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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02 17:03:50
Name 초롬
Subject [일반] You Fired !!

얼마전까지 재미있게 듣던 파스타의 명대사를 실제로 듣게 될 줄은 사실 조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좋지 않은 분위기야 익히 모두들 알고 있었고, 부서가 통채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루머아닌 루머또한
돌고 있었던지라, 모두들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얘기도 하고 있었죠.
그래도 아마 모두들 '설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것이라 감히 짐작 해 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설마 나같은 능력자를 회사가 자를 수 있겠어? 영어 완벽하지, 언변도 좋지, 업무 적응력도 뛰어나지..
뭐 대인관계야 썩 좋은건 아니지만..'

막연하게 잘 될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계속 하게 되더군요.

'일단 짤리면 여행을 가자. 친구놈 보러 못가본지도 2년이 넘었네. 지금 안가면 언제 또 가보겠냐.'
'그동안 하고싶었던 공부, 시간에 쫒겨 하지 못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퍼지게 놀면서 미드라도 쫙 보고, 늦잠도 좀 자보자. 주말에 막공도 못돌렸던 와우, 이젠 얼음왕관 성채도 한번 가봐야겠다.'

잘린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것들을 하나하나 머리속으로 그려보며 흐뭇한 미소도 지어보았습니다.



오늘 나를 보자고 호출이 오더군요.
회의용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커피를 자기것한잔, 내것 한잔을 가지고 오셨어요.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이럴때가 되니 내 커피도 가지고 오시는구나.

의외로 정신은 또렷했고, 감정의 동요도 없었습니다. 침착하게 남은 문제들을 상의하고, 페이와 퇴직금 문제도 잘 상의 한 후
그분은 서류를 챙기십니다. 나가시면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천천히 나와도 괜찮아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나보다 더 얼굴표정이 밝지못한 그분에게 괜시리 미안해서, 서둘러 일어섰습니다.




짐을챙겨 집에오니 실감이 납니다. 이시간에 집에 있게 되는구나..

짧은 직장생활이었습니다. 재수가 없네요. 들어간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 잘못도 아닌 일로 퇴직하게 되다니..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나 일본간다."

"왜? 무슨일 있냐?"

"무슨일은.. 회사 짤린게 뭔 대수라구.."

".......옷 두벌만 가지고 당장 와라."


이렇게 기나긴 네시간이 흘렀습니다.

더 좋은일이 생기려나 보다 하고, 열심히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친구들의 하루를 망치기 싫어 말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해야하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께는 위로를 좀 받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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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zellnu
10/04/02 17:06
수정 아이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더불어 대인관계도 좋아지시길 빕니다.
달덩이
10/04/02 17:10
수정 아이콘
기운내세요.. 저도 시즌이 시즌인지라...다른 사람 일 같지 않네요
일단 푹 쉬시고, 내일을 위해 힘내시길 바랍니다.
10/04/02 17:11
수정 아이콘
인생만사 새옹지마입니다.
지금은 암담하고 먹먹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좋은 날 찾아오더라고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그때 화도 났습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었고요.
그런데 살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힘 내시고, 일단 친구 만나러 가신다니 그냥 홀가분하게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나두미키
10/04/02 17:11
수정 아이콘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2)
힘내시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재충전 확실하게 하시기를.... 곧 더 좋은 자리..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곳 찾으실거에요.
가만히 손을 잡
10/04/02 17:13
수정 아이콘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3)

좀 쉬시고 나면 더 잘되실 거예요. 쉴수 있을때 확~쉬자고 생각하시고 이 시간을 나름대로 또 즐기세요.
엷은바람
10/04/02 17:15
수정 아이콘
업무 경력도 있으시고, 영어도 되신다면야
당장 이제 뭘 먹고 살지... 앞이 깜깜하다 라고 걱정 할 일은 없으시겠네요

그래도 충격이 크시겠어요.
주변 친구놈 중에도 그런일을 당한 친구가 있는데
이제 얘는 어떡한담...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그 전보다 훨씬 좋은 곳에 지금 잘 다니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된걸 감사할 정도로..

힘내십시오.
버려야 더 좋은 것을 얻는 법인것 같습니다.
남은 인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했던 휴가를 얻었다 생각하시고
기분 전환하시고 다시 미래를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Who am I?
10/04/02 17:28
수정 아이콘
한쪽문이 닫히면 다른 한쪽문이 열리는 것이 인생이다...라고 엄여사님께서는 늘 말씀하십니다.
(조금 시니컬한 어조이긴 합니다만)
제게는 나름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빌려드릴까요?
최강견신 성제
10/04/02 17:53
수정 아이콘
이게 파스타의 명대사였군요...
전 제목보고 당연히 WWE의 빈스맥마흔 회장이 떠올랐는데요...크크

힘내세요! 더 큰 길이 열릴겁니다.
10/04/02 17:53
수정 아이콘
no chance를 생각하고 들어왔지만;
튼튼한 나무
10/04/02 17:56
수정 아이콘
알아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난지 150일 된 아들에게 제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뭐든지 늘 좋은 순 없습니다...또 늘 나쁘지도 않습니다...
이제 좋은 일이 올 차례군요. 힘내세요.
마치강물처럼
10/04/02 17:59
수정 아이콘
지금은 푹 쉬시고 평소에 하시고 싶었던 일을 하십시요.

좋은일이 어느덧 다가올 겁니다.
여자예비역
10/04/02 18:01
수정 아이콘
기운내세요~!!
10/04/02 18:04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액땜하셨다하시면 되는겁니다.
이제 좋은일만 있으실 겁니다!
어머니의아들
10/04/02 18:05
수정 아이콘
".......옷 두벌만 가지고 당장 와라."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분이 계신 걸 보니 대인관계가 나쁘지 않으시네요.

능력도 되시니

더 좋은 자리를 구하실 겁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휴식기간 알차게 보내세요.
The Greatest Hits
10/04/02 18:14
수정 아이콘
해직이 실패는 아니잖아요^^ 힘내세요~!!!!

좋은 친구가 참 부럽네요^^~
10/04/02 18:36
수정 아이콘
아쉬운 일이 있으면 그다음엔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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