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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23 10:35:11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오빠. 다음엔 너라고 부를거야.


함께하는 한숲 방문 후기입니다.

--------------------

그 곳에서 저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아인 땡땡양과 오붓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물을 당일에 구매해야 하는 경우라, 제가 데리고 움직여야 했거든요.


하지만, '저런 수상쩍은 성범죄자같은 인간과 여아를 단 둘이 둬서는 안된다' 는 한숲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단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고,
pgr측 자원봉사자인 julia님께서 감시역으로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

땡땡양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오빠, 오늘 저 선물 뭐 좋은거 사주실거에요?"

저는 답했습니다.
"우리 꼬마아가씨가 원하는 것이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어 ♥"



소녀는 게임기가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기는 비쌌습니다.

소녀는 자전거가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도 비쌌습니다.

저의 달콤했던 호언장담은 순식간에 뻘소리가 되었고, 땡땡양은 시무룩해졌지요.



보다못한 julia님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금액이어야 해. 그래야 네가 질투로 인한 집단구타를 피할 수 있어"

땡땡양은 완전 잘 이해된다는 표정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친구들이 받은 선물과 비슷한 가격대의 선물로 결정을 했습니다.

역시, 아이를 상대로 할 때는 진솔한 협박이 가장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

선물을 나름 마음에 드는걸로 고르긴 했지만,
그 것 역시 타협의 산물.
마음의 장바구니엔 아직 결재하지 못한 선물이 남아있음이 틀림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땡땡양에게 말했습니다.

"아까전에 온 아저씨들 중에서 대장 아저씨 있지?
그 아저씨가 덜 부자라서 땡땡이한테 비싼걸 못 사준거야. 그러니, 이게 다 그 아저씨 탓이야."

땡땡양은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를 원망하겠다고 저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canoppy님입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하셨죠.



하지만 땡땡양은 착한 아이였습니다.
비록 처음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선물을 줘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감사인사는 나한테만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고,
땡땡양은 다른 그 누구에게도 감사하지 않지만, 오빠는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볼 땐 너라고 부를께" 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쉬운 표정으로 "난 여자가 있는데" 라고 답해줬죠.

소녀의 순정도 소중하지만, 내 목숨이 더 소중한거니..

---------------------------------------

사실, 저런 세세한 묘사의 진위여부는 별로 중요치 않으니 참고만 하시고..

중요한건 오붓하게 소통하기 좋은 상황이 얻어걸려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혼자 한숲에 불시에, 뜬금없이 찾아간다고 해도 절 아는척하며 반겨줄 아이가 적어도 한 명은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10년 후에 그 아이는 미인으로 자라서 저의 페북 친구가 될겁니다


에.. 여튼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다면..

저에게 한숲 자원봉사는 시작하는 계기가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촌 아저씨가 서울로 나가서 술한잔 하고픈데 있어서 무척 좋은 명분' 으로서 제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술자리까지 모든 것이 참 행복한 주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준비과정에서 여기저기 협찬을 받으면서 기약해놓은 술자리 역시 좋은 핑계가 될 것입니다.
(정말 쌍피먹고 두꺼비 뒤집고 판쓸이까지 한 기분?)


