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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1 09:39:27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The Fight -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 vs 토머스 "히트맨" 헌즈

요즘은 격투기 분야도 상당한 발전이 있어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도 상당히 발전하고 상대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인 부분에도 큰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UFC 선수들과 1세대 UFC 선수들이 전성기 기량으로 경기를 한다고 하면 지금의 선수들이 거의 다 승리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승리 전략이란 것을 잠시 뒤로 물려두고 양 선수가 모두 물불 안 가리고 저돌적으로 돌진해서 무시무시한 주먹을 날리는 날것의 경기가 그리워질 때도 있는데 복싱 경기에서 저에게 그런 충격파를 던졌던 시합이 있었으니 바로 1985년 4월 15일, 미국 라스베가스 시저스 팰리스 특설링에서 벌어진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와 토머스 “히트맨” 헌즈 간의 WBA, WBC, IBF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이 바로 그 경기입니다.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


마빈 해글러 선수는 80년대 복싱 팬들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빡빡이” 복서로서 마치 청동으로 주조된 무사인 것처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외모상의 견고함과 후진 기어가 고장 난 트럭처럼 오직 전진 스텝만을 밟으면서 상대방을 서서히 무장해제시켜서 종국에는 링 바닥에 편하게 모시는 절정의 기술력을 같이 겸비한 80년대 최고의 강자였습니다.

한때 한국 미들급의 최강자 박종팔 선수와의 타이틀전이 추진되기도 했었는데 박종팔 선수가 최종 도전자 결정전에서 오벨 메이야스라는 선수에게 KO로 지는 바람에 타이틀전이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박종팔 선수를 이긴 오벨 메이야스선수는 해글러 선수에게 허무하게 KO패하고 말았으니 만약 박종팔 선수가 오벨 메이야스 선수를 이기고 해글러 선수와 경기를 가졌다면 지인의 아버지께서 했던 말처럼 “죽어서” 돌아왔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토머스 "히트맨" 헌즈


토머스 헌즈 선수는 웰터급으로 프로에 데뷔해서 큰 키와 긴 리치를 장점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역대 웰터급최강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손 꼽히는 선수였습니다. 빠르고 정확하며 파괴력 있는 잽과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괴롭히다가 상대가 잠시라도 정줄을 놓은 순간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강력한 펀치로 경기를 끝내버리곤 했습니다.

헌즈는 WBA 웰터급 타이틀을 시작으로 해서 주니어 미들급, 미들급, 슈퍼 미들급과 라이트 헤비급까지 나중에 5체급을 석권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웰터급과 주니어 미들급을 정복한 헌즈가 결국은 거쳐가야 했던 선수가 바로 미들급의 터줏대감 해글러였습니다.



The Fight...


양 선수의 미들급 타이틀전은 그야말로 전 세계 복싱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빅 매치였습니다. 언변이 뛰어나지 않고 원래 성격이 과묵했던 해글러와는 달리 헌즈는 시합 전 해글러를 이리 저리 도발하면서 분위기를 한껏 띄웠습니다. 링 위에서 누구 하나는 죽어 나가야만 할 것 같은 분이기였습니다.

이 두 선수의 짧은 시합 가운데 가장 멋있는 라운드는 바로 1라운드였습니다. 보통 복싱 경기에서 1라운드는 탐색전이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상대방의 컨디션도 점검하고 향후 어떻게 경기를 이끌어 갈지 전체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라운드이기 때문에 최 강자들간의 경기에서 1라운드부터불꽃 튀기는 접전이 벌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이 두 선수는 마치 “우리 사이에 탐색전은 무슨”이라고 하듯이 1라운드 공이 울리자 마자 상대를 향해 무시무시한 펀치를 교환합니다. 라운드 초반에는 해글러가 헌즈의 강펀치를 맞고 충격에 피를 흘리지만 라운드 후반에는 오히려 헌즈에게 충격을 안겨주면서 라운드를 끝냅니다. 저의 일천한 복싱 경기 관전 아카이브에서 아마 이 경기의 1라운드가 최고의 라운드일 것 같습니다.





