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콘서트란 것을 가봤어요. 마지막으로 가본게 99년 조성모 콘서트였으니 말이죠.
저는 평소 소극장 형식의 공연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재즈나 블루스장르를 좋아하기도, 예산문제이기도 했고..
아무튼 백수란 신분으로 큰맘 먹고 티켓구매를 했고 오늘 다녀오게 되었네요.
오래전 중3이었던 저에게 휘성 첫앨범은 너무나도 신선했었습니다. 첫무대가 서태지공연게스트였던점도, 대선배 임재범의 칭찬이 있던점도 분명 작용했겠지만 레게머리인 앳된(?) 사람이 무대를 휘저으며 알켈리와 시스코노래를 소화하는 모습의 신인은 너무나도 반가울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앨범의 모든트랙들도 버릴게 하나없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아직도 저에게 최고의 노래는 '떠나' 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12년이 흘러 30대가 된 휘성의 공연을 보게되었네요.
그가 결코 편안한성격이 아니어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본인도 책으로 언급하기도 했지만요. (5집즈음이 절정이었던것 같습니다)
'별이지다 '미니앨범 이후 가수를 그만두려고도 했고 크렉데이빗의 인썸니아를 계기로 다시 재기하는등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콘서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말 ×100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6시에 시작한 공연이 9시 40분에 끝나더군요. 그 긴시간동안 노래로 가득 채운다는것이 오랜 팬한테 얼마나 좋은 선물이었는지 모릅니다.
# 셋리스트
이번 공연의 리스트는 인썸니아, 가슴시린이야기, 결혼까지생각했어, 눈물길, 모르고싶다, 미인, 일년이면, 다시만난날, 하늘에서, 나잇앤데이, 전할수없는이야기, 주르륵, 타임머신, 베스트맨, choco luv, 완벽한 남자, 불치병, incomplete, 너라는명작, 사랑은 맛있다, 이런 시츄에이션, 세븐데이즈, 로즈, 안되나요, 노래가좋아, 돈벌어야돼, 위드미 ... 였습니다. (게스트 타임에 정리해보았는데 혹시 다를수도있어요)
휘성의 주 행사곡인 3곡(인썸니아, 가슴시린이야기, 결혼까지생각했어)을 처음부터 연속으로 다 불르더군요. (남은 노래들로도 3시간 이상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히트곡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음원으로 들을 때와는 달리 choco luv, 완벽한 남자, 로즈등은 안무도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6집의 수록곡 로즈의 무대가 인상적이었어요. (이 노래 전에 '이현도 형님'이 주셨다고 해서 혹시나 '우린 미치지 않았어'를 듣나 했지만 19금 공연이 아닌 이상 들을 수가 없겠죠 ㅠ) 아무튼 휘성만의 그루브로 너무 잘 소화한 노래라 생각합니다!
# 게스트
중간중간 쉬는타임때 바비킴과 긱스가 나와서 2곡씩 불렀습니다.
바비킴 형님이 사랑그놈 첫소절 부르다 가사 잊어먹었다고 멋쩍게 웃으시더군요. 크크 다행히 그후로는 정말 잘 불러주셨어요.
긱스는 수줍은 인터뷰가 재밌었어요 ! 라이브로 들으니 목소리가 독특하더군요.
# 추천곡
정해진 셋리스트와는 상관없이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편이었어요. 다른 가수 노래 추천을 받아 김범수의 '보고싶다'가 결정되었고... 반주가 가능하냐 물어본뒤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만... 후렴부분 절정에서 멈추고말았어요. ㅠ 그리고 그게 계속 맘에 걸렸나봐요. 중간중간 멘트하면서 '이제 보고싶다는 봉인하는걸로', '노래방에선 잘됬는데.. 예전 콘서트때는 불렀었는데 오늘은.. 하..' 불치병 부르기 전에는 기침하면서 '아 아까 이래서 보고싶다가 안됬었구나' 이런식으로 말이죠 크크.. 팬분들께 영상 올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은 했는데 왠지 유투브에 올라갈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몇곡의 노래가 흐르고 팬한테 다시 추천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정된 건 시스코의 Incomplete!! 하지만 반주와 mr 모두 준비가 안된상황이라 못듣나 싶었는데 '무반주의 위엄을 보여드릴게요'하더니 불러주더군요!
