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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09 13:55:40
Name 임개똥
Subject [일반] [잡담] 여자 사람과 대화하며 살아가는 방식 - 마지막 관문에서의 실패 경험담
저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 사람, 즉 와이프와 3년째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유부입니다.

요 며칠 와이프가 거실에 놓을 아기놀이매트를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었죠.
두어가지 상품을 놓고 고민을 하다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
와이프: 오빠 A브랜드가 있고 B브랜드가 있는데 뭘 살까? 사람들이 둘다 좋다고 하네? (대화의 초입입니다. 여기선 어떤 대답을 해도 상관이 없는 단계)
저: 응, 좀더 추천 많은 브랜드가 어떤건데? (저는 신중히 대답을 합니다.)

와이프: A가 좀더 유명한것 같은데 많은데 얘는 소재가 폴리이고 B는 추천이 좀 적은 대신에 소재가 천이라네? 근데 둘다 좋대.
저: 응, 그럼 그냥 추천많은 A로 하자. 그걸로 사면 실패는 안할꺼야.

와이프: 그래? 근데 천 소재인 B가 애기 한테 더 좋지 않나? (네.. 와이프는 원래 맘속으로 B를 정해놨었습니다. 저는 윗 단계에서 그걸 눈치채지 못했네요.)
저: 아~ 그렇겠네. 아무래도 애기가 쓸거는 천이지. 그럼 B로 하자!

와이프: 그래? 하지만 금방 헤지지 않나? (이 질문은 A가 사고싶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에게 본인이 맘속으로 정해놓은 천 소재인 B를 골라야하는 추가적인 이유를 가져오라는 얘기입니다)
저: 에이~ 그래도 역시 애기가 쓸건데 천이 좋지. 천으로 하자.

와이프: 그렇지? 흠, 그럼 무슨색으로 할까? 베이지색이랑 남색이 있는데?
저: 남색이 낫지 않을까? 아무래도 때탈수도 있으니 (와이프의 의중을 눈치채지 못한채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와이프: 그래? 근데 남색은 왠지 안이쁜것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와이프는 베이지색을 원했습니다)
저: 아.. 그렇지. 아무래도 남색은 집이 칙칙해져. 베이지로 하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답해야 합니다)

와이프: 때타면 어떻게 하지? (빠직 --+ 흠, 침착해야 합니다. 와이프는 베이지색을 원합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다시 베이지색을 사야하는 추가적인 이유를 제공해야 합니다)
저: 아냐, 베이지색이 밝고 애기 정서에도 좋을꺼야. 그리고 자주 닦아주면 때도 많이 안탈꺼야. 베이지로 하자.

와이프: 그래! 좋아~ 알았어. 룰루랄라~

(네, 힘든 QnA가 끝냈고 와이프를 만족시켰습니다. 하지만......)

와이프: 결제해야되네. 일시불로 할까 할부로 할까?
저: (빠직) 그건 알아서해 (네... 제가 실수했습니다. 아무리 와이프가 경제권을 쥐고 집안의 현금흐름을 저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일시불/할부 둘중에 하나를 말했어야 합니다).
와이프: 응, 알았어. 얘기하기 귀찮다 이거지?
------------------------------------------

네... 이렇게 긴 QnA 끝에 저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와이프를 실망시킨 남편이 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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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09 13:59
수정 아이콘
위추드려요.
흰코뿔소
15/02/09 14:00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신게 아니라 이미 중간부터 영혼없는 대답을 눈치채신듯...
제 와이프도 본인의 쇼핑 문제를 남편과 함께 풀고 싶어합니다. 그걸 즐거워하고, 그래야 고민의 결론을 쉽게 내리나봐요.
저는 상대적으로 솔직하게 내키는대로 대답을 쉽게 합니다. 제 와이프는 제 물건보는 안목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자바초코칩
15/02/09 14:03
수정 아이콘
와이프: A가 좀더 유명한것 같은데 많은데 얘는 소재가 폴리이고 B는 추천이 좀 적은 대신에 소재가 천이라네? 근데 둘다 좋대.
저: 응, 그럼 그냥 추천많은 B로 하자. 그걸로 사면 실패는 안할꺼야.

