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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7 20:46:08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연애 연속성 분석을 위한 이론적 기반
모든 것은 프로토콜이다.

동생의 가장 친한 친구 녀석이 입에 달고 다는 말입니다. 모든 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연애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않나 싶습니다. 프로토콜에 의거, 내가 카드를 내고, 상대가 카드를 냅니다. 이를테면 어느 모임에서 한 남성이 처음 본 마음에 든 여성에게 '오늘 저와 교미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아름답고 순수한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이라 할 지라도 에러입니다. 적절한 선의 관심을 담은 카드와,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카드의 일부를 슬쩍 보여주는 게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조금 급진적인(그러나 안전한) 올인러시를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삼연벙이라던가. 혹은 삼연벙이라던가. 아니면 이를테면 삼연벙이라던가.

이런 프로토콜은 아래 부기나이트님 말씀대로 사회 생활을 좀 하다보면 쉽게 얻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부기나이트님이 말씀하신 80점 이상의 마스크에, 패셔너블하고, 패션업계 종사자에, 경제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가 비교적 조화롭게 공존하는 30대 초반(15년지기, 대학 생활 등에서 이렇게 추론했습니다)이면 이미 연애 시장의 위너입니다. 30대와 여유를 제하고 앞부분만 떼고 보더라도 상당히 위너에 근접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마음먹기'만큼 중요한 게 어딨을까 싶습니다만.

입을 옷은 교복 뿐인, 게다가 남중남고/여중여고를 거친 고딩. 경제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가 상당히 조화롭게 시망인 대학원생(게다가 토목공학이라면?). 부서 내에 유일하게 회사 지원이 나오는 공식 동아리가 WOW 클랜이기에 계정비 걱정 없이 와우를 즐길 수 있는게 낙이라는 모 대기업의 전산팀. 모기토끼호랑이. 20점 전후의 마스크에 체크남방 면바지 캐주얼단화로 세팅한 고시생 등, 세상에 루저는 많습니다(그리고 슬프게도 저는 전술한 부류에 상당히 많이 들어가네요). 그런 사람들에게 연애는 '마음먹기' 이상의 무엇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류의 루저들은 연애를 잘만 하고 계속 잘 해 나가고, 어떤 부류는 짝사랑 혹은 3일연애 혹은 스토킹 혹은 말은 연애지만 밍숭밍숭한 두어달 하고 끝나고 이후로 쭉 솔로로 지냅니다. 왜일까요.

하여 써봅니다. 왜 연애를 한번 한 사람은 계속 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계속 못하게 되는지. 연애의 부익부 빈익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몇 가지 분석틀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아, 이는 자기가 무슨 인종인지 모르는 중고대딩들+대학원생을 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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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펙에 기반한 연애 연속성 이론Spec based theory (내인론)

<연애가 이루어지는 곳은 '스펙'을 자원으로 흥정이 진행되는 '시장'이다. 연애는 스펙에 기반한다. 그러니 고스펙은 언제나 연애를 할 수 있기에 연애를 많이 하는 것 뿐이고, 저스펙은 연애 자체를 할 역량이 없기에 단지 연애를 못 하는 것 뿐이다. 이것이 외부에서 볼 때 '한 번 연애한 놈들은 계속 하는데, 못하는 놈들은 계속 못하네'로 비춰지는 것 뿐이다>

게리 베커를 위시한 경제사회학자의 관점을 이어받은 이 관점은 새롭고 직설적이지만 동시에 고전적인 관점입니다. 연애 시장에서 스펙은 중요합니다. 당연히. 호감형 마스크와 패션, 경제력, 미래, 유머감각. 말빨. 머리빨.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개인과 개인은 연애 관계를 맺게 됩니다. 당연히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그렇지 못한 개인에 비해 거래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연애를 편하게 할 수 있고, 스펙을 고려하지 않은 외부자가 볼 때 '아 저놈은 계속 연애하고 저놈은 계속 연애 못하네. 하는 놈이 계속 하나부다'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입장의 핵심입니다.

