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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18 06:24:02
Name 표절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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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오페라가 만들어지는 과정...txt




드디어 오페라로 한 자 써보려고 합니다...
오페라에 관한 글이라면 대강의 역사와
유명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정도의 글일텐데,,
저도 잘은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오페라는 음악으로 만드는 극이다 라는 정도죠~~(ㅜㅜ)

제가 이번에 좋은 기회가 있어
어린이오페라를 발표했었습니다...(추카추카~~~)
주관사는 베를린 도이치오퍼였구요...
학생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들이 작품을 만들면
도이치오퍼가 극장을 대주고 스탶들 동원해주겠다는 취지죠...
그래서 도이치오퍼는 싸게 무대를 올리고,,(일반 작곡가의 곡은 저작권료만해도 어마어마합니다..)
학생들은 소중한 경험을 쌓고~(물론 저에게는 막대한 경험이었죠~)
동화 빨간두건의 소녀를 패러디한 어린이 오페라였습니다...
출연자는 3명,,작은 앙상블로 반주를 했구요,,
물론 소공연장에서 했습니다...흐흐

이번 경험을 토대로 오페라 제작에 이러쿵 저러쿵 썰을 풀어봅니다....
무대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성악가들이 아닌 
무대뒤에서 어떤 준비를 하는지 써보려구요...
개인적인 사견이 많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시고 보세요~^^

우선 오페라를 만드는 4대 성인(?)이있습니다...
대본가, 작곡가, 연출가, 지휘자
요 넷은 서로 협력관계입니다....
누구하나 甲에 설 수가 없어요...

각각 따로 봅시다...
대본가와 작곡가는 혼자서 작업합니다...(단독 사냥하는 호랑이 같은....)

연출가가 컨트롤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죠..
무대미술가, 무대조명가, 연기지도자,소품담당자, 안무가(옵션), 의상제작자, 분장사 등등
당연히 무대에 올라가는 성악가들도 컨트롤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연출이 학생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학생연출가의 의도대로 해야합니다...
연출가는 무대의 모든 것을 컨트롤하죠...
동선을 짜고,, 연기 지도도하고,, 이때는 조명을 어디서 어떻게 비춰달라 등등
물론 이 프로젝트에선 안무, 분장 등등은 생략했습니다...

지휘자가 컨트롤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성악가, 오페라 코치(쉽게 말해 피아노 반주자입니다.), 
그리고 합창 지휘자(합창이 있는 경우)....

성악가는 두 사람에게 공히 컨트롤 당합니다...
당연합니다... 연출가는 무대를 컨트롤하고,, 지휘자는 음악을 컨트롤하는데
성악가는 무대에서 음악을 해야하는 사람이걸랑요~~

오페라의 탄생기는 다음과 같습니다...이름은 제 마음대로 붙였습니다...^^

1. 대본기

태초에 대본이 있으니라.(??복음 ?장?절)

대본가가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있는 이야기를 각색할 수도 있습니다....
연출하는 사람이 대본도 직접 쓸 수도 있고,,
아니면 작곡가가 대본을 쓸 수도 있지요~(제가 아는 예는 바그너 밖에 없....)
지휘자가 쓸 수도 있는데 그런 예는 본적이 없....
대부분 전문 대본가가 있습니다...

뭐 대본 쓰는 시기에는 작곡가, 연출가, 지휘자가 참여할 껀덕지는 없죠....
대본가는 대본을 작곡가에게 넘기면 미션 컴플리트...
오페라 연주될 때까지 놀러가든,,,,알바를 하든,,,집에서 롤을 하든,,,,

2. 작곡기

이렇게 대본이 넘어오면 작곡가가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따라
배경과 상황에 맞게 음악을 만듭니다...

포 이그잼플)
주인공이 연인과 헤어지는 장면인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더 구체적으로)
그 주인공이 그 상황에서 부르는 아리아는
어떤 느낌이어야하는가??
(더 구체적으로)
그 아리아를 표현하기위한 화성진행, 선율진행, 오케스트레이션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 구체적으로)
해당 아리아의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줄 것인가??
(더 구체적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쓴 아리아가 전체 오페라의 분위기와 상충하는가 부합하는가??
(상충된다면 새로,,,,,ㅜㅜ)

