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한 기대감이 굉장히 크다. 강정호는 역대 유격수 중에서 이종범 이후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보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가 때려낸 40개의 홈런은 유격수가 때려낸 홈런 중 가장 많은 홈런이며(2위는 97이종범 30홈런), 117타점 또한 유격수의 타점 중 가장 높은 타점(2위는 03홍세완의 100타점)이다.
그리고 강정호는 유격수로는 이례적으로 한 자릿수의 에러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에러를 범하고 말았다. 아이러니.) 사실 에러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없는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자릿수의 에러는 상당히 대단하다고 봐야한다. (슬프게도 유격수에 대한 수비 데이터는 한국에서 구할 수가 어려웠고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간신히 필딩률만 얻어올 수 있었다.)
- 일본산 내야수의 미국행
유격수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수 포지션에 가장 먼저 도전한 타자는 나카무라 노리히로였다. 그는 1992년 긴테쓰 버팔로즈에서 데뷔한 거포형 3루수였다. 전 내야의 수비가 가능하면서도 동시에 30개의 홈런을 쳐낼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졌던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전 6년간 상당한 공격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2002년부터 오른발의 상태가 굉장히 못한 상태였다. 2003년, 오른쪽 무릎 반월상연골 파열 진단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출전을 강행하였고 결국 부상으로 .236 23홈런이라는 그답지 않은 기록을 남긴다. 결국 6월에 진단받은 병을 10월이 되서야 수술을 받았으며, 이는 성적 부진에 직결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게 그는 2005년에 메이저리그 행을 강행하였고 LA 다저스로 입단하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17경기 5안타 .128 .171 .179). 트리플 A에서는 리그 17위인 22홈런을 기록하였지만 .249라는 저조한 타율과 20개의 에러를 범하였다. 그는 "이 정도면 최고성적인데 왜 마이너로 떨어졌는지 납득이 안간다."는 이해 안가는 말(?)을 하며 결국 일본 야구계로 복귀하였다.
루키 시즌을 제외한 그의 수비력은 매번 리그 평균에서 평균 이상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2루수 장인이라는 오해를 살만큼 2루를 제외한 어떠한 포지션에서도 뛰려 하지도 않았다. 냉정히 말해서 그의 타격 능력은 수준급 2루수라고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수준이었다. 덕분에 포지션 전환을 제의하는 모든 감독들의 의견을 거절하였고 어깨 부상 등의 난조가 겹쳐 결국 일본으로 돌아왔다.
일본에 와서는 RF/G 5.68이라는 엄청난 수비 범위를 보여주며 대활약. 공격력 또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리히로가 실패하고 돌아왔지만 다다히토는 엄청난 성공의 가능성을 일본 야구팬들에게 심어주었다. 비록 일본에서 있던 것처럼 '최고의 2루수'로써 주목받지는 못할지 언정 한 명의 충분한 팀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둔다면 말이다.
다시금 성공의 가능성을 내민 것은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3루수인 이와무라 아키노리이다. 1998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데뷔한 그는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는 호타준족의 3루수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나 가면 갈수록 장타력이 빛을 발하면서 실로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데뷔 두 시즌동안 그의 공격력은 상당했다. 스왈로즈 때와 같이 홈런을 무지막지하게 때려내는 거포는 아니었지만 2년간 2루타를 51개, 3루타를 19개 때려내는 중거리형 히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거기다가 오히려 NPB 때에 비해서 수비 지수인 필딩률과 레인지 팩터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공수 양면으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대비 엄청난 효율을 내는 깨알같은 선수를 얻어온 셈.
하지만 2008년 이후 2루수로 전환을 시도한다. 3루수 자리에 에반 롱고리아라는 거대한 산이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첫 해에는 .990 이라는 리그 평균 이상(.987)의 수비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체력 저하로 인한 한계를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다소 불안한 수비를 보여주던 중, 5월에 슬라이딩을 당하면서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진단을 받고 만다. 무릎에 충격이 많이 가는 내야수의 특성상 십자인대 파열은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깨알같은 공격력과 좋은 수비력으로 하위타선에 보탬이 되던 그에게서 수비력이 빼았겼다면, 더 이상의 필요성이 없어져버린 셈이었다. 결국 2010년에 피츠버그와 오클랜드를 오가며 .173 .285 .250의 저조한 성적을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오고 만다.
