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있던 신병교육대대에서도, 훈련을 받고 있던 훈련병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말에 수기를 받았습니다.
국방일보에 자신의 글과 사진이 올라가고, 집으로도 보내진다는 게 좋았는지
생각보다 많은 편지들이 행정반 책상 위에 쌓였습니다.
베스트만 몇 개 추려서 대대에 올리고, 나머지는 전부 버려야 했지만
정말 구구절절히 쓰여진 편지들이 혼자 읽기엔 너무 아까워서 따로 보관해 뒀습니다.
저도 군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라, 보면서 너무 공감이 돼서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편지의 주인공은 약간 지능이 부족하고 자폐 증세가 있는 친구였습니다.
모포 개는 법을 알려준 다음 날. 다들 아침점호 준비를 마쳤는데도 모포가 똑바로 개지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다시 개고 다시 개기를 반복하던...
사격장에 올라오면 그 누구보다도 긴장하고(교관도 같이 긴장;) 조준도 느려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았는데 어찌어찌 기적적으로 합격도 했던...
수류탄 교장에선 맨 마지막으로 밀려있다가 연습용 수류탄으로 대신하려 했지만, 대대장님 지시로 저랑 같이 한 발 남은 수류탄을 던졌던...(ㅠㅠ)
그런 친구가 이렇게 예쁜 글씨로 의젓하게 글을 써 와서 더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고, 때로는 그 때가 할 일이 정해져서 마음은 편했다고 느낄 군생활이지만
저처럼 수천의 훈련병/이등병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ㅠㅠ
아무튼... 여러 말보다는 그냥 같이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훈련병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같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p.s.
제가 내일부터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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