여러분,
봉사하세요. 두번하세요.
특히 유부남은 꼭 하세요.
좋은 일 하러간다고 하면 어지간하면 먹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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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3 10:40
수정 아이콘
음..어..아... 수고하셨습니다.
켈로그김
14/12/23 10:54
수정 아이콘
음... 분명 좋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잡혀갈거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신예terran
14/12/23 10:42
수정 아이콘
경찰아저씨 여기요!!
켈로그김
14/12/23 11:57
수정 아이콘
여기, 내 마음을 훔친 도둑이 있어요.
14/12/23 10:46
수정 아이콘
오...오빠....;;;;
켈로그김
14/12/23 11:57
수정 아이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더군요..
윤가람
14/12/23 10:47
수정 아이콘
어디보자 경찰 신고 번호가....
켈로그김
14/12/23 11:58
수정 아이콘
내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는 486..
모여라 맛동산
14/12/23 10:50
수정 아이콘
"너라고 부를게."라니. 크크크크
켈로그김
14/12/23 12:08
수정 아이콘
결코 제가 만만해보여서 그런게 아닙니다?
無識論者
14/12/23 10:50
수정 아이콘
난 여자가 있는데~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켈로그김
14/12/23 12:14
수정 아이콘
자꾸 이러면 내 목숨이 위태로운데..
더스번 칼파랑
14/12/23 10:50
수정 아이콘
음 무슨 크리스마스 시즌이여서 달달한 글인줄 알고 염장을 지르나 해서 와봤더니 이런 아청아청한 글일 줄이야!!!
켈로그김
14/12/23 12:17
수정 아이콘
이 글이 사실 봉사활동 후기글이라 훈훈한 글인데.. 훈훈하지가 않네요;;
王天君
14/12/23 10:51
수정 아이콘
엉큼하고 교활하네요.
켈로그김
14/12/23 12:18
수정 아이콘
그런 어른도 있다는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4/12/23 10:51
수정 아이콘
지금 여기서 표현이 맛깔나다고 느끼면 같이 잡혀가야하는 건가요크크크
켈로그김
14/12/23 12:21
수정 아이콘
잡혀가시는 길 손수건 흔들며 배웅해드릴께요;
DarkArmor
14/12/23 14:33
수정 아이콘
배웅하는게 아니라 손잡고 같이 가시는거 아닌가요?
14/12/23 10:55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고학년이면...음...성장에 따라 충분히 위험할수도 있...
경찰아저씨 여기요!! 여기예요!!!
켈로그김
14/12/23 12:22
수정 아이콘
제가 일찍 결혼했으면 그만한 딸이 있었겠죠 아마도..
딸을 둔 부모 입장에서 저같은 놈을 도저히 가만히 둘 수가 없네요;
노틸러스
14/12/23 11:05
수정 아이콘
어쩐지 차타고 나가서 늦게 오시더라..
켈로그김
14/12/23 12:23
수정 아이콘
길을 몰라서..
에바 그린
14/12/23 11:06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 이브 이브를 앞두고 제목만 보고 부들부들했는데, 부들부들이 아니라 철컹철컹이 필요한 게시물이였네요.
켈로그김
14/12/23 12:25
수정 아이콘
꼬마아가씨 나중에 보자구~(찡긋)
스테비아
14/12/23 11:11
수정 아이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유머인가 현실에서도 혼미하게 만드시는 분...ㅠㅠ
감시역 동행인의 진술을 요청합니다!
켈로그김
14/12/23 12:26
수정 아이콘
본문에 진실인 부분은 아마 간신히 두자리퍼센트가 되지 않을까요..
14/12/23 12:33
수정 아이콘
99.9999%라는 건가요
멀면 벙커링
14/12/23 11:11
수정 아이콘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칭한 부분에서 글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켈로그김
14/12/23 12:29
수정 아이콘
촉이 좋으시군요 -_-;;
HOOK간다.
14/12/23 11:18
수정 아이콘
오빠라니...저도 초등학생한테 오빠라고 불리고 싶네요.. ㅠㅠ

좋은일 하셨습니다.

더불어 겔로그김님과 함께 가신 pgr러님들 수고 하셨습니다.

다음에 저도 한번..
켈로그김
14/12/23 12:30
수정 아이콘
저도 묻어갔습니다.
다음에 기회있으면 또 묻어가려고요..
열혈오타쿠
14/12/23 11:21
수정 아이콘
julia 님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켈로그김
14/12/23 12:30
수정 아이콘
어디서부터 증언을 하셔야 할지 혼란해하실겁니다 아마..
14/12/23 11:36
수정 아이콘
무려 봉사활동 후기에서

이정도의 불순함/느끼함/아청아청함 등을 느낄 수 있다는건 참으로 대단합니다 ..
켈로그김
14/12/23 12:30
수정 아이콘
노력하니까... 되더라고요;;
14/12/23 11:37
수정 아이콘
다음엔 저도 하고싶어요.
켈로그김
14/12/23 12:31
수정 아이콘
저도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같이하시죠 흐흐..
에리x미오x히타기
14/12/23 12:00
수정 아이콘
다들 그렇게 당당하게 바람을....
켈로그김
14/12/23 12:32
수정 아이콘
울 마누라는 소지섭한테 반쯤 넘어갔어요..
삼공파일
14/12/23 12:11
수정 아이콘
뭔가 가짜와 진짜가 반반인 느낌이네요. 중간 Julia님 대사 보고 솔로몬의 지혜를 봤습니다!
켈로그김
14/12/23 12:33
수정 아이콘
원래, 옥수수기름 80%에 참기름 20%를 섞으면 100% 참기름같은 맛과 향이 나지요.
..과연 진실은 참기름만큼이라도 들어있을까요.. 저도 기억에 의존해서 쓴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거라 잘 모르겠습니다 -_-;
FastVulture
14/12/23 12:3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이걸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할까요 참 난감하네요
켈로그김
14/12/23 12:33
수정 아이콘
이럴 땐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FastVulture
14/12/23 12:35
수정 아이콘
현장에서 드립 치실때부터 좀 .... 남다르시긴 했지만 흐흐흐
14/12/23 12:35
수정 아이콘
아... 한숲 관계자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영구 블랙리스트 올라가실듯
한숲 사이트 주소가 어딨더라...
켈로그김
14/12/23 12:56
수정 아이콘
사실 한숲보다는 옆에 안양예고 학생들을 더 보고싶었습니다.
한숲에서 절 거절한다면, 안양예고에 가버릴거에요..
14/12/23 19:43
수정 아이콘
거기도 아청아청하긴 마찬가지인데...
이분 위험하시네...
20년전 안양예고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계신듯.. 이미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다빈치
14/12/23 12:40
수정 아이콘
키..키자...
차마 말을 맺질 못하겠습니다 덜덜..
켈로그김
14/12/23 12:57
수정 아이콘
사실 전 순수했는데, 그 순수함에 이끌린 소녀의 순정이 이런 비극을 낳은거죠.. ;;
14/12/23 12:43
수정 아이콘
한숲 관련글이라는 점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제목!!
켈로그김
14/12/23 13:0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사실은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고 우겨봅니다;;
14/12/23 12:43
수정 아이콘
현직 지역아동센터 운영자입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장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신고 및 응급조치와 지원
제34조(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신고)
① 누구든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시설 또는 단체의 장과 그 종사자는 직무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로 부득이 법률상 그냥 넘어갈수 없네요


