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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4 00:25
아직 변호인 안 봤지만.. 언급하신 의미의 '번역에 충실한 영화'란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군요. 다큐멘터리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거늘.. 하나의 메시지를 이룬 시점부터, 이미 그것은 오롯한 하나의 삶이 아닌 가공된 무언가란 증거인 것이지요.
13/12/24 00:31
허허. 저도 제가 하는 말이 잘 맞는 말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문학평론이나 영화평론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고 찾아보더라도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 정도로만 걸러 듣는 사람이라서 용어도 줏어들었던 것들이고, 논리도 조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는 바가 다른 분들에게 확실히 전달되었는지도 의심스러워 두렵네요.
다만 이 영화속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든 저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고, 이 느낌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경험한 영화는 이게 처음이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영화라는 것도 제가 확신하구요 ㅜㅜ
13/12/24 00:45
평일 27만 기록하며 200만 돌파했네요.
내가 작업한 영화도 아닌 남 영화 스코어 확인하는건 평생에 처음입니다. 영화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루요.
13/12/24 00:50
우아~이 영화 제가 보기전에 헥스밤님의 글을 읽은것도 있고 해서 조금 각오를 하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습니다.많이 본 영화는 없지만 올해 베스트 영화로 꼽고 싶을 정도로. 노대통령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감정이입 참 잘 되더군요.(저도 몇번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직장 멤버들끼리 안갔으면 울었을듯..) 신파적인 부분도 생각보단 스무드하게 연출되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쉬운점이 있다면..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변한게 없다는 점이랄까? 시기(?)도 마침 잘 탄 영화인지라..앞으로도 많은 흥행 예상하는 바이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하하
13/12/24 00:52
올해 베스트 동감입니다 흐흐
시기는 정말 잘 탔지요. 보고나서 거리에서 욕지거리 내뱉고 싶은걸 참으면서 친구랑 웃으면서 현 시국을 까는걸로 마무리했습니다
13/12/24 00:57
영화평을 보면 초반 부분이나 송변이 인권변호사로 돌변하는 장면이 뜬금없고 흔해 빠진 클리셰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는데, 애초에 모티브가 된 사람 인생이 그런 흔해 빠진 소설에나 나올 법한,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인생이었는데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흔해 빠지지 않은 모양새로 변형시키면 그냥 왜곡이나 다름이 없는데, 솔직히 대놓고 삐딱한 시선으로 꼬집어 보자는 투로 보고 시작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분, 더럽고 힘든 세상인데 우릴 보고 울기나 하시죠' 라는 영화가 아닌데, 예고편 보면서 '이건 무조건 신파다. 어디 한 번 걸리기만 해봐' 하고 벼르면서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13/12/24 01:00
저는 그 흔한 초반부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특히 고시이야기나 열등감 이야기가 많이 공감이 되고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게 우리네 삶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12/24 01:25
저도 그런 류(?)의 사람이었지만 그렇기때문에 오히려 더 영화에 감정이입이 되더군요.(초반부는 초반부대로, 중후반은 중후반대로)
그냥 영화였으면..게다가 과장된 연출이 들어갔으면 대차게 깠을텐데(퍼펙트 게임 같은..)애초에 노대통령 인생이 그런 인생이었기때문에 더더욱 그랬던것 같습니다. 뭐..간혹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례가 있고 노대통령 인생자체가 그러했다고 생각합니다.
13/12/24 01:29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주지해야죠. 있는 그대로를 그린것 뿐이다고 항변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애초에 있는 그대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3/12/24 11:24
지금 나오는 클리셰 이야기들은 애초에 노통의 인생 근본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많죠.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이야기 하지 않고, 그런 근본적인 이야기 자체를 부정하는 평이 더 많습니다. 애초에 노통의 이야기를 두고 '이렇게 저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나았겠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천편일률적인 흔한 이야기네' 라고 하는 것은 근본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국밥집 아줌마와 해후 하거나, 아파트 공사장에 자기 메세지 새기는 것이야 흔한 이야기죠. 그런 것으로 오글거린다고 하면 연출력 비판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담 자체가 흔해 빠졌어, 식상해' 라고 하는 것은 그냥 영화의 기본적인 골조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죠. 애초에 그런 흔해 빠진 소설에나 나오는 성공담의 인생을 산 사람으로 만든 영화인데요.
