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리건은 발가벗겨진 채 브로드웨이에 던져진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이런 면에서 리건이란 캐릭터는 상당히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마이클 키튼의 자전적 캐릭터라는 이유만으로 현실적이기 보다는, 이냐리투 감독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도 리건이란 캐릭터에게 현실감을 부과한 것이다. 기존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지만, <버드맨>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냐리투의 깊은 이해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끔 꾸게 되는 발가벗겨진 채 거리로 쫓겨나는 꿈을 보는 것 같았다.]





예기치 않은 무지의 끔찍함

영화 속에는 리건을 괴롭히는 갖가지 인물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가장 잔인한 최악의 인물을 꼽자면 평론가 타비타(린제이 던컨)를 꼽겠다. 리건이 무대 위에서 자살을 하자 타비타는 '예기치 않은 무지의 미덕'이라는 평론을 낸다. 여기에서 리건이 무대 위에 흘린 피가 브로드웨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극찬을 한다. 비록 픽션이기는 하나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평론 중에 최악의 평론이었다. 물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신념에 따른 평가이기도 하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이 평론이 최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타비타는 리건에 대해 "너는 예술가가 아니라 영화라는 포르노그래피나 찍어 내는 딴따라일 뿐이다."라며 비난한다. 그랬던 사람이 무대위의 자살이라는 스너프에 격찬을 보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 기가 찰 뿐이다. 이쯤 되면 죽음을 찬양하는 위선을 넘어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라는 끔찍한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의 자살이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전혀 없다. 우선 리건이 머리를 쏘고 난 뒤 관객에서 쏟아진 뜨거운 갈채는 리건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나온 것이다. 리건이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 뒤에도 그 앞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면 그건 미친놈에 불과할 뿐이다. 타바타의 평론 또한 커튼 뒤의 작품 외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쓸 수 있던 것이다.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병실에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제이크의 모습은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다. 이 작품이 다른 곳에서도 또 다시 전설이 되려면 그때마다 주연 배우를 총살시켜야 할 테니 말이다.

<버드맨>은 비평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편견들을 꼬집고 있다. 우선 앞서 언급한 언론 노답 3형제가 있다. 한 명은 무슨 뜻인지도 모를 고상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으며 뜬구름을 잡는다. 연출가에게 작품을 다루는 진솔한 의도를 묻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자신의 지적 우월함을 자랑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쪽은 고상하기라도 하지, 돼지 정액을 먹느냐는 쓰레기 가십거리를 물어보는 기자나 이슈만 밝히는 기자들을 보자니 머리가 절로 절레절레 흔들어졌다.(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니 '두 유 노우 김치?'가 떠올라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블록버스터에만 관심을 쏟는 대중들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그런 세태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관객의 눈이 뜨이는 과감한 장면을 삽입하여, 꼬집고자 하는 부분을 스크린과 관객사이에 현실화시켜 버린다. 나 조차도 그 장면에서 집중도가 급상승했으니 감독의 의도에 정확히 낚여버린 셈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술집에서 타비타와 리건이 나눈 대화라고 생각한다. 타비타는 영화를 예술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버드맨>이라는 영화 자체가 이러한 시각에 대한 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암전의 도입부부터, 편집을 극도로 배제하는 롱테이크도 이런 목적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열정에 대한 주변의 무시와 무지는 리건을 고립시키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시 리건의 자살로 돌아와 보자. 리건이 쓰러졌을 때 카메라의 시선은 관객을 향한다. 그의 죽음을 알 도리가 없는 관객의 무지는 과연 미덕이었을까? 죽음 앞에 박수를 보낸 사람들에게 그 장면이 예술의 신경지가 될지, 악몽과 죄책감의 발로가 될지 생각해보자. <버드맨>은 그것을 미덕이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지의 끔찍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비극을 환희로 착각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아카데미가 선택한 이유, 대중에게 멀어질 것 같은 이유

<버드맨>은 아카데미 4관왕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는 쾌거를 올렸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아카데미의 이러한(특히 이를 통해 <보이후드>가 버림받게 되는) 선택에 대해 다소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러한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원 테이크 연출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예술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은 매우 훌륭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영화의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사랑받았다는 생각이다. 예술가가 겪게 되는 스트레스들에 그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배우, 언론, 비평까지 한데 모여 현실감 있게 그려내니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대중에겐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로서도 인정받고자 몸부림치는 리건의 욕망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는 공감하였지만, 돌아이 배우나, 노답 언론, 악의적 평론가에게는 감정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보이후드>가 나에게는 훨씬 더 큰 울림을 주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무엇이 더 훌륭한지 우열을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변에 널리 추천하기에는 조금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여자에게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영화가 느닷없는 김치 논란으로 얼룩지는 것은 대단히 아쉽습니다. 영화 곳곳에 인종 차별적 요소들이 들어있지만 이것들은 등장인물의 성격이 형편없음을 드러내는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엠마 스톤이 역대급으로 이뻤고, 에드워드 노튼은 정말 밉상이었습니다.(내가 남자라 그런가...)

