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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23 01:47:16
Name 박루미
Subject [일반] 야근(NIGHTMARE)
안녕하세요?
오늘도 찾아뵙는 박루미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본격 철야 대 서사시 '야근' 입니다.

직장인이건 연구직이건 학생이건 군인이건
항상 체감해야 하고, 각오(?)해야 하면서
또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널려 있는 녀석이지요

그런데 야식의 유혹도 참기 힘들다지만
야근의 유혹도 참기 힘들다는 것도 아세요?
하루 이틀 수면시계가 뒤로 댕겨지면 댕겨질 수록
늦은 밤에 잠을 못이루게 되고 계속해서 뭔가를
하거나 없으면 찾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습니다만
저는 야근을 하는 습관적인 이유가 항상 01시가 되면
99% 짜리 코코아를 한 잔 타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_- );;;

다년간의 체험 끝에 생각하는 거지만
업무효율이 좋다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아무리 근로분위기가(근로 조건이 아닌) 타이트 한 사무실 환경이라고 해도
야밤이 되면 심하게 풀어지는 것이 다반사지요

그렇게 깐깐한 본부장들도 밤이 되면 삼선슬리퍼를 칙칙~ 끌고 다니시며
도면은 한 구석으로 밀어놓은 채 본격적으로 팔 걷어버리신 채 섰다를 하고 계시거나
업무에 유난히 예민한 실무자들의 꽃 '과장' 들도 밤이 되면
커피 한 잔에 30-40분 넘게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사랑해' 를 남발하고 계십니다.

아무튼 책임급들은 이미 의자 두개 붙여놓고 발 쭉~~편채로 양말은
저 캐비넷 안에 짱박아 놓은 채 비스듬이 누워서 이어폰 한쪽 끼고 계시고요
원급들도 남여구분 없이 이미 반쯤 풀어헤쳐진 상의 스타일에
다리를 꼰 채로 사무실 최강의 아이템 3선-슬리퍼를 까딱거리며
한쪽 팔로 턱을 괸 채로 열심히 싸이질-앱스질-블로그질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업무요? ... 그러다 대강 몇 줄 써넣고 말겠죠, 물론 정신없는 파트는 아닙니다.
발등에 불떨어진 파트는 복장은 흐트러져도, 눈빛만큼은 전쟁이지요!
벼락치기야 말로 학생시절의 진리요, 직장인들의 생명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갓 들어온 막내들마저 야밤에는 넥타이 풀어버리고
알트+탭을 상시 대기중인 가운데 HWP와 네이트온 아니면 네이트의 앱스를
몰래 몰래 하더군요, 멤브레인 키보드가 조용한게 많다지만 그래도
소리 들어보면 압니다. 게임 하는 소리와 채팅 하는 소리와 업무를 위해
RFP를 끄적이는 소리는 또 틀리지요

그러다 보면 부장실에서 갑자기 트로트 메들리가 한 자락 들려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야! 김씨!! 치킨 좀 시켜라" 라는 하트비트 메가폰 한 장이 아라드 대륙 전체를 쓸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요새는 디자인 업체에서 하청들어온 나머지 파견나온 사람들도 함께 구석에서
근무하는데 그 분들은 여성분들이십니다. -_-);;  (말이 파견자지.. 거의 상시인력에 가까운)
그래서 온리 군대식으로 남자들만 가득한 제 2의 내무반이 요샌 한 밤 중임에도 불구하고
팬티 차림에서 반바지 차림 내지는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바뀌었다지요.. 그래도 슬리퍼는 여전하지만

야근풍경이야 어딜가나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밤에 습관적으로
일을 하게 되다보니 오히려 많이 풀어지더군요,
정말 시급을 요하는 일을 제외하고서
상시 야근은 업무효율이 좋다고 말은 못드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마인드가 확 풀어지는 야밤이다 보니깐요

