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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0 20:05:19
Name 놓치고나니사랑
Subject [일반] [연애] 잘못을 저지르고 2년 반 그리고 난 반년이 늦었다. -2-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살고 있는 놓치고나니사랑 이라고 합니다. 이건 제가 최근에 저지른 가장 찌질한 행동과 잘못들을 잊지 않고자 남기는 제 이야기입니다.

중간 중간에 반말체 같은 표현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직후 눈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고 마지막까지 울지 않고 전화를 끊었는데 웃기게도 스마트폰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30초정도 뒤 부터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습니다. 헤어지자고 한건 나고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 
"내가 미안해 한 순간 욱해서 그랬어 미안" 이라고 하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전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울었어요. 많지는 않았지만 몇 명의 사람들과 연애를 했었고 몇 번의 헤어짐을 경험했지만 헤어진 직후에 이렇게 눈물을 쏟은건 그 때가 처음이라 새롭기까지 했죠.

'내가 왜 이러지?' '이상하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눈에서 눈물은 멈추질 않고 가슴이 너무 아펐어요. 초 봄이었지만 이상하게 추웠던 날씨를 위해서 마련해놓은 두꺼운 이불에 얼굴을 묻고 펑 펑 울었습니다. 그리곤 미친놈처럼 형에게 전화를 걸어 헤어졌다고 또 울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에게 헤어졌다고 운 모습을 보여줬던 날. 그리고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전 잠이 듭니다. 끝났다고 생각한 채...

하지만 2년 간의 연애가 어디 하루 아침의 통화 한 통으로 헤어질 수 있을까요? 그럴리가 없죠. 다음 날 부터 일주일간 여자친구는 매일 연락 해 옵니다. 더 웃긴 건 어제 헤어졌다고 그렇게 펑 펑 울고 가슴 아파 했던 놈이 그녀에게서오는 전화는 다 받습니다.  

'나에게 더 사과해! 더 사과하고 더 용서를 빌어줘. 내 마음을 더 풀어줘!'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내고 그렇게 펑 펑 울면서 형에게 전화해서 쌩 난리를 칠 정도로 힘들었으면서 여자친구 전화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냉정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여자친구의 사과를 듣고 있었습니다. 잘못 한 사람은 저인데 말이죠. 그렇게 흐른 시간 일주일. 변화가 없는 저를 보면서 여자친구도 어느정도 지쳤어요. 열심히 예전일을 상기시키며

"우리 좋았었자나... 즐거웠자나 이러지말자 오빠"

하며 열심히 설득하던 그녀의 전화통화도 이제는 점 점

"밥은 잘 먹고 다녀 ? 힘 좀 내..."

하면서 절 더 걱정하더군요. 가슴아프게...
일주일 째 되던 그 날은 태도를 바꿔서 다른 말을 꺼냅니다. 냉정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말을 꺼내더군요.

"오빠 그럼 친구로라도 있자... 응? 사귀기 전의 오빠 동생 사이 있자나...응? 그거 하자..."

제 자존심 세우기는 그냥 그쯤에서 끝냈어야 했어요. 그렇게까지 말하는 착하디 착한 그녀에게 전 그쯤에서 그만 고집 부리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 한 거고 넌 그런 말 할 필요도 없다고 정말 무릎꿇고 싹 싹 빌었어야 했어요. 하지만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지없이 어이없는 말이었죠.

"응 그래... 우리 친구로... 친구로 돌아가자..."

사귀던 시절에 제가 그녀에게 강조한 말이 있었습니다. 연인 관계에서는 친구 사이가 절대 될 수 없다. 몇 번이고 강조했던 말이었죠. 그래서 헤어지게 되면 끝이고 그렇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은 절대 쉽게 입 밖에 꺼내서는 안된다. 그렇게 말했던 저였는데 전 제가 한 말도 못 지키는 비겁한 놈이 됩니다. 자기가 잘 못 했으면서 사과는 하기 싫고 그녀의 목소리는 계속 듣고 싶었으니 내린 비겁한 답이었던 거죠. 그런 저의 말에 그녀는 약간의 기쁨을 띠며 대답합니다.

"고마워 오빠..."