※ 사진 구글링 하다가 리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글을 발견했습니다.
http://www.zimbio.com/Beyond+the+Box+Office/articles/XNio6XNj50A/6+Deep+Thoughts+About+Birdman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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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OOBOY
15/03/15 01:53
수정 아이콘
전 샘(엠마 스톤)이 제일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이제까지 키워준 아빠를 무시하고,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는 배우와 키스를 했으며, 아빠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상에서 깨어났을 때 트위터를 들이민 개념 증발한 캐릭터. 그리고 리건과 독대하며 나눈 얘기들은 정말.....그리고 마지막 리건이 뛰어내렸을 때 아래를 쳐다보다 위를 쳐다볼땐 소름이 돋았습니다. `드디어 아버지가 전설적인 인물로 남게 되었구나. 그 아버지의 딸이 나야.` 그런 기분이 들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아 근데, 리건이 권총 자살 시도하고, 무대위에서 피 흘리고 쓰러졌는데 관중들이 박수 갈채를 날리는 장면. 뭔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혹시 킬러들의 수다 기억하셨던 분 계셨나요?
마스터충달
15/03/15 02:02
수정 아이콘
전 그래도 가족이긴 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리건과의 대화 이후에 미안해 하던 모습도 보였고, 특히 마지막에 라일락을 갖다준 걸 보면서(처음에는 싫어하는 장미를 갖다주죠.) 마음으로는 많이 화해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샘이 예술적 경지에 대해 별다른 자각이 없기도 해서 '아버지가 전설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끌어온 링크에서는 리건의 자살이 샘을 미치게 만들었다고 분석하더군요.
JISOOBOY
15/03/15 02:36
수정 아이콘
전 그냥 못 되먹은 년이라고 생각했어요. 꽃도 딱히 위안으로 준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냥 자신과 아버지와의 감정적 거리 해소 아니면 자신이 과거에 리건에게 했던 발언들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해 바치는 뇌물 정도로 밖에 비춰지질 않았습니다.

실제로 못 되먹은 년이라고 생각한 구석은 여기저기 있습니다. 처음에 연극 막이 오르기 전 꽃을 준비했을 때의 태도와 자살 사건으로 리건이 핫 이슈가 되니 돌변하는 태도, 연극계에서 잘 나가는 배우가 자신에게 다가와서 유혹에 가까운 공감을 해주자, 대뜸 입맞춤을 하고 이후로 계속적인 애정행각을 보여주는 장면, 대마초를 핀 정황, 아버지보고 별 볼일 없는, 연극 자체가 리건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치부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당신은 그냥 없는 존재라고 일갈하는 장면, 아버지가 죽을 뻔했는데 그 날 아버지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열어버리고, 아버지가 자살하려던 날 기분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표정 하나 안 바뀌는, 심지어 리건이 죽었다고 가정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매정한 년.

전설 부분은 그냥 표정이 그렇게 보였다구요. 실제로 샘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아니라요.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표정이었다는 겁니다.
제가 샘을 얼마나 재수없게 봤는지 아시겠죠? 크크.

하지만 이뻐.....너..너무 이뻐...흑흑...
마스터충달
15/03/15 02:43
수정 아이콘
샘을 정말정말 미워하시는 것 같네요. 근데 말씀하신대로 보니 샘도 리건이 죽음을 결심하는데 아주 큰 공을 세운거로 보이네요.

