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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23 08:22:33
Name 늘지금처럼
Subject [일반] 취업준비하면서 겪었던 멘붕의 순간들
안녕하십니까? 이제 곧 10년차 눈팅회원을 바라보고 있는 늘지금처럼입니다.

게임 방송을 즐겨보면서 자연스럽게 PGR21을 알게 되었고,

당시 대학교 1학년이던 제가, 어느새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30살이 되기 직전에 삼성중공업에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네요 하하하;;;;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ㅠㅠ

사실 그간 많은 분들이 취업 후기들을 올려주셨기 때문에,

평범한 후기는 지겨우실 것 같아 제가 취업준비하면서 겪었던 멘탈이 날아갔던 경험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ㅠㅠ


1. 응시자 명단에 없습니다.

작년 하반기의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원래 삼성은 ‘열린 채용‘ 이라고 해서, 지원하고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SSAT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가까운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기위해 수강신청과도 같은 풍경이 벌어지곤 하죠.

저도 가까운 부산에서 시험을 치고 싶어서 아침부터 채용홈페이지를 새로고침 하면서 기다리다, 채용공고가 뜨자마자 5분만에 지원서를 작성하고 지원완료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제 기억에서 지워버렸죠...

SSAT 고사장 발표가 나던 날, 동기들이 유난을 떨었지만 저는 당시 교수님이 시키신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빠서 확인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기네들 고사장을 확인한 동기녀석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주길래, 연구실원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확인 버튼을 눌렀습니다.

‘응시자 명단에 없습니다.’

순간 시끌시끌하던 연구실이 정적에 휩싸였고...그렇게 저는 한동안 막말로 개나소나 다 치게해준다는 SSAT도 못치러 가는 등신이라고 한동안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ㅠㅠ

고사장 선택을 빨리하겠다라는 조급한 마음에 입력한 정보중 뭔가 잘못 입력한 게 있었나 보더군요. 이후로 항상 지원서 작성할 때, 제가 입력한 정보창을 캡쳐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거 안하면 이제 불안해 죽겠더라구요 크크크크


2. 헐, 왜 벌써 나와?

올해 상반기 국방과학연구소 서류전형에 합격하여, 면접을 보러가게 되었습니다. 같은 과 1살 많은 형이랑 같이 가게 되었는데 면접순서도 바로 제 앞이더군요. 둘이서 으쌰으쌰 파이팅을 나누고, 잠시 후 면접장으로 들어간 그 형은 멘탈이 나간채로 5분 만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당황했고, 바로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한 채 면접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면접장에는 최소 교수급 포스의 면접관 7분이 저를 기다리셨고, 당황한 채로 들어간 저는 자기소개부터 버벅거리다가 받은 질문의 절반도 채 대답 못하고 도망치듯 면접장을 나와야만 했습니다. ㅠㅠ

나와서 그 형에게 5분만에 나온 이유를 들었는데, 지금 국방기술품질원 다니고 있다고 얘기하니깐 그냥 계속 거기 다니고 나가라고 했다네요;;;;


3. 빌어먹을 동문회

올 하반기 SSAT 시험 치면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1교시 언어영역부터 뭔가 미묘하게 유형이 바뀌어서 당황을 했고, 평소보다 2~3문제 가량을 못 풀어서 좀 짜증이 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2교시 수리영역이 좀 무난해서 멘탈을 회복했지만 제가 제일 약한 언어추리가 포함된 3교시!!!!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던 그 순간, 근처 고등학교에서 동문회 행사중이었는지 갑자기 마이크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집중력이 깨지면서, 검은 것은 글씨고 흰 것은 종이구나 정도밖에 구별이 안되더군요. 속으로 망했다 싶었습니다. 다행히 평소 연습하면서 안풀리면 바로 다른 유형 문제부터 푸는 연습을 해두었고, 다음부터 쉬운 문제들이 이어졌기 때문에 곧 멘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10문제 가량 비워두고 다음 영역으로 넘어가서 망했다 싶었습니다.


