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강타했었던 화제의 드라마. 전차남.
유치하고, 리얼리티라고는 찾아볼수도없고. 우리와는 정반대의 문화적코드에, 오버액션만 잔뜩. 게다가 이상론적인 말에 말도안되게 이뤄지는 이야기들. 이런 유치찬란한 드라마가 어째서 내 마음속 한구석을 강하게 질타하며 남아있을까?
전차남이라는 드라마는, '오타쿠'의 사랑이야기이다. 이 남자가 얼마나 XX같냐하며는, 직장은 중소 파견업체 (직업소개소) 매니저에, 키는 어지간한 여자보다 작고, 얼굴도 완전 별로에, 안경도 끼고, 심지어 '오타쿠'이기까지 하다. 아, 이쯤 되면 우리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지 않는가? 얼마나 못났길래..
창문에 비치는 음탕한 표정의 남성. 진짜 표정 예술.........
'저 둘이 커플이 된다고? 내 왼손모가지를 걸텡게 헛소리 하덜말어.'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일어났습니다.
전차남의 이야기는 바로 이 어리숙하고 못난 오타쿠의 용기로부터 시작된다. 부잣집 공주님이 어울리는 '에르메스 쨩'을 지하철 치한으로부터 구해주는 것.(솔직히 구해주는 것도 꼴사납게 구해줘서 멋있지도 않다.) 이러한 용기로부터 시작된 둘의 만남은 정말 재미있게 흘러간다. 전차남은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도 별로 좋지 않아서, 그녀를 만나기위해 2ch라는 사이트의 사람들에게 그와 그녀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받고, 스스로를 개조해가면서 그녀를 만난다. 그러다 결국에는 다시 오타쿠로 돌아오고, 그러한 것을 그녀가 알게되고, 다시 그 갈등을 진정성 어린 말과 행동으로 극복하면서 이 극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아 놔.........시기심이 마구마구...
그렇다면, 어째서 전차남은 한일 양국을 통틀어서 그것이 실화든 아니든 간에 엄청난 인가를 구가했을까? 내용만 보자면 러브코메디에 있을 수 없는 바보같은 판타지이건만! 그러나 그것은 아마 내가,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무한경쟁사회에서, 강한척 센척 다 하며 살지만, 사실은 전차남처럼, 정말로 순수하고, 약하지만, 진실된 주변의 동료들과 힘을 나누며 살고싶다, 라는 인간의 깨끗한 본능을 그대로 우리는 가지고 있는것이다. 전차남은 가식하나 없이 2ch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순수한 선의와 용기, 솔직한 행동들로 그녀를 잡는다. 우리보다도 훨씬 못나보이는 오타쿠가 이뤄내는 기적의 길! 그것은 상당히 즐거운 것이다. 우리도 저런 미녀와...? 라는 생각을 들게도 해주면서, 어쩌면 세상은 저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일꺼야! 하는 생각도 드니까.
전차남을 도우며 함께 울고 웃던 우리 오타쿠와 인터넷 유저들. 미워할래야 할 수가 없다.크크.
물론 전차남의 사랑이야기는 사실 불가능이다. 현대사회에서, 경제력도, 외모도, 가진것이라곤 바보같을정도의 순수함 하나. 그런 오타쿠남자와, 경제력도, 외모도 톱에 성격은 이상적인 여성 그대로의 모습인 에르메스. 사실은 정말 서로 '이뤄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조차 불가능한 갭이 있는 인간들인것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하던가? 설령 둘이 극적으로 호감을 갖는다 한들, 주변에서는 절대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예로, 김혜수와 유해진이 사귄다는 말이 나왔을때, 사람들은 유해진이 '밤이 대단하다'느니, '돈이 사실 엄청많다'느니 하는 소리로 둘의 사랑을 부정하고 깍아내리기 바빴다. 인정할 수 없으니까. 유해진처럼 못생긴 사람(난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은 김혜수랑 사귄다니! 라는 열폭에 찌들어서는 말이다. 반면에 장동건 고소영 커플에 대해 우리는 아주 관대했다. "잉꼬부부 같은 한쌍, 정말 잘어울려, 깔데가없다."따위의 것들. 두 커플은 서로 사랑할 뿐인데,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정말 잔인하리만치 태도를 달리한다. 당연히,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랑은 이성적으로 생각했을때 우리와는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가 전차남의 순수함과 진정성을 드라마에서 함께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 커플에 대해 비난일색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작소설과 드라마라인은 과감하게 그러한 리얼리티를 버렸다.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차남의 화면속에선, 우리가 바라마지않는 일들이 현실이된다. 다행히도 노력을하고, 한발한발 전진해나가는 전차남의 모습도 같이 비춰주는건, 조금의 리얼리티를 생각한것일까. 우리모두 알고있다. 양쪽이 배운 생각. 문화. 가문의 차이부터, 에르메스라는 상류층 여성의 친구나 사교관계등에서도, 과연 이 사랑에 찬성의 메세지를 보낼것인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 또한 기대한다. 아직까지 세상에 저러한 진정성 높은 사랑이 많기를. 그리고 전차남은 훌륭하게 그러한 것을 극적으로 표현해 내었다.
후 후광이....
비록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들, 이 이야기는 좋다. 왜냐, 우리는 테레비속에서 끔찍한 현실이야기를 보고싶어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현실에서 치이고, 매일같이 남과 보이지않는 싸움을계속하면서, 메말라가는 순수성과 인애의 마음을, 전차남이라는 미디어컨텐츠는, 정확하게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있는것이다. 우리가 따져보며 지내야 했던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그들에게, 부러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픽션이 잔뜩인 말도안되는 전차남이지만,
역시나 사랑할수밖에없다. 이런세상을 바라는 우리들이니까.
전차남에 나오는 한 2ch의 코멘트가 떠오른다.
전차남을 본 모두여!
전차남의 러브스토리처럼, 너도, 나도 그런 사랑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나가야지. 적어도 우리가 못하는 사랑을, 우리의 자식들은 할 수 있도록. 그렇지않나!
-Mr.名無어쩌구.
언젠가 나도, 그리고 여러분도, 저러한 사랑이 특별하고 이상한 것이 아닌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우리는 사람이 가지는 순수함과 진정성을 오해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재미있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