앞으로 하고싶은 음악으로 슬로우잼을 꼽으며 빠른 댄스가 아닌 끈적한 그루브로도 관객을 일으켜 세우는게 꿈이라도 한 휘성. 오늘 incomplete 무반주 너무 좋았어요. against all odds 때도 느꼈지만 정말 팝을 잘 부르는 가수라 생각해요.
# 약간의 사고, 깨알같았던 상황
5집 수록곡 이런시츄에이션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자 백댄서의 발에 입이 맞는 사고가 났었어요. 마이크를 통해 '퍽'소리가 크게 울릴정도였고 노래 끝나고 보니 피가 나더군요. 팬들 모두 시무룩해있는 상황... 이후 휘성은 수많은 공연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일은 괜찮다며 '소리질러'로 훈훈하게 마무리... 크크..
안되나요 이후 첫번째 앵콜곡 '노래가 좋아'의 가사가 주는 감동이 절정으로 흐르고 마지막에 무릎꿇고 마지막 소절을 부르려 하였으나 그만 흩날리는 종이가 입으로 들어가서 '퉤' 이후 마지막 소절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크크.. 이후 조명이 꺼질때 주위에 있는 종이를 주워 던지며 예능으로 마무리..!! 감동과 재미를 둘다 잡았습니다.
# 누가 휘성을 with me 까지라 했나...
보컬 위주의 공연이라면 다른 무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유투브같은 영상을 통해 보는 라이브와 현장에서 듣는 노래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군대가기전 한 때 안좋은 컨디션을 보인적도 있으나 지금의 휘성은 정말.. 특히 오늘 콘서트에서의 실력은 '진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2집즈음 까지의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똑같이 낼 수는 없지만 휘성만의 방식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목관리를 잘해온 것 같습니다. 사실 휘성노래 특성상 계속 성대를 쥐어짰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지요.
중간중간 휘성은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을 보여드리려 한다'라 언급하더군요. 팬 입장에서 너무나 많은 노래를 들은 것도 고마운 일이었지만 12년전 노래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노래까지 씨디보다 좋은 퀄리티로 들으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으니 휘성의 성량과 발성이 생각보다도 훨씬 좋더라구요. 완벽한 남자를 부른후 팬들을 위한 가사라며 후렴구만 무반주로 한번 더 불러줄 때를 비롯해 불치병, 로즈, 하늘에서 등등.. 라이브의 위력과 매력에 흠뻑 빠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처음 휘성이라는 가수를 알게 된 이후 처음 가게 된 단독 콘서트... 오랜 시간이 지나 휘성은 서른셋이 되었고 저는 '나라는 망작'이 되가는 시간동안 왜 이제서야 단독 콘서트에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사실 휘성이 단독 콘서트를 잘 안하기는 했어요. 이번이 4년만이라 하기도하고...) 앨범이 늘어날 수록 제가 정말 좋아했던 예전 노래들을 들을 기회는 줄어들 텐데 말이죠 크크... 언젠가 일생을, 하나가 더해진 생일, 떠나, 내가 너를 잊는다 등등.. 의 라이브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들어보니 같은 전국 콘서트라도 매회 약간씩의 셋리스트가 다르다 하더라구요. 다른 공연에서는 아는사람, 사랑 그 몹쓸병, 이소라의 '기억해줘', 1집의 '제발'등을 불렀는데 어제는 그 자리 대신 '미인'과 'incomplete'이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팬 입장에선 어떤 노래가 들어가도 덩실덩실 이지만요!!
나이를 먹어가며 다양한 장르의 멋진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을 많이 알게되어 '휘성'이라는 가수는 '원오브뎀'이 되어갔고 예전보다는 안듣게 되었지만 '전할 수 없는 이야기', '미인', '이런 시츄에이션'등의 제 애창곡 라이브를 들으며 더할 수 없이 행복했던 걸 보니 역시 저는 숨길 수 없는 휘성 팬이었던 것 같습니다. 'with me'시절에도 노래를 계속 배우러 다닐만큼 노래에 대한 순수하고 치열한 고민이 언제나 가득했던 가수 휘성. 앞으로도 잘 관리해서 좋은 노래와 멋진 무대를 언제까지나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