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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04 18:43
오우 요즘 다시 읽고 있는데, 반가운 글이네요.
얀 웬리가 라인하르트를 없앨 수 있을 때, 없앴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얀 웬리의 매력이죠.
10/08/04 18:45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한참 은영전에 빠져있었을 당시에도.. 양 웬리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벽증에 걸린 것 같다라는.. 마치 높은 곳에서 내려보는 듯한;; 오만함이 은연중에 느껴졌거든요. 작가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조금 들어가 있다는 느낌도 받았구요.
10/08/04 18:48
전 솔직히 은하제국의 시민들과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아요. 어떤 체재나 어떤 인물이 통치한다 해도 이상적으로 통치할 수만 있다면 독재적인 왕정 체재라 해도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08/04 19:04
문득 <묵공>이란 영화가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묵가라는 사상이 있었습니다. 평등, 박애 뭐 이런 풍의 학문이라 지배층에게는 인기가 없던 그런 사상이었는데... 이 묵가의 전략가가 전쟁에서 백전백승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가 이 묵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영화를 보면서 전쟁이란 게 전략, 전술을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죠. 정치력이 없다면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한다한들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없고, 승리후 세상을 안정화시킬 수 없습니다. 적절한 승리후 적장과의 합의라는 정치적인 수를 놓친 결과 상당히 비극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버리고 말죠. 승리자는 없는 형태로요. 반면 <킹덤오브헤븐>이란 영화에선 살라딘과 발리안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도가 튼 장수로서 합의를 통해 양쪽 모두 이익을 얻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정치란 것은 전쟁을 포함한 상당히 상위개념의 능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은영전의 양웬리는 정치엔 냉소적인 탈정치적 인물이죠. 아마 전쟁에 최적화되고 깔끔한 이미지의 소설캐릭터로 만들어진 인물이다보니 탈정치적이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실제로 양웬리의 주위에 몰려든 인물들은 양웬리의 군사력, 전략적 힘, 이미지들을 보고 제각기 무언가 정치력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소설내에선 체게베라처럼 저항의 상징? 마지막 남은 자유의 햇불 뭐 그런 셈이었죠. 아이러니하게도 탈정치적 인물이 가장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인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행보역시 상당히 정치적 의미가 많았습니다. 정치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원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질서와 통제 그리고 통합, 갈등해소라는 큰 의미로 본다면 양웬리가 정치를 싫어라한다는 건 정치인이나 낡은 정치구조가 싫다는 것 일 뿐. 정작 스스로는 소설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혁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셈입니다. 은영전은 특히나 따로 정치적 영웅이 없기때문에 군사적 영웅인 양웬리가 그 역활을 해줘야했죠. 안그러면 소설이 안되었을거에요.;;; (솔직히 제대로 된 민주주의개념으로 보자면 정치적 영웅은 따로 있었어야 했습니다. 권력분립이랄까?;)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작가가 정치에 회의를 가졌기에 대신 군사+정치력의 절대군주를 원했던 것일 수 있습니다. 결국 양웬리는 라인하르트에서 권력욕만 뺀 인물일 따름입니다. 그럼으로서 교묘히 라인하르트와 극을 이루는 상징적 인물로 만들어버렸죠. 아시다시피 양웬리도 그다지 민주적인 인물이 못됩니다. 박애주의자 이상주의자 정도인데... 소설의 끝을 내기 위해서 막판에 상당히 정치적 능력이 뛰어난 예지자가 되어 버리죠.;;; 상당히 모순적인 행보랄까. 이해는 합니다. 안그러면 소설이 끝이 안나요. 전쟁으로는 상대방을 완전히 박멸하여 굴복시키기전에는 절대 끝이 안나듯이... (묵공의 비극) 마지막은 정치가 해결할 수밖에는 없지요.
10/08/04 19:09
<<노자>>가 탈 정치적인 텍스트가 아니고 외려 매우 정치적인 책인 것처럼
소설 속에서 양 역시 역설적인 과정을 통해 매우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는 인물이 되었죠.
10/08/04 20:23
얀웬리는 민주주의는 최고의 가치는 아니고 그저 수많은 정치체제중에 그나마 나은 차선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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