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5/19 01:57:13
Name
Subject [일반] 외규장각 반환에 관하여
외규장각 이야기가 나온김에 글을 써봅니다. 원래 이책은 병인양요때 프랑스가 강화도를 점령하면서 약탈해간 책입니다. 그렇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잠자던 책을 1975년에 사서로 근무하던 박병선 씨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고 1993년에 프랑스 고속열차인 TGV를 팔기로 하면서 우리나라에 반환을 약속하게 되었죠.
그래서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의궤 2백97 책의 반환을 약속하고 그중 ‘휘경원원소도감의궤’라는 책 한권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때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여성사서 두 명이 책을 가지고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두 대통령이 반환 식을 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이 되자 사서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책을 못 내놓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사서로서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일이므로 절대 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주한대사가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외무장관과 장시간 면담 끝에 전달식 불과 몇 분 전에야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나타나 책을 내놓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서는 프랑스로 돌아가 사표를 제출하고 언론에 사임의 변까지 냈습니다. “이것은 명예 문제이다. 우리는 프랑스의 이익과 합법성, 그리고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받았다.” 책을 관리하고 지키는 사서의 의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사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었죠. 강탈당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프랑스 여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대표언론이자 양심을 자부하는 르몽드와 르피가로등이 1면 기사를 실어 미테랑 대통령을 비판하고 사서들을 지지했습니다. 사서들은 국민적 영웅 취급을 받았고 여론에 밀려 외규장각 반환 건은 흐지부지하게 됩니다. 알아보니 이 사서는 후에 복직하여 사서부문 총국장 까지 승진한 모양입니다.

이번에 결정된 협상을 보면 외규장각도서를 영구대여 형식으로 가져와 전시하고 대신 국보급 유물을 프랑스로 보낸다고 하는데 자세한 협상내용이 궁금하네요. 그 전에 진행되던 협상대로라면 비어람본, 복본인 책을 순회전시하게 될 듯 한데요. (어람본이란 왕이 직접 보던 책을 의미하고 복본이란 같은 책이 여러 권 있는 것을 말합니다. 외규장각은 유일본이죠.) 말하자면 외규장각을 영구대여란 형식으로 우리가 받고 대신 우리는 여러 권을 돌아가며 (책을 일정기간 프랑스에 전시했다가 다른 책으로 교체하는 형식으로) 프랑스에 전시하게 되는 거죠. 아예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전시해 주는 것이니 맞교환과는 좀 의미가 다르죠. 강탈한 유물을 돌려주지 않기로 유명한 프랑스이니 이정도가 적당한 타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다만 작년에는 이집트가 프랑스로 부터 고분 벽화를 반환받은 일도 있고  한국 중국 이집트 그리스 인도 등이 문화제 반환을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까지 했는데 반환이 아닌 맞교환 형태의 영구대여로 협상을 타결한건 아쉬움이 크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5/19 02:05
수정 아이콘
가끔 프랑스는 참으로 얄밉습니다.;;;;
10/05/19 02:06
수정 아이콘
음... 자세한 사정은 이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10/05/19 02:09
수정 아이콘
꼭 이런 것들 뿐만이 아니더라도, 프랑스는 알면 알 수록 얄미운 면이 많은 나라죠. 근데 수학은 너무 잘한다는.... 머리는 좀 타고난 듯.
살콤한그대
10/05/19 02:17
수정 아이콘
쓸데도 없으면서 왜 안 주는거니..
아 교환했으니 이용 가치를 만들었군요..
Korea_Republic
10/05/19 02:27
수정 아이콘
당시 사서였다던 두 여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
10/05/19 02:29
수정 아이콘
예전에 홍세화씨에 책들을 읽고 막연히 프랑스란 나라에 대해 참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근데 알면 알수록 다른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뭐 한참 양보해서 그들 자국민들에겐 똘레랑스를 발휘하는지 모르지만 국가 대 국가로 보면 제국주의의 역사를 지녔고
현재도 별반 다르지않는 강대국일 뿐이라고 봅니다.
10/05/19 02:31
수정 아이콘
프랑스를 국가로 보면 미국보다 더한 나라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문하과 지성의 나라로 알려져 있고 실제적으로 문학과 지성에서 현재 프랑스 지식인들은 대단하긴 하지만.
10/05/19 02:36
수정 아이콘
프랑스는 제국주의 역사에서 가장 악랄한 통치로 유명했습니다

실례로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은 아직도 내분에 휘말려 있지요.

\차라리 영국은 정말 신사의 나라라고 할만합니다. 약속은 지키니까요.