그녀는 대체 뭐가 고마웠는지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여지를 줘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연락 할 수 있게 돼서? 이렇게 자존심 다 버리고 용기있게 이런 말도 꺼낸 그녀에 비해서 전 뭐 그리 어렵다고 사과의 말 한마디를 못 꺼내는지...그렇게 일주일간 계속 되던 연락은 그 날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 씩 오게 됩니다. 주말 마다 오는

"잘지내?"

라는 연락. 문자 한 통. 전 제가 말했던 말에 반하는 -연인과 친구사이- 상황이 마음에 걸려서 답장을 하지 않죠.

 모르겠어요 그 때 제 생각은 대체 뭐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나쁜 놈이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저 자신도 절 이해 못하는데 누가 절 이해 할 수 있었을까요. 일은 힘들고 외롭고 여자친구랑은 더 이상 연락 못하겠고. 그러다가 흔한 그런 말 있자나요 그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 그 말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전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한달이 지날 무렵 전 잠시 딴 애를 만났습니다. 만났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알던 동생이었는데 여자친구와의 연락을 끊으면서 너무나도 외로웠기에 알던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리게 되고 그러던 중 그 친구와 문자를 자주 주고 받게 되고 전화 통화도 하게 됩니다. 서울 사는 동생이었는데 그렇게 한달 가까이 연락을 하더니 갑작스럽게 제가 있는 카나가와로 관광을 하겠다고 날아옵니다. 그리고 관광시켜주다가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버린 거죠. -변명이지만 여자친구와 사귀면서는 절대 먼저 연락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전 사귀면서 한 눈 파는걸 가장 나쁜 짓이라고 생각했었고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일대일로 다른 여자와 커피도 마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고 마음도 가질 않았어요. 제가 있는 곳까지 와줘서 고마워서... 뭔가 저도 기댈 곳이 필요해서... 그렇게 사귀게 됐는데 사귀자고 한 이후로, 그러니까 아는동생이 한국에 돌아간 이후로 단 한 통에 전화로 전 '못 만나겠다 미안하다' 하고 끝내버리게 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도 안됐는데 덜컥 한순간의 감정에 전 또 한명에게 상처를 준거죠. 
 그리고 그 날 저녁. 술을 먹고 헤어진 남자가 가장 해서는 안될 짓을 합니다.

"뭐해? " -자니? 라고는 못 보내겠더라구요-

"응 오빠 나 씻고 자려고 누웠어.."

오랜만이야라는 말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여자친구. 아무리 오빠 동생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들었어도. 그 말의 의미가 진정한 오빠 동생이 아니라는건 초등학생 정도만 되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전 비겁하게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오빠 동생이니까 안부 정도는 괜찮치 않나?' '괜찮잖아 친구하기로 했자나...'

그렇게 우리는 연인도 아닌 그렇다고 친구도 아닌 애매한 문자와 전화통화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됩니다. 그래도 꼴에 양심은 찔렸는지 매일 연락은 못하고 제가 너무 힘들다... 아 죽겠다 할 때만 연락합니다.-이게 더 나쁘네요- 그 연락의 빈도는 처음에는 삼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이 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 제가 생활에 적응 해 갈 수록 그녀와의 연락의 빈도 수는 줄어 들었습니다. 그녀도 역시 저의 그런 템포에 맞춰 자연스럽게 줄어갔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전 그녀의 생일 날 축하 메세지를 길게 남기고 그녀 역시 제 생일날 0시 0분이 되는 그 순간 장문의 축하메세지를 날려줍니다. 또 연락을 할 때 우리는 마치 연인 관계로 돌아간 것처럼 다정했어요.

"오빠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유학 준비는 잘 되가고 있고 오늘은 누구랑 어딜 갔는데...."

"응 그랬어 ? 힘들었겠다. 유학 준비 할 때는 이 서류도 필요하고 이것도 필요하고 구급약 꼭 챙기고 내가 경험이 있자나~ 처음엔 진짜 힘들거야. 아 참 오늘 한국 비 온다던데 우산 꼭 챙기고"

연인의 대화죠? 친구와의 대화는 아닐거에요 저도 연락하면서 그렇게 느꼈거든요. 단지 다른게 있다면 이런 대화 속에 중간 중간에 그녀의 유혹이 있다는 것 뿐이죠.

