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6개월간의 카우치서핑 및 히치하이킹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 본격 평범한 대학생 600만원 들고 6개월 유럽여행 계획하고 있는 이야기를 자유게시판에 쓰기도 했었는데요.
그 구체적 방안 중 하나였던 카우치 서핑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실은 소개글 이라기보다는, 제가 초대했던 것에 대한 경험담입니다.
피지알에 올리는 것이니 존댓말로 바꿔서 글을 다시 쓸까 했는데 읽기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그냥 블로그에 썼던 대로 가져왔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경비도 절감하고 정말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고 올 수 있는 여행의 방안이라 생각해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한국같이 여행자들 찾기 힘든 나라에서도 가능하다면 다른 어디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뭣도 특별한게 없는 제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하진 않았습니다만....-_-;;)
유럽여행 가기 전에 한국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7일. 비행기타고 오는 날, 가는 날 빼면 총 5일. 겨우 5일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초대를 꼭 한번 해보기로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내가 앞으로 6개월간 카우치서핑을 다닐 것인데, 그 전에 나를 초대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알고 싶어서이고, 두번째로는 앞으로 내가 6개월을 저러고 살껀데 그 것이 어떤 것인지 부모님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8월 1일 ~ 8월 5일까지 가능하다고 정보수정을 해놓고 기다렸다.
지금은 또 다시 정보수정을 해서 맨위에 안된다고 뜨는 것이고, 저렇게 정보를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읽어보고 카우치서핑 요청을 한다. 영작이 서툴어 굉장히 창피하지만 다들 자신감 가지시라고 그냥 올린다. 내용 요약하자면, 나는 8/1~8/5 만 가능하며 집은 서울이긴 한데 엄청 멀고 게다가 부모님이랑 살고 있다. 그래도 뭐 일반적인 한국 가정집이니까 관심 있으면 오고 근데 올때 예의좀 갖추었으면 좋겠다. 정도가 될까...?
저렇게 글을 써서 정보수정을 하면서도 누군가 우리집으로 올것이란 생각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한국을 여행다니는 사람이 사실 많지 않기도 하고 (중국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사실 참 매력적인 부분이 적은가보다. 인정하긴 싫지만 슬픈 현실이다.) 우리집은 공항에서도 멀고, 도심지에서도 멀고,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거기다가 가능한게 몇일 되지도 않는데 누가 요청을 하긴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보를 올렸다.
다 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는데 독일에서 오는 대학생 두명에게서 요청이 왔고 나는 가뿐히 승낙. 3박 4일간을 우리집에 재우기로 했다. 인천에서 보령으로 갔다가 대전으로 갔다가 서울로 가서 다른 집에 몇 일 있다가 우리집으로 온단다. 긍정적인 부모님께서는 그냥 괜찮다고 하셨고, 그렇게 2주정도를 기다리다가 그들이 오는 날이 되었다.
사실 그냥 알아서 지하철 타고 와서 집까지 걸어오라고 하는게 편하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말 한마디도 못하는 걔네가 신논현에서 상일역까지 두번 갈아타고 와서 상일동 역에 내려서 우리집까지 길을 찾아 걸어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안들고, 걔네가 신논현에서 온다니까 3412번 버스를 타고 오다가 신한은행에 내리면 내가 데리러 가면 되긴 되는데, 생각해보니 신한은행앞 정류장이 사실 신한은행 앞에 있지가 않기도 하고 은행이 작기도 하고, 절대 걔네가 제 때 내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어찌해야 개네들이 제 때 내리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온게 밑에것.
허접한 영작실력이 다시 부끄러워 지지만, 다들 자신감 받으시라고 그냥 올린다. 저 정도만 되면 의사소통 할 수 있다. 솔직히 저게 get out인지 off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사전 찾아봐도 모르겠네.. 내용은 신한은행 네글자 그냥 적어가서 기사님한테 보여드리고 언제 내릴지 물어보라 한 것이다.
약속시간이 4시인데 삼십분 가까이 지나도록 얘네들이 안온다. 그냥 죽어라 기다리는데 반대편 버스에서 딱 봐도 여행자임을 알 수 있는 두 사람이 버스에서 내리더라. 인사를 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버스기사님이 저거 보여줬는데도 한정거장 지나서 내려 주셨단다. 으악. 그래서 저거 다음 정거장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물어봐서 다시 버스타고 한정거장 돌아온것. 어찌되었건 만났으니 다행이다.
독일에서 온 맥스와 다니엘, 다니엘은 엄마가 한국에서 오셨단다. 70년대에 간호사로서 한국에서 독일로 가셨다고 하길래 역사책에서 그거 본 적 있다고 했다. 하하 내 방에 매트리스 하나 요 하나 깔아주고 알아서 자라고 하니 완전 난장판이다. 여행자들이다보니 다들 짐이 많다.
한국의 술문화 하면 뭐니뭐니해도 치맥이다. 치킨에 맥주. 사실 저 외에도 집에 있던 어머니표 갖은 한국 음식을 다 먹이기도 했고, 막걸리랑 소주도 한번씩 마셨다. 밖에서 그냥 음식점에서만 사 먹고 다니면 한국 문화에 대해 어찌 제대로 알고 가겠나?
내가 다른 곳에서 카우치 서핑 했을 때 처럼, 가이드를 해주기도 하고 그냥 시내로 보내기도 하고, 밥을 해주기도 하고, 같이 나가서 외식도 하고 그러면서 3박4일을 보냈다.
하지만 나 독립하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싶다. 사실 카우치서핑을 하러 다닐때 음식 하는 것이나 설거지 및 본인 빨래 같은 간단한 집안일을 알아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우리 어머니 성격에 손님이 와서 집안일을 하는 것이 용납이 안 되시나 보다. 결국 내가 누구를 부르면 부를수록 어머니 집안일이 늘어나고 나 때문에 어머니만 힘들어 질 것 같다. 아니면 두세달에 한번 정도는 해도 괜찮겠다. 뭐 어쨌건.. 이렇게 첫 손님들을 잘 받았다 보냈다.
카우치서핑 그거 미국,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 여행다니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굉장히 적은 편인 우리 나라에서도 카우치서핑이 이루어 진다면 충분한 대답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