13/12/24 12:08
보통 표현력이 떨어질 때 사람들이 클리셰 타령을 하는거죠. 애초에 클리셰란게 '먹히는 코드'라는 걸 생각하면, 클리셰라서 뻔하다는 말은 '표현력이 (자기 기준에서) 미달이다'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봅니다. 물론 안 보고도 클리셰 타령하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그런 건 논외로 하고..
13/12/24 01:46
그 대사는 송변/노변 의 말이거니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말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대사 정말 감동했는데 깜빡 안적었네요 흐흐
13/12/24 01:54
전 과연 이게 노무현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어도, 그냥 순수한 허구였어도 이 영화에 대한 이렇게나 많은 단서들이 붙었을까 의문입니다.
그냥 영화 자체로만 봐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웰메이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상투적이라거나 과도하다거나 뻔한 클리셰라거나 하는 단서들을 너무나 많이 붙이더군요. 제가 보기엔 적어도 광해보다는 영화적으로만 봐도 나은 것 같았습니다만.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대한 자기검열 같은 것이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듭니다.
13/12/24 02:07
모두가 이게 누구이야기를 하는건지 알지만 말할 수가 없는 그런 마음. 그동안이 자기검열이었다면 요 경우는 영화가 그런 자기검열을 해야하는 우리들의 상황을 처음 삽입된 자막과 마지막 삽입된 자막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합니다
13/12/24 02:11
제가 이야기하는 자기 검열은 노무현과 관련된 일에는 조금은 쿨한척 해야만 노빠 취급을 당하지 않고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진성 진보로 보일 것처럼 생각하는 걸 지적하는 이야기입니다.
허지웅이 영화로 깔 게 없으니 난데없이 일베를 끌고 와서 까는 걸 보고는 참 왜 저러나 싶더군요.
13/12/24 02:17
일베랑 친노를 동격 취급하더군요; 막문단 이전의 모든 내용을 나름 일리있다고 생각했던 제가 한심해졌던 순간이었어요. 어떤 것들을 맞세우려면 그 배경이 되는 구조를 잘 파악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허지웅은 가끔 터무니없는 맞세우기를 해서 대책없는 양비론으로 보일 때가 많아요
13/12/24 02:35
야심한 밤에 화가 치미는 일이 있어 잠도 안오고 해서 포만감에라도 잠에 들려고 비빔면 말아먹다가 님 댓글에 공감가서 한마디 적습니다.
전 이 영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얘기인지 모르고 봤습니다. 님 말씀처럼 영화 자체만으로 훌륭했다고 봅니다. 사실 초중반즈음부터 노 전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모티브로 삼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본 뒤에 배우들의 연기(송강호, 곽도원 짱)에 대한 감탄과 영화의 완성도와 메세지에 감동받아서 관련평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좀 안좋은 평들을 보다보면 지나치게 노 전 대통령에 많은 촛점이 맞춰져 있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만으로의 평이 아닌 뒤에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맨 바닥에 깔고나서 덧칠하듯 평을 내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영화로만 감상하고 비평하고,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은 영화자체를 논함에 있어서는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스맛폰lg자판으로 글쓰기 참으로 힘듭니다)
13/12/24 10:35
말씀하신 부분에 큰 공감을 합니다. 심지어는 자기검열학 있다는 것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정도 암시는 걸어야 자기검열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13/12/24 02:46
[영화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변호인 재밌다고 이야기하면 지인들이 “그거 노무현이야기 아니야?”라고 묻습니다 그럼 저는 “노무현이라고 생각하지말고 봐”라고 이야기합니다. “노무현”이라서 영화를 영화 그대로 볼 수 없기를 바라지 않기 떄문입니다. 분명 이영화는 “노무현”이 없었다면 “노무현”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영화입니다만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노무현”이 없이도 “노무현”이 아니더라도 좋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변”은 분명히 “노무현”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캐릭터이지요. 저는 그 것이 가공도 아니고 단순히 번역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독과 송강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우리가 저 시대에 노무현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래서 극중 주인공이름도 노무현이 아니라 송우석이구요. 이 것은 기존에 있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감독과 배우가 해석하고 그 해석에 자신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볼 때도 “노무현이 그렇게 싸웠어, 내가 만약 노무현이라면 나도 그렇게 할거다 이렇게”라고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예컨데 빨갱이 변호사로 낙인찍히고 경찰들로 가득찬 재판장을 송변은 위축되기보다는 같잖다는 듯이 피식웃어주면서 당당히 들어오는 장면은 “노무현”이 아니라 감독과 배우의 “노무현”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그래서 이 영화의 송변이 “노무현”을 바탕으로 하지만 노무현을 넘어선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 속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감독과 배우의 관점으로 오늘날의 노무현, 즉 송우석을 창조했기 때문입니다.