"진짜 이렇게 맘 잘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오빠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

그 때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왜 사람은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멘트가 나올 때면 전 침묵을 지키고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립니다.

"에이 그냥 해 본 말이야 그런데 오빠 오늘은 교수님이......어쩌고 저쩌고"

전화를 끊고 나면 너무 제가 나쁜놈이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고 그러면서 다음엔 연락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시 너무 힘들어지면 연락하고 정말 누구에게나 들어도 쓰레기 같은 짓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그런 말을 해줄 수록 전 다시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생활도 적응되고 상황도 나아지고 하니 그제서야 이해 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일년 정도 유학생활을 하고 저에게
돌아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 하고 다시 되돌리면 되는 건데, 그런데 그 '미안해'라는 말 그 말이 통화에서 나오질 않았어요.

"미안해 은혜(가명)야 오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없겠니? 내가 정말 잘못 했어..."

이 말을 그 때 왜 못했을까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일본에 간지 삼 개월만에 친형과 사촌누나의 결혼으로 짧은 간격으로 두 번이나 한국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전.... 그 때마다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했어요. 직접 만나기도 했구요. 같이 밤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오빠 우린 뭐...야?...."

라는 말을 합니다. 당연하죠 친구라면서 하는 행동은 연인 때와 달라진게 없었거든요. 전 평소의 농담으로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글쎄... 뭘.....까 우리...(웃음)"

전... 사과없이 어물쩡 넘어가고 싶었어요. 그냥 다시 예전처럼 잘 대해주고 그러면 그냥 그렇게 어물쩡 사과하지 않고 다시 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얄팍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국 들어갈 때마다 그녀에게 연락하는 제 행동은 6개월 전까지 계속 됩니다. 이 때 부터라고 하더라구요 그녀가 저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게.
그녀의 유학 전 휴가기간이 조금 긴 틈을 이용해서 한국에 들어가고 어김없이 전 그녀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또 같이 밤을 보내죠. 다음 날 친구놈들이 모텔 앞에서 저희들을 픽업 해 갑니다. 여기저기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글을 적으면서도 굉장히 이상하네요. 모텔 앞에서 차를 세워 우리 둘을 픽업하는 친구A & B가 저희 둘을 보면서 묻습니다.

"아 진짜 너희 둘은  대체 뭐야! 진짜아~!"

전 대답했어요.

"뭐긴 뭐야 여자친구지" 

그런데 이 때 그녀는 다르게 말하더군요.

" 아니에요, 전!(강조) 여자친구에요!!"

전 이 때 농담인줄 알았어요. 이 멘트를 날리는 그녀는 웃고 있었고, 그냥 어물쩡 넘어가서 다시 합친다는 제 계획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녀는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어물쩡 다시 합치려고 하는 제 모습에 실망하고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절 지워갔던거죠. 그래도 한국에 있는 7 일 중 3 일을 그녀와 같이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 덧 흘러 그녀도 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유학을 온 그녀를 위해 해줄게 없나 생각하던 전 제가 쓰던 노트북을 포맷해서 새롭게 윈도우도 깔고 유학에 필요한 기본 소프트를 다 깔아서 이미 그 대학에 다니고 있던 남자후배가 우리집에 놀러온 틈을 타 손에 들려 보냅니다. 그녀를 주라고, 당연히 남자후배는 묻죠

"어 형 ? 은혜랑 헤어진 것 아니었어요? "

"그냥 갖다줘 임마...."

제가 보낸 노트북을 받은 그녀는 정말 고마워했고 그걸로 저희는 스카이프로 가끔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이런 양심없는 짓거리를 하는 저에게 하늘이 화가 났는지 보낸 노트북은 삼개월 만에 사망하게 되죠. '깨끗하게 다 밀어서 보낸건데' 하드웨어 사운드 부분이 작살 나고 결국엔 부팅조차 안되게 됩니다.

그녀는 집에서 새롭게 노트북을 공수했습니다.