하지만... 너무 이뻐서.. 전 미워하기에는 좀... 크크
법대로
15/03/15 02:12
수정 아이콘
마침 저도 오늘 보고왔는데 리뷰가 올라왔군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제가 보았던 영화중에 최고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잘보았네요. 촬영기법은 영화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놀라울 정도였지만 그 얘긴 차치하고 메세지에만 집중해서 제가 느낀바를 말씀드리자면, 가장 영화의 메인이 되는 테마는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대중의 그야말로 천박한 인기와의 충돌이 아닌가 합니다. 곳곳에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느꼈는데요, 이를테면 초반에 반복되는 진정 사랑한다면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지라는 말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된 대중의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았고 이후 본문의 언급처럼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연예인으로서,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대중의 모습을 꼬집는 장면은 이후 나체활보나 자기에게 총을 쏘는 등 자극적인 것에 열광하는 대중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껍데기와 거짓된 인기에 주인공은 후각으로 상징되는 삶의 진실됨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보았고요. (꽃이란 누군가의 관심이자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꽃을 받게되자 그 향기를 잃어버린다는것이 인상적이었네요.) sns조회수 등도 다 무의미한 것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꼼이라고 느껴졌네요. 마지막에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너무 친절하게 메세지를 이해시키려는게 아닌가 싶었네요. 가장 명대사는 a thing is a thing이 아닌가 합니다. 엠마스톤은 정말 아름다웠구요!
마스터충달
15/03/15 02:1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부분과 함께 블록버스터 같은 연출이 보여지는 장면까지 합해서 천박한 대중의 관심에 대한 비꼼도 비중있게 다뤘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현학적이거나 위선적인 비평에 대한 비꼼도 있고요.
돈만 밝히는 제작자에 대한 비꼼도 있는 것 같고, 배우들에 대한 불만도 말하는 것 같고...
뭐 거진 모두까기가 아닌가 싶네요 크크
법대로
15/03/15 02:24
수정 아이콘
그래서 더 소위 셀러브리티들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자기들의 모습을 투영해서 볼수가 있게되니.. 어떤 만들어진 이미지를 위해 매일을 연기하며 자기 삶을 못살겠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메세지를 가장 공감할거같아서요. 더 사랑받고 싶어하는데 그들은 더이상 사랑하지 않을거라고 말하죠. (자막이 한글로되어 정확하게는 번역이 안됐더라구요.) 그에 반해 노튼은 배우들이 살고싶어하는 이상향 같은 느낌이었어요. 예술에서는 완성을, 삶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는 것. 엠마스톤이나 다른 여배우들은 좀더 우리네 인생과 가까운 느낌이었구요. 그래도 너흰 그대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야 하는?
마스터충달
15/03/15 02:31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마이크에 대한 리건의 감정에서 '질투심'이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네요. 자기가 받을 주목을 뺏어가기도 했고요. 전 리건 입장에 몰입해서 그런지 정말 밉상이었습니다;;
Cliffhanger
15/03/15 02:26
수정 아이콘
버드맨, 보이후드, 위플래쉬 세 작품을 전부 봤는데 보고나니 버드맨이 왜 상을 받았는지 납득이 가더라고요. 사실 전 리건이 죽는걸 4번 암시했다, 죽음으로써 인정받으려 했다 등등 '죽음'에 대한 메시지는 별로 흥미가 안가더군요. 죽든 살든 자기 혐오 및 비참함은 어차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가...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는 롱테이크에서 느낀게 많았던 것 같아요. 컷과 장, 막이 나뉘는 영화나 연극과 달리 인생은 모든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평론가에게도 얘기하죠. 당신네들이 고상한척 쓰는 글들에 삶 자체가 걸려 있는 사람도 있다고. 인생은 제 3자가 관찰하는 그럴듯한 비평이 아니라 '실전이야 이 xx아' 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리건의 비참함이 잘 보였던 것 같습니다. 뭐 알몸으로 뒷문에서 손가락 총을 들고 연기하는 모습은 더 말할 것 없는 명장면이구요. 좋은 영화였어요 버드맨.

별개로 보이후드는 메시지가 많이 부족해보였습니다. 10년의 긴 시간동안 찍은 것도 놀랍고 하나의 성과지만 단지 성장과 가족애만 담아서는 어필이 힘들지 않았나..싶었어요. 위플래쉬는 의욕 넘치고 에너지가 풍부한 영화죠. 갈등 구조도 선이 명확하고 뭘 말하고 싶은지 잘 알겠고 그걸 잘 전달했는데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구요. 전 버드맨처럼 완숙한 작품도 좋은데 뭔가 모자라도 패기 넘치는 영화가 더 좋은지라 극장가서 보려면 위플래쉬를 봐라! 해요. 어쨌든 3편 다 좋은 영화입니다.
마스터충달
15/03/15 02:40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저도 주변에 추천한 작품은 <위플래쉬> 밖에 없네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큰 울림이 있었던 건 <보이후드> 였습니다. 근데 지극히 개인적이라 주변에 추천하기는 좀 꺼려지더라고요. <버드맨>은 아무한테나 꼭 보라고 하기에는 좀....

