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어제 올 겨울 첫 눈이 내렸습니다.
본격적으로 ground에 신경써야 하는 계절이 온거죠.

대학교 신입생 시절 동아리 동기들끼리 수다를 떨 때, 문과인 친구가 '왜 눈이 올 때는 번개가 안치냐'고 정말로 궁금해서 물은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이과생들은 갑자기 멘붕에 빠져서 서로 추측하기를,
기온이 낮아서 눈이 내리는 구름은 비가 내리는 구름와 형성 원인이 다른게 아닐까.
아니다. 비가 내리다가 얼어서 눈이 되는거니 구름의 형성 원인은 같다.
기온이 낮으면 구름과 대지 사이의 저항이 커져서 번개가 안치는게 아닐까.
눈은 얼음이니 상대 습도가 낮아서 수증기 일때 보다 전기 전달이 잘 안되나보다 등등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동아리 동기들 중 한명과 저는 다음 해에 연애를 시작했고, 그 친구는 제 생일에 스웨터를 생일선물로 줬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는 그 스웨터를 곧잘 입곤 했습니다.
건조한 겨울 그 옷을 입고 그 친구와 돌아다닐 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스웨터가 정전기가 엄청 발생했거든요.
안그래도 음기(?)가 충만한 저에게 마찰이 심한 스웨터는 정전기를 만드는 가시가 되어 그 친구를 그렇게 찔러댔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봄 비오는 날, 그녀는 저와 헤어지자고 했고 저는 마지막 선물로 새 우산을 사주고 뒤돌아 섰습니다.

헤어지고서도 그 스웨터는 날씨가 쌀쌀해 지면 곧잘 입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발생하는 정전기로 날려먹은 기기들이 꽤 됩니다.
이어폰은 여러개 날려먹었고 PC의 싸구려 파워도 날려먹은적이 있습니다.
어두운 책상 밑에서 빠직! 하면서 제 손에서 파워로 불꽃이 튀길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암튼 요즘도 겨울이 되면 정전기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랍니다.
어쩔 때는 물마시려고 정수기에 종이컵을 가져다 댈 때도 빠직-따갑 거릴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눈이 내리던 어제, 창가에서 소나기처럼 잠깐 지나가던 눈을 보다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왼손으로 이어폰을 잡다가 빠직, 그리고 또 이어폰 한쪽을 날려먹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정전기에 주의하면서 자주자주 접지(gournd)를 해줘야 하는데, 매년 뭔가를 하나 날려먹고 나서야 행동 패턴에 변화를 줍니다.
그러니까 밖은 춥고 안은 히터를 틀어서 따뜻하고 건조한데, 일은 하기 싫고 해서 올리는 이 두서없는 글은,
어제 이어폰을 하나 날려먹은 것을 한탄하는 글인겁니다.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서 옛 이야기를 좀 더 할까 합니다.
눈이 올 때는 왜 번개가 안치냐로 갑론을박을 벌였던 저와 제 친구들은 몇년 후 눈 올때 번개 치는걸 목격했습니다.
첫사랑이 사준 스웨터는 작년 겨울까지 입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신혼집으로 이사할때 마눌님이 버리셨고, 올해 새 스웨터를 하나 사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