여기까지는 모두 2루수 혹은 3루수로 활약한 선수들이었다. 성공의 가능성을 어디다 두어야할지는 애매하지만 "일본의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소리를 듣던 위치에서, 단순히 한 명의 팀원 역할"을 성공이라고 판단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일본처럼 리그를 씹어먹어야지. 못해도 마쓰이나 구로다 정도는 해야되는거 아님?" 이라고 한다면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겠지 말이다.
그러면 이제 유격수 쪽으로 넘어가도록 해보자. 역시 마쓰이 가즈오를 빼놓고 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마쓰이 가즈오는 내야수 중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의 문턱에 도전한 타자였다. 마쓰이 가즈오는 거의 일본의 이종범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1996녀부터 2003년까지 쉴틈없이 경기에 전부 출장하였으며 그 와중에 최다 안타 2회, 도루왕 3번에 성공한 적이 있으며, 30-30 1회, 20-20 2회 성공 경력, 강한 어깨까지 겸비한 최고의 유격수였다.
[가즈오의 최근 5년 성적] 1999년 : 135경기 178안타 15홈런 32도루 .330 .389 .482 *베스트 나인 2000년 : 135경기 177안타 23홈런 26도루 .322 .372 .560 *베스트 나인 2001년 : 140경기 170안타 24홈런 26도루 .308 .365 .496 *베스트 나인 2002년 : 140경기 190안타 36홈런 33도루 .332 .389 .617 *베스트 나인골든 글러브 2003년 : 140경기 179안타 33홈런 13도루 .305 .365 .549 *베스트 나인, 골든 글러브 *(1998년 MVP 수상) 그가 2004년에 뉴욕 메츠에서 처음으로 유격수의 문을 두드렸을 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그는 유격수로 110경기에 나와서 Fld% .956, RF/G 4.52 로 다소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만다. 수비 범위는 평균 이상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필딩률이 지나치게 낮게 나온 것. 결국 뉴욕 메츠는 그를 한 시즌만 유격수로 사용하고 곧바로 2루수로 전환시킨다.
2004년 : 114경기 125안타 7홈런 14도루 .272 .331 .396 2005년 : 87경기 68안타 3홈런 6도루 .300 .352 .652 ...
그리고 그는 2011년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기를 결정하였다. 하지만 한 시즌 쓰고 두 팔 벌리게 만들었던, 2루수로 전환을 곧바로 시켜야만 햇던 그의 수비능력은 일본에서는 사기적인 수비능력이었던 것이다.
또한 2011년에 그의 나이는 만 35살. 2004년에는 만 28살이었다. 내야수의 하드웨어는 젊을수록 좋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차이였다. 가즈오의 수비 능력이 드러나자 메이저리그의 유격수 영입 시도는 더욱 더 소극적으로 변했다. 다만 가즈오가 2루수로 전향하면서 또 쏠쏠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2루수나 3루수 영입에 대한 시선의 변화는 오히려 좋아졌다.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도전은 가즈오가 돌아오자마자 이루어졌다. 바로 쓰요시 니시오카였다. 쓰요시는 이전까지 나왔던 야수들과는 다르게 공격력은 화끈하지 않았지만 깔끔한 수비능력과 나쁘지 않은 공격력으로 오히려 주목받았으며, 본인의 가능성을 보아 도전한 케이스였다.
그 역시 2011년에 유격수로 기용되었지만 공수 양면에서 평균 이하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곧바로 2루수 전향이 시도되었다. 결국 2012년에는 유격수로는 단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도전을 하고 있는 유격수는 단 한명이다. 바로 가와사키 무네노리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올타임 유격수인 그는 빠른 발을 가졌고 배트가 적극적으로 나가는 유형의 타자였다. 그가 주목받은건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큼 강한 수비력을 가진 그였다.