'당신네들이 고상한 척 쓰는 글들에 삶 자체가 걸려 있는 사람도 있다.'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그런 처절함을 외면하고 삶을 포기하는 것에 예술혼을 느끼는 비평은 정말 무자비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Cliffhanger
15/03/15 11:38
수정 아이콘
보이후드는 지루한 영화, 버드맨은 너무 심오한 영화라고 타박 들을 수도 있어서..크크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겨도 좋은 위플래쉬 추천해줍니다.
개개인의 삶에 감정 이입해서 보면 세상 어디에도 좋은 것/나쁜 것으로 딱 잘라 규정할 수 있는게 없죠. 비평도 분명 예술가에게 큰 부담이 있긴하지만 비평 그 자체도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으니 중립적인 자세로 봐야겠죠.
BetterSuweet
15/03/15 02:57
수정 아이콘
전 톰슨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는데,
링크해주신 글에서 리건 톰슨이 죽음의 타이밍을 선택함으로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길을 택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수긍이 가네요.

조지 클루니 얘기를 꺼낼때도, 톰슨은 죽음 그 자체보다는 잊혀짐, 상대적 초라함을 더 두려워했죠.
평론가에게 극찬을 받은 후 자살을 택함으로써 전설이 되려했다고 할까요.

이와 별개로, 저는 이 영화가 영화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연극계의 선민의식(?) 또한 비판한다고 느꼈어요. 연기에 모든 것을 투영한 것처럼 보여지는 마이크지만, 그 또한 평론가를 의식하고, 프리뷰의 가치를 폄하하는 등 연극을 하나의 비지니스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곳곳에 드러나서요.

전 그래서,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지만 잃어버린 톰슨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고, 관심 받고 있는 제이크
의 구도로 보이더라구요.

맨몸으로 무대에 진입해 연기하는 씬은 정말이지 인상깊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5/03/15 03:05
수정 아이콘
전 죽음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높인다거나 전설이 된다는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리건이 자살로 내몰린 것은 외로움과 스트레스 때문이지 그런 숭고한 것으로 포장할 일이 아니라고 봤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포장하는 것은 한 인간의 삶을 경시하는 무자비함이라고 봤어요.

저도 연극계에 대한 항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도 예술이라고! 너네만 예술인 게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마이크가 '너희는 연극 망하면 영화찍으러 가면 되잖아!'라고 불평하는 부분도 있긴 했죠.
아리마스
15/03/15 03:45
수정 아이콘
저는 마지막에 샘이 웃는게,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고 충격을 받으면 실성하는듯한 ? 그런 표정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어쩌면 아버지가 보았을 버드맨 환상처럼, 지면에 피범벅이된 사체라는 사실을 회피하려고 어떤 하늘로 날아가는 아빠를 보면서 미소지은게 아닌가..
(애초에 대마하고 재활원에서 나올정도로 정신에 메롱메롱한 케릭터니)
타임트래블
15/03/15 04:37
수정 아이콘
리건이 예술혼을 인정받지 못해서 괴로워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려고 발버둥치기 위해 슈퍼히어로에서 "자 봐라, 나도 이런 예술적인 작품을 할 수 있는 멋진 배우야"를 인정받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인터미션에서 관객들이 "리건도 연기 잘 하네"는 리건이 듣고 싶었던 한 마디였을 겁니다. 그러나 술집에서 평론가의 한마디는 그런 자신의 정곡을 찌르죠. 자아가 쭈글쭈글해져버린, 그래서 멘탈이 깨져버린 인물의 극단적 선택이라고 할까요? 자살하려는 시도를 "기대하지 않았던 무지의 미덕"이라는 되도 않는 표현으로 격찬하는 걸 보면서 연극판에서 성공하더라도 과거 버드맨으로 성공했을 때의 길을 다시 걷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카메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 거라 봅니다. 별 다른 서스펜스가 없는데도 시종일관 관객의 숨을 죄어 오는 카메라와 음악, 연기들. 영화란 이런 거야, 이런 걸 보여줄 수 있는 거야를 완벽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제이슨므라즈
15/03/15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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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건은 죽었고 샘은 미쳤다가 맞는 결말 같습니다만 왠지 그렇게 끝나려니 너무 슬픈거같아서 아니라고 생각하고싶습니다.
마지막 리건이 뛰어내리기전 화장실에 들리고 그곳에 자신의 환상인 버드맨을 두고 나오죠.
아이러닉하게도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삶을 포기한시점에서 찾아온 사회적 성공의 공허함,
그나마 자신을 이해해줘야하는 주변인물도 엉망입니다.
힘들때 꽃하나 제대로 안사오던 딸이 알아서 꽃을 제대로사오고
베프는 자신의 안위보단 성공에 들떠있고
그나마 자신을 이해하는 아내는 이미 헤어진후죠.