와이프: 그래? 근데 천 소재인 A가 애기 한테 더 좋지 않나? (네.. 와이프는 원래 맘속으로 A를 정해놨었습니다. 저는 윗 단계에서 그걸 눈치채지 못했네요.)

본문에서 여기 대화가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천소재는 B인데 왜 A라고..??
임개똥
15/02/09 14:06
수정 아이콘
정신 분열이 왔었네요. 수정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5/02/09 14:04
수정 아이콘
저도 위추 드립니다.
Lightkwang
15/02/09 14:12
수정 아이콘
이렇게 또 글로 배우고 갑니다!!!
눈치가 생명이군요!!
포스트잇
15/02/09 14:18
수정 아이콘
아 너무 복잡... 그냥 흥미없으면 아내보고 고르라고 하고 네 선택이니까 다 좋을거야~ 이러면 안되나요? 라고 생각하는건 제가 미혼자라서 그렇습니까? 크크.
임개똥
15/02/09 14:24
수정 아이콘
자기 주도적인 와이프분을 만나시면 그런 방식이 훨씬 좋을꺼에요.
제 와이프는.. 네.. 서두에 쓴대로 지극히 평범한, 가장 분포가 많을 듯한 유형의 여자사람 입니다.
열혈오타쿠
15/02/09 15:16
수정 아이콘
유부남은 아니지만 [와이프: 응, 알았어. 얘기하기 귀찮다 이거지?] 를 제일 처음에 끄집어 낼수 있는 답변...
참고로 이런 타입의 남자도 그냥 계속 꾸준히 이래오면 원래 이런다 싶어합니다. 제 친구들이 이런 애들이 꽤 많아요

여성이 삐지는거에 둔감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분들은 차라리 이러고 바가지 긁히는게 속편할수도..
포스트잇
15/02/09 15:23
수정 아이콘
크크 저 과정을 다 거치고 듣느니 처음에 듣는게 제일 편하지 않나요? 근데 제가 만난 애들이 별로 자기주도적인 편이 아니었는데 저렇게 서로 익숙해지면 딱히 의지하는게 없어서 편한데... 편한데... 그래서 미혼이....?!
흰코뿔소
15/02/09 15:18
수정 아이콘
미혼자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그래서 미혼일지도?!!
메모박스
15/02/09 14:20
수정 아이콘
나중엔 왜 내 말대로만 하고 자기 의견은 없냐고 뭐라 하죠 글쓴분의 예시에서 보이듯 분명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고 있는데 자기 귀에 안들리는거면서..ㅠㅠ
임개똥
15/02/09 14:22
수정 아이콘
저 대화속에서 그런 느낌을 안받게 얘기하는게 아무래도 key skill이죠. 저도 아직 내공이 부족합니다 ㅠㅠ
꽃보다할배
15/02/09 14:49
수정 아이콘
피자 사건이 떠오르네요 99번 잘해도 한번에 당하는게 일상입니다 전략을 바꿔서 99번 버리고 임펙트 한번으로 승부보세요 100번은 이혼사유니 줄타기 스킬이 중요합니다
The Seeker
15/02/09 15:1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또 배웁니다
종이사진
15/02/09 15:30
수정 아이콘
어차피 저는 결정권자가 아닌 결제권자일 뿐이라...
15/02/09 15:34
수정 아이콘
요즘 겪고 있는 일인데 폭탄 지고 지뢰밭을 지나는 느낌입니다. ㅠㅠ
15/02/09 16:20
수정 아이콘
아 어쩌면 다들 이리 똑같은건지....매일매일이 퀘스트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쇼 라즈니쉬
15/02/09 18:27
수정 아이콘
위추드려요
에이핑크초롱
15/02/09 19:0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역시 혼자 살아야겠네요.
python3.x
15/02/10 01:31
수정 아이콘
초롱이 같은 처자가 같이 살자고 한다면?
에이핑크초롱
15/02/10 02:11
수정 아이콘
그럴 일이 없으니 혼자 살겠네요ㅠㅠ
스웨트
15/02/10 02:03
수정 아이콘
... EOD 이신가요..? .. 이게 일상생활이여 폭탄해체 작업이여..
15/02/10 06:16
수정 아이콘
위추드려요
김태연아
15/02/10 12:18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그리고 전 자기주관이 없는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The Seeker
15/02/10 15:53
수정 아이콘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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