그녀의 일본 유학생활은 즐거워 보였어요. 잘 적응 해 가는지 페이스북에 즐거운 여행 사진은 늘어갔고 저에게 연락오는 빈도 수는 현저히 줄었습니다. 저 역시 일본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고 가끔씩 라인과 페북 메신져를 통해 그녀에게 연락을 했죠. 정말 친구같은 빈도 수로 내용도 연인의 대화에서 친구들이 할 법한 안부를 묻는 정도로 변했갔죠. 작년 사월 쯤? 유학이 중반을 넘어 일본 생활에 적응 완료한 그녀는 도쿄 디즈니랜드로 놀러 온다는 말을 대화 중 하게 됩니다.

"아 진짜? 꼭 연락해? 여기서 한 시간 거리고 엄청 가까우니까 여기까지 오는게 멀면 내가 갈께"

이 때부터인 것 같아요 제가 더 적극적으로 변했던게...

"아 이번에 가는건 내가 일하는 곳 분들이랑 같이 가는거라 따로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알았어 아무튼 연락할께 오빠..."

"꼭 연락해라 너 안 그럼 혼난다"

"크크크 알았다니까..."

이런 대화가 오가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너무 바빴던 것인지 저에게 연락없이 돌아가 버립니다. 전 단단히 삐졌고 그 때 부터 삐졌다는 분위기를 서슴없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할-  그런 저에게 그녀는

"오빠 삐질 줄도 알아? 귀엽다(피식)... 미안해 미안해" 하면서 웃으면서 사과 했었죠.

이미 저희 관계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정말 이상한 관계가 되버렸습니다. 아니 그녀는 오빠동생으로써 절 잘 정리해 가는 과정이였고 전 그녀에게 다시 깊게 빠져 드는 과정에서 겪는 이상한 교차점(?)에서 생기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미묘 복잡한 관계가 된 거죠. 인터넷 보면 그 뭐냐 짤방이라고 하나요 거기에 여자들은 헤어진 뒤 한달 뒤에 시원해 하고 남자들은 폐인이 되는 그 과정, 그게 느리게 일어났던 거죠.

그렇게 전 변해갔고 그녀 역시 변해갔습니다.

그녀는 씩씩하게 유학을 잘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저도 회사생활 잘하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일도 여유가 생겼죠. 그러던 어느 날. 한국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3개월 정도만에 페이스북 메신져로 다시 연락을 하니 충격적인 소리를 합니다. -디즈니랜드 사건 이후로 그 정도 기간을 연락 안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네요? 그것도 미국인. -같은 교환학생으로 왔던 친구라더군요-
게다가 완전 장거리네요? 일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샌프란시스코였던가...

"넌 왜 또 장거리를 하려고 그러냐 ? "

"아니 이 오빠가! 오빠 이럴 땐 축하해라고 해주는거야 "

"만나지도 못할 것 아냐 ? 축하는 무슨 ! 모르겠다 난 축하는 못해주겠다...."

"왜그래 오빠~ 이상하게..."

"아 몰라 오늘은 이만 자야겠어..."

"오빠 왜 그래... 응 그래 알았어 잘자..."

다른 자잘한 얘기들이 많았지만 대략 저런 얘기들을 했었죠. 전 자격도 없는데 뭔가 기분 나빠 해 하고 저의 태도에 그녀는 뭔가 통쾌해 하면서도 미안해 했죠.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녀가 마지막으로 절 떠 본 것 같아요. 페북에 스테이터스도 연애중으로 바꿨었지만 실제로 그 이후로 만나지도 않고 헤어졌다고 하고 별다른 생각 없었다고 하더군요.
여담입니다만 저 역시도 소개팅이나 일본 여자친구들과 노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매 주 같이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이런저런 얘기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어느 정도 소위 말하는 썸을 타다가 제가 딱 그 이상은 안가게 되고 선을 그어버리게 되는, 그 모습에 그 상대방도 어느정도 친구로 남다가 연락이 뜸해지고 뭐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 되고 있었죠. 전 여전히 그녀가 제 여자친구라는 착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해외 생활에서 오는 새로움도 느끼고 싶었던거죠... 전 제가 세웠던 신념?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어기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육개월 전 한국에 들어가게 됐을 때 그녀의 번호는 바뀌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페북 친구이기에 페북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전화를 걸었죠.

"나 한국 왔어 얼굴보자"

"어....... 오빠? 아.... 나 지금 일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아 그래? 많이 바뻐? 알았어 그럼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반가워하지 않고 당황한 목소리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었죠.