13/12/24 03:24
오늘 영화보고 왔는데
노빠보다는 노까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영화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렇게 많이 언급 될 만한 퀄리티는 아니라는 생각은 듭니다 영화보는 내내 돼지국밥 무지하게 땡기데요...
13/12/24 03:36
본문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저는 이 영화가 초밥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자의 공로와 실력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재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맛을 딱 잘 살려낸 영화라고 생각해요
13/12/24 16:52
오늘 조조로 보고 참고 참고 참다가 마지막 엔딩 크레딧 올라올때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극장이 왜이렇게 더워..." 하면서 얼굴 부비며 나왔습니다. 좋은 글에 추천드립니다.^^
13/12/24 17:11
우리는 이야기가 전형적이라고 말할 때 크게 두가지 의미로 씁니다.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라 흔하디 흔한 이야기(이른바 후일담)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쉽게 그렇게 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흔하게 볼 수 있는게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의미로 씁니다. 후자는 '전형적 이야기'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이뤄지기 어렵다는데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변호인'의 이야기는 이 두가지 의미의 전형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미 화려한 휴가나, 27년, 남영동 등에서 보여준 독재 정권들이 보여준 악행과 그 속에서 고통받고 또 저항하는 사람들이란 '전형적인' 대립구도라는 이제 '민주화'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고졸의 사법고시 합격후, 세법 변호사로 풍요롭고 평안한 삶을 살고 있었던 사람이 인생에서 어떤 복선도 없이 갑자기 자기 자리를 박차고 역사에 뛰어든다는 또 다른 '전형적'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 상황에서 너무 드라마틱하게 삶의 방향을 돌리는 인물이라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전형적인 이야기라 아니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어느 역사적 인물에 고스란히 포개지는 사실에 기반한 현실의 이야기라는... 어떻게 더 '이야기'스러울 수 있을까요. 영화, 드라마 작가들이 볼 때 이렇게 탐스러운 소재도 더 없을 겁니다. 소재만 볼 때 이미 이 이야긴느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이야기라는 것은 그만큼 상투적이라는 거고 다른 나라, 다른 시대를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컷 보아온 이야기이라는 뜻도 됩니다. 그만큼 새롭게 보이기도 어렵고 지금 왜 돈을 들여 그 전형적인 이야기와 인물을 봐야하는지 관객을 설득시키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전형적인 이야기와 인물을 그려내는 영화는 자칫 그 전형성에 파묻혀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주인공 주변에 전형적인 인물을 배치하고 또 주인공을 자칫 지나치게 영웅화해서 되려 평면적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시대극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착이고 사실 영화 '변호인'도 이런 면이 없다고는 못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예상되는 인물들을 예상되는 지점에 배치해놓았는지... 너무 전형적인 배치라 인물들이 처음 나올 때도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마주치고 어떤 대사를 날릴 지 예상되는 인물과 씬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단순히 추억팔이, 팬덤팔이가 되지 않게 만드는게 바로 송강호의 연기였습니다. 배우 송강호는 영화 전반부에서도 속물스런 역할을 하면서도 품위와 인간미를 잊지 않는 연기를 하다 후반부에서 그 품위와 인간미가 어떻게 정의와 용기로 연결되는지 자칫 전형적인 이야기의 전형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역할을 정말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살인의 추억 이후 송강호씨 최고의 연기가 다시 나왔다고 봅니다. 여기서 사족을 다는건 불필요합니다. 이 영화가 누구의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이게 지금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쓴다는게 무의미할 정도의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말 그대로 송강호라는 배우한테 최고의 자리가 펼쳐졌고 거기에 맞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냥 그걸로도 충분한 영화입니다. 나머지는 다 사족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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