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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3 01:08
따지고 보면 사회생활처럼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나 서로간의 감정의 유대감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가 나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다고 해서 내가 상대를 납득시켜줘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물론 제멋대로라는 소리 듣기 싫으면 어느 정도 납득은 시켜줘야 하지만 납득시켜줘야하는 범위가 시시콜콜해질 수록 설명하는 쪽은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생각보다 마음이 앞서서 생긴 행동이나 태도의 경우 그걸 설명하는 데에 드는 노력이 적지 않다보니까 그냥 그렇다고 얘기하고 빠져나가려고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변을 들어서 얻는 게 없으니 싫을테지만 그것이 잘못된 대답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4/12/13 01:15
인간관계를 유지할때 가장 답답하면서도 짜증날때가 나는 그냥 한걸 상대방은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느끼고 나는 그에 대해
"그냥"이라고 답을 했으나 그걸 믿지 못할때 혹은 다른 의도로 오해할때 였습니다. "그냥"이라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14/12/13 01:36
최근에 서태지를 들으면서 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난 그냥 이 앨범이 '그냥' 귀에 들어오지 않아. 라는 제 대답에 왜(이게 싫어)? 라는 질문이 들어오니 막막해지더군요. 쿨병에 들은 것으로 자신을 자조해야 할까? 서태지 안티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하나? 화성학 전문가가 되어서 그 치열한 음들 사이에서 하나 하나 반박을 해야 하나? 감성으로 자극받는 음악에서 이성적(?) 혹은 단순한 변명을 강요받는다는게 힘들었습니다. 난 단순히 '그냥' 좋아하지 않는것 뿐인데,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서 그런 이유를 추궁받는다면 너무도 피곤합니다. '그냥'이란건 적으신대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선택이 취조당하는건 괴롭습니다.
14/12/13 01:45
그런 것들을 꼬치꼬치 캐묻는 상대방에게는 '정말 엄밀하게 따지면 그러한 나의 감정에도 내가 깨닫지 못한 이유가 있기야 하겠지만 그걸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로 궁금하지 않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내가 궁금한 것과 상대가 나의 궁금함을 풀어주는 것은 전혀 별개인데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요..
14/12/13 01:42
보통 행동의 이유가 자신의 내적동기가 아닌
외부적요인인 경우가 더 많은거같아요 그렇다보면 이유가 명확히 정리가 되지 않을 때도 많고 억지로 말로 만들려다보면 장황해지고 좀 이유가 구차해지기 까지 한거 같아요... 이러느니 그냥 이되버리는게 심신에 더 도움이 되니 그렇게 하는게 아닐까요?
14/12/13 01:49
"그냥" 이라는 말은 단순히 "직감 or 기분" 에 의해서 변하는 선택지에 대한 대답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여자언어역영에서 이런류가 참 많은거같네요. . .)
사람에 따라서 평상시 그냥 지나간 일이라도 문득 한번 생각나면 오랫동안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14/12/13 02:04
그냥 이라는 말을 쓰는 타이밍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러고 싶다는 데 거기에 굳이 추가의 이유가 필요한가?' 의 뉘앙스가 조금 있는 단어니까요. '너는 왜 피아노를 취미로 가지게 되었어?' 에 대한 대답으로 '그냥 그러고 싶어서' 라고 말하는 것은 정답일 수 있지만 '왜 저를 해고하십니까?' 에 대한 대답으로 '그냥 그러고 싶어서' 라고 대답하는 것은 좀 아니지요.
14/12/13 02:08
사람 상대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나는 니가 정말 싫다라는걸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억지로 라도 이유를 말하고자 하니 납득을 못할거 같고 그 이유도 어찌보면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기 위한 변명인거 같아서 그냥 니가 싫다고 했습니다.
여지껏 제일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냥 되도 않는 트집이라도 잡아서 억지로라도 싫다고 했으면 마음이 편했을까요?
14/12/13 02:30
공부를 하며 논문을 쓰고있는 저의 입장에서 '그냥'이라는 단어는 '그냥'으로 흔히 설명되어질수있는 현상이나 감정 등을 독자들로하여금 납득할만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하는 이유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러다보니 매사가 피곤해지는건 함정
14/12/13 02:50
의도가 내포된 행동과 정말 '그냥'인 행동 사이를 어떻게 가르는지를 생각하는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죠. 저도 논문쓰면서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낍니다.