야근때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주간에 들을 수 없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오가지요
'하루 진짜 빨리가 그치?' 라는 말부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좀만 더 고생하자' 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까지
오갑니다. 그런데 죽어도 '오늘 여기까지 하자!' 라는 말은 안나오더군요

문득 얼마전 IT 의 관행적인 야간업무와 보상없는 야간업무
형태를 질타하는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저희 사무실도 야간 수당은 오직 '회의비를 가장한 야식비' 밖에 없습니다.
5명 사무환경을 기준으로 하루에 3만원 정도가 주어지는게 끝이지요

하긴 그 정도도 못받고 사는 곳도 둘러보면 수두룩 합니다. 야근수당이라.. 허허
꿈에 나올법한 이야기지요, 우리나라에서 야간수당 제대로 지급되는 곳은
오직 공직과 군부대(간부들) 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몇 공직은 지급된다기 보단 죽어라 알아서 받아먹더군요,
못챙겨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죠, 그 폐단에 대해서 예전 PD수첩에도 언급된 바가 있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근로환경에서 야간수당이 제대로 지급만 되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벌써 재벌이 되고도 남았을지도 -_);;


오늘도 박루미는 00:00시에 탄 99%의 진한 코코아밀크를 옆에 끼고
열심히 RFP를 작성하면서 듀얼모니터 한 쪽으로는 <휘피투괴더> 를 곁눈질 하고 있습니다.

아 그전에 PGR에 이 글을 쓰고 있었군요 -_);;;;;

이젠 퇴근 자체가 싫어지더라고요, 차라리 아침 출근대란 걱정 없이
그 동안 탕비실의 간이침대에서 1분이라도 더 자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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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창트롤
10/04/23 01:49
수정 아이콘
제 친구는 월 80씩 야근수당을 받더군요. ㅠㅠ 주 4일 9시까지. (전산노가다에서 9시가 야근이라니!)
같은 전산쟁이인데 누구는 저녁값도 못받고 야근하고 누구는 80씩 받고 야근하고..
Zakk Wylde
10/04/23 02:14
수정 아이콘
야근 안 하면 일이 없는 줄 아는 상사 밑에서 일 하면 정말 짜증 납니다.
그리고 자기 보다 먼저 퇴근 하는 직원은 꼭 회식 자리에서 꼭 까댑니다. 정말 짜증나죠.

그 짜증 나는 상사가 사라졌습니다.

상사가 알아서 일 빨리 빨리 끝내고 빨리 빨리 퇴근 해 줍니다.
그 뒤론 행복 합니다만...

그렇다고 야근이 완전 없는건 아니네요..
없어져라 야근이여!!!

야근이 많아져서 야근을 위한 야근이 없어진 것 자체로도 전 좀 행복 합니다.
예전엔 어차피 일이 많으니 그냥 천천히 하다가 동료들이랑 밥 먹고 천천히 하다가 들어 가지 뭐~
이런 생각은 요즘 잘 안 합니다.

참고로 전 개발자가 아니라서... 옆에서 개발자 분들 보고 있으면 제가 다 눈물이 납니다요.
서린언니
10/04/23 03:26
수정 아이콘
일본와도 별 차이 없고 오히려 더 지독하네요 이쪽애들은;
낭만테란
10/04/23 03:47
수정 아이콘
본문내용과는 상관없는 질문입니다만..