이 고전적이고 강력한 관점은 연애의 부익부 빈익빈 전반을 설명하는데 훌륭한 설명력을 가집니다만, 몇 가지 실증적 한계와 이론적 한계를 가집니다. 실증적 한계로서, '같은 스펙에 있다 해도 주위 환경이나 마음가짐이 다르면 연애 연속성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스펙 별로인 사람도 한번 연애 시작해보니 계속 하게 되는 경우가 있던데 이건 어떻게 설명?' 정도가 있을 수 있고, 이론적 한계로서 '고스펙인 경우 자기가 밑지고 만나는 게 아닌 한 연애 시장에서 동일한 고스펙을 만나게 되는데, 이 이론이 타당성을 갖추려면 고스펙-고스펙의 만남과 연속성의 확률이 저스펙-저스펙의 만남과 연속성의 확률보다 높다는 것을 추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근데 아니지 않음?' 정도가 있을 수 있겠군요.


2. 환경에 기반한 연애 연속성 이론Environmental based theory (외인론)

<연애에서 스펙이 중요하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경 또한 스펙만큼 중요하다. 남중남고공대해병대크리를 맞은 고스펙과, 공학-상경대-카투사의 고스펙이 붙는다면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가? 결국 연애의 빈도는 스펙도 중요하지만 환경빨이 크다. 그리고 10대 후반-20대 넘어가면 환경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이것이 외적으로 볼 때 연애 하는 놈들은 계속 하고 못하는 놈들은 계속 못하는 것 처럼 비춰지는 것 뿐이다>

맑스 베버 뒤르켐 등, 초기 사회학자들의 세례를 받은 이 이론은 연애에 있어 <사회적 환경>을 중요시합니다. 비슷한 스펙이라 할 지라도 공대생의 연애 편력과 문대생의 연애 편력은, 축구 동아리에 가입한 남자 대학생의 연애 편력과 재즈 동아리에 가입한 남자 대학생의 연애 편력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주변의 환경이 받쳐주어야 된다는 겁니다. 아는 친구 중에 성격이 좀 급하고 지나치게 마초적이지만 나름 마스크, 몸, 패션센스 모두 A-급은 되고, 소위 명문대에서 장래성 있는 전공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채로 25년간 솔로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나도 연애하고 싶어'라고 조언을 구했고, 나는 매우 단순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일단 맨날 K-1이나 보지 말고 소설좀 읽어. 나가던 무에타이 동아리 그만 좀 나가고, 봉사동아리나 음악동아리나 이런데 들어가. 니네 전공에도 남자만 득실대잖아. 일단 제대로 된 데다 해처리를 펴야 뭘 하지.'

어찌되었건 해처리를 펴기 시작하고, 그는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3. 마음 이론Mind theory (심인론)

<사실 연애란 스펙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닌, 가슴 떨림의 정도가 핵심이다. 스스로의 감정에 예민하고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사람은 연애를 하고, 아니면 못한다>

플라톤에서 헤겔까지, 서구 철학의 척추를 이어받은 이 고전적인 관점은 여전히 유익합니다. 다만, 플라톤 정도의 재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한정된 설명틀이 된다는 한계를 가집니다. 스펙과 환경이 갖춰 진 경우에 매우 타당성 있는 이론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만, 중고대딩 여러분이 마음만 먹는다고 연애가 될런지. 흐으.

4. 프로토콜 레벨링 이론Protocol-leveling theory (적응론)

<연애의 연속성, 부익부 빈익빈 효과는 결국 프로토콜에 대한 적응성 문제다. 스펙과 상관 없이, 연애 프로토콜 환경에 적응한 개체는 살아남아 계속 연애를 하며 적응성을 높히고,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계속 낙오된다>

1,2,3번의 관점은 어찌보면 고정된 변수를 기반으로 한, 무척 고전적인 입장의 이론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관점은 프로토콜 레벨링 이론입니다. 이는 일견 스펙 이론과 비슷합니다. 차이라면, '스펙의 총합이 연애 연속성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 관계에 대한 프로토콜 적응성이 연애 연속성을 좌우한다'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토콜 적응성은 연애 경험을 통해 향상됩니다.