흐흐 추천드립니다.
켈로그김
14/12/23 13:00
수정 아이콘
용서해주세요.
벌하신다면 나 받을께요.

저에게 죄가 있다면, 한 소녀의 순정을 훔친 죄밖에 없습니다..
14/12/23 13:41
수정 아이콘
아이들이랑 sns친구되면 심하게 귀찮습니다. 크크
exo사진 도배, 무슨무슨 주제 모여라~하고 제 사생활이 사라져요
그래서 전 무조건 카스는 하지않고 페북,트위터, 인스타는 아이들 친추 받아주고 있지 않습니다. 크크
4월이야기
14/12/23 13:00
수정 아이콘
내 마음에 심금을 울리는 한 마디...
"나가서 술한잔 하고픈데 있어서 무척 좋은 명분".....

벌써부터 2015년이 기대되는 군요;;
켈로그김
14/12/23 13:01
수정 아이콘
아무리 거짓으로 덮으려 해도,
저를 가장 기쁘게 했던 영혼의 외침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글링앞다리
14/12/23 13:29
수정 아이콘
'저런 수상쩍은 성범죄자같은 인간과 여아를 단 둘이 둬서는 안된다'
"우리 꼬마아가씨가 원하는 것이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어 ♥"
"다음에 볼 땐 너라고 부를께"
"난 여자가 있는데"
크크크크 아니 봉사 후기면 뭔가 좀 진지하고 감동적이고 그러면서도 봉사에 참여 못한 저같은 사람을 뉘우치게 하는(?) 그런 뭔가가 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크크
개그물인줄 알고 신나게 읽고 웃고 크크
그래도 양심에 찔리는 게 있으니 반성하고 갑니다 유유..
켈로그김
14/12/23 13:54
수정 아이콘
가장 양심이 찔리는게 봉사활동 후기를 작성한 저라는게 함정..;;
가브리엘
14/12/23 14:58
수정 아이콘
저도 아직 그래서 성당 교사를 계속 하고 있습죠!!
프리다이빙
14/12/23 17:09
수정 아이콘
허,,이 분은 한 수 더..
바람모리
14/12/23 15:36
수정 아이콘
제목과 글쓴이만 보고 여동생한테 변을 보이고 반말을 듣게되는 얘기인가 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정도라면 상황에 따라서 아저씨와 오빠를 구분할줄 알죠.
전 그렇게 생각할래요..
14/12/23 15:38
수정 아이콘
후기가 참신하네요 크크크 수고하셨습니다!
14/12/23 19:40
수정 아이콘
...타짜가 약사가 되면 이렇게 됩니다 여러분
그리고 땡땡양은 제가 거의 데리고 다닌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깊은 대화를 나누셨나요?;;
텔레그램
14/12/24 10:12
수정 아이콘
저희가 치느님 다리를 세고 있을 순간에 저런 스펙타클한 대화가 이어졌었군요...;;;
14/12/24 11:38
수정 아이콘
수상쩍은 성범죄자같은 인간이라뇨 크크
그나저나 좋은일하고 오셨네요.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었는데 항상 의지만 가득하다는.. ㅠㅠ
검은책
14/12/31 10: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좋은 일을 하시고도 겸손하고 겸손함을 유머로 슬쩍 감추는 솜씨도 멋지구요. 이글을 이제야 봤네요. 좋은 연말 보내시고 내년에도 좋은 일만 생기시길...^^
14/12/31 19:59
수정 아이콘
직접 참여해서 뒷풀이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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