그렇게 인생을 통달해버린 리건은 집착인 버드맨을 화장실 변기에 놓아버리고 창문으로 뛰어내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죽어버리면 슬프니까 전 득도해서 초능력자가 된거라고 믿을랍니다 ㅜㅜ
트롤러
15/03/15 05:23
수정 아이콘
보이후드가 아깝긴 했지만 버드맨을 보고 나서는 그럴 수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원테이크(처럼 보이는) 촬영 기법도 그렇지만 전조가 들어가듯 비트가 계속 들리는 게 정말 영화와 연극이 반쯤 섞인 것 같더군요. 저도 리건은 죽었고 샘은 환상을 보고 있는 결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애초에 마지막 장면 헷갈리라고 마리화나라는 암시를 계속 극중에서 보여준 것 같거든요.
김연아
15/03/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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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저 말 진짜 웃기네요. 무비스타, 브로드웨이로 날아오르다 크크크.

일단, 뭐 주제의식이나 스타일은 천지차이지만, 비슷한 정신상태를 묘사한, 우리가 잘 아는 훌륭한 영화가 하나있죠. 존내 쉬운 수학의 저자 존 내쉬의 일대기를 다룬 뷰티풀 마인드요.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명백한 타인이었고, 버드맨에서는 마치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버드맨에서의 리건 톰슨은 굉장히 정신분열적입니다. 보편적인 증상인 망상과 환각이 영화 전체를 휘감죠. 어쩌면, 마리화나에 대한 암시가 넘치므로 약빤 상황에 대한 묘사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어제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후반부가 통채로 환각이여. 어찌 권총자살하는데 코만 날라갈 수가 있단 말이냐(사실 이 부분이 좀 작위적이죠. 버드맨 가면대신 다른 가면을 씌우려고 좀 억지를 쓴 느낌이라)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기엔 제이크가 등장하네요? 젠장;; 그래서 아무리 곱씹어 봐도 자살 외에 다른 걸 생각하기는 점점 힘들어지네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다시 시도한 것도 그렇고, 리건 톰슨에게 어떤 정신적 케어나 서포트도 사실상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이걸 눈치채줄만한 부인은 이혼한 상태였다는게 문제죠.

그러나저러나 영화는 참... 롱테이크와 드럼 소리만으로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긴장을 이렇게 극대화시킬 수 있다니.. 정말 감탄하면서 봤씁니다.
마스터충달
15/03/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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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용 포스터 저 모양인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저건 좀 심하긴 합니다. 크크크
<위플래쉬>도 그렇고 <버드맨>도 그렇고 올 초에는 드럼이 압도적인 영화가 많네요.
Eternity
15/03/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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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내 쉬운 수학의 저자 존 내쉬'에서 혼자 빵터졌습니다 크크
김연아
15/03/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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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만화가의 표현을 베껴온 건데 너무 재밌어하셔서 이실직고합니다;;;;
15/03/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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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도대체 smells like fucking kimchi 는 왜 넣은 것인가..!!
BetterSuweet
15/03/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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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설정에서 그 꽃집이 한인가게라고 합니다. 캐릭터 묘사를 위해서는 적절한 표현같았어요. 반드시 한국일 필요는 없었지만
Eternity
15/03/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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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 않아서 자세한 얘기는 어렵지만, 리뷰 제목을 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라는 한국 영화도 떠오르고
두번째 단락(마지막 자살씬)의 묘사에서는 이상의 소설 '날개'가 떠오르네요.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의 마지막 죽음(?)이 애매하게 처리 되죠.

그건 그렇고 글을 읽으며, 아버지가 죽었는데 왜 하늘을 보며 미소지을까 싶었는데.. 리플들을 보니 '미쳤다'라는 해석이 대부분인 듯 하네요.
그렇게 놓고 보면 너무나 씁쓸하고 슬픈 엔딩이군요. 아버지는 죽고, 딸은 미치고.
곧내려갈게요
15/03/1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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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공허함이 (비록 원하는 방향은 아니였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느끼는 공허함보다 크지는 않을거라 생각해서
자살을 하진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화장실에서 버드맨 가면을 떨쳐버리는 것이 그 동안 집착했던 가치에 대해서 벗어나는 것을 상징했다면
창문 밖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비로소 자유로운 자아가 되는 리건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했어요.

리건의 다른 능력들은 "사실 리건이 초능력이 아니라 손으로 행하는 행위임" 이라는 정확한 묘사가 있지만,
나는 것에 대한 묘사는 "사실 뛰어내린 적도 없음" 이라는 묘사로 등장한 적도 (단 한번이지만) 있거니와...
삼공파일
15/03/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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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봅니다. 예술 영화적 오만함은 1%도 없이 100% 자기 색깔을 유지하면서 관객에게 짜릿함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리건이 자살한 건 간단하게 말해서, 브로드웨이를 진출한 이유가 버드맨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기 때문인데 실패했다는 걸 알고 죽은 거라고 봅니다. 이 영화에서 리건의 환각을 계속 교차 편집하지만 환각임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리건이 날아오를 일은 없겠죠.