어쨌든 곡을 완성했다고 다가 아닙니다...
악보를 제작해서 줘야합니다....
 1)지휘자용 총보 - 지휘자와 작곡자가 소장합니다... 지휘자는 이거 보고 지휘해야하고,,
    작곡자는 중간에 수정될 부분을 체크하기위해 가지고는 있어야합니다...
     (연습현장에서 고치게되는 상황이 의외로 자주 있습니다...)
 2)오케스트라용 파트보 - 각 악기별로 편집된 단선율 악보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소장합니다... 총보를 보고 연주하는 건 비효율적이기에...
 3)연습용 피아노보 - 연출가, 오페라 코치, 성악가 그리고 지휘자, 합창지휘자가 소장합니다...
    성악가들이 아리아 연습할 때마다 오케스트라를 동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파트가 피아노로 편곡된 악보를 따로 제작해줘야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곡이 완성되면 연출가와 지휘자에게
악보를 넘기고 작곡가는 미션 컴플리트...
오페라 연주될 때까지 놀러가든,,,,알바를 하든,,,집에서 롤을 하든,,,,
물론 연습 장소에는 몇 번 나타나줘야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수정할 부분이 있을지 모르거든요...

3. 리허설기
리허설은 연출자와 지휘자 공동으로 주관합니다...

위에 언급했던 오페라 코치(피아노 반주자)가 하는 리허설이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성악가들에게 피아노 반주 하면서 아리아를 가르쳐주는 일을 합니다...
지휘자가 참관을 하면서 간섭할 수도 있습니다...작곡자도 물론~

포 이그잼플)
여기는 어떤 뉘앙스로 불러라,, 여기는 더 여려져야 한다,,
심지어 이 부분 선율은 이렇다... 등등

이번 오페라의 경우에는 지휘하는 제 친구가 오페라 코치도 같이 했습니다...
오페라 코치하려고 했던 애가 거절하는 바람에....

지휘자만 하는 리허설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오케스트라 반주 연습... 처음에는 성악가 없이 진행합니다..
그렇게 연습하는게 3~5번입니다...5번이면 진짜 많이 연습한거라능...
그 기회안에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다 만들어놔야합니다...

그런 다음에 성악가와 같이하는 오케스트라 연습을 합니다...
이때는 연출에 상관없이 오직 음악만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이 때 작곡자가 참관해서 지휘자와 음악을 놓고 상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정할 부분이 생기기도 하구요~

합창지휘자의 리허설은 또 따로죠...
오페라에 합창이 들어있을 경우에 한해서
합창지휘자는 따로 배정됩니다...
이 사람의 경우 합창이 완성됬다 싶으면 미션 컴플리트입니다...
그 뒤엔 관여하는게 없어요~
놀러가든,,,,알바를 하든,,,집에서 롤을 하든,,,,

연출자의 리허설도 따로 있지요...
성악가가 오페라코치의 지도를 잘 받아서 노래가 익숙해졌을 때 쯤...
성악가들의 동선과 연기를 지도합니다...
이 때 연기전문지도자도 같이 따라 들어와서 협업합니다...

포 이그잼플)
이 가사를 노래 할 때는 뒤를 돌아보라..
이 아리아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 하되 무대의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움직여라...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성악가를 길들이는 작업니다....흐흐흐
어차피 무대에 서는 사람은 성악가거든요~~

4.최종리허설기

각각 자기 분야에서 리허설이 다 마칠 때
최종리허설을 합니다...(각각의 리허설이 불완전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무대 올라가는 시간은 정해져 있거든요~)

이 때 모든 사람이 다 동원됩니다...
지휘, 연출, 오케스트라, 성악가 뿐만아니라,,
무대미술, 조명, 의상, 분장, 소품담당 등등의 사람들이
어디 숨어있다가 나타나는지 아뭏튼 나타나서 다 함께 참여합니다...
(이 사람들이 어디서 놀다오지는 않죠...
연출가와 함께 상의 하면서 컨셉을 잡고 자기 분야에서
뭔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무대면 무대, 의상이면 의상, 소품이면 소품....)
최종 리허설이라고 해봤자 한번 아니면 두번입니다...
이 안에 다 컴플리트~해야죠...