14/12/13 02:50
사실 그냥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딱히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살면서 접해온 경험들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호불호가 강한 것 같아요.
14/12/13 03:32
굉장히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의, 때로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해서 지나갔고 그 와중에 무언가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 결론에 맞는 논리는 구성되지 않았고 딱히 더 구성하고 싶은 욕구도 없으며 오히려 논리 구성에 대한 요구 자체가(남이건 나 스스로건) 살짝 짜증이 나서 답을 정해버리고 그냥 넘어가고 싶다... = 그냥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14/12/13 04:27
실제로 그냥은 거의 없죠
자기도 모를때 혹은 표현을 못하겠을 때 아는데 이유가 별거 아닐때 혹은 이유가 민망할때 말하기 귀찮아서.. 혹은 말해주기 싫어서 사실상 그냥이란 말은 대답이 아니라 회피죠 그래서 그냥이라는 말로만 대답하는 사람을 타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14/12/13 04:43
자기의 어떤 행동에 대해 뚜렷한 근거를 대지 못하는 경우에 '그냥'을 붙여쓰죠. 그런 경우는 거의 대부분 무의식적인 행동들이고요.
본래 이유없이 '그냥' 하는 판단이나 행동은 없는데, 무의식이 관여한 판단이라서 본인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시킨거라 왜 그런지는 내 마음 나도 몰라가 되는거죠.
14/12/13 05:24
14/12/13 07:19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얘기지만 옛날일이 생각나네요. 나름 창피한 얘기지만.
전 아주 예전에 그 '그냥'에 열폭을 한 경험이 있어요. 여럿이서 내기를 해서 둘이 똑같이 무언가를 맞춘 일이 있어요. 어떻게 맞췄냐고 하니까 이건 이리저리해서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한거다...하고 매우 자랑스럽게 떠벌렸는데 똑같이 맡춘 모 군의 대답은 "그냥. 그럴 것 같더라구." ...... 들은 사람들이 일제히 모 군더러 "그거 대단하다."고 하더라구요. 이유를 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그냥맞추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전 우울해졌습니다. 제 설명이 장황했던 탓이 더 컸겠지만. 그 후로는 한동안 뭘해도 이유를 잘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이유를 알아도. "원래 그런거" "그냥 그렇더라."라고 대답하는 쪽이 반응이 좋더라구요. 그렇게 한동안 중2병의 재래를 겪었습니다. 하하하 ㅜ.ㅜ 이유를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 낸 근거에 대해 근사치라도 접근해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봐요. 꼭 상대에 대한 배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14/12/13 13:28
저는 그냥이라는 말 대신 이유를 생각하기 귀찮거나 어려워, 설명하기 어려워 정도를 씁니다. 근데 그마저도 말하기 귀찮거나 분위기를 살리고 싶을 때는 그냥을 쓰죠.
14/12/13 13:56
어떤 대안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이라는 말이 대인관계-거절을 말해야 하는 경우-에는 부적절합니다. 왜 싫은지, 뭐가 문제인지 이유를 안다면 개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냥 싫다면 개선은 불가능하죠. 선택지에서 배제하는 경우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왜 좋은지에 대한 이유로는 최고라고 봅니다.
14/12/13 14:30
이것도 애덤스미스의 개인의 욕구가 시장의 발전을 이룬다는 개념의 연장선상인것 같은데 싫다는것도 좋다는것도 개인의 욕구이지만 개인의 욕구일뿐 타인을 설득하려는 근거가 될 수 없는거죠
그런데 피지알을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반박을 펼칠때 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것 아니냐라는 말들이 자주 보이더군요 개인의 그냥이라는 이유가 절대불변의 가치라고 믿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애덤스미스의 이론도 완벽하게 증명되기는 커녕 오히려 정부의 개입을 시장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죠
14/12/13 21:02
제가 제 마음과 심정을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으니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가끔 정말 미묘하고도 아리송하고도 애매하고 정말 제가 아는 언어로는 이루 표현 할 수 없는게 언어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완전 공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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