요즘은 복싱의 인기도 시들하고 선수들도 이때처럼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고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개인 취향이기도 하고 추억이란 것이 대개 아름답게 채색되기 마련이라지만 요즘 인기를 구가하는 UFC같은 종합 격투기에서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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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1 09:43
수정 아이콘
저도 이거 아버지랑 라이브로 봤습니다..(라고 썼다가 딴지일보 기사 보니 딜레이 중계군요..여튼) 70년대 중반부터 타이슨때 까지 복싱은 지금 해축 저리가라였죠.. 국내와 외국이 서로 시너지를 주던..
14/03/01 09:56
수정 아이콘
왜 나는 해글러를 헤비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설마 '해'글러라서... ㅠ
영원한초보
14/03/01 12:09
수정 아이콘
그때 그냥 근육질 흑인이면 다 헤비급인줄
저높은곳을향하여
14/03/01 10:09
수정 아이콘
예전 딴지일보에서 본 [추억의 명승부] Fabulous Four 기사가 기억나는군요. 정말 멋진 선수들이고 멋진 기사였는데 딴지일보 해킹 사태 이후로 날아가버려서 참 아쉽습니다. 찾아보니 그 기사는 링크된곳들이 있는데 동영상은 짤렸네요. 기사라도 보실 분은 아래 링크에서..
http://blog.daum.net/retribution/7417418
(개인블로그인듯한데 문제가 있으면 삭제하겠습니다)
14/03/01 10:42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학을 떼게 만드는군요. 펀치가 안맞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 있냐는 듯이 꾸역 꾸역 밀고 들어오는 거 보고 헌즈가 질려버렸을 것 같습니다. 인파이터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네요.
14/03/01 11:00
수정 아이콘
해글러랑 레너드,헌즈 , 듀란이 서로 물리는 시대였었죠
권투를 좋아 하지 않았지만 이들 경기는 희안하게 보게 되더군요
Darwin4078
14/03/01 11:36
수정 아이콘
서로 물린다고 하기엔 당시 듀란이 전성기가 좀 지난 상태였었죠.
Neandertal
14/03/01 11:41
수정 아이콘
듀란은 사실 70년대 라이트급에서가 짱짱맨이었죠...
하지만 4인방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선수였습니다....
듀란 - 해글러 - 헌즈 - 레너드 순이었죠...
14/03/01 12:01
수정 아이콘
전 원래 빡빡머리를 싫어 하는데 해글러는 좋아지더라고요^^
14/03/01 12:20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제 어릴때 기억은 4대천왕과 경기가 몇번 엇걸렸던 기억만 남아 있어서리...
그중 해글러가 짱이다...라는...
치토스
14/03/01 20:15
수정 아이콘
전성기는 아니였어도 서로 상성상 물고 물리는 관계이기는 했었습니다
레지엔
14/03/01 11:20
수정 아이콘
저 양반들이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보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철저한 전략과 계산에서 저런 스타일이 되었다는게 진짜 공포죠. 특히 해글러의 경우 미들급 역사상 최고의 맷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실 턱이 돌아갈 정도로 맞은 적도 거의 없는(..)
Neandertal
14/03/01 11:39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헌즈는 처음부터 해글러와 난타전을 펼치는 계획을 들고 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해글러의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단점이 발이 느리다는 것이었는데 헌즈는 리치와 잽, 스트레이트에서 강점이 있었으므로 거리를 두고 잽과 스트레이트로 견제하면서 경기를 풀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레너드가 이런 전략으로 해글러로부터 승리를 따내지요 (물론 판정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그런데 해글러가 처음부터 예상 밖으로 너무 강공으로 밀어부치니까 순간 헌즈도 전략을 잊어버리고 전사의 본능으로 맞불 작전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결국 헌즈로서는 가장 하지 말았어야할 해글러와의 "내구력" 대결을 벌인 셈이 되버렸지요...원래 내구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결국 그 결과는...
레지엔
14/03/01 11:59
수정 아이콘
비슷한 생각입니다. 헌즈로선 자기 장점을 포기하고 싸우게 됐죠. 뭐 딴 것도 워낙 출중한 복서라 명경기가 되긴 했지만....
저높은곳을향하여
14/03/01 12:56
수정 아이콘
헌즈의 내구력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헤글러 전 이전 유일한 다운과 KO패가 전설의 레너드-헌즈 1차전이었으니까요.
13회까지 그정도로 치고받고 버티는 것만으로 맷집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헌즈의 이 두번의 KO패가 워낙 인상적이라 유리턱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상대방 해글러가 거의 내구력 올타임 넘버원 수준이라서.. 뭐 그때까지는 서로 이정도인줄 몰랐겠죠.
1라운드 끝나고 해글러가 헌즈 처다보는 거나, 2라운드 끝나고 헌즈가 웃으면서 해글러 처다보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예상은 햇지만 이정도로 대단한 놈인지 몰랐다 이런 느낌이네요. 흐흐.
Darwin4078
14/03/01 11:35
수정 아이콘
아버지께서 해글러 팬이셔서 어렸을때 본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해글러 짱짱맨이고 헌즈는 키만 멀대같이 큰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둘다 짱짱맨도 이런 짱짱맨들이 없는듯. -0-;
해글러가 많이 맞은거 같지만 쩌는 커버링으로 정타 맞은건 별로 없고, 헌즈도 저 키에 위빙 장난 아니네요.
레지엔
14/03/01 11:58
수정 아이콘
하지만 우리 레너드쨩은 둘다 이겼다능!(..)
Darwin4078
14/03/01 12:01
수정 아이콘
레너드 해글러 그 경기.. 저나 저희 아부지나 해글러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판정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지금 봐도 그렇네요. -0-;