스펙 이론/환경 이론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 속의 저스펙은 결코 연애를 못 하게 됩니다만, 주위를 둘러봅시다. 환경도 스펙도 받춰주지 않는 상태에서 우연히 한두 번 연애를 겪은 인간이 마성의 바람둥이가 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으실텐데?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제창되는 이론이 Protocol-leveling theory입니다.

프로토콜은 말 그대로 프로토콜입니다. 나의 관심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관계에 있어 가장 효율적일까. 내 강점을 어떤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내 약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 데이트 동선은 어떻게 짜야 할까. 타임 테이블을 한번 그려볼까? 이 모든 과정이 '연애의 프로토콜 적응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 <대인 관계> 혹은 <말빨> 등의 소위 스펙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 라고. 아, 세 가지 측면에서 다릅니다. 하나는 '이성에게만 적용되는 협소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스펙들'과 '사회적으로 규정된 프로토콜'과 '바로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가진 프로토콜' 세 축을 조율하는 종합적인 능력치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설명 불가능한 매력'이라던가 '카리스마' 같은 것이 이에 속할 수 있겠지요. 설명 불가능한 매력을 스펙이라고 하기에는 스펙 자체가 지닌 뉘앙스와는 너무 멀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셋째로, 이는 기본적으로 스펙에 기반하지만 오직 연애를 통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스펙에 따라 프로토콜에 대한 초기 적응력은 매우 다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연애를 경험할 때 마다 이 프로토콜에 대한 숙달 정도가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어필하고, 때로 적절히 밀고 당기고 간보고 떠보고, 핥고. 연애를 많이 해 본다고 스펙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말빨이나 패션 감각 정도는 조금 상승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분명 우리는 느끼고 있습니다. 저놈은 쉽게 상승 가능한 스펙을 제하고도 참 별볼일 없는데, 연애를 참 편하게 하네. 자, 이들은 비교적 낮은 프로토콜 적응 점수에서 시작해서, 일련의 연애-사회적 프로세스를 통해 적응 점수를 높히게 된 것입니다.

이 적응 점수는 1의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스펙과 두 부분에서 다릅니다. 먼저, 비교적 고정성이 강한 스펙과 달리 상승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연애의 부익부 빈익빈 자체를 설명하기에 훌륭한 틀이 됩니다. 두 번째로, 높은 프로토콜 적응점수를 가진 개인이 반드시 높은 프로토콜 점수를 가진 개인과 만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고스펙은 저스펙을 마주치기 힘들겠지만, 고 프로토콜은 고 프로토콜에서 저 프로토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프로토콜 레벨링 이론은 1이 가진 실증적/이론적 한계를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이론일 수 있습니다.

이론의 한계는 물론 '프로토콜 적응 그까이꺼 쉽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라는 부분입니다. 이를 훌륭히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3번 마음가짐 이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선까지의 연애는 프로토콜 적응, 연애 프로토콜 적응 이후에는 마음가짐'

기존의 이론을 종합해서 연애 연속성에 대해 설명하면 대충 이렇게 되겠네요.

<좋은 스펙과 환경을 갖춘 경우, 프로토콜 적응 점수가 높을 수 있다. 이러면 비교적 쉽게 연애를 할 수 있고, 연애를 쉼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나쁜 스펙과 환경이라 할 지라도 기회를 잡아 프로토콜 적응을 잘 하면 어느 순간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오른 이후 연애의 연속에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물론 이상의 논의는 모두 '연애를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경우를 분석하기 위해서나 타당하지, 마음 자체가 동하지 않는 경우를 이야기하기엔 취약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

자아, 프로토콜 이론에 기반해서, 과감한 조언을 해보려 합니다. 이제 봄이 옵니다. 일단 질러보는 겁니다. 평소 마음에 든 이성에게 고백해보세요. '저와 함께 봄맞이 교미여행을 떠나지 않겠어요' 일단 맞고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뭐가 안 되고 뭐가 되는지 배워가다 보면 당신도 어느 순간 마성의 연애가가 될 수 있습니다.

