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7/07 22:43:25
Name 착한밥팅z
Subject [일반] 햇볕에 눈을 찌푸리다.
경어로 쓰려니 감정표현이 잘 안되는듯해서 반말체로 씁니다.
혹여나 기분 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미리 말씀드리지만, 글솜씨가 없습니다. 방금 겪은 일을 바로 쓴 거라 다듬을 시간도 없었고요.
읽으시며 "뭐야 이 허접한 글을..."이라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모쪼록 예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따갑게 햇볕은 내리쬐고,
선배들과 밥을 먹은 나는 스쿠터 뒤에 선배 누나를 태우고 강의실로 향한다.

단대 앞 벤치에는 세상에서 제일 마주치고 싶지 않은 두 사람.
'어쩐지 시간상 불안하더라니.....'
속으로 되뇌는데, 뒤에서 누나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XX랑 XX인데? 킥킥킥"
현관 앞에 스쿠터를 주차하고 최대한 그쪽을 보지 않으려 애를 쓰며 내리고는
거칠게 가방을 들쳐메고,

킥킥대며 대박이라며 계속 웃는 누나에게 헛발길질을 날리며
"이게 웃기냐?!"
장난 치듯 말하고는 누나와 헤어져 강의실로 들어온다.

팽개치듯 가방을 자리에 놓고,
원래 내 흡연 장소였지만 오늘은 그들에게 점거되어 버린 그곳이 아닌, 반대쪽의 현관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문다.
또 한개비를 꺼내문다.
또 한개비를 꺼내문다.
또 한개비를 꺼내문다.
마지막으로 또 한개비를 꺼내문다.

일 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이 감정엔 익숙해질 수가 없다.

처음 이별도 아니고,
두 번째 이별도 아니고,
세 번째 이별도 아니고,

무려 네 번째 이별임에도.

첫 사람과의 이별은 가슴이 묵지근함이었고
두 번째 사람과의 이별은 얼떨떨함과 비참함이었고
세 번째 사람과의 이별은 치욕이었는데

네 번째 사람과의 이별은 아련함과 아쉬움이었다.

까끌까끌해진 입 속을 혀로 어루만지며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돌아오는 길,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습관처럼 네이트온을 켠 내 눈에
두 사람의 아이디가 보인다.

쓴웃음을 지으며 트위터에 접속하는데,

갑자기 날아온 문자.
"오빠, 나 오빠한테 인사해도 되지?"

잠깐 멍해졌다가,

"그래! 당연하지 인사 좀 해!! 선배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그 형한테 인사 안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면서.

지금 내가 눈을 찌푸리고 있는 건,
단지 햇볕이 따가워서. 그것뿐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7/07 22:48
수정 아이콘
인생사... 그런 일도 있더라고요.
시간이 더 많이 지난 후에 잊힐까 싶다가도 결국 '그 사람들이 나빴으니 내가 미안해야 할 이유도 아쉬워야 할 이유도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속 시원히 내지르기라도 할걸'이란 후회만 남더라고요.ㅠ_ㅠ
몽정가
10/07/07 13:56
수정 아이콘
cc는 안하는게 진리...
도라에몽
10/07/07 22:58
수정 아이콘
cc는 진짜 안하는게 진리일꺼 같네요 만약 저런상황을 내가 격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저도 갑자기 담배가 땡기네요..
임이최마율~
10/07/07 14:00
수정 아이콘
단지 햇볕이 따가워서 눈을 찌푸린것일뿐이예요..

단지 그것뿐일겁니다...
고등어3마리
10/07/07 23:05
수정 아이콘
cc .. 안하는게 진리(2)
특히 동기 cc에 20살 어린나이라면 ...
나중에 나이먹고 동기들끼리 모이는 자리의 어색함은 말로 할 수 없죠..
믿셥네까
10/07/07 23:09
수정 아이콘
나는 반댈세...
CC 한번쯤은 해보...
아니 두번쯤은..해도..
WizardMo진종
10/07/07 23:13
수정 아이콘
해도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해보는걸 권합니다.
헤어진사람이랑 같은공간에 있으면
불편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같은 소심한 성격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라이크
10/07/07 23:19
수정 아이콘
1학년땐 안하는게 낫습니다. 커플이 너무 쉽게 생겼다가 헤어지는게 경우가 많아서
적어도 2학기는 되야된다고 봅니다.
임이최마율~
10/07/07 14:22
수정 아이콘
CC안하는게 진리라는걸 모르는분은 없겠지요.
어색함? 나중 헤어지고나서???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헤어지고나서의 이후를 걱정해서 사귀지도 못하는건 그냥 용기없다라고도 하지 않나요?

그냥 어쩔수없이 감내해야될 아쉬움 또는 아련함이라고 이해하는게 나을것 같아요..
10/07/07 14:48
수정 아이콘
연애와 결혼은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게,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다닐때 cc가 그렇게 부러워 보이던데요.
이상 공대출신의 푸념이었습니다. ;;
10/07/08 00:28
수정 아이콘
뭐 살면서...저지르는 수 많은 선택와 그로 인한 후회...가 없으면 좋겠지만...

