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은 2006년 4월 15일 WBA와의 홈경기를 "데니스 베르캄프 데이"로 정했습니다.
이 날 아스날 팬들은 붉은색이 아닌 오렌지색 옷을 입고 오기로 했고, 베르캄프의 축구적 고향 아약스의 팬들을 초청했습니다.
사실 베르캄프는 이미 전성기가 한참 지나서 주로 벤치 멤버로 기용되고 있었고, 그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경기력이 별로 좋지 않았고, 시즌종료가 한 달도 안남은 시점에 불과 리그 1골을 기록하고 있었죠.
아마 구단측에서는 기념경기를 하기에 이 날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WBA는 19위를 마크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아무리 챔스를 병행하며 5위를 달리고 있는 아스날이라고 해도 무난히 이길 것 같았으니까요.
당시 아스날은 챔스에서 장대한 서사를 쓰고 있었지만 리그에서는 토튼햄에 밀려서 4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경기는 이겨야되니 베르캄프는 벤치에서 스타트했습니다.
흘렙의 골로 전반을 1:0으로 마치고 후반 70분대로 넘어가고, 이른바 "벵거 타임"이 되어서 베르캄프가 등장합니다. (반페르시와 교체)
하지만 WBA는 기다렸다는 듯이 베르캄프의 등장 직후 동점골을 넣어버립니다.
아스날은 이미 반페르시와 함께 그 날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흘렙까지 빼버렸기 때문에 위기에 빠집니다.
베르캄프가 뻘줌할 상황이었습니다. 그가 경기력으로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베르캄프가 기다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한 그 날에 피레스의 결승골을 만들어내고(베르기 패스 -> 피레스 슛 -> 재차 슛 이어서 공식 어시스트는 아니었지만)
이어서 90분이 다되어갈 즈음, 아크 부근에서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전매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쐐기골을 넣었습니다.
시즌 2호골이었습니다. 그토록 넣지 못했던 골이 바로 "베르캄프 데이"에 터진 것입니다.
그 시즌에 아스날은 마지막 라운드가 되어서야 승점 2점 차이로 토튼햄을 제치고 극적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하이버리의 킹'이라는 별명을 가진 앙리가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던 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것도 멋진 일이었죠!
그리고 잔디에 키스)
이 골은 아스날에서의, 그리고 그의 커리어에서의 마지막 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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