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얼마만에 써보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오래되었네요.
유머게시판에서 '여자에게 고백하는 법' 이라는 글을 봤습니다.
그 글을 읽고 예전 일이 생각나 이런게 글을 적어 봅니다.
바야흐로 때는 2012년..
군대를 전역하고 한창 학교를 열심히 다닐때 였습니다.
매일매일 같이 다니는 동아리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유난히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여자에게 번호를 따거나
술집에서 합석을 하는등 헌팅을 매우 즐겨 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그런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모태솔로였는데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항상 넘쳐있었죠.
그리고 성공률도 꽤 높은 편 이었습니다. 한 30%정도?
그러던 어느날..
토요일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한강을 가고 있었습니다.
꽤나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어제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정말 괜찮은 여자분을 봐서 대쉬를 했는데 하필 옷을 대충입은 날이라 실패했다'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사실 저는 태어나서 한번도 헌팅을해본적도 없습니다.
주변에 그 흔하다는 일인 친구들끼리 바다가서 여자분들이랑 노는 것도, 술집에서 합석을 해서 놀아 본적도 없었죠.
친구한테 물어봤습니다
"야 그렇게 해서 번호따면 사귀고 그러냐?"
친구가 당연한걸 뭘 물어보냐며 이런것도 젊을때나 해보지 나이먹어서 할거냐면서 너도좀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해 보라더군요.
그러면서 지금 우리들 있을때 해보라고 자꾸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 날은 농구동아리 애들끼리 농구를 하러 가는 길이라 농구화가 든 가방하나매고 츄리닝차림이였는데
친구들이 하는말을 들으면 용기가 생기다가도 내 복장을 보면 이건아니다 싶었습니다.
다음에 하자, 다음에 해볼게, 라는 저의 말을 무시하고 친구들은 주변분들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정거장이 지나고 애들이 에이~ 너 맘에 들만한 사람이 없네하면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신길역에서 한 여자분이 타셨습니다.
저희가 문쪽에 서있었는데 딱 그 문으로 들어오는걸 보는데 그 청초한 향수냄새와 함께 아리따운 여성분이셨습니다.
친구들은 눈치를 주며 어차피 안되면 한번보고 못보는 사람인데 왜그리 겁을 먹냐며 용기를 가지라고 계속 압박을 줬습니다.
저도 정말 말한번걸고 싶었고, 그냥 내리면 후회할거 같은 마음은 들었는데 용기가 정말 날래야 나질 않아서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그러다 그 헌팅을 즐겨하는 친구가 딱 하는말이,
" 야 너가안하면 내가한다? "
그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무슨말을 할까 고민도 없이 그냥 다가갔던거 같습니다.
살짝 팔을 치면서,
"저기요. 혹시 언제 내리세요?"
그 여자분은 자신한테 하는 말인가 싶어서
"저요?"
"네"
"저 건대요"
저 말을 듣는데 계속 머리속에 드는 생각이,
'내가 이걸 도대체 왜물어봤지?' 였습니다.
순간 멍해져서,
"정말 죄송한데, 저를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런거 처음이거든요. 거절하셔도 되고 거절하시기 미안하시면 그냥 아무번호나
적어서 주셔도 되는데.. 이렇게 안하면 제가 후회할까봐서요.. 번호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이와 비슷하게 횡설수설하면서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이 물어보시더군요.
"왜요?"
순간 그냥 아무생각없이 말했던거 같습니다.
"너무 이쁘셔서요"
한 1초정도 서로보다가 손을 내미셨습니다.
바로 핸드폰을 올려드렸죠. 찍어주시더군요.
감사합니다만 연발하고 친구들한테 왔습니다.
이 미친친구들은 지하철안에서 크게 여자분한테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민폐를 끼쳤고
그런 친구들을 억지로 끌어서 무작정 다음역에 내렸습니다.
친구들은 옆에서 이상한말들을 늘어놓는데 귀에 들어오지는 않고 가슴은 벌렁벌렁 계속 날아다니고
정신이 나간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친구들과 농구를 하느니 마느니 하고 집에가는데 왠지 없는 번호 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당연히 없는번호겠지.. 하면서 오는길에 무심코 전화를 눌렀는데 신호가 가는겁니다.
그냥 바로 끊었죠.
일주일정도는 그 생각만 했던거 같습니다. 계속 생각을 해보면서 연락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그 이상의 용기는 나질 않았고
그냥 하나의 좋은 경험이였던걸로.. 생각 하기로 했죠.
친구들이 매일 만날때마다 연락하라고 보채는걸 무시하면서 한달정도가 지났을때였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오후 4시부터 농구장 뒷편에 앉아 친구들과 막걸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은 계속 그 얘기를 하며 오늘이 날이다 꼭 연락해야 된다를 줄창 이야기했습니다.
계속 무시하며 술을 먹는데 카톡이 왔습니다.
"그 때 지하철에서 봤던 분 맞으시죠?"
제가 번호를 저장해놔서 그 분한테 카카오톡이 친구추가로 떠있었던거죠.
그 카카오톡 하나로 없던 용기가 불끈 생겨서..
꾸준히 연락하고 용기를 더 내어서 만난 끝에..........
지금까지 쭉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사귀고 물어봤습니다. 그 때 번호 왜준거냐고.
여자친구가 하는말이,
" 그 때 건대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내가 좀 많이 늦어서 빨리 가야됬거든...정말 그런거 싫어서 번호 한번도 준적 없는데
안주면 계속 귀찮게 할거 같았고 왜요라고 묻는데 대놓고 이쁘다고 하니까 이사람 정말 더 귀찮게 하겠구나 싶어서 그냥 빨리준거야
근데 그 때 오빠친구들이 번호주고 난뒤에 너무 창피하게 굴어서 다음역에 그냥 내려야지..
싶었는데 오빠가 끌고 내려줬잖아 농구공 들고 있는거 보니까 농구하러가는거 같았는데 나 창피해 할까봐 내려준거 같아서 그냥 그게 고마웠어"
사랑은 타이밍이다.
이 말이 정말 맞는거 같습니다. 헌팅이라고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제가 단한번의 헌팅으로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것처럼
피지알 분들도 타이밍맞게! 기회다 싶을때 놓치지 마시고 꼭 이쁜 사랑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 스타 후로리그할때나 한창 피지알채널에서 롤을 할때 교류를 가진분이 많았었는데 일하면서 그런 교류가 사라졌네요.
스타후로리그 할때는 ByuL아이디를 썼었고 롤은 쩔어잉, White StellaR 지금은 IGNITE 현서 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분 계시면 다시 게임 같이 즐기면서 교류했으면 좋겠네요.
두서없는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