우리 인생은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대학 1학년 1학기 때 찾아온 사랑의 감정으로 좀 성급하게 CC했다가 깨지고 괴로워하고...나이 들어서도 뻘쭘할 일이 있어도...

푸른 하늘과 지는 노을만 봐도 웃음이 나고, 구름 위를 걸으며 학교에 가는 경험의 댓가라면...다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쓰디쓴 느낌도...어쩌면 우리 정서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10/07/08 01:35
수정 아이콘
일단 되는대로...만나는게 최고입니다
될대로 되라하면 뭐라도 된다...잉?
10/07/07 16:43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자유게시판에서 동질감 혹은 좋은 소설이나 영화본뒤 느낌을 느꼈네요
담백하며 여운이 있는 글입니다 추천합니다

cc란 진리까지는 아니지만 안하는게 좋습니다 괜히들 말리는게 아니죠
적어도 멀리서 찾는 수고로움이 귀찮아서 안에서 찾는다면 절대 반대입니다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도 문제고 또한 주위사람까지 피해봅니다
최소한 같은과에서는 내가 찾던 딱 그 이상형이 아닐경우는 정말로 눈을 다른데로 돌리시는게 좋습니다
착한밥팅z
10/07/07 23:15
수정 아이콘
솜씨없는 글에 과분한 추천 감사합니다 ^^
착한밥팅z
10/07/07 23:18
수정 아이콘
댓글 달아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과CC안하는게 좋은거야 저도 잘 알고 있었지만,
사람 맘이 생각처럼 되는게 아닌데다, 사귀면서부터 헤어짐을 생각하진 않는 성격이라....
1학년 초반에 덜컥 사겨버린건 아닙니다만, 2학년 들어가서 새내기를 낚은...(낚인...?)거라 그게 그건거 같긴 하네요.
후회하진 않습니다만, 맘이 좋진 않네요.
다시한번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3352 [일반] 햇볕에 눈을 찌푸리다. [15] 착한밥팅z4397 10/07/07 4397 1
23350 [일반] 삼성, 휴대폰 폭발 피해자에게 500만원 넘기고 협박 [73] 삭제됨9021 10/07/07 9021 0
23349 [일반] NBA 이야기 2 [27] ShaRp3603 10/07/07 3603 0
23348 [일반] 정말정말 중요한 파이어폭스의 문제점(?) [29] 소인배4560 10/07/07 4560 2
23346 [일반] [음악] 인디 씬의 몇장의 신보를 꼽아봤습니다. [10] 코리아범3019 10/07/07 3019 0
23345 [일반] 대구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단순 속도위반으로 결론나는 듯 합니다 [38] 어진나라7166 10/07/07 7166 0
23344 [일반] 우울증 [3] 박루미3103 10/07/07 3103 0
23343 [일반] 친구와 위닝을 했습니다. [10] 고형석4057 10/07/07 4057 0
23342 [일반] 낚시당한자의 분노 [52] SCVgoodtogosir6208 10/07/06 6208 0
23341 [일반] 2010 마구마구 프로야구 7/6(화) 리뷰 & 7/7(수) 프리뷰 [20] 멀면 벙커링2827 10/07/06 2827 0
23340 [일반] 사회비판 하는 여성그룹? [30] 케이윌6317 10/07/06 6317 0
23339 [일반] 이글루스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이글루스를 뜨려고 생각 중입니다. [4] The xian5462 10/07/06 5462 0
23338 [일반] [인증해피] 괜찮은 돼지갈비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34] 해피5475 10/07/06 5475 0
23337 [일반] [야구] AGAIN 2002!!! [17] 3429 10/07/06 3429 0
23335 [일반] [예능이야기] 열아홉번째. 일상의 재미를 찾아서.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9] Hypocrite.12414.5772 10/07/06 5772 0
23334 [일반] 프로야구 불판 올립니다. [112] EZrock2637 10/07/06 2637 0
23333 [일반] 기득권의 한계를 보여주는 조선일보의 기사. [15] nickyo4131 10/07/06 4131 4
23332 [일반] 청와대 '책임총리제' 검토? 아바타의 강화조짐 [1] 마빠이3314 10/07/06 3314 0
23328 [일반] 나르샤와 손담비의 새 음반 타이틀곡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8] 세우실3464 10/07/06 3464 0
23327 [일반] 추억의 애니메이션 오프닝(1) [16] 큭큭나당3855 10/07/06 3855 0
23326 [일반] NBA 이야기. [148] ShaRp4977 10/07/06 4977 0
23325 [일반] [기사]서울시교육청 징계명단...뇌물수수부터 성폭행까지 [21] elecviva4875 10/07/06 4875 0
23323 [일반] [탁구랭킹] 19살 황지나 선수의 기분좋은 순위 상승. 김스크2862 10/07/06 286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