프랑스는 지성의 나라 문화의 나라로 알려져있지만 저런 것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낄수 있죠.
산타아저씨
10/05/19 02:52
수정 아이콘
프랑스 국민들은 전체적으로 강도근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런 사서들을 지지한다니 욕 나오네요.
성야무인Ver 0.00
10/05/19 03:30
수정 아이콘
뭐 괘씸하긴 하고 한편으로는 한국에 똑같은 일이 생기면 사서가 저럴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 다른것도 마찬가지겠죠.
개인적으로 문화재는 자국내에서 관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보다도 그 가치를 아는 나라에서 관리를 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주의적관점으로 봤을때 자국내 문화재란 자국것이긴 하지만 인류역사로 볼때는 문화재도 모든 인류의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한들 멀쩡히 잘 보관하고 있는 걸 유럽의 짱개국가에서 강탈해간걸 좋다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인류역사상 중요한 문화재라는걸 누가 관리한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자국내 물건이라도 그게 자기내들 소유라고 주장해서 인류역사상 가장 소중한 불상을 처참하게 부서버린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의 예도 있으니 자국의 문화재를 무조건 자국에서 관리하라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 영토안에 있던 물건을 다른나라에서 관리하라라고 하는것도 이상하구요. 또다른 예를 들자면 중국영토내의 고구려의 유물은 누구의 것일까요? 중국의 것일까요? 아니면 한국의 것일까요? 그럼 한사군의 통치하여 놓여있었던 한반도의 그 생활과 역사를 알수 있는 유물들은 중국것일까요? 한국의 것일까요? 만약 나폴레옹이 로제타석을 프랑스에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집트의 많은 피라미드들이 제상태로 남아있을까요? 아니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이교신의 산물이라고 지금쯤 하나라도 남겨 둘까요? 이스라엘에 의해 중동이 점령되 버리면 모하메드의 유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남아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성야무인Ver 0.00
10/05/19 04:20
수정 아이콘
그래서 문화재 관리라는게 쉬운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로 한국이 기독교 국가가 되어서 불교관련 유적들을 다 파괴시키고 해외에 있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불상을 파괴한다고 돌려달라고 한다면 돌려줘야 될까요 말아야 될까요? 그리고 약탈국의 자의대로 그 나라가 문화재관리를 할수있다없다라고 판단만으로 그물건을 돌려준다면 그게 정의로운 행동일까요? 솔직한 말로 모르겠다가 정답입니다. 한반도의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가 자신의 기록은 확실하게 보존했지만 이미 고려시대의 역사에 대한 기록자체를 거의 말살해버린 예도 있고 (역사상으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봅니다) MB씨조차 현 기록도 자기 유리하게 바꿀려고 하니 기록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는 정부도 아니구요. 답답하네요. 뭐 그렇다고 문화재관리에 돈 쏟아부을 생각은 1%조차 없으니까요.
후배를바란다
10/05/19 07:24
수정 아이콘
자기 물건 자기가 보관하고 자기가 관리하는건 당연히 소유자의 권리와 의무지 의무를 불성실하게 한다고 해서 권리도 뭣도 없는 프랑스가 뭐라고 할껀 아니네요.
양지마을이장
10/05/19 08:27
수정 아이콘
그 문화재를 반환받은 나라에서 받아서 바로 태워버리더라도 반환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재의 관리측면은 2차적인 측면입니다.
비하하자면 국보급은 아니라도 관리 및 전시가 필요한 문화재급이 자신의 종가집에 있다면 문화재관리청에서 다 수거해가는것이 맞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측면만을 비판한다거나 프랑스 사서가 자국의 책을 관리하고 지키는 일이었다면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제국주의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랑스내 사서가 문화재 유입경로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한 국가주의적 측면에서의 고집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군요.
프랑스의 문화재 관리능력과 문화재 소유 문제는 연관시키는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TheMarineFly
10/05/19 09:02
수정 아이콘
프랑스의 문화재 반환에 대해서 교수님한테 이야기 들은것이 있는데요.
교수님 말씀으로는 그 큰 루브르 박물관에서 약탈했던 문화재를 돌려주기 시작하면 정작 남은 유물들은 얼마안된다고 하더군요.
중국에서 여타 소수민족들을 독립안시켜주는거와 똑같다고 봅니다.
문화재 관리능력은 2차적인 이야기구요.
빵꾸똥꾸해리
10/05/19 09:30
수정 아이콘
돌려줄 거 같지는 않고
정부에서 최대한 협상능력을 발휘해 영구임대 방법으로 들여오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발좀요
10/05/19 09:41
수정 아이콘
일개 사서의 눈물이 나라의 움직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랑스란 나라가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서의 눈물????

사서가 분신 자살을 한다고 해도 돌려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독수리의습격
10/05/19 10:16
수정 아이콘
이건 뭐 우리나라가 뒤통수 맞은거죠....
원래 프랑스가 국제사회에서 뒤통수 잘 치기로 유명해서.....
아카펠라
10/05/19 10:40
수정 아이콘
영구 임대...
3년마다 계약이 갱신된다고 들었는데...