그런 후 그녀는 제가 돌아갈 때 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
이번 글로 끝내고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너무 상세하게 적어서 그런지 내용을 또 다 적질 못했네요. 제가 제 행동들을 하나하나 훑으면서 적어나가는데도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드는건 너무나도 한심한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겠죠.

뱀다리. 맞춤법 검사기가 여전히 말을 듣지를 않네요.. 아무래도 해외 회선에서는 안되는건지.... 오타나 철자 있으면 지적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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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0 20:18
수정 아이콘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아요, 놓쳐버린 인연(사랑), 부모님에 대한 효도, 나의 학창시절...

그리고 부어버린 탕수육 소스...
이토카이지
14/10/10 20:28
수정 아이콘
아아 너무 가슴아프네요.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세요.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 안올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한 본인의 마음을 전달하는게 어떨지요? 나중에 더 후회합니다. 그리고 부어버린 탕수육소스는 맛있죠.
놓치고나니사랑
14/10/10 22:33
수정 아이콘
이토카이지 님 // 이 이야기는 이주전에 완료된 저의 실제 이야기이구요.. 결과는 이미 나왔죠. 인생은 타이밍.... 마지막 글에 찌질함이 폭발 하는데 그 이야기도 주말 이용해서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월요일이 휴일이라 삼일 간이나 쉬니 키보드나 신나게 두드려야 겠네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0 22:31
수정 아이콘
Tiny님 // 전 먹은걸 가리지 않습니다. 부먹이든 찍먹이든 사주는 사람 맘대로 가죠 하하하
찍먹파
14/10/11 02:56
수정 아이콘
그니까왜부어요ㅠㅠ
스핔스핔
14/10/10 20:33
수정 아이콘
뭔가 드라마같네요.. 재밌어요
어제내린비
14/10/10 20:41
수정 아이콘
여자분도 정말 좋으신 분 같고.. 되돌릴 기회도 꽤 많아보였기에..
무척 안타깝네요.
couplebada
14/10/10 20:51
수정 아이콘
음.. 뭐 사람 마음이라는게 다 다른거지만.. 친구로서 남고 싶다라는 감정은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연인이 헤어지자마자 등돌린다는 것은... 그 사람과 있었던 시간들마저도 다 없던일처럼 바뀐다는건데.. 그거 자체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남녀 사이에 있어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짝사랑이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남녀 관계는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마저도 거부해버리는 것은(특히 여지를 주면 더 상처 받을 거라는 말은) 덜 좋아하는 쪽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그런 관계에 불과할지라도 인연을 잇고 싶어 하거든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0 22:37
수정 아이콘
Couplebada님 // 예... 전 제가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것들을 당연시 입으로 뱉고 살았고 소위 쿨방망이를 들고 살았었는데 실제 인생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당연한걸 인간은 실제 겪지 않으면 모른다는거 아니 납득하지 않는다는거.. 그걸 제대로 배운 것 같아요.
ThreeAndOut
14/10/10 23:40
수정 아이콘
도대체 왜그러셨어요. 보고있는 제가 맘이 다 아프네요. 비겁하고 찌질하시네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자신을 여기에 이렇게 드러낸다는 것에서 글쓴이께서 더 큰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수 있네요.
그대가부네요
14/10/11 09:57
수정 아이콘
그여자분 맘 아팠을거 생각하니까 제맘이 더 아파요
전 고작 십일가량 기다리다가 포기했거든요
제가 비참해지는게 싫어서..
그리고 지금 후회하죠 못기다려준걸
모든건 타이밍이네요
블랙탄_진도
14/10/11 10:14
수정 아이콘
타이밍이라는 말은 진짜 맞는거 같습니다.

저도 느꼈기 때문이죠
지옥천사
14/10/11 11:17
수정 아이콘
제 이야기인줄.. 먼거리가 아니라면 진짜 만나서 술 한잔 하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14/10/11 23:09
수정 아이콘
글로만 읽어도 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ㅠㅜ 사랑앞에 자존심이 뭐라고..
짙은범고래
14/10/13 02:41
수정 아이콘
사랑은 정말 타이밍이죠. 그래도 후회없이 만나고 싶어서 사랑할 때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인지라 가끔은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지만..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게 최고인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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