바뀌지도 않는 스펙, 환경이나,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야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위안삼기엔, 아직 젊은 나이 아닙니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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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n2002
10/01/27 20:49
수정 아이콘
한사람 만나서 계속 이어가 있는 저는 저같은 케이스가 가장 좋다고 생각됩니다.
10/01/27 20:55
수정 아이콘
'제가 영원히 솔로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이론 감사드립니다.

..쿨럭...
헥스밤
10/01/27 20:59
수정 아이콘
백야님// 아...
10/01/27 20:59
수정 아이콘
어렵네요.. 연애를 길게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름 끊기진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집에서 TV보고 컴퓨터 할 시간에 밖에 나가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것이 연애할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10/01/27 21:0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처지는...
얼음왕관 성채라는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 얼음왕관 성채의 최종 보스인 리치왕이 떨구는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이네요.
과연 연애라기보다 자원봉사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되실 제 첫 연애상대님은 어디에 계실지...
10/01/27 21:13
수정 아이콘
그냥 본문과 다르면서도 같은 추가적 이야기를 하자면
남여관계에 있어서 연애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여자가 남자를 남자로 보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과는 다른 '별개'의 존재로서 충분히 인식하게끔요. 그것에 스펙이 있고 환경이 있고 프로토콜이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은, 본인이 그저 인스턴트하게 소비하고픈 연애놀이를 하는데에는 매우 효과적일지는 모르나 그 끝이 꼭 충분히 충실해지리란 법은 보장해주지 않을겁니다. 본인들이 그저 봄날의 교미가 하고싶은건지, 신의와 신뢰가 가득하여 내 등 뒤를 맡기고 의지하고 위로가 되어줄 사람을 찾을건지에 대한 방법론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후자의 확률은 지극히 낮아 전자의 행위를 통한 필터링없인 이뤄지기 힘들겠으나, 때로는 그러한 고등연애기술들이 그러한 사람을 놓치게 하기도합니다.

소비적인 연애놀이를 하고싶은 이성인가, 내 삶에 이사람만이 내 등과 맞닿아 서있기를 바란다 이 두가지를 잘 생각하고 연애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째서 수많은 연애 방법론속에 이러한 이야기가 없는지는 의아할따름입니다.
10/01/27 21:16
수정 아이콘
nickyo님// 그렇게(=신뢰를 기반으로 한 깊은 사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없는 것일지도요..[먼산]
보통 막히는 건 그 전단계이니..
10/01/27 21:22
수정 아이콘
Gidol님// 어 음.. 그러니까 간혹 이렇습니다. 난 많은 연애를 해야해! 난 외로워! 나는 여자친구를 막연하게 가지고 싶어! 저 커플들의 알콩달콩함이 부러워!! 함과 동시에 주변에 스펙이 괜찮은(매력적인 외모의)여성을 찔러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자신과 어떠한 리듬을 갖는 사람이든간에, 소비적 연애'질'이 하고싶어서 여기저기 추파를 뿌려놓고 못 먹는 감 찌르다가 먹는 감 골라내는 것이죠. 연애 방법론은 마치 이러한 것에 대해 수월한 작업과정을 준비해 주는 듯 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겪다보면, 때로는 사람에 대한 혐오감에 휩싸일때도 있고 감동에 눈물겨워 고마울 때도 있죠. 그저 외로움을 이기고싶은 연애질들이 가끔 자신들이 진짜로 잡아야 할 이성앞에 방해가 되어서 진흙탕속에서 인과를 쏟아내는거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러게 좀 작작했어야죠. 라는 생각이 들곤 하니까요.