그마저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년차,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년차 유격수로 경기 중 절반 정도를 뛰어보고는 대부분의 남은 경기를 2루수로 출전하였다. 공격력은 절망적으로 변했으며 필딩률은 보존하고 있으나 낮은 RF로 보건데, 수비 시도 자체가 줄은 탓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역대 유격수로 뛴 일본인 내야수는 단 한명도 유격수 포지션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대부분이 2루수로 전향하였다. 2루수나 3루수의 경우에는 타격 능력에 따른 경쟁력을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격의 경우, 일반적으로 0.2 정도의 OPS 저하(출루율 5푼, 장타율 1할5푼)를 보였으며 수준급의 타자도 평균적인 조정 OPS(100 전후)를 기록하게 되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전반적으로 NPB에 만연한 투고타저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전후로 조정OPS가 25~30가량 떨어졌다. 강정호가 30 정도의 조정 OPS가 하락한다고 가정한다면, 조정OPS 수치는 160이 될 것이고 아마도 3할 후반대의 출루율과 5할 초반대의 장타율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판단된다. 대략 117경기에 출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120개의 안타와 25개의 홈런, 2할8푼7리 정도의 타율이 예상되었다. (.287 .395 .529) 강정호의 가상 성적은 이와무라 아키노리와 비슷한 성적. 조정 수치를 감안한더라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의 평균 수준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수비이다. 강정호의 2014년 필딩률은 0.983.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 활약한 내야수가 없는 탓에 필딩 예측이 어렵지만 그 또한 '유격수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판단된다. 강정호의 루키 시즌 성적으로 대부분이 2할7푼의 타율과 15개 정도의 홈런을 예상했다. (이는 다다히토가 처음에 기록했던 수치와 비슷하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투고타저 현상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성공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강정호의 팀에는 닐 워커라는 실버슬러거 2루수가 있다. (.271 .342 .467, 139안타 23홈런). 피츠버그의 조디 머서는 타격은 나쁘지만 수비에서는 다소 안정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는 유격수이다. 강정호는 지금의 예상을 깨고 공수 양면에서 더욱 더 활약할 필요가 있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성공의 무게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서, 강정호가 성공을 했는지 여부는 굉장히 달라진다. 로빈슨 카노나 트로이 툴로위츠키 정도의 내야수를 바라는거라면 실패의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은 것이고, 단순히 주전 내야수가 성공이라고 본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지는 것이다. 강정호는 분명히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이고, 그 범위를 일본으로 넓힌다 하더라도 누구도 성공한적 없는 도전이다. 그저 국뽕 한 번 거하게 들이키고 잘되기를 비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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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워커가 연봉조정 대상자가 되었기 때문에 트레이드로 팔고 강정호의 자리를 줄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닐 워커는 피츠버그에서 오랜만에 나타난 로컬보이이고 구단 입장에선 맥커천 다음가는 프랜차이즈로 키울 플랜도 가지고 있는걸로 압니다. 결국 2루수로서의 전향도 그리 만만하다는 얘긴 아니죠.
결국 첫 해는 내야 유틸로서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주면서 타격면에서 OPS .700정도를 찍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 보여집니다. .700도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저 정도가 안 된다면 굳이 강정호를 어느 포지션에 박아놓고 키울 이유가 없죠. 그리고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유격수 주전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수정 : 워커의 연봉조정이 올해 끝나고인줄 알았는데 올해 이미 진행됐고 구단이 이겼네요. 그러면 트레이드로 팔릴 가능성도 낮진 않네요.
그들이 강정호를 왜 데리고 왔는지 먼저 생각해야죠.
하위리그에서 40홈런을 치는 내야수라서 강정호를 포스팅으로 데리고 온거죠.
타격에 포커스를 맞췄야되요.
강정호도 수비보다 어떻게 공격력을 보여줄지 고민을 해야 된다고 봐요.
메이져도 빠따만 잘치면 수비에서 -를 하던 말던 쓰고 어떻게든 쓰고 자리를 내주죠.
물론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씀입니다만, 문제는 벅스의 포지션 문제죠. 수비가 약한데 타격이 괜찮아서 포지션 이동을 하는 경우는 수비가 약해도 되는 포지션에 확고부동한 주전이 없어서 거기에 대신 넣거나(ex : 핸리 라미레즈) 보스턴이나 다저스시절 매니처럼 진짜 리그 MVP급으로 타격실력이 절륜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리를 만들어주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현재 벅스의 야수 포지션은 거의 다 찼고 유망주들의 뎁스도 제법 되는 걸로 압니다. 그렇다고 강정호가 첫 해부터 리그 MVP급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폭격할 정도의 타격 실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수비가 강해야 한다는 얘기가 수비형 선수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라, 강정호는 일단 메이저에서 자기 포지션을 찾는게 1차 목표이므로 수비로 그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에 가깝습니다. 벅스는 NL리그 팀이니까요. 당장 강정호가 타격에서 아무리 분발해야 현재 벅스의 주전 2,3루수를 타격면에서 압도하긴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