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변함으로써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고 살아갈 의지를 얻게 됩니다. 이는 분명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부분이며, (심하게 거만한 표현이긴 하지만)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생각 중에서도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꿈'입니다. 한 인간은 항상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이는 인간의 삶에 대한 가장 큰 동기가 될 수 있으며 한 인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이러한 꿈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자유롭게 꿈을 꾸는 것은 쉽지만, 그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로 다 못할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그러한 고통을 겪고도 대부분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고, 중도에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한 사람의 꿈은 그 사람에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큰 고통을 주는 괴로움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꿈을 이룬 자, 이루지 못한 자, 이루기 위해서 달려가는 자,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 이야기.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다카노 가즈아키의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 입니다.
사형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꼬집은 수작 '13계단'으로 일본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추리소설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했고, 이 작품 하나만으로 최단 기간 100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며 이미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선 다카노 가즈아키의 원래 직업은 각본가입니다. 이미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는 기본이 닦여져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치밀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영화와 드라마를 담당했던 사람이니만큼, 스토리를 풀어가는 데에 있어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속도감과 묘사, 그리고 감동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를 독특한 흡입력의 문체로 풀어가니 독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5개의 단편과 한 가지의 에필로그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야마하 케이시가 겪는 사건들을 토대로 구성한 작품 한 편, 한 편이 모여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로 2편의 추리소설과 3편의 일반 소설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13계단을 쓴 작가의 정통 추리물'이라고 생각하고 읽으시는 분들이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게다가 그 작품들의 배치도 첫 번째와 다섯 번째가 추리물이고 중간의 세 작품은 일반 소설이니 이러한 당혹감은 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우선 제가 그랬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인 이러한 작품의 배치는 읽는 이에게 초반에는 패닉을 주지만 점차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작가의 필력이 패닉을 탄복으로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야마하 케이시는 예지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입니다. 예지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의 에피소드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뻔한 예언과 그에 얽힌 이야기라는 진부한 설정을 벗어나기 위해서 주인공의 예지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이야기는 두 추리물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중간의 세 작품은 어디까지나 조연의 입장에서 각 작품의 중심 인물을 보조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예지 능력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한 작품에서는 사용하긴 하지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주제는 바로 이 세 작품에 있습니다. '시간의 마법사'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는 이가 나오며 '사랑에 빠지기 좋은 날'에서는 잠시나마 꿈을 이룬 자가 나옵니다. '돌 하우스 댄서'에서는 꿈을 이루지 못한 이가 나옵니다. 이 세 작품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미래, 꿈은 과연 이루기 위해서 달려나갈 가치가 있는가?' 라고 말이죠. 그래서 작가는 꿈에 대한 세 경우를 모두 제시하며 독자를 압박(?)합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작품에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고 작품을 끝맺습니다.
스포가 될 우려가 있기에 내용의 큰 부분을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자신이 쓴 모든 작품에서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잃고 있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사건을 전개하는 도중에도 한 가지 희망의 끈을 남겨놓고 그 끈을 부여잡은 주인공을 묘사하는 것이 특기인 작가이니만큼 나름의 만족스러운 결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혹자는 지나친 낙관론과 체념적 사고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일본식 작품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사건과 사고가 많이 터지고 힘든 세상에서 가끔은 책에서 감동의 눈물을 찾는 것이 나쁘진 않을 듯 싶습니다.(돌 하우스 댄서는 실로 오랜만에 가슴을 찡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메마른 인생에 꿈의 필요성을 찾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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