그렇다면 왜 자살했냐는 건데 자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버드맨입니다. 버드맨은 과거에 대한 미련, 과거에 대한 후회 등을 상징하지만 그것들이 극한의 스트레스가 된 환각입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면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정말 웃기게 병원에서 코를 가리고 있던 붕대가 버드맨처럼 보이죠. 그리고 화장실에서 또 환각을 보고요. 이런 상태에서 멘탈이 남아날 수가 없죠. 현실적인 플롯에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는 버드맨의 위대함입니다.
마스터충달
15/03/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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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오만함을 지적하면서 스스로가 예술 영화적 오만함을 보였다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겠죠.
그런데 그런 표현을 만들었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굉장히 시니컬한 유머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엘핀키스
15/03/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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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뻘스러운 의문점들

1. 리건은 과연 무대에서 정말 자살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총을 쐈다면 코만 총격으로 인해 날아갈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합니다. 리건은 무대에서 자살을 실패한것이 아니라 애시당초 자살을 할 생각이 없었거나, 혹은 자살을 할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마음을 바꾼것이 아닐까요?
2. 마지막 병실씬에서 버드맨은 왜 변기에 앉아 있었을까요? 매일같이 리건을 쫓아다니며 종알종알 떠들어대던 그 버드맨이 변기에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왜 리건은 창 밖으로 뛰어내릴 생각을 했을까요? 버드맨에게 잘 있으라고 하고 창 밖으로 뛰어내린 것을 보면 자살을 의도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살이 아니라 정신이상으로 뛰어내렸거나 혹은 - 초현실과 현실이 모호하게 섞여있는 영화의 다른 장면들처럼 어디론가 날아갔다거나, 혹은 그냥 밖으로 나간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씬에서는 실제로 리건은 하늘을 날아 극장에 도착합니다. - 만 사실은 택시를 타고 갔었죠.)
3. 샘이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미쳤다고 보는것도 가능이야 하겠습니다만, 샘은 작중 내내 심한 정신 이상 모습을 보인적이 없습니다. 마약 중독의 전력이 있긴 하지만, 꽤나 현학적이면서 시니컬한 캐릭터일 뿐 정신이상 캐릭터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갑자기 미쳤다고 해버리기에는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죠. 바로 전까지 아버지 걱정하면서 꽃사들고 아버지 손잡아주고 꽃병 찾으러 간 아이가 갑자기 미쳐서 땅바닥에 떨어져서 짓뭉개진 아버지는 애써 무시하고 하늘을 바라본다?
4. 우리는 현실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리건의 초능력, 버드맨의 환상을 모두 정신 이상으로 인한 초현실적인 경험 정도로 생각하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장면들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사는 일반적인 현실세계과 영화에서 나타나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비단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건의 세계에서는 리건의 초능력이나 버드맨의 환상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일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세계에서 초현실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과 구분하지 않는 것에 따라 영화의 감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에서 나오는 다양한 상징과 행위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에 해석의 여지를 두었기 때문에 여운이 남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마스
15/03/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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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으로 재활원에 나올지 얼마되어있지만 아버지가 죽을걸 보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딸이 더 이상하지 않나요 ?
마스터충달
15/03/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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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에서 언급했다시피 리건의 죽음이 오히려 인간 심리에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가 자살실패를 계획했다면 이는 성공에 집착하는 광기 같은 것인데, 이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욕망으로만 바라보는 픽션에만 어울리는 해석이라고 봅니다. 영화 내내 이어진 불안과 압박의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고요. 그리고 혹여나 작품 의도가 그런 성공에의 광기에 있었다면 마지막 병실에서 제이크의 성공에 대한 망상에 리건이 적극 호응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자살 실패가 리건의 의도였다면, 병실에서 보여지는 상황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간 셈이었거든요.