야근은 nightshift아닌가요?;; 제가 글내용을 잘못이해한건지..
Minkypapa
10/04/23 05:27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원생때 종종 야근(밤에 일하다가 연구실원들끼리 한잔 걸치는..)이란걸 하다가
미국에서 박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는 그냥 일만 했습니다. 이 나이에 아직도 밤에 일해야하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 뒤 포닥이란걸 하게 되었는데, 포닥은 연구실에서 제일 일을 많이 해야하는 위치더군요. 죽자고 일해서 끝났나 싶었는데...
그 뒤 직장에서는 10시에 애들 재우면서 같이 좀 자고, 맨날 3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네요.
이 생활도 끝이 없어요. 토요일/일요일은 가족에 봉사. 과연 언제까지 일의 강도가 세질지...
저도 제가 박사/포닥때보다 더 바쁘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그저 학회때가 제일 좋습니다.
베르테르&게츠
10/04/23 06:11
수정 아이콘
디자인 쪽에 근무 하시나요? 유럽은 야근문화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저 역시도 건축관련자인데요.지금은 학생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여기서 취직하신 형님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시작에 7시 넘어서 퇴근하시면 항상 화내시더라구요 너무 늦었다구..ㅡ.ㅡ
10/04/23 08:51
수정 아이콘
6:30 전후로 눈치안보고 퇴근하는 저는 행복한 거군요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은 없다는 ㅠ.ㅠ

내가 더 불행한건가?
애이매추
10/04/23 09:23
수정 아이콘
야근비 꼬박꼬박 주는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입니다.
신입사원 때, 너무 바빠서 매일 자정 가까이 집에 가고 주말에도 나온다는 프로젝트에 잠깐 지원갔더랬죠.
그런데 제가 목격한 장면은 넘치는 업무량과 과한 업무강도에 바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낮에 놀고 있어요. 채팅하거나 쇼핑하거나, 몰래몰래 영화를 보거나, 심지어는 와우까지..
습관화된 야근 때문에 일이 없어도 집에 일찍 못가고 낮에 놀고 있던 겁니다.
물론 모두 그런건 아니고 저도 한달마다 OT비 백만원씩 찍어보고 했지만
부서 옮기고부터는 이제 불필요한 야근 안합니다. 업무시간에만 제대로 하면 야근할 필요 없다는걸 지금 부서의 선배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네요.
야근하면 돈은 더 벌지만, 돈보다는 인간다운 생활과 여유로 대신하는게 좋네요.
아스트랄
10/04/23 09:46
수정 아이콘
언제나 5시 30분 칼퇴인 전 행복해요..
어제는 일이 생겨서 7시에 퇴근했는데 금년들어 가장 늦게 퇴근한거에요. 크크크
네 저도 자랑같은 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ㅠㅠ 이런거밖에 자랑할게...흑흑
마바라
10/04/23 10:03
수정 아이콘
"원급들도 남여구분 없이 이미 반쯤 풀어헤쳐진 상의 스타일에.."

왜 아무도 이 부분에 주목하지 않는거죠..
좋은생각
10/04/23 10:19
수정 아이콘
전 지난 3개월은 새벽 2시 반에 가도 눈치보면서 갔었습니다..ㅠㅠ 물론 요즘엔 칼퇴를 하구 있지요..^^
이수철
10/04/23 10:28
수정 아이콘
저는 왜...할일이 그다지 없는데...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야근시간에 반쯤은 노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갑니다. 물론 이런사람들 중에 업무시간에도 반쯤노시는분들도 있는거 같더라고요.

물론...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이 넘처나서 야근을 하긴하지만...사실 365일중 250일 이상 야근을 한다면...업무 과다죠..사람을 더 뽑던지 해줘야된다고 생각합니다.
chowizard
10/04/23 10:34
수정 아이콘
이건 생각이 없어서 그런다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시스템의 문제에 적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지 않고 살 수는 없거든요. 회사가 퇴근 시간을 지켜주지 않으면 결국 저런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집에서 해야할 일을 회사에서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는 야근은 많이 하는데 생산성은 떨어진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10/04/23 11:18
수정 아이콘
5개월 전 저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군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갑...
안된다는 개발자
그냥 하면 되는거아냐? 라는 PM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 지쳐...
팅겨나왔습니다.

허허

지금은 늦어도 18시30분 퇴근
출근도 09시만 지키면 OK
회식도... 거의 점심으로 대체
너무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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