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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6/11 03:42:50 |
Name |
화영 |
Subject |
[일반] 이드기여... |
요즘들어 봄노래가 참 달달하게 들린다.
들을때 마다 ‘나도 언잰간 노래처럼 달달한 사랑에 빠지겠지?’ 란 상상에 빠진다.
노래를 듣다보니 너무 외로워져서 예전에 관심있던 누나 카톡을 찾아보았다.
프사를 보니 여전히 이쁘다.
그동안 들은 소식으론... 최근에 졸업 했다는거.. 그리고 아직도 솔로라는거..
몇일간 고민끝에 카톡을 보내봤다.
"누나 잘 지내?"
그리고 얼마가 안되어서 답변이 왔다.
"나는 잘 지내지~ 너도 잘 지내?"
이렇게 시작된 카톡은 30분정도 가다가 곧 소재가 떨어졌다.
그리곤 여자랑 카톡하는게 이렇게 힘들구나 라고 생각하며 평소에 Love&hate님의 글이나 영원님의 글을 꼼꼼히 읽지 않은걸 후회했다.
웬지 카톡이 더 이상 길어지면 안될것 같아서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시간 되면 언재 밥이라도 한번 먹자~"
"그러자~ 난 시간 많으니깐 너 시간될때 연락줘 크크"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구체적으로 약속을 잡지 않으면 흐지부지 될것 같다는 생각에, 날짜와 시간을 말했다.
"그럼 다음주 수요일이나 목요일 6시 어때?"
늦어도 5분 이내에 오던 답변이 10분동안이나 오지 않는다.
그냥 단순히 아직 카톡을 확인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혹시 약속을 피해갈 핑개를 만들고 있는건가? 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10분이 이렇게 길수도 있구나 라고 이때 느꼇던것 같다.
몇분 더 지나지 않아서 답변이 왔다.
"나 다음주 수요일에 시간 괜찮아~"
이 카톡을 받고는 최근 3년간 이렇게 행복했던적이 있나 싶었다.
그래도 이 기쁨을 카톡에 나타내면 안된다 라고 생각하며 급히 카톡을 끝냈다.
"그럼 그때 보자~"
누나를 만날 생각을 하니 정말 기뻣다.
그때부터 봄 노래들이 내 노래 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을 들을때면, 벌써 내가 누나와 연인이 된것 마냥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 지도 모를만큼 빠르게 지나갔던것 같다.
누나 집 앞 쇼핑몰에서 누나를 만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같이 차에 탔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고 클러치를 밟는다.
그런데 아직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 누나의 모습이 보인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심 안전벨트 해주기를 기다리는 모습 같기도 했다.
안전벨트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적갈등이 시작됐다.
‘2년만에 만났는데 여기서 안전벨트트까지 해주면 부담스러워 하겠지’라고 결론을 내고있을 무렵 혼자서 생각하다보니 누나는 스스로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 둘이서 만나는건 처음인데 처음부터 과도한 스킨쉽은 부담스러워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밥먹으러 출발...
카톡에선 그렇게 할 이야기가 없었는데 막상 만나니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 주위에 커플 이야기 등등..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기 전에 검색해 두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리고 음식을 시키고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전에는 몰랐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누나의 목소리는 클라라를 닮았고 외모는 진지희(빵꾸똥꾸)의 상위호환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웨이터가 계산서와 카드 리더기를 가지고 왔다.
당연히 계산할 생각으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계산하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누나가 먼저 웨이터에게 카드를 줬다.
내가 계산 하겠다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누나는 괜찮다며 자기가 계산 하겠다고 한다…
‘먼저 계산 하다니? 이 누나도 나에게 호감이 있나?’ 라고 기분좋은 생각을 하며 다시 차에 탄다.
“내가 다음에 더 맛난거 사줄게” 라고 약속을 하고 커피를 먹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어재 밥 잘 먹었어 크크“ 라고 카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카톡 분위기가 전과는 이상했다. 점점 선 긋는게 느껴졌다.
아무리 늦어도 30분 이내에 오던 카톡은 1~2시간을 넘기기 일수였고 하루를 넘어간 적도 있다. 답변도 아주 많은 초성채가 있었다..
리버풀 처럼 올해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줄줄 알았던 내 봄은... 엘지 야구의 '올해는 다르다'를 시전했다.
올해 봄도 별로 다르지 않구나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 정말 씁쓸했다.
내 직감이 잘못됐을꺼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화 약속을 잡아본다.
“누나가 밥 사줬으니깐 내가 영화 한번 살께! 다음주에 영화보자 크크, 블랜디드 재미있다던데~”
“아 그래? 크크 인터넷 보니깐 그거 별로 재미 없다던데 크크..”
이후에도 계속 카톡을 했지만... 이쯤되면 확실해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들이대면 '아는 동생' 조차도 안될꺼라는걸 알기에 씁쓸하지만 포기해야한다...
평소에 단점이라고 여겼던 '빠른 포기'를 드디어 써먹을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쉽게 포기 되지 않고 자꾸 누나 생각이 난다.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나 보다..
최근에 해물파전방송을 보며 배웠던 긍정 마인드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도 밥 얻어 먹었으니 개이득..
최근에 있던 일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이런 글은 처음이라서 쓰는 내내 뭔가 어색했지만 어찌어찌 끝내긴 했네요...
피지알의 대세에 맞게 결말은 훈훈합니다. ㅜㅜ (엘지 팬분들중 기분이 나쁘신 분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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