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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1 00:44
정치학도로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현대사를 공부하다보면 박정희와 전두환 이후의 군부독재의 명확한 구별이 가능할 듯 하면서도 다시 아리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맥락을 잘 짚어주신 것 같아서 많이 배우네요.
14/03/01 00:56
가장 유명한 '전체주의자'인 히틀러 사례를 생각해봐도 좀 아리송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배경엔 분명 '맥주홀 선동가'를 따르는 전투적인 지지자들(대부분 가난한 '대중'들인)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엔 결국 가톨릭 세력이나 장군들, 자본가들 같은 '기득권 세력'의 비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세력들이 히틀러를 '간택'한 배경엔 분명히 바이마르 공화국이 열어둔 대의민주주의라는 공간을 틈타 공산당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즉 '아래로부터의 혼돈'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고려가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정치학 저작'으로 유명한 '브뤼뫼르 18일'에서 그려지는 '보나파르티즘'의 발호도 그렇고요. 물론 이런 개념구분이 완전히 무익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어떤 구체적인 역사적, 공간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온전히 드러내는 성격의 구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로 그게 정치학의 학문적인 속성에 부합하는 것 같고요.
14/03/01 00:59
제 글이 기본적으로 '저격글'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닉을 지우지 않았고
궁극적으론 사실 저기 언급된 댓글을 쓰신 분들이 자기 댓글이 언급된 것을 알고 '이 글에 대한 논평'을 하게끔 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에 부합하는 것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목적에 입각해서 봐도 꼭 닉이 걸려있을 필요는 없는 것도 같습니다.
14/03/01 00:50
잘 읽었습니다.
"박정희를 부정하면 자신들의 치열했던 삶을 부정당한다고 생각하는듯"이라는 댓글과 관련해서, 제가 우리나라 말 중에 참 듣기 싫어하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 군요. "내가 누군줄 알아? 내가 누구누구 친구야!!" 비슷한 메카니즘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14/03/01 00:50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흐흐 옛 가카의 따님께서 아버님 후광을 바탕으로 가카가 되셨으니 이 떡밥은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4/03/01 03:01
따님 서강대 시절 찝적대던 놈팽이들을 잘 타일러서(?) 오늘까지도 손주가 태어나지 않게끔 배려하신 각하의 혜안을 감탄할 따름입니다. 3대 세습은 안한다! 3대세습은!
14/03/01 01:05
식견을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미스의 또 다른 명저인 도덕감정론을 인용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겠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미스하면 보이지 않는 손만 기억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곤 했었는데, 알고보니 저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네요.
합리성과 관련하여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서, 전 합리성을 '아버지가 잘했으니 그 딸도 잘할 것이다란 생각은 비합리적이다.'와 '당시에 경제성장률이 높았으므로 체감상 살기 더 좋았을 것이고 따라서 그 때에 대한 향수는 비합리적이 아니다.'는 두 구문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고, 후자는 경험적으로 검증된 명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노년층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합리적'이라고 했다면 마지막 줄이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노년층의 박통에 대한 향수가 합리적'이라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마지막 줄을 쓰지 말 걸 그랬습니다. 제가 합리성이란 개념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남용한 것 같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론 정치학을 공부하는데, 전체주의와 권위주의의 구분에 대해선 스페인의 정치학자 '후안 린츠'의 책들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린츠는 전체주의로는 이해되지 않는 국가들, 예컨대 스페인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 권위주의 체제란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그것을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학계에선, 박정희 시절을 권위주의 체제로 구분합니다. 최근엔 3공화국과 4공화국을 또 따로 구분하여 3공화국은 준권위주의 유신체제는 권위주의로 구분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학 개념들이 워낙 합의가 안 되어 있고(될 수도 없고) 중구난방인지라 정답은 없는 게 맞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개념들을 통해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해하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14/03/01 01:20
저는 사실 합리성에 대해 약간 달리 생각함으로서, 저 댓글의 논리구성이 타당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3공과 4공의 그와 같은 구분이 '적절한지'에 최대 관건은 아무래도 당시 있었던 선거들의 공정성 문제일텐데, 저는 일단 잠정적으로 저 구분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치면, 각하께서 71년에 하신 약속('다시는 여러분께 표를 구걸하지 않겠습니다')를 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키셨으면 아주 훌륭한 정치지도자였을 거란 뜻도 되는데... 본문의 진영재 교수님의 기술 자체가 아마 린츠의 저작에서 나온 것이지 싶습니다. 린츠가 내각제를 옹호하면서 대통령제에 가한 거의 '폭격' 수준의 공격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몰라도 몹시 통쾌했습니다.(워낙 대통령에 울화병이 있는지라...) 그러고보면 은근히 린츠의 생각을 빌렸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14/03/01 01:40
무엇을 논의함에 있어서 가장 선행되어야할 것은, 무엇보다 엄밀한 개념 정의란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훌륭한 정치지도자라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한 정치지도자란 표현이 어떨까 싶습니다. 흐흐흐 최근엔 흥미를 잃었으나, 한참 정부 형태 및 선거 제도의 개혁이 대한민국 정치의 1순위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저도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비교하면서 내각제로의 개헌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개탄하곤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뭐 사실, 진영재씨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정말 유명한 최장집씨도 그렇고, 대부분의 한국 정치학자들이 그들만의 독창적인 이론이나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서양의 세련된 이론들을(지금은 구식이지만) 들여와 한국적 현실에 적용하면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해온 게 현실이긴 합니다. 물론 독자적인 이론화가 무척 어려운 일이며, 해외의 이론을 한국의 현실에 대입하는 작업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학문적 능력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업적 또한 대단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14/03/01 02:39
쓸데없이 무식한 주제에 아랫글에서 지분만 많이 차지한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ㅠ
그렇지만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 정도의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인것 같기도 하구요 크크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4/03/01 02:47
원글을 읽으면서 드는 감정은 다음의 솔직히 두 가지군요..
1. 꿈보다 해몽이 좋다 2. 글이 굉장히 어렵다. 행간마다 읽기를 멈추고, 한 번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뜻을 각인한 후에, 다음 행간으로 넘어가도록 압박하는 글입니다. ^^ 최근에 피지알에서 본 글 중에 제일 어려운 글인거 같네요..어쨌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히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14/03/01 16:38
솔직히 제가 보기에도 이 글은 '불친절 글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있는 것 같습니다.(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든가...)
무진장 할일 없으실때 한번 읽어주십쇼.
14/03/01 16:30
박정희를 부정하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말에서
주체성이란 것이 인간다움으로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씀하신대로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의 노예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러면 반대편해서 발끈하게 되서 이야기 진행이 되질 않아 함부로 꺼내기 힘들더라고요. 박정희 시절때 노동자였던 분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주체라고 생각했을건데 사회라는 것이 지도자에 부속되있는 것 처럼 생각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경제성장률이 경제수준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게임에서도 잘 느낄 수 있는게 완성된 만렙보다 레벨업이 잘 될때가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간인것과 같은 것 같네요 노력한 만큼 더 나은 미래가 보이니까요 한국은 만렙에 다 왔다고 봐야 하는데 국민소득은 왜 다른 만렙국가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지
14/03/01 16:43
저도 본문에서 그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가장 '살금살금' 처신하게 되더군요. '인간성=주체성=자유'라는 도식은 어떤 의미에선 우리 문명의 정신적 주춧돌이니까요. 함부로 건드리는건 늘 압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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