2~3. 초현실적 묘사에 대해 꼭 리건이 죽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도 충분히 타당하다고 봅니다. 영화속 세계가 현실과 다를 수도 있고, 창 밖으로 나갔지만 추락사 하지 않았을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이렇게 바라볼 경우 1번에 대한 저의 해석, 즉 리건의 불안, 고립, 허무함과는 이어지지 않기에 저는 죽음을 맞이했다고 봤습니다. 결과에 맞추는 식이긴 하지만 샘이 아빠의 죽음에 비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많이 황당하지도 않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4. 자전적 캐릭터와 해당 산업 종사자의 눈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리얼리즘이 영화의 상당히 큰 장점이기 때문에, 초현실적 묘사가 가능한 판타지 세계를 구현한 것이라고 보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좀 부정적입니다. 영화의 결말도 기존의 픽션들이 인간을 입맛대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질타하는 듯한 느낌도 있고요.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상징과 해석의 여지가 널려있는 작품이라, 이 글이 저 혼자만의 뻘소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이를 용기있는 것으로 봐주시니 많은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영원한초보
15/03/15 21:54
수정 아이콘
엘핀키스님 해석에 많은 부분을 공감합니다.
특히 현실과 초현실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시에서 시적 표현과 현실적 표현을 따로 들어내서 구분하고 해석하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시로 보니까요.
버드맨에 정말 감탄한 건 이런 시적 표현을 영화적 표현으로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말에 리건이 하늘로 날아갔다는 것이 현실이냐 환상이냐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5/03/15 20:57
수정 아이콘
드디어 제 생에 최고의 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은데 너무 많아서 머리 속에서 정리가 잘 안되요 ㅜㅜ 크크
영원한초보
15/03/15 22:07
수정 아이콘
이 영화를 예술 비평의 관점으로 보지 않았고 죽음을 중요 요소로 보지도 않아서 제 관점하고는 차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번 더 보게 된다면 예술과 죽음에 초점을 맞춰서 봐야 겠네요.
저는 이 영화가 인생이 무엇인가라는 걸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항상 불안의 연속이고 비극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걸 희극으로 그리고 그래도 무언가 성취해냈을 때 멋지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걸보고 물위에 떠있는 백조가 생각났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우아하게 떠있지만 물속에서는 떠있기 위해 발을 엄청나게 젓고 있지요.
인생이랑 다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속을 들여다 보면 시궁창이지만 그래도 백조처럼 멋있게 떠있을 수 있으면 된거라고
이 영화가 비극인가 희극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결말 해석과 상관없이 영화는 비극을 희극으로 끊임없이 계속 표현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말도 희극이 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리건이 자신의 삶을 극복했기때문에 과거의 버드맨이 변기통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리건이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감독이 이를 보여주지 않은건 다양한 해석도 상관 없다라는 뜻 같았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도 우랑우탄이 진짜인지 엄마인지 해석은 관객의 자유였고요.
다람쥐
15/03/15 23:45
수정 아이콘
배우 선택이 정말 좋았습니다.
80년대말~90년대초의 배트맨 1,2 브루스 웨인 역을 맡았던 마이클 키튼이 한물 간 버드맨으로,
스파이더맨에서 남주 히어로와 로맨틱한 키스를 나누던 그웬 역의 엠마 스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마약중독자 샘으로,
괴물 킹콩이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나오미 왓츠는 세월에 그 미모가 빛을 바래고 미친 또라이 남친때문에 시달리면서도 간절히 브로드웨이를 꿈꾸죠
인크레더블 헐크의 브루스 배너를 맡았던 에드워드 노튼은 이 영화에서는 능력은 충만하나 제멋대로고 통제불능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배우 섭외를 통해 이 영화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아주 현실적이 되었습니다.
영화 시작할때 나체로 공중부양하던 리건의 가부좌 틀고 앉아 있는 몸은 좌우가 심각한 비대칭입니다.
과거의 강인한 히어로의 모습은 없고, 돈도 인기도 가정도 무너지고 껍데기만 남은 불안정한 상황을 비대칭적인 나신이 한번에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리건이 뛰어내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샘의 표정에서 저는 샘이 미쳤다기 보다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했다고 느꼈습니다.
아버지는 강박과 압박, 불안감과 환상에서 이제 완전히 자유로워졌고, 버드맨은 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서 숨을 거둘 수 있었으니까요
영원한초보
15/03/16 13:01
수정 아이콘
마이클 키튼 등짝이 많이 삐뚤어진거 보고 자세가 안좋구나 라는 생각했는데 고의적으로 틀었을 까요
나체 비대칭 이야기 하니 에드워드 노튼의 복근+똥배가 좀 충격이더라고요
몸은 근육질 같은데 똥배가 저렇게...내가 운동 열심히 해봤자 저렇게 되는건가라는...
15/03/16 00:01
수정 아이콘
저는 결말에서 리건이 죽었건, 죽지 않았건 큰 차이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실 리건의 자살은 영화 내내 너무나도 많은 암시들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좀 뻔한 전개였습니다. 영화 초반 연극의 배우 4명이 처음으로 무대에서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죠. [“입에 총을 물고 쐈는데 살아남았대”]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지금 보니 이 대사는 결말까지도 적용할 수 있는 복선인 것 같네요. “뛰어 내렸어도 살아 남았대” 가 가능해 지니까요.
뭐 어쨌거나 저는 영화 보면서 저 대사를 들은 이후엔 ‘아 그래서 주인공이 자살 하는구나? 언제, 어떻게 하는데?’ 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크크. 이후에 연극 엔딩이 리건이 맡은 역할이 자살을 하면서 끝나는 것을 보며 확신을 가졌고, 중간에 마이크가 총을 좀 더 리얼한 것으로 바꿔달란 주문은 너무 불필요한 확인 사살이었죠. 그래서 병실로 장소가 바뀌었을 때 ‘어? 안 죽었어?! 근데 병실 창문이 크네? 뛰어 내리겠네?’ 싶었습니다. 크크크 그 만큼 리건 이라는 인물의 죽음이 너무 당연하게 와 닿았어요.