4. 아 왜 안나와 ㅠㅠ

그렇게 개판 쳤는데 의외로 SSAT 붙었더라구요;;;;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삼성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엔 SSAT 치러도 못 가본 놈이 올해는 면접까지 가다니,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삼성 면접은 크게 임원면접, 실무진 면접 두 단계로 이루어지며, 저는 임원 면접부터 먼저 봤습니다. 면접장 앞에서 대기를 하는데, 제 바로 앞 지원자가 들어간지 30분이 넘도록 안 나오는 겁니다... 그사이에 다른 방은 저보다 늦게 와서 기다린 사람들도 들어갔다 나오더군요;;; 심지어 전 아직 대기중인데, 면접 다 끝나고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점점 초조해지고, 면접 진행요원분들도 당황하셔서 어쩔줄 몰라 하시는 가운데, 드디어 40분이 넘어서 제 앞 면접자가 나오더군요. 40분동안 어떤 대화가 오간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오시는 분 표정을 봐선 영혼까지 털린 것 같았습니다. 눈에 초점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전 들어가서 20분만에 나왔습니다. 매우 불안하고 찝찝했습니다. ㅠㅠ


5. 마치며

지난 1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겜게, 자게, 유게, 질게, 불판 등을 오가며 많은 즐거움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디 이 글이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께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하다못해 소소한 웃음이라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외에도 소소한 에피소드가 좀 더 있지만 더 길면 지루해질거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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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트
14/12/23 08:25
수정 아이콘
취업 축하드립니다! 과정이 스펙타클 하네요 크크
늘지금처럼
14/12/23 08:45
수정 아이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웃지만 당시엔 정말...후;;;
방과후티타임
14/12/23 08:44
수정 아이콘
저의 출근길에 한결 더 교통체증을 가져다줄 판교인가요? 크크
늘지금처럼
14/12/23 08:46
수정 아이콘
아직 판교가 될지 거제가 될지 잘모르겠네요 흐흐흐
AquaRacer
14/12/23 08:47
수정 아이콘
혹시 동의공고에서 치셨나요? 크크 축하드립니다. 그 시끄러운 관문을 뚫으시다니...
늘지금처럼
14/12/23 08:49
수정 아이콘
엌 맞습니다 크크크 혹시 같은 고사장이셨나요?
AquaRacer
14/12/23 11:31
수정 아이콘
전 그날 그냥 뛰처나가서 칼부림한번 추고 싶은 생각이 3분에 한번은 든듯하네요...
역시 멀 하든 멘탈이 중요한듯합니다 흑흑
2막4장
14/12/23 09:08
수정 아이콘
크크 축하드립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웰컴 투 헬?!
늘지금처럼
14/12/23 09:1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그래도 행복한 지옥이었으면 좋겠네요~
세상사에지쳐
14/12/23 10:19
수정 아이콘
저는 승진면접보러갔는데 면접관이 그쪽부서만 왜그렇게 지원자가많은거냐고 짜증을내더라구요
시작부터짜증을내더니 인성면접이라고 해놓고는 저희회사 세부수치들을 다물어보더라구요 물론 대답을했지만 같이들어간세명중 한명이대답못할때까지 질문이 계속되더군요
늘지금처럼
14/12/23 12:04
수정 아이콘
이른바 답정너 면접이군요 ㅠㅠ
에바 그린
14/12/23 11:04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요즘 조선경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던데, 주변에 조선업에 종사하는 분들 보면 그런거 잘 못느끼겠더라구요? 다 좋아질거에요.
늘지금처럼
14/12/23 12:04
수정 아이콘
그렇게되면 정말 좋겠네요 흐흐흐
14/12/23 11:35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흐흐. 이제 노세요. 입사 전에 노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절대 못 놀아요. 진짜에요. 노세요. 꼭 노세요. 두 번 노세요. 진짜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노세요. 으허어어어어어어어엉.
늘지금처럼
14/12/23 12:0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요?
삼성그룹
14/12/23 12:40
수정 아이콘
크크 축하드립니다. 흐흐
늘지금처럼
14/12/23 14: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흐흐
14/12/23 20:46
수정 아이콘
기본설계쪽 가고싶다고 어필하셨나보네요. 그쪽이야 학벌이랑 전공이 어느정도 맞으면 불가능하진 않으니..
거제생활도 나쁘진 않지만 일장이단이 있죠~
축하드립니다! 웰컴 투 미생 라이프~
디지털프라자
14/12/24 00:03
수정 아이콘
SVP가 정말 지금껏 인생에서 최고의 날들이 될거라고 자부합니다
내년 하계수때 뵈요^^
아, 그리고 요즘 중공업 여러모로 어렵다는데...
화이팅합시다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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