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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13 22:18:18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일반] 판도라의 상자
학부시절 저는 철학과에서 나름 주목받는 동양철학 전공생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라기보단.... 어그로로 주목받았지요. 한국철학을 발굴해내고 한국 정신문화의 고유성, 독자성을 발굴해내겠다는 야심을 품고 여기저기 치고박고 다녔습니다. 학부시절의 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저는 준 환빠에 가깝지 않았나 (환빠를 조롱했으면서도) 싶습니다.

뚜렷한 연구주제도 없이 이런 막연한 야망에다 생각보다 잘나왔던 학부성적에 대한 자신감이 더해져서 동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지요. 그리고 대학원 면접날, 요식행위일 거라고만 생각했던 그 자리에 참석하신 낯익은 교수님들은 제 문제의식에 대해 날선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이래서야 불합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한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납니다.

면접날의 충격이 무색하게도, 합격한 후에도 저는 논문작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그냥 애국자로 살았지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한국적인 것, 최소한 독자적인 것을 찾겠다고 한국 고전을 뒤졌고, 한문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늘 익숙한 비판, "그거 중국에도 있는데?"에 부딪혀야했고, 짜증이 난 나머지 석사논문 주제로 문제의 중국인, 성리학을 사실상 만든 사람, 정이천을 고르게 되었지요. 어디 중국은 어떤지 보자. 내가 낱낱이 연구해보고 나중에 한국 거랑 비교해보겠어. 뭐 이런 심산이었습니다.

목표가 이 모양이니 정이천 연구가 제대로 될 턱이 없습니다. 넓고 모호한 주제, 불분명한 이념에 사로잡힌 연구의식, 목적이 이끄는 연구 (곧 답정너)가 진척이 되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이자 선배이신 어느 대학 교수님과 학회가 끝나고 맥주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습니다. 늘 제 편일 거라고 믿었던 선생님인데 제가 한국철학 어쩌고 하는 꾸릿꼬릿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자 대뜸 그러시더군요.

"한국철학이 있다는 거야 있었으면 좋겠다는거야? 그걸 분명히 하라고."

.....

구민타자 슨욥상의 풀스윙에 뒷통수를 흐드러지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맞아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다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스꾸무리해보이는 증거를 과대포장해서 가슴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 레파토리를 만들고, 그 레파토리를 이자리 저자리에서 써먹는 3류 키워에 불과했던 거에요. 그리고 계속되는 마해영 슨슈의 끝내기 호무랑을 맞았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라.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아라. 설령 그 어둠이 너를 삼킬지라도]

이 말을 듣고 한 편으로는 아프고, 슬프고, 두려웠지만, 또 가슴 속 어느 한 켠에선 강렬한 희망의 빛을 본 것처럼 쿵쾅거리는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진부하고 당연한 진리이지만 꽁하고 묶인 내 마음이 부정하고 있던 지침이었지요.

平心定氣

그 속에서 무엇이 튀어나오든 동요하지 않을 준비가 된 자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열어볼 때라야 비로소 역사는 자신의 모습을 허락합니다. 어디 비단 역사뿐이겠습니까.


-------------------------------------------------------


친일파 문제로 산불이 하나 일어나고 다시금 조선사가 화제에 오르길래 옛 생각이 나서 한 번 써봤습니다. 모두들 현명하신 분들이라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노파심에서 주제넘게 한 말씀 드리자면, 조선에 대한 (나아가 구한말, 식민지시기에 대한) 애정도 연민도 불만도 분노도 슬픔도 기쁨도 안타까움도 자부심도 모두 일단 한켠으로 제쳐 놓고 역사를 열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 밀어 놓고 열어본 상자 속에서 무엇이 나오든 상처받지 마시고 (혹은 기뻐하지 마시고) 담담하게 그대로 꺼내드세요. 꺼내든 물건이 무엇이냐도 중요하겠지만, 그 담담한 몸짓이야말로 우리 조선놈들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성숙한 몸짓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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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4/08/13 22:31
수정 아이콘
대쥬신제국사를 처음 접하고 감동 받아서 일제에 침탈당해 사라진 우리의 역사를 모르는 너희가 참으로 어엿브구나 하던 제 어린날이 떠오르네요
난 너희가 알지 못하는 우리의 참역사를 알고 있다 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 ㅜㅜ
기아트윈스
14/08/13 22:51
수정 아이콘
전 괴상한 고구려사를 한 권 읽고 감명을 받아서 (당시 중학생) 국사 선생님께 무려 그 책을 추천하고 빌려드리는 패기를 부렸지요.

