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께는 죄송하네요. 단지 한 장의 사진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어둠 속의 대화' 에서 제가 보았던 장면들과 동일합니다.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라는, 이제는 꽤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기획 전시가 있습니다.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완벽한 암흑' 을 경험합니다. 단 한줄기의 빛도 없는 그 공간에서, 듣고, 냄새맡고, 만지고, 느끼며,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각들을 사용해서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대해봅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관객들을 놀래킨다던가, 당황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 홀로 버려지지도 않습니다. 체험은 5~6명 정도가 한 팀이 되어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능숙한 '로드 마스터(Road Master)' 가 시작부터 끝까지 잘 인도합니다. 그래서 다친다거나 놀라거나 무서울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손쉽게 이야기하면 시각 장애를 경험해보는 체험형 전시 기획 작품이지만, '어둠 속의 대화' 에는 단순한 시각 장애를 경험해보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습니다.
'그 이상의 무엇' 은 전시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나옵니다.
"당신이 어둠 속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요?"
밖으로 나온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던져집니다. 당연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나온 것들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본 것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한 시간 반 동안, 무던히도 많은 것들을 듣고, 만지고, 경험했건만,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저 '어둠 속에서 웃는 사람을 보았던 것' 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미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아채셨을 것 같네요.
저에겐 가장 가슴 떨리도록, 그 어둠 속에서 웃는 사람이,
그 전시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정말로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한번, 당신도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원래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들을 자세히 적은 리뷰를 남기려고 했는데,
공연에 대한 너무도 큰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기에 그럴 엄두가 나지 않네요.
당신도, 그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대화의 대상 또한 자유롭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붙들고 암흑 속을 딛으면서 눈으로 보지 못했던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고,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들과 한번도 건네보지 못한 대화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안에서 당신 자신과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당신 또한 틀림없이,
그 암흑 안에서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ThEnd.
p.s. '어둠 속의 대화' 는 다음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dialogueinthedark.co.kr/index.nhn
p.s.2. 공연을 보신 분들에 한해서,
제 블로그의 동일한 포스팅 아래, '더보기' 로 공연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감상을 적어 놓았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스포일러가 있으니 공연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오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http://cimple.tistory.com/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