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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11 18:04:39
Name 7drone of Sanchez
Subject [일반] 파판의 'F'도 모르는 사람이 다녀온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지난 2월 6일 예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 distant worlds 엘 다녀왔습니다.

이미 많은 블로그에 사진과 관람기가 올라온 걸로 보이지만 요새 내 교양도 책임지는 pgr이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을 드리고자 감상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전 파판의 'F'도 모르는 정말 Chojja 입니다. 즉 순전히 음악 들을 생각만 갖고 갔죠. 사실 그 게임의 위상(?)을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의 '가늠'만 할 뿐이죠)

공연 도착 20분 전에 도착한 예당 콘서트홀은 언제나 그러하듯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근데 좀 이상하네요. 전 분명 토요일 낮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대게의 낮 공연은(주말에만 열림) 밤 공연에 밀려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거나 초대권 살포공연 위주인 공연이 대부분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근데 또 이상하네요. 평상의 공연 관람하러 왔을 때의 관중 평균연령보다 심히 적었습니다. 뭐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모인 사람들이니 당연한 걸까요? 근데 정말 이상했습니다. 예당 오기 전까진 농담조로 '오덕들의 모임에 초대받는 기분'이었는데 저의 상상이 순식간에 박살 나더군요. (하긴 그렇게 따지면 저 역시 스덕이겠죠)

공연을 알리는 예종이 울린 뒤 홀에 들어갔습니다. 역시 다른 공연들과는 다른 파워 넘치는 관객들의 에너지가 여기저기서 느껴지더군요. 전 이 순간이 가장 좋습니다. 마치 어릴 적, 고속버스 타러 터미널 갔을 때 차표 끊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버스 후진만 기다리면서 드는 여행에 대한 설렘처럼 말이죠. 다만 예상처럼 합창석 G석(무대를 정중앙 바로 위 좌석들)위에는 흰색 스크린이 설치된 걸로 보아 뭔가 영상과의 교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엿보였습니다. (전 이걸 '사족'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만)

잠시 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지휘자가 연이어 나오더니 어떤 사람을 소개하더군요. 단박에 이 시리즈를 만든 작곡가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마치 그는 만화 속에서 쏙 튀어나온 듯한 일본 전통 복장(특히 두건과 게다가 인상적이더군요)으로 인사를 건네더군요.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서양 문물이라는 클래식홀에서 자신의 고유문화를 잠시나마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1년에 몇 명이나 이 무대에 오를까요? 또한 이 무대가 전 세계 투어인걸 감안하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일본 문화를 광고를 하고 있는 걸 테니깐요. 게임 문화 속에서 투영되는 일본 이미지만큼이나 말이죠)

작곡가가 내려간 뒤 약속이나 한 듯 무대 뒤 스크린의 영상에 맞춘 음악들이 전반부엔 11곡, 후반부엔 9곡이 연주되었습니다. 20곡의 노래 중 제가 아는 노래는 단연코 단 한 곡조차 없었습니다. (후에 언급될 이수영씨의 노래조차도) 그럼에도 꽤나 몰입도 있게 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게임 속 음악이라는 주는 느낌이 너무 친근했기 때문일까요? 게임타이틀탑게 대부분의 곡들이 6~7분을 넘어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짧은 곡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개개의 음악에 집중하기 수월했을 뿐더러 혹시나 딴생각이 날 땐 바로 스크린을 보면서 음악을 듣기도 했죠. 물론 저처럼 파판에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겐 스크린 속 영상이 꽤나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chocobo였던가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진화되는 모습에 정말 감탄을 했죠)  아예 라이트유저가 아닌 이상 영상은 음악 감상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추억을 회상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도구로써 작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영상으로 인해 분산되는 신경은 어쩔 수 없겠죠. 사족같은 스크린이 없었더라도 감상하기에 좋은 환경이었고 노래 또한 훌륭하다고 생각되는데 스크린으로 인해 게임 타이틀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격 같아 다소 아쉬웠습니다. (마치 노다메 콘서트나 베토벤 바이러스 콘서트 때 무대 위에 치아키와 명민좌가 걸어 나오면서 바이올린 로망스 2번 F장조가 흐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또 하나 문제점, 바로 이수영씨의 노래를 언급하고 싶은데요, 많은 분이 지적하시는 것처럼 연주와 싱어가 겉도는 느낌, 그리고 이수영씨 역시 예당의 사운드를 고려해서인지 의식적으로 끊어서 부르시는게 역력하더군요. 이렇게 따지고 들면 대중가수를 프로그램에 올린 것 자체가 에러라고 봐야하겠지만요. 아무튼 등장할 때 그렇게 힘찬 박수 갈채를 받으시더니 (여느 솔리스트 등장보다도) 내려가실 땐 빈약한 박수소리에 제가 다 죄송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나름 대편성 오케스트라 구성인데 반해 합창단의 자리배치로 인해 무대를 골고루 쓰지 못한 게 눈에 띄더군요. 타악기파트를 좌측에 두었지만 공간 때문인지 몰라도 드럼 한 대만 우측에 배치되어서 타악기 연주자중 한 분이 왔다갔다 하시면서 연주 하시더라고요. 유독 드럼소리만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심지어 다른 타악기소리와도 배치돼서 말이죠) 차라리 합창단이 필요한 노래파트와 드럼이 필요한 노래를 나눠서 전반부, 후반부로 나눠서 프로그램과 공간을 배치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합창단의 배열에 관해서도 약간 의문이 드는게 혼성합창이라면 뒷줄은 테너 -> 베이스로 앞줄은 소프라노 ->알토로 배치되는게 일반적인 거라고 들었는데 남성 합창단이 많이 필요해서인지 몰라도 양 사이드엔 남성들이 2,3명씩 서있더군요.  그럴바엔 차라리 오라토리오나 합창교향곡처럼 소프라노->베이스->테너->알토 순으로 배치해서 스테레오 효과를 주는게 날 것 같더군요. 단, 여성에 비해 남성 단원이 눈에 띄게 적을 때 사용하는 것이니 반대로 배치하면 되겠죠.

