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겨울이 가는 듯 합니다. 날씨가 많이 따스해졌습니다.
3월이 지나가도록 봄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는 날씨가 서서히 봄의 계절로 진입하는 듯 합니다.
뜨거운감자도 자신들이 갖고 있던 두터운 옷을 벗고,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안고 3월 30일,
새로운 느낌을 가진 앨범, '시소'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OST가 아닌 I.S.T(Imaginary Sound Track)라며 자신들의 앨범을 소개했습니다. 가상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후, 그 이야기에 대한 사운드 트랙이라고 합니다. 듣는이가 앨범의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의 노래를 듣게 됨으로써 각자가 그려나가게 되는 '시소'란 한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용이 감독이 연출한 14분 분량의 뮤직비디오 입니다. 극 초반부에, 김태우씨와 배두나씨의 연애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이번앨범 타이틀곡이자 3번트랙인 고백이 나오는군요.
하지만 위의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예시일 뿐, IST이기 때문에 앨범을 듣는 각자가 머리속으로 얘기를 이뤄나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완결 시킬 수 있을겁니다. 용이 감독의 이야기는 39살의 두명의 자녀를 둔 피디 이혼남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30살의 코디네이터의 가슴아픈 얘기를 그릴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겪었던 진부하지만 가슴아팠던 첫사랑얘기로 끝맺음을 낼 수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결코 진부하지 않았던,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이별해야만 했던 이야기로 막을 내릴 수 있겠죠. 그러나 공통된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4번 트랙까지는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얘기로, 5번부터 7번트랙은 점차 서로의 갈등이 고조되고, 결국 마지막 트랙은 이별로 끝나게 되겠죠.
앨범에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시소'란 트랙이 3번이나 등장합니다.
한 남녀가 사랑을 시작하는 건, 동일한 감정을 통해 동일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거겠지만 점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균형은 한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겠죠. 언제까지고 감정의 균형을 이뤄갈 꺼라 여겼던 남녀는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원인을 찾겠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이별을 향해 달려나가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걸까요? 결국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 사람들이기에, 시소는 균형을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7번트랙 'W Theme'에서, 배두나씨가 나레이션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더 좋아하는지,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건지. 감정에 평행선 따윈 없다.'
네. 사실 시작점에서도 평행선 따윈 존재할리 없습니다. 시작하는 연인들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고 믿겠지만, 결국 어느 한쪽으로의 기울임이 없다면 그건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선이라고 볼 수 없겠죠. 평행은 허상일 뿐, 모든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한쪽으로의 기울어짐이 있는 시소와 같을 수 밖에 없을껍니다.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그린다는 점에서 언니네이발관의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와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청자가 트랙을 들으며 이야기를 뚜렷이 그려나가는 데에는 '시소'란 앨범이 더 친절한 앨범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소'앨범은 그간 뜨거운감자가 고수해왔던 모던락적인 스타일을 어느정도 벗어나서, 앨범의 감정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스트링 사용의 폭이 늘었으며, 그에 따라 김C가 가진 감성의 색깔을 더 넓힌 좋은 앨범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앨범과는 한층 다른, 더 뻗어나갈 수 있는 뜨거운감자의 향후 음악적 방향성을 볼 수 있는 좋은 앨범입니다. 뮤지션으로써의 김C는 한단계 성숙했군요.
특히나 3번 트랙 '고백'은 정말 좋습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분들께, 또 그 감정이 메말라가는 분들께 그 풋풋한 마음을 떠올리게끔, 추억하게끔 만드는 훌륭한 노래입니다.
검정치마의 리마스터 앨범, Jamie Cullum의 신보와 더불어 사야할 앨범이 또 하나 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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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님(여친님이라 쓰고 여신님이라고 부른다) 께서 김제동 콘서트에서 춤추고 선물로 받은 앨범이군요
무려 김씨님 싸인이 들어있더라는...
오늘 경주 봄마실 가면서 들어봤는데 사탕안찍은 감자를 먹는 느낌이랄까요..뭔가 담백했습니다.
덕분에 분위기는 좋았죠.
괜찮은 앨범인것 같습니다.
뜨거운 감자 참 좋은데 김c의 예능에서의 이미지때문에 음악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당하는 감이 있죠.
그나마 있는 음방도 아이돌 천지에 그렇다고 비주류인 밴드가 방송활동없이 노래를 알릴 방도가 없으니 어쩔 수 없고 요즘 가요계를 보면 여러모로 안타깝더군요.
아무튼 이번 앨범도 좋은 것 같네요.
새 앨범 나온 줄도 몰랐는데 덕분에 바로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