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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23 18:37:04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삼국유사] 참 재미있네요.


국사 시간에 수업으로만 들었던 [삼국유사]...
[삼국유사]하면 고려의 승려 일연이 모화사상에 입각하여 중국 사료를 중심으로 우리역사를 기술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는 달리 우리가 중국 못지 않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임을 드러내고자 중국 사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자료와 문헌들도 고루 참고하여 쓴 역사서이자 불교문화서이고 설화모음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절반이 약간 넘게 읽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들을 담은 [기이]편은 마치 옛날 애니메이션 [배추도사 무도사]를 보듯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네요. 아무래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많아서 엄정한 사료로서의 가치는 [삼국사기]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하지만 우리 민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부분이라면 오히려 [삼국유사]의 설화들을 통해서 더 생생한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삼국유사]말고 어느 자료에서 신라 지증왕의 "물건 사이즈(!)"를 알 수 있겠습니까?)

단군신화는 물론이고 만파식적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가락국기처럼 [삼국사기]에서는 다룰 가치가 없다고 하여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많이 실려 있다고 하니 (그래서 책 이름이 역사책에 실리지 않고 남겨진 이야기들 이라고 해서 [유사(遺事)]라고 하네요) 어떤 의미로는 국가가 편찬한 정사인 [삼국사기] 못지 않은 가치를 가진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일연이 승려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불교와 관련된 내용 위주로 기술이 되고 있는 점과 아무래도 혼자 집필을 하다 보니 연대나 기술한 내용에서 오류가 좀 있다는 것은 단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기록이 유실되지 않고 살아남아서 후대에까지 전해졌다는 것은 정말 축복할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연은 [삼국유사]말고도 180권이 넘는 불서(佛書)들을 저술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오직 [삼국유사]뿐이라고 하니 미안한 얘기지만 만약 저 불서들 가운데 하나가 남겨지고 [삼국유사]가 유실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 다행스럽기도 하고 이것 또한 묘한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가수들도 빌보드 차트 1위곡 하나만 만들면 평생 먹고산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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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 buRn
13/12/23 18:44
수정 아이콘
김용같은 케이스일까요?
주업은 따로 있고,가벼운 마음으로 낸 작품냈는데 그게 초대박
지니쏠
13/12/23 19:28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재밌는책이니만큼 필사본이 더 많이 생겼을거고 그래서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흐흐.
황금사과
13/12/23 19:35
수정 아이콘
근데 필사본을 만들어서 판매하면 수익은 필사한 사람에게 온전히 가는 거였을 까요?
지적 재산권이란 개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불법 복제 취급은 아니었을 거 같고(...)
Neandertal
13/12/23 19:3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 때문이었는지 [삼국유사]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삼국유사]와 이를 인용한 학자들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익의 제자인 안정복이나 한치윤도 이 책을 엄청 비판했다고 하네요...
13/12/23 20:05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야사적인 성격이 있다보니 옛 사학자들이 비판할 수밖에 없었죠. 단군신화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으니까요.
Neandertal
13/12/23 20: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정사보다는 더 정감이 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물론 [삼국사기]를 읽어보지 못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삼국유사]보다 재미 없다에 제 주머니 속 500원을 걸고 싶습니다...--;;;
13/12/23 20:09
수정 아이콘
저도 둘중 하나 보라고하면 유사를 볼겁니다 크크크
Taxiknight
13/12/23 20:09
수정 아이콘
어릴 때 만화로 읽는 삼국유사로 삼국유사를 처음 접했었는데 진짜 그냥 만화책인 줄 알았습니다.
happyend
13/12/23 20:12
수정 아이콘
몽골과의 전쟁, 원제국간섭기에 우리민족도 중국과 같은 오래된 역사와 문명을 가진 신의 자손이란걸 강조함으로써 민족의식을 고취하는게 이 책의 목적이었습니다. 그게,제왕운기로 이어지고, 제왕운기는 공민왕의 개혁과 이후 성리학자들의 조선개국의 정신적 지주가 됩니다. 그래서 조선이 국호를 '조선'이라고 한거고요.조선의 건국은 단군조선으로 소급되고, ..물론....조선 성리학자들은 쌍뚱짤라서, 기자조선을 정통성의 뿌리로 여기기도 합니다만, 일반 백성들에겐 신화와 더불어 단군의 존재가 각인되죠.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간 도공들도 단군사당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면서 민족적 뿌리를 잊지 않으려 하기도 합니다.
13/12/24 22:30
수정 아이콘
고구려 멸망의 원인 중 하나로 도교를 꼽는다는 게 인상깊었죠

삼국유사 내용가지고 판타지 만들어도 될 겁니다
Neandertal
13/12/24 23:10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본인이 승려였으니 불교를 높히고 다른 종교를 낮출 수 밖에 없었겠지요...
사실 기이편을 빼놓고 나면 거의 불교 관련 내용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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