공연 내내 가슴 한 켠에선 스타2의 bgm들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시리즈는 물론 블리자드에서 갖고있는 음원을 다 합쳐도 상대가 안 되겠죠? 하지만 어린 시절 파판을 하면서 자란 분들이 음악을 통해 유년시절을 떠올리듯, 우리에겐 잃어버린 12년을 떠올려줄 3종족의 테마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혹시 스타2까지 유례없는 성황을 이룬 뒤 몇 십 년이 지나 나중에 블리자드 콘서트 같은 게 열린다고하면 전 테란의 테마만을 듣기 위해서라도 올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연 내내 음악 + 알파의 무언가를 얻어가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파판쪽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공연 내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장점도 많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해요. 일단 유라시안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고 했는데 금난새씨가 이끌고 있는 곳이죠. 우리나라에서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의 권위있는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금난새씨의 열린 마인드로 인해 공연 성사과정이 순조로왔을지도 모르죠)  앞서 언급했듯이 노다메 콘서트에 이은 베토벤 바이러스 콘서트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음악/고전악기와 친근해지고 예술의 전당/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의 문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이 좋아서든, 음악이 좋아서든 이런 저런 이유로 저랑 같은 곳에서 같은 공기의 흐름을 느꼈던 분들은 돌아가실 때 기분 좋은 추억을 안고 가셨겠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반대로 기분 우중충할 때,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새어나오는 음악이 내게 익숙한 음악이 아닐지라도 마음만 열려있으면 언제든지 기분좋아 지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파판 콘서트 말고도 다른 음악에 관심도 가져보세요. (이곳엔 이미 Ms. Anscombe님이나 Lunatic Heaven님 외에도 다양한 음악적 식견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존재하니깐요)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 더 터득하시게 될 겁니다.

뱀발> 예당에 도착하자마자 티켓 찾은 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거대한 줄 이었습니다. 티켓줄이 아닌 프로그램 매대를 향한... 여태껏 다양한 공연을 다녀봤지만 시작 전부터 이렇게 줄을 서서 프로그램이나 CD를 구매한 적은 드물었죠.(여성들이 팬심으로 감상하는 막심 공연때도 이러친 않았습니다.) 근데 정작 프로그램은 품절이라고 하고 CD와 공연기념 티셔츠를 팔고 있더군요. 아니 풍족히 쌓아두고 팔아야 할 프로그램북은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품절이고 웬 티셔츠를 파나요? 이것만 봐도 역시 게임 타이틀의 한계를 인정하는 꼴 아닌가요? 제가 이런 것 까지 챙겨줘야 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광고지면이 1/4~1/3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역시 근래의 공연엔 최소 4,000 ~ 5,000원에 육박해서 팔리는게 현실입니다. 인기 연주자의 공연이라면 만원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엄청 잘 팔리고 품절되기도 하죠. 콘서트에 온 사람에게 콘서트기념 티셔츠를 15,000원에 파느니 앞으론 티셔츠 말고 프로그램북으로 장사를 해보세요. 훨씬 잘 될겁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프로그램따윈 애초에 없었고 곡목 소개만 되어있는 CD속지보다 약간 큰 브로슈어가 전부였다고 하니, 공연 기획단계에서 왠지 좀 허술하단 느낌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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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동료열매
10/02/11 18: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그 토요일에 사람이 많았던 이유중하나가 초대권을 엄청나게 뿌렸다고들 하더군요;;
제가 일요일 공연을 봤는데도 정말 파판아는사람은 단연코 50%를 못넘을거같은 연령분포였습니다. 왠 아저씨아주머니분들이 그렇게 많으신지.. 흐흐 아무래도 오케스트라고 비싸다보니 정작 이 게임에 관심이 있는 연령층 20대는 많이 못온거같더군요. (10대는 정말 꿈도꾸기힘들정도로...)