외로워서 추파던지며 그냥 커플이 되고싶다는 마음에 실행하는 것들은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물론 안하는것보단...........여러모로 득이겠지요.
태연사랑
10/01/27 21:25
수정 아이콘
'제가 영원히 솔로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이론 감사드립니다.

..쿨럭... (2)
저글링아빠
10/01/27 21:59
수정 아이콘
nickyo님// 신의와 신뢰가 가득하여 서로 의지가 되는 관계에 대한 경험은 그 결말과 상관 없이 그 자체로 그사람의 남은 인생 전부를 기름지게 할 자양분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래야 하는가, 아니 나아가 그렇지 않은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거나 무가치하거나 차후의 신의와 신뢰가 가득한 관계형성을 방해하거나 하는 것인가의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요.

이에 관한 긴 말씀을 덧글로 드리기는 약간 무엇하니 부족하나마 빗대어 줄여서 말씀드려보자면 어린 시절 이해가 가지 않던 "데미지"나 "피아노"류의 영화들이 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오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종류의 관계가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0/01/27 22:04
수정 아이콘
nickyo님// 동감합니다. 진지하지 않은 연애관계는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라..;

성골 루저[..]로서 패배해보자면..

본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결국은 적절한 스펙 환경 마음가짐이 프로토콜 적응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 봅니다.
어느 분야든지 마찬가지지만 꾸준한 경험을 쌓고 개념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스타도 꾸준한 연습으로 빌드와 운영을 익혀야 늘듯이..

좋은 스펙을 갖추는 건 상대방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으며 또한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이점입니다.
날카롭게 잘 다듬어진 빌드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운영이 갖춰져 많은 승을 올릴 수 있고 고수 레벨로의 진입이 빠른 것입니다.
반면 스펙이 구리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승리하기도 어렵고 자기에게 맞는 환경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 이상의 경험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다양한 상대방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이점입니다.
반면 나쁜 환경은 애초에 얻을 수 있는 경험 자체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죠.
프로게이머 방송경기 꾸준히 시청하고 배틀넷 접속해서 고수 클랜에서 활동하는 환경과,
방송도 매뉴얼도 커뮤니티도 없이 싱글에서 컴퓨터 인공지능하고만 붙어야 하는 환경 중
어느 쪽이 실력이 더 늘어날 수 있을지는 자명합니다.

좋은 마음가짐의 중요성이야 당연한 것이니..
먼저 가슴 속에 강한 열망이 불타올라야 하고 그것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로 치면 승부욕과 끈기라고 할 수 있겠죠.
단 인간이 그렇듯이 성공하는 사람은 재미가 붙어서 계속 밀어붙일 수 있는 반면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불안감과 좌절감에 휘둘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기 버겁습니다.

그렇다면 소위 약자(?)들이 왜 프로토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을까 짚어보고자 합니다.
무지, 무능, 무욕이라는 3가지 요소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무지는 좋은 스펙/환경의 중요성을 모르는 상태, 혹은 자기자신의 스펙이나 환경이 얼마나 적절한지를 판단할 줄 모르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위 개념이 아직 덜 잡힌 상태입니다.
외견 성격 경제관념 환경 등에서 자신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이죠.
아무도 안봐주는 외견 혹은 남중남고공대군대방콕 등의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자각 못하고 '안생겨요'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직간접경험이 쌓여가면서 서서히 해소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계속 무지의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무능은 말 그대로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지만 자신의 능력이 그에 걸맞지 않는 상태입니다.
부적절한 원판(사실 이걸 능력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게 슬프긴 합니다만..ㅠㅠ)
찢어진 가난함 혹은 엄격해서 자유가 없는 환경
지나친 소심함 괴팍함 까칠함 등의 성격
화술 및 유머감각 상식 지식 부족 등
어느 한쪽 이상의 스펙이 지나치게 저열해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들은 강점을 살리거나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으로 관계 형성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죠..

