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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02 18:04:32
Name 모모리
Subject [일반] 은메달에 아쉬워하는 것이 잘못일까
# 블로그에 쓴 글을 옮긴 것이라 반말체입니다. 반말체가 싫으신 분에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일이다.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질책의 기사가 쏟아졌다. 선수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며 시상대에 올랐다. 여론은 마치 대역죄인을 보는 눈으로 선수를 바라보았고 '기껏 은메달이야?'라는 발언이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예전의 일이다.



2008년의 일이다.

금메달 신화가 깨졌다며 '한국 양궁 무너졌나'라는 기사가 잠시 올라온 적이 있었다. 기사에는 기자에 대한 온갖 악성 댓글이 달렸고 기사는 각종 게시판에 퍼 날라졌다. 누리꾼은 한껏 기자를 비난했다.

2008년의 일이다.



'16년 만의 노골드'라는 제목을 뽑은 기사가 비난을 받았다. 물론 나도 잘못된 제목 선정이라고 생각하는 기사이긴 한데 비난하는 여론을 보면서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대역죄인 취급하는 여론'만이 아니라 '아쉬워하고 분해하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둔 것이 아니라 금메달을 목표로 일생을 바쳐 운동한 선수들일 것이다. 이왕이면 자신이 참가한 분야에서 최고의 칭호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모자람에 분하고 실수에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은메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 미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다. 은메달, 동메달을 얻고 환하게 웃는 것은 물론 보기 좋은 일이고 훌륭한 성적에 대한 마땅한 자세이다. 그러나 그것이 마땅한 자세인 것처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과 같이 금메달만 중시하는 분위기는 많이(전부는 아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거 때문에 지나치게 감정의 표출을 억제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덧붙임.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읽다 내용 전개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지만, '1등인 김연아는 시상식에서 울고 2등인 아사다 마오는 울지 못 했다. 2등은 함부로 울 수도 없다'는 기사를 봤다. 2등이 맘 놓고 '웃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웃을 수도 울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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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톤스
10/03/02 18:07
수정 아이콘
양궁하고 쇼트트랙쪽에서는 그런 반응이 나와도 이해는 합니다만..
다른 종목에까지 그러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모리
10/03/02 18:10
수정 아이콘
음. 안 그래도 아는 동생 녀석이 그런 말을 했는데 불모지인 종목에서 첫 목표를 금메달로 잡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수가 바라던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하하.
차사마
10/03/02 18:11
수정 아이콘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좀 없애야 될 듯.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시장성없는 스포츠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만약 취미로 하던 사람이라면, 그다지 순위에 연연하지 않을텐데요. 그게 올림픽 취지에도 맞고.
코알라이온즈
10/03/02 18:17
수정 아이콘
업으로 하는건 본인이 좋아서 하는 것도 있을테고,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면 메달 땄을 때 주는 연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차사마
10/03/02 18:21
수정 아이콘
엘리트 체육이 너무 고착화 되어 있다는 게 문제인 거 같네요. 정말 펠프스처럼 미치도록 좋아서 하는 사람보단 감독한테 재능있다는 말 한마디에, 또는 부모의 헛된 기대로 반강제로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그런 사람들은 대회만 바라보는 경우가 태반이죠.
10/03/02 18:18
수정 아이콘
은메달에 아쉬워하는건 은메달딴사람은 금메달따기싫어 은메달딴것도아니고.

사람이란 기대심리가큰만큼 실망도크다고하니 하지만 대놓고 금메달 못땄다고 실망하는건..

열심히 노력한 선수에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봅니다..
10/03/02 18:22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글을다시 읽어보니 단어사용에 있어서 잘못된것같습니다..;;;
초록추억
10/03/02 18:42
수정 아이콘
무슨 수학공식 마냥
'금메달 아님에 대한 아쉬움,실망' = 무조건 비판가능
이라고 생각하는 다수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은메달리스트에게 다짜고짜 비난, 실망하는건 잘못이지만
기자에게 실망조차도 해서는 안된다는건 너무한 처사입니다.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웃으면 욕하는 분위기더니
이젠 '웃는게 좋은거야~웃었으면 좋겠다'라는게 올바른 명제로 자리매김했더군요
1등을 위해 피땀흘렸는데 2등하면 우는것도 당연한것 아닐까요.

교과서 외우기를 공부라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자란 탓일까요.
'무조건적'으로 올바른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다수야 말로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래프
10/03/02 18:57
수정 아이콘
양궁은 양궁이라더도 남쇼트 계주는 글쎄요 제가보기엔 기량이 은메달감은 아닌듯싶은데요 특히나 저번 올림픽까지만해도 기량이 넘사벽이었고(양궁이 기량넘사벽은 아니죠 남자는 말할것도 없고 여자는 최근 아슬아슬한듯싶죠)올해 남쇼트 봤을때 기량이 크게 떨어진건아니라고 봅니다 다른것보다 캐나다였나요? 캐나다에 질건 아니라고 보는데 말이죠
앵콜요청금지
10/03/02 19:05
수정 아이콘
마지막 두줄은 생각을 많이하게되네요.
루크레티아
10/03/02 21:07
수정 아이콘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가 그냥 혼자서 분하고 아쉬워 하면 될 일입니다.
그걸 대놓고 아쉽다고 언론매체에서 표현하는 것은 선수 본연의 의사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지 않습니까?
기사를 쓰기 전에 선수에게 동의를 받고 '당신의 아쉬움을 제가 표현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정도면 괜찮겠습니다.
하지만 선수 역시 죽을 힘을 다해서 따온 은메달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다 대고 '아쉬운 은메달'이라고 쓴다면 대체 그 죽을 힘을 다한 선수는 뭐가 되겠습니까? 선수 본인의 동의를 받았다면 모르겠지만, 그러한 동의를 받을리 만무한 기자들에게 아쉬운 표현을 허용한다는 것은 그냥 은메달 딴 힘 없는 선수에게 겨눌 흉기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모리
10/03/02 21:5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전 사실 기자들의 행태보단 여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게시판이나 댓글에서 은메달을 아쉬워하는 사람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10/03/02 21:37
수정 아이콘
기사라는 건 사실만 적어야 기사가 아닐까요. 아쉬운 금메달이라고 적으면 누가 아쉬운 걸까요?
국민에게 설문조사로 물어봤거다거나 선수 본인에게 물어봤을까요. 아니죠. 기자 본인만의 생각일 뿐인 거죠.
어떻게 보면 기사가 아니라 은메달 따서 아깝다는 사설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기사라면 은메달 획득이라는 사실만 적으면 될 것이지 은메달 획득이라 아쉬워해야할 것 같은 느낌까지 전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모리
10/03/02 22:02
수정 아이콘
언론이 사실만을 적어야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로 그렇게만 쓰지는 않죠. 자랑스러운 은메달로 제목을 달아도 기자의 생각이 들어간 것은 맞으니까요. 저는 '16년 만의 노골드'와 '은메달 획득'이 주는 느낌은 약간 다르지만 16년이라는 세월은 충분히 화제거리가 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제목 선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부정적이기에 이런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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