블리자드도 언젠가 게임타이틀이 한 시리즈로 20개가 넘어가면 이런 오케스트라쯤 열 수 있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영상부분도 솔직히 편집이 너무 아쉬워서 좀 그랬습니다. 영상편집이 너무 짜집기 형식이라 곡하고 싱크가 안맞았죠. 오히려 인터넷에 영상만드는 고수분들이 했으면 이보다 훨씬 나았겠다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10/02/11 18:34
수정 아이콘
저도 다녀왔습니다!
게임음악을 오케스트라로 들을 수 있다는 건 꿈에서도 상상 못할 일이었는데 눈앞에서 연주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
연령층이야..파판 시리즈가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한 게임이다보니 즐기는 계층도 다양한 듯합니다.
작곡가 노부오 우에마츠씨의 복장은 저도 정말 부러웠습니다. 최고의 능력자가 된다면 무엇을 해도 멋져보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더군요. 하하..
지휘자 아니 로스씨는 얼마나 유명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연세가 많아 보이는데도 지휘가 열정적이고 재밌더군요 +_+
이수영씨는 아마 대부분 기대했었을텐데.. 목상태가 안좋아서 많이 안쓰럽고 아쉬웠습니다 ㅠㅠ
웅장하면서도 여타 오케스트라와 달리 빠르고 박진감 있는 음악들이라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영상과 함께 보는 맛도 쏠쏠했습니다. 파판시리즈가 워낙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영상에 힘을 실은 RPG게임이다보니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영상이 잘 어울리더군요.
게임음악이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문제는 영상과 음악의 싱크가 안맞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파판8 엔딩 Eyes On Me 테마와 7의 에어리스 테마에서는 절로 눈물이 나더군요..마지막 앵콜(?)연주 편익의 천사(세피로스 테마)는 그저 전율.. >.<

이 공연 덕분에 오케스트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듯합니다 +_+ 관심가지고 공부하고 싶은 게 늘어서 즐겁습니다. 흐흐-
그리고 다른 대중문화와의 퓨전(?)도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본문의 언급대로 스타크래프트 음악도 좋고..팔콤 등 음악으로 유명한 게임음악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7drone of Sanchez
10/02/11 18:38
수정 아이콘
동료동료열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두 공연중 하루가 일욜은 저녁 공연이었으니, 상대적으로 토욜 공연이 비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만하면 유료관객 많아 보이던데요. 손에 이끌려서 왔다기보단 자발적 참여로 초대권을 받으셨는지는 몰라도 그 어느 공연보다 셔터소리가 자주 들리고 몰입하는 수준도 꽤나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전반적으로다가 20대 관객이 이렇게 많은 공연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여성 관객도 많더군요. 새삼 파판의 위상에 놀랬습니다.)
동료동료열매
10/02/11 18:43
수정 아이콘
7drone of Sanchez님// 네. 의외로 파판은 여성팬이 참 많습니다. (국내 가장 큰 파판공략사이트인 파판랜드의 주인장님도 여자분이시죠. 그런데 왠만한 게임잡지를 상회하는 엄청난 공략을...) 셔터는... 공연중에 금지라구욧 ㅠ_ㅠ

아 그리고 그 말씀하신 영상부분에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쓰자면, 오히려 게임오케스트라의 한계보다 차별성이라고 느껴집니다.

중간에 Don't be Afraid라고 FF8 전투음악을 연주한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 지휘자분이 실제 게임화면에 싱크를 맞춰서 연주를했죠.
저포함 많은 파판덕후들이 오오 이런 연출을 보여주다니! 했을겁니다.
검은창트롤
10/02/11 20:41
수정 아이콘
초코보 음악이 떠오릅...윽...
7drone of Sanchez
10/02/11 20:51
수정 아이콘
동료동료열매님// 오. 겁먹지마 쫌! 은 4번째 연주된 곡이군요. 그런 세심한걸 캐치해낼 능력이 없어서 흐흑. 같은 공연을 놓고 이렇게 의견을 보완해내갈 수 있으니 참 좋네요 ^^ 덧. 셔터소리는 이젠 애교로 봐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ㅠㅜ

Gidol님// 그 분 이름이 노부오 우에마츠씨시군요. 전 첨에 보고 란마1/2의 아버지가 튀어나온 줄 알았습니다. 한편으론 얄미우면서도 속으론 저럴 수 있는 그들의 능력에 정말 경탄했죠. 확실히 라이트유저 이상의 느낌은 사뭇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하긴. 럴커 촉수 피하기 컨도 그 분이 하시면 또 달라 보이는것처럼 말이죠) 그런 마인드를 전혀 모르는 관객끼리 공유하셨다는게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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