하지만, 사람들은 이긴 레너드만 기억하겠지..ㅠㅠ
레지엔
14/03/01 12:04
수정 아이콘
저도 레너드팬이지만 그 경기는..... 그래도 f4에서 나머지 다 이겨본 유일한 선수죠 ㅠ
14/03/01 12:23
수정 아이콘
아마도 해글러가 그경기 판정에 불만을 품고 은퇴했던거 같던데..
서린언니
14/03/01 12:32
수정 아이콘
맞아요 은퇴했다 복귀한 레너드는 나중에 체급을 올려서 챔피언이 되지만...
우리 해글러님은 빡쳐서 쿨하게 은퇴 ;;
영원한초보
14/03/01 12:12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인기 있었던 빡빡이 아저씨가 헤글러하고 최가박당에 나오는 대머리 아저씨 였는데
헤글러도 나중에 영화 출연하고 그랬죠
많이 어려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레너드한테 진경기가 충격으로 다가 왔었는데
당시 레너드 얍삽한 놈이라고 싫어했던 기억이
감전주의
14/03/01 12:14
수정 아이콘
이거 티비에서 중계한 걸 봤습니다.
80년대~90초반까지는 권투의 인기가 상당해서 해외 빅경기도 엠비씨에서 자주 중계해 줬죠..
특히 타이슨 경기는 매번했는데 거의 1회에 끝나버려서 1회만 몇 번씩 봤었네요
wish buRn
14/03/01 12:58
수정 아이콘
타이슨때문에 헤비급타이틀전은 1라운드에 끝나는게 정상인 줄 알았습니다
구밀복검
14/03/01 12:42
수정 아이콘
황미나 같은 순정만화 작가도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라는 만화에서 복싱을 서브 소재로 삼기도 하는 등 복싱이 꽤나 메인 스트림에 있던 시절이 있었죠. 뭐 세계적으로야 지금도 인기 스포츠이지만.
14/03/01 13:26
수정 아이콘
저도 복싱만의 뭔가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 중 1인인데, 종합격투기랑 생각해보면 실제 전투 능력은 뭐가 더 발전된 것이냐는 논외로 하고,
보는 스포츠에 있어서는 제한된 룰(즉 손만 쓸 수 있다던가라는)이 반드시 흥미를 반감시키는게 아니란 걸 생각하게 됩니다. 제한된 어떤 룰 안에서 고도로 연마된 극한의 철인들이 정면으로 붙을때 내뿜는 아우라를 느끼면 그것이 매력이더라구요. 복싱이 그런 면에서 참 멋진 운동? 격투기? 같습니다.
레지엔
14/03/01 15:5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게 격투기 팬들의 공통적인 감상입니다. 제한이 기술을 낳고 공방을 낳고 세련미를 낳는데 그 정점에 선 스포츠죠.
다리기
14/03/02 00:09
수정 아이콘
경기 끝날 때까지 미친듯이 집중해서 봤네요. 너무 재밌습니다. 이게 복싱이구나... 이게. 크크
1라운드 끝나고는 해글러가 돌아보면서 들어가고, 2라운드 끝나고는 헌즈가 씩 웃으면서 돌아보는 게 정말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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