그리고 다음주에 교무실에서 소환령이 떨어지고 제 마음 다치지 않게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재밌긴 한데 이거보단 다른 책을 보면 좋겠다." 하고 말씀해주신 그 국사선생님 참 찾아뵙고싶네요.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이불을 뻥뻥 ㅠㅠ
tannenbaum
14/08/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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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타까운게 김산호 화백의 대쥬신제국사 그림체가 너무 카리스마 작렬이라는거죠
그림은 진짜 막그냥 확그냥 다 씹어먹죠
14/08/13 22:34
수정 아이콘
역사는 잘 모르겠고(제가) 글은 참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아트윈스
14/08/13 22:51
수정 아이콘
과찬이십니다;;
노던라이츠
14/08/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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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버튼 꾹 누릅니다. 일제시대이야기가 나오면 논리보다 분노랑 슬픔때문에 이야기가 항상 본질을 빗겨나가는거 같습니다
기아트윈스
14/08/13 22:5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분노와 슬픔 때문에 본질을 빗겨나가기도 하지만, 그 분노와 슬픔이 있기에 일제시기 연구의 의의가 생기기도 하지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14/08/13 22:41
수정 아이콘
사실 피지알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꽤나 제대로 파악하는 분들이 다른 곳에 비하면 많으시죠. 솔직히 저도 그 덕에 많이 배웠고.
기아트윈스
14/08/13 22:54
수정 아이콘
피지알은 참 배울 게 많아서 좋아요 :)
해원맥
14/08/13 22:45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기아트윈스
14/08/13 22:5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사무
14/08/13 22:52
수정 아이콘
대학 다닐 때 사학과를 간 동기중 에 하나가, 신의 지문 시리즈의 열광적인 팬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
숨겨진 역사의 비밀을 찾겠다며, 인디애나 존스 마냥 과감하게 사학과를 지원했었죠.
사학과를 들어가고 나서, 교수님과의 면담 중에 그 얘길 꺼냈다가 무참하게 논파 당하고 우울해하던 그 동기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기아트윈스
14/08/13 22:55
수정 아이콘
ㅠㅠ
아픈만큼 성숙하는 법이지요.
내려올
14/08/13 23:00
수정 아이콘
그래서 한국철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과거가 아니더라도
지금 현재, 그리고 앞으로 말이지요.
저는 학부생때 그걸 더 궁금해했었네요.
기아트윈스
14/08/13 23:26
수정 아이콘
철학이란 말을 좀 더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라이언킹 OST, 하쿠나 마타타를 보면 그 후렴구에

"It's our problem free~ philosophy~ Hakuna Matata!" 라는 말이 있어요.

걱정 말고 즐기며 삽시다 같은 말을 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가장 건조하고 단단한 친구들, 예컨대 현대 분석철학만 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후자와 같이 보편적으로 납득할 만한 룰을 세우고 그 룰 안에서 수학적 엄밀성을 가지고 정밀폭격을 나누는 걸 철학이라고 한다면 그 철학이 딱히 "국적" 단위로 구분될 수 없을 거에요. 영국 수학과 대륙 수학이 서로 다르다고 하면 이상한 주장이 되겠지요. 수학이 수학인 것처럼 철학도 철학일 뿐일겁니다.

전자와 같이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할 경우 철학은 보통 신념이나 강한 가치관 같은 걸 의미하곤 합니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에 철학을 담았다든지 등등..

이럴 경우 국적, 혹은 민족성을 함축하는 접두어가 붙곤 합니다. 독일 철학, 프랑스 철학, 등등.

하지만 이 경우 문제가 있는게, 독일 철학이 독일 민족의 민족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면, 그건 프랑스 사람이 배우고 향유하기에 부적합한 게 되어버린다는 거지요. 즉, 특수 접두어를 붙이는 순간 해당 쟝르의 보편성이 상처를 받게 돼요.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 타협을 하자면.....