사실 언급하고 싶은 건 무욕(적절한 네이밍인진 모르겠지만)으로, 자신의 무지함과 무능함을 알지만 그것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자신의 가치관 목표 등이 애초에 연애관계형성에 유리하지 않으며, 자아에 대한 믿음이 강해 쉽게 변하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의 축적이나 사회적 성공 개인적인 취미활동 등을 최우선순위하다 보니 연애가 뒷전인 케이스도 있겠고,
정말 안습의 형태는.. 자기자신이 특정한 가치관이나 성격 등에 얽매여 있는 상태입니다.

성격이 소심하고 수동적인 게 착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상처받는 걸 싫어합니다.
따라서 남에게 간섭하기를 싫어하고 가까이 다가가기를 꺼려하죠. 관계가 진전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성격이 지나치게 강하고 남을 지배하는 게 좋다고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가까이하려 하지 않게 되죠.
이러한 성격이 나의 자존심과 정체성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걸 바꾸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취향도 둥글게 어느 것이든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서든 통할 수 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적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도 있습니다.
반면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고 그게 남들과 잘 맞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관계에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돌 가요가 대세인데 난 외국음악 아님 못듣겠어라던가,
옷이건 명품이건 전자기기건 남들에게 인기없는 것들이 취향이거나 혹은 아예 그러한 분야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많은 공돌이테크 동지분들이 그렇듯이 공학적 세계에 빠져 바깥세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것,
소위 말하는 덕후들이 되겠습니다 [...]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음만 먹으면 저걸 왜 못바꾸지라고 생각하지만, 자기자신에 대한 집착과 열망이 큰 경우 그것을 버리고 연애관계에 적합한 스타일로 바뀌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이상의 것들이 충족되지 않음에도 프로토콜이 잘 맞아떨어져서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으나, 연습 하나도 안하고 스타리그 우승할 확률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결론은 프로토콜의 수월한 적응을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관 성격 행동양식 등을 이 세계에 적절히 맞춰야 한다는 것이고,
안맞는 사람의 경우 자신을 일정 부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적응이 험난하다는 것입니다.
동글이
10/01/27 22:20
수정 아이콘
이런 여러가지 복잡한 내용들을 숙지해야만 연인이 생긴다라고 볼 순 없겠죠?
세상을 보는 눈이 다 다르듯 연애에 대한 관점도 정말 다양 복잡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 여자에게 남자는 자신감. 이것만 있어선 안되겠지만 이건 정말 기본입니다.
여자 앞에서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자기 의사와 감정을 표현할 정도만 된다면.

이미 연애할 수 있는 기본기는 닦아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루비띠아모
10/01/27 23:10
수정 아이콘
내가 살다가 연애공부를 할 줄이야..
낙타입냄새
10/01/28 11:43
수정 아이콘
역시 pgr에는 능력자들이 많군요. 잘 읽었습니다.
켈로그김
10/01/28 12:1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10년 전에만 봤어도 그 삽질들을 안했을텐데...
Puretoss
10/01/28 13:22
수정 아이콘
대학원생...게다가 토목공학과인데...
헥스밤
10/01/28 14:18
수정 아이콘
Puretoss님// 아...
토목과를 비하하자는 건 아니지만 연구 관련해서 모 대학 입학자 전체 분포를 본 일이 있었는데 정확히 몇년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토목공학과 입학생 여성 0명...을 본 적이 있어서요. 후욱.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arq.Gstar
10/01/28 14:45
수정 아이콘
오늘 저녁 나가서 이성이 섞인 술자리를 가지고 같이 술마시기 게임도 하심이 어떤것보다 확률을 높일거라 생각됩니다. (....)
Puretoss
10/01/28 19:03
수정 아이콘
헥스밤님// 크크 전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토목과랑 기계과는 사실 양대 산맥이죠;
하지만 본문처럼 '있을 놈은 있고 없을 놈은 없다'는 어디서나 통용된답니다. 오히려 솔로인 학생이 적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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