그럼에도 병실 씬을 보면서 감독이 정말 똑똑하다고 느낀 것이.. 이 장면으로 리건의 죽음이 무대에서 끝까지 사랑을 갈구하던 채로 죽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갈구하던 모든 것들을 성취, 극복한 이후에 버드맨 목소리, 즉 자기 자신의 욕망에게 작별인사를 한 이후에 온전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되었거든요. 그렇다고 리건이 죽었다고 보는 것은 아니고 [뛰어내렸으나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로 볼 수 있겠네요. 아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샘의 웃음소리 뒤로 앰뷸런스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이 역시도 뛰어내려서 떨어졌다는 증거일 수 있겠죠. 다만 그냥 곧이곧대로 떨어졌다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리건이 뛰어내리기 직전에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을 보여준 것처럼 리건도 자유롭게 날아올랐다는 일종의 은유로 보아야겠죠. 사실 이제와서 리건이 진짜 초능력이 있었다고 믿는 건 좀 넌센스같아요.

다만 영화의 진 엔딩인 샘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는 장면으로 보자면.. 잘은 몰라도 단연코 미친 것은 아닙니다. 영화 내내 샘이 미쳐있다는 증거도 없지만 아빠의 죽음을 보고 미쳤다는 것도 쌩뚱맞죠. 샘이 짓는 표정은 기쁨과 환희와 경외에 가득찬 표정인데 이는 리건이 뛰어내리기 직전에 이룩한 해탈, 초월, 득도(??)의 경지가 딸인 샘의 얼굴을 통해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해피엔딩과 배드엔딩 중에서 굳이 고르자면 -리건이 죽었다 하더라도- 너무나 명백한 희극이라고 봅니다.

저는 정말 엠마 스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전율이 느껴지며 소름 돋았어요. 이 감독 진짜 천재다 싶더군요. 게다가 엠마 스톤의 마지막 웃음 소리가 아직도 귀에서 맴도네요.. 이제껏 본 영화들 중에 최고의 엔딩이며 꽤 오랫동안 엠마 스톤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언니 날 가져요! (언니가 아닌가?..)
15/03/16 00:11
수정 아이콘
그리고 기타 소소한 얘기거리는..
엠마 스톤의 김치 발음이 너무 좋아서 놀랐고 크크크
김치가 이렇게 유명한 음식인가 싶어서 기분 좋았고 크크크크
엔딩 크레딧에서 배우 이름이 올라오는데
리건 톰슨, 샘 톰슨, 다음으로 세번쨰로 코리안 그로서리가 나와서 읭? 싶었고 크크크 (지인은 못 봐서 확실치가 않아요 ㅜㅜ 혹시 보신 분 안 계신가요?)
또.. 왜 이 영화가 19금 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것?

정말 하고픈 말들이 너무 많은데 제 머리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질 않네요 ㅜㅜ
백예린
15/03/16 00:56
수정 아이콘
엔딩크레딧을 보지는 못했지만 punctum님이 보신게 맞다면 아마 영화에 등장하는 순서대로 크레딧을 나열했기 때문이 것 같네요. 극 초반에 바로 그로서리 스토어가 나오니.
15/03/16 07:58
수정 아이콘
욕설, 섹드립, 권총자살 등도 있지만 중간에 리건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는게 제일 큰 문제일겁니다.
스칼렛
15/03/16 01:01
수정 아이콘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생각나더라고요. 극장이 배경, 극중극-극-현실의 다층적 구조, 마술적 사실주의, 진한 오너캐 냄새, 쩔게 재밌음 등등....
무엇보다 결말이 그렇죠. 쓰여진 대로라면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그 분'의 인도를 받아 하늘로 올라 주님 곁에 거하겠지만, 마술적인 장식을 벗겨내고 보면 결국 아무 것도 극복하지 못한 채 동반자살한 거잖아요. 전 둘 중 하나가 진짜 작가의 의도거나 뭐 이런 게 아니라 둘 다 진짜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버드맨'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란파괴왕
15/03/17 01:04
수정 아이콘
그냥 초인이라고 생각하니 두배쯤 재밋는듯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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