인간 고유의 보편적인 정서, 보편적인 문제의식 같은 부분을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공략해서 그 분야에 있어서 종주권 같은 걸 주장할 수는 있지요. 프랑스인들이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 종주권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비유하자면, 축구야 지구 어디를 가도 축구지만 한국 보다는 브라질에 축구유학을 가는 게 더 유리한 것처럼, 인류 전체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만한 어떤 문제의식에 대해 한국 학계에서 핵융합급 파이어가 나서 모든 한국 지식인들이 식음을 전폐하고 참여할 정도의 집중 키배가 30년 정도 지속되면 최소한 그 분야에 있어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국어 자료에 접근하고 연구하고 싶어질 수 있겠지요.

만약 그렇다면 한국 철학계에서 잉태해서 세계인의 관심거리로 부상한 무슨무슨ism 이라고 부를만한 게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요.

하지만 그래서 그게 "한국 철학"이냐, 그게 자랑스러우냐라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네요 ^^;
내려올
14/08/13 23:36
수정 아이콘
고퀄리티의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학부생 때 느꼈던 건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뭔가 화두를 가지고 연구나 논쟁을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철학자, 특정 학파의 이론을 연구 정리하는데만 몰두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니체 최고 전문가, 헤겔 최고 전문가 이런걸 목표로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배우는 것도 동양철학 영미철학 대륙철학 이렇게 나누는 것도 별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제가 맞다면 포스트모던과 장자를 같이 고민할 필요도 있을텐데 말이지요.
정확히는 한국철학이 가능하냐라기 보다는 한국에서 자란 학자가 본인의 철학이 가능하냐. 그게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정용현
14/08/13 23:14
수정 아이콘
제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방향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우린 어쩌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지도..
14/08/13 23:19
수정 아이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라.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아라. 설령 그 어둠이 너를 삼킬지라도]
어떤게 나올지 괜한 기대나 쓸잘데기 없는 단정 짓지 말라는 이야기지만,
우리 시대에 전해지고, 우리가 열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은건 희망 아닌가요.
저는 환빠도 아니고 철학이라면 고등학교때 배운 윤리와 사상이 전부라서 해드릴 말씀은 없지만,
그래도 한국만의 철학이 있던, 아니면 그러길 바라던, 한국철학이란게 애초에 없었던 신경쓰지 말고 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결과론 아닌가요. 중국인과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 각기 다른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과정에 찾으시고자 했던 한국철학이 있길 바랍니다.
종이사진
14/08/13 23:32
수정 아이콘
한국건축사를 배우면서 간혹 지나치게 자국 역사에 긍정적인 시선을 접하곤 합니다.
재료를 가공하거나 세공기술이 부족하여 있는 그대로 사용한 자연석이나 목조기둥을 일컬어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아무리봐도 기술이 부족하고 촌스럽다고 주장했는데 한국 역사에 애정이 없다는 반응을 듣곤 했지요.
지금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한국사를 지구반대편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14/08/14 02: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목적이 이끄는 연구 (곧 답정너)] 이 부분이 참 많이 찔리네요.. 허허 ㅠㅠ
인간실격
14/08/14 08:04
수정 아이콘
한국이란 것에 굳이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14/08/14 11:24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약간 틀어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증오할 때 상대가 악이기에 증오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악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증오하는 듯도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건 무지막지 어려운 일이다 싶어요. 알아야 이해하는데, 알면 시선이 기울고, 한 번 기울어진 감정은 쉽게 돌이켜지지 않고, 정보가 점차 취사습득되는 와중에 길어진 말글은 의도치 않은 뜻을 풍기고….
소독용 에탄올
14/08/15 00:31
수정 아이콘
근현대사 연구가 터부시되던 시기가 너무 길어서, 식민지시기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온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식민지시기 사료연구를 '정말로' 하기 시작한지 아직 20년도 안된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식민지 시기 역사에 대해 역사학도분들이 연구를 해 주셔야, 저희쪽도 뭔가 받아서 연구를 할텐데.......

뱀다리로 완전히 독자적인 어떤것일 필요 없이,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학자가 철학을 하면, 한국철학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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