진짜 생각이 있는겁니까...
문화재 관심 없으면 그냥 가만히나 있을것이지.

참...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일 망치고 다니는 재능은
정말 세계 역사상 최고급에 들어갈 수 있겠는데요..

나중에 생각 제대로 박힌 대통령이 협상 잘해서 가져올 수 있는걸..
왜 영구 임대로 가져와야 되는거죠? 우리껀데...
루크레티아
10/05/19 15:19
수정 아이콘
유물이라는 것이 전 세계의 공용의 유산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상론일 따름입니다...
이상론이라는 것이 분명 맞는 말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가 없지 않습니까?

프랑스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이 분명 문화재의 보호 차원에서는 상당히 앞서있고 잘 할 겁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들은 그러한 문화재를 순수한 문화유산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그러한 문화재를 이용해서 실질적인 경제적 수익 역시도 거두고 있습니다. 만약 진짜 문화유산으로만 대접하고 있다면 그러한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를 하러 프랑스, 영국에 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나라 정부에서 보조금이라도 지급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한 나라가 문화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반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한 마디로 돈이 문제란 겁니다.) 프랑스가 성인 군자의 나라라면 당연히 프랑스가 가지고 있든 누가 가지고 있든 신경 안씁니다. 언제든지 우리가 내키는 대로 보러 갈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장 우리가 외규장각 도서를 보러ㅣ 가려면 상당한 제반 비용이 듭니다. 그 제반 비용을 프랑스가 보조한다면 괜찮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그럴리가 없지요.

그리고 탈레반이 파괴한 불상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 옳기는 것이 꽤나 힘들고 상당한 비용이 드는 문화재와 지금의 외규장각 도서와 같은 책 몇 권을 가지고 동일선상에 놓고 반환에 대해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자기네 박물관에 갖다놓은 것이 유물이지 유적은 아니지 않습니까?
10/05/19 20:26
수정 아이콘
역시 유럽짱깨 프랑스 답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2043 [일반] [오피셜]비야, 바르셀로나 행 최종 합의 [77] Lionel Messi5018 10/05/19 5018 0
22042 [일반] 야구 중계 불판입니다. [542] EZrock3176 10/05/19 3176 0
22041 [일반] 스타2를 위한 pc 구매에 관련한 조언입니다. [20] 상이5143 10/05/19 5143 0
22039 [일반] 천안함과 한미 FTA의 상관관계? [4] 빈 터3735 10/05/19 3735 0
22038 [일반] 전용준 캐스터를 만나다 [39] 좀참자10741 10/05/19 10741 1
22037 [일반] 입신양명 [10] 거침없는삽질5135 10/05/19 5135 1
22035 [일반] 2009년 주세혁 선수에 대한 기억과 중국 오픈의 취소 [1] 김스크3139 10/05/19 3139 0
22034 [일반] 할머니의 위독 [6] 아슷흐랄 그분3739 10/05/19 3739 0
22033 [일반] 틈새공략 신곡소개 [5] 난 애인이 없다3831 10/05/19 3831 0
22032 [일반] 여성의 노출 [49] 영웅과몽상가8969 10/05/19 8969 0
22031 [일반] 포미닛, 씨앤블루, 바이브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5] 세우실3791 10/05/19 3791 0
22030 [일반] 서정범 교수님에 대해 [44] 항즐이6273 10/05/19 6273 0
22029 [일반] 제대할때 후임들이 써준 전역 편지들 [24] KIESBEST10058 10/05/18 10058 0
22028 [일반] 외규장각 반환에 관하여 [45] 4068 10/05/19 4068 0
22025 [일반] 서울숲 나들이...(스왑 주의) [19] 넥서스엔프로3372 10/05/18 3372 0
22024 [일반] 음악인 이야기- Janis Joplin [9] 괴수2895 10/05/18 2895 0
22023 [일반] 2010년 5월 18일 나를 열받게 하는 뉴스들.... [16] 아우쿠소4144 10/05/18 4144 0
22022 [일반] 유괴한 아들 잠시 돌려주고 장성한 딸 대려갈 기세군요.. [34] 마음을 잃다6101 10/05/18 6101 0
22021 [일반] (해축)다비드 비야의 바르샤 이적설...... [37] 신밧드4756 10/05/18 4756 0
22020 [일반] [한국 축구] 순위권 싸움이 재밌네요. [12] 3352 10/05/18 3352 0
22019 [일반] 잦은 혼동 [28] 소인배3447 10/05/18 3447 0
22018 [일반]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선진국이다? [58] nickyo4763 10/05/18 4763 4
22016 [일반] 우연히, 거기 있었다. [7] seotaiji3973 10/05/18 397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