5.연주기

이제 모든 것은 끝났습니다...
운명의 주사위는....
지휘자 손에서 굴러갑니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싸인 주다가
무대 보면서 성악가에게 싸인을 주고,,,X100

현장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을 지휘자가 극복해야합니다...!!!
일단 음이 삑사리 나는 건 큰 문제가 안됩니다...(의외로)
진짜로 식은 땀 흘리는 건 바로 마디 건너뛰기입니다...
성악가가 예정보다 일찍 혹은 늦게 나왔다거나,,,
대사를 까먹어서 아리아를 생략했다거나,,,,
아님 타악기 주자가 마디 계산을 잘못해서
일찍 혹은 늦게 나왔다거나....등등

6.박수기

주인공 성악가들이 화려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인사를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성악가의 손에 붙들려 올라가 무대에서 인사를 합니다...
물론 오케스트라도 무대박스(?)밑에서 인사 하기도 하구요~
일단 사람들은 지휘자까지 올라가서 인사하는 건 이해하는 눈치인데,,,
작곡가와 연출가가 올라가서 인사하면
"누구신지??"하는 눈빛을 쏴보냅니다~ (-.,+)

7. 뒷풀이기
각 분야의 사람들이 각각 따로 뒷풀이를 갑니다...
말하자면 회식이죠~
오페라 최종공연이 끝나고 가게 되죠~
그러면 오페라 연주당시의 에피소드가 쏟아집니다.....
뒷담화가 쩔~~~죠~(비속어 죄송)
그러면서 서로의 친목(?)을 다지고
다음 오페라 프로젝트에 함께할 것을 다짐(?)하며
헤어집니다~~

대개의 오페라는 베르디나 푸치니 등등
돌아가신 작곡가의 곡을 많이 하기 때문에
1, 2번의 과정은 생략됩니다....
대신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짜집기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작곡가가 살아 있으면 작곡가에게 의뢰를 하면 되죠...

아뭏튼 오페라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두서 없이 썼습니다...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제가 이번에 연주한 오페라는
저작권이 도이치오퍼라서 일반 인터넷 상으로
공개하는게 안되게 되었네요...(유툽에 올린다든지...등등)
저도 자세한 저작권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듣고 싶으신 분은
쪽지를 주세요~
그 분들에 한해서 제가 링크를 걸어 드리겠습니다...^^

단, 독일어 오페라라는 점!!!!
자막도 없다는 점!!!!!

그리고 위 사진은 현장 녹화 스샷입니다....
제 이름이 있네요~~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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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네
14/12/18 08:50
수정 아이콘
표절작곡가님 글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저번에 화성학 관련 글 재미있게 읽었는데 혹시 더 올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표절작곡가
14/12/18 09:33
수정 아이콘
그림 만들고 인터넷에 올리고 하는게 힘들어서요~ㅠㅠ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스푼 카스텔
14/12/18 09:34
수정 아이콘
오페라 작곡과 뮤지컬 작곡은 차이가 있나요??? ㅠ 제가 음악에 무지한지라..
표절작곡가
14/12/18 09:36
수정 아이콘
과정상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뮤지컬은 거의 몰라서 이렇게 밖에 말씀 못드리겠네요~ㅠㅠ

사실 뮤지컬과 오페라가 정확히 어떻게 구분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애매하거든요~~

단지 장르의 차이는 나죠~
뮤지컬은 팦음악 기반,,
오페라는 클래식....
찬양자
14/12/18 09:51
수정 아이콘
어머 이글은 댓글을 달아야해.
지금 오페라하고 집에 막 돌아왔습니다.
2중창부분에서 소프라노가 첫음을 잘못잡아서 저까지 덩달아 틀리고 우리둘을 바라보던 지휘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그렇게 오페라는 끝이나고...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것도 벅찬 아리아를 무릎꿇고 시작해서 중간에 눕기까지 시키는 연출자 너..저주할테다...

저 링크 보내주세요~~
표절작곡가
14/12/18 10:01
수정 아이콘
타이밍이 절묘하네요~^^
저도 그 연출자 같이 저주하겠습니다..

그리고~
쪽지 보내드렸습니다...
감성변태
14/12/18 10:00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멋지네요. 고생하신만큼 보람도 클거라 생각합니다.
표절작곡가
14/12/18 10:0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밀물썰물
14/12/18 12:18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첫작품인가요? 외국에서 고생하시면서 공부하신 보람있네요.

오페라 공연하는 것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런 상세한 설명/이야기 듣기는 처음 입니다.

화성학 강의를 전에 하셨다고요? 찾아봐야 겠네요.
화성학하고 대위법은 어떻게 얻어들으려 하는데...
표절작곡가
14/12/18 18:01
수정 아이콘
네 제 첫 오페라입죠~^^
카푸치노
14/12/18 23:51
수정 아이콘
이런글엔 추천을 +_+
작품 뒷세계(?)에 자세한 글 감사드립니다.
첫 작품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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