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기대하고 들어오셨을지 모르겠지만 짧으니 마음놓고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인지와 이해. 이 말들은 고래와 고래상어만큼 달라. 가령 운전을 할때 앞차와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운것을 발견한것은 인지이고, 앞차와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브레이크를 밟는건 상황을 이해하는 거야.
우주와 생명이란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어. 화면에서 지구로 운석이 떨어지고, 그 운석의 유기물이 생물로 진화하여 현대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초창기의 미생물들은 서로간의 대화는 커녕 자기앞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을거야. 그러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개량되었을 거야. 진화론에 따르자면 말이지.적어도 바로 앞에 해저화산이 있는걸 알 수 있어야 불에 타죽지 않았을거고, 바닷물이 추운지 따뜻한지 알 수 있어야 얼어죽지 않았을거야. 이렇듯  상황에 대한 '인지'라는게 가장 첫번째 일이었을거야. 이게 바로 현재 우리가 가진 오감이라는 센서의 시작점이야.

하지만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어. 포유류, 공룡, 무슨무슨 롭스 등등... 파츠를 달듯 새로운 감각들이 하나씩 추가되었지. 들어오는 정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수명도 늘어나고, 번식을 위한 준비 기간도 길어지고... 이제는 인지보다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된거야. 생존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살찌울수 있는법. 이제는 해저화산보다 옆동산에 사는 육식동물이 나한텐 더 걱정인거지.

그런데 갑자기 그 육식동물이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해할 수 가 없다. 나는 이쯤에서 신이 탄생했을거라 생각해.
나의 인지 능력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때, 그게 축복이던 재앙이던 내 관심 사항이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이 벌어졌을때, 내가 알 수 없는 제 3자의 개입을 의심 할 수 밖에 없을때 . 누군가 나에게 이런 시련이나 선물을 내려줬을거다. 만세.

사실 내 입장에선 어느 종교니 하는것은 상관이 없다. 예수님이던 부처님이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제 3자이니까. 책에 씌여진 내용들은 살붙은 이야기일 뿐이야.

가끔 내가 기대하는게 있어. 제 3자의 개입이 나에게 이루어졌으면 하곤말이지. 뭐가 뭔지도 모르게 일이 벌어져서 멍때리고 있는것보다 눈에 보일만한 내가 확실히 이해 할 수 있는 개입 말이야. 아이언 맨을 봐. 걔는 나보다 세고 내가 좋아하는 돈도 많이 가지고 있다. 만약 아이언 맨이 내 삶에 개입한다면 나한텐 신처럼 보일거야. 영생이니 천국이니 지옥같은 내가 죽을때까지 나랑 전혀 상관없을거 같은 살붙은 이야기들 말고, 오늘 내일 하고 살아가고 있는 나한테 가시적으로 보일만한 개입. 그런데 도저히 사람이 할 수는 없을 것 같은 그런 일. 그때가서는 나도 신이란 걸 믿는 종교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이언 맨을 믿겠단 소리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