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프로야구는 이승엽-마해영의 백투백 홈런에 힘입어 삼성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룩한 해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에는 극적인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홈런왕을 결정짓는 이승엽 선수의 시즌 최종전 최종 타석에서의 홈런이었죠.
2002년 10월 20일. 당시 심정수 선수의 소속팀이었던 현대는 시즌을 이미 종료했고 삼성은 기아와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홈런왕 경쟁중이었던 두 선수의 홈런 갯수는 46개로 동률이었죠. 앞서 말했듯이 현대의 시즌은 종료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광주에서의 삼성vs기아 경기에서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게 된다면 이승엽 단독 홈런왕이 되고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다면 공동 홈런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홈런왕을 의식한 것인지 이승엽은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고 경기는 삼성이 5대2로 앞선 상태로 8회초 공격까지 마쳤습니다. 단 한 이닝의 공격을 남긴 상태인데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기억이 확실친 않지만 아마 타순상 이승엽 선수의 타석이 돌아오기가 힘든 상황이었을겁니다. 그런데 8회말 공격에서 기아가 더도 덜도 아닌 딱 3점을 내면서 동점이 되죠. 경기는 연장전으로 흘러가게 되고 이승엽 선수의 타석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더 돌아오게 됩니다. 운명의 13회 초, 결국 두 번의 기회를 더 받은 이승엽은 결국 47호 홈런을 치게되고 심정수 선수는 생애 첫 홈런왕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만약 경기가 5대2로 그냥 끝났거나 기아가 4점 이상을 내서 역전을 했거나 해서 정규이닝에 경기가 끝났다면, 혹은 현재와 같이 12이닝 제한이 있었다면 심정수 선수가 홈런왕 타이틀을 더 일찍 가져갔을테고, 프로야구 기록에서는 85년 (김성한,이만수 22개) 이후에 첫 공동 홈런왕이 나왔었겠죠. 이후 현대는 LG와의 준PO에서 패배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며 한국시리즈는 이승엽의 극적인 홈런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의 첫 승리를 가져갑니다.
이승엽 선수는 시즌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 2003년 개막전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서 두 시즌에 걸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합니다.
심정수 선수는 다음 해에 무려 53개의 홈런을 칩니다. 단일 시즌 50홈런 이상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단 세 번 밖에 안나온 기록이죠. 불운이라면 심정수를 제외한 나머지 두 번의 기록이 모두 이승엽인데, 이 두 기록 중 하나가 같은 2003년에 이승엽선수가 세웠던 56호 신기록이라는 것이죠. 심정수 선수는 삼성으로 옮긴 이후 2007년이 되어서야 처음이자 마지막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갑니다. 당시 홈런은 31개였습니다.
덧1. 이승엽의 56호 홈런이 나온 이후 10년간 50호는 고사하고 40개 이상의 홈런이 나온 경우가 2010년의 이대호 딱 한 번입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친 것이 작년(2013년)의 박병호(37개), 2009년의 김상현(36개)이네요. 타고투저 문제도 많이 언급되고 있고 홈런 비거리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박병호 선수가 지금의 페이스로 쭉 가서 50호를 넘기는 모습을 꼭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승엽 선수의 기록도 깼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이승엽 선수의 오랜 팬이긴 하지만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거니까요.
덧2. 과거 야구 기록 찾아보기가 진짜 힘드네요. 제발 빨리 상세한 전체 기록들이 정리되어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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