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1/14 08:55:59
Name antoninus_
Subject [일반] 인생고민이랄까요..;
안녕하세요.

중딩때부터 pgr21 시작해서..
그렇게 시작한 눈팅, 스물두살까지 하고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하하;

좀 쓸데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전공은 역사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경영이나 행정학부 같이 인기 과에 충분히 갈수있는 점수였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 역사 이러다가
부모님, 누나가 그렇게 반대하셨는데도 결국 이 길로 왔네요.

새내기 1년 지나고
작년,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되니까
술자리에서나, 친한 과 선배들..3,4학년이라 취업준비하는 형들, 누나들과 이야기할때 되면
한번씩은
"너도 이제 슬슬 취업 걱정할때 되지 않았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그때마다
"에이~저는 군대가서 2년동안 이래저래 생각해보려구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근데 막상 군대가는 날이 3주 정도 앞으로 다가오니까
군대가는 걱정도 들지만
앞으로.. 쉽게 말해서 먹고 살 걱정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급;;

처음에 이 과에 들어올 때는
교직이수를 생각했었습니다.
......쉬울줄 알았어요.
하지만 대학생활의 로망은 술과 연애 아니겠습니까....하하
다 잘하는 인간도 있긴 있더라구요 ㅠ하지만 그게 제가 아니다보니..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전공 공부를 하다 보니까 선생님보다는
대학-대학원 테크를 타서 하고싶은 공부 하면서 먹고 살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저, 대학원..." 이렇게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대학원 가겠다면 보내주시겠다고는 하면서 탐탁치 않아 하시는게 눈에 다 보입니다.

그리고 항상 뒤에 따라나오는 공무원 이야기.
무슨 토정비결, 사주보는곳, 세살 애기동자 등등...
어머니께서 갔다오시고 하는 말씀은 항상
가는곳마다 하나같이 제 사주가 공무원할 사주라네요....;;;
요즘은 진짜 어머니께서 말을 지어오시는건 아닌지 의심이 다 듭니다.

지금은 법학부가 사라져서 복수전공할수도 없지만
입학한 해에는
부모님께서 무조건 복수전공 하라고,
복수전공하면 학점 다 채우려면
대학교 언제 졸업할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려도 무조건 돈 줄테니 복수전공 하라고
사법고시 준비해도 얼마든지 뒤에서 밀어준다고 그러시면서..
대학원 간다고 말씀드리면 왜 부모님은 절 째려보시는지 말입니다 ㅠㅠ

그리고 사실 선배들이 도서관에서 계속 공무원이나 행시 준비하는거 보면
왠지 모르게 공무원에 대해서 거부감이 드는것도 사실이거든요.. ㅠ

하지만 막상 현실을 생각하자니 공무원 시험 준비할까도 고민되고...
걱정입니다.

사실 스물두살정도 되면
결국은 스스로 갈 길 알아서 정해야 하겠지만..
어느 직업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어떤 패닉상태랄까요; '막막하다'라는 말로도 요즘 드는 생각을 다 표현할수가 없을거 같네요;

글 쓰고 보니 푸념이 되어버렸네요..;;
쓸데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공무원욕하지
10/01/14 08:58
수정 아이콘
22살에 갈 길을 찾아야겠다는 고민을 하신 것 만으로도 대단하셔요.

저두 역사학과 나왔지만, 전 제가 이 길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한게 24살, 그리고 준비한건 4학년 2학기..26살부터였습니다 -_-;; 2010년이 되니까 나이도 헷갈리네요.
10/01/14 09:06
수정 아이콘
<대학-대학원 테크 타서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먹고 살기> 라는 것은, 특히나 인문학 전공자에게는 어마어마하게 좁은 문입니다. 역사학 전공자 + 석사 혹은 박사가 전공을 살리면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어디 있는지부터 한번 꼼꼼히 따져보시고, 본인이 정말 그런 것을 위해서 앞으로 몇 년간 인생을 걸고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불문학 전공하신 사촌형님이 마침내 교수 자리를 얻어내기까지 걸어야 했던 그 길고 긴 고난을 생각해보면.. 본인이 정말 정말 하고 싶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는 추천하기 참 힘든 길입니다.
WizardMo진종
10/01/14 09:10
수정 아이콘
인문으로 석사 박사를 하고 전공을 살리는건 거의 수도자의 길.. 아닌가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왜 이 과를 골랐는지 생각해보시구요.
원래 다들 그나이때 그런생각합니다.

그래서 전과 복전(두학기 더다녀도;;) 부전 편입 수능 등등 여러가지를 하기도 하죠,,, 일단 군대 다녀오시고 생각하세요.
그게 제일 나을꺼에요
BoSs_YiRuMa
10/01/14 09:11
수정 아이콘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 구절입니다.
"20대때는 뭐라도 좋으니 도전을 하고 실패를 경험해보라. 그것이 30대 이후의 당신의 인생에 엄청난 도움으로 다가올것이다."
전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현실을 탈피해서 도전을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나이. 그것이 20대라는 나이의 축복이 아닐까요.
20대때의 고민은 안하는것보다 하는것이 훨씬 좋고, 20대때의 도전은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실패라고 쓰고 경험이라고 읽는겁니다.
그 어떤 고정관념도 가지지 마시고,'어렷을때 난 이거 한다고 했으니까 이것만 해야해. 나에겐 다른 길이 없어' 또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건 이게 아니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제일 조건이 좋은거니 난 이거 해야만 해'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내 안의 다른 가능성을 버리는 일입니다.

3주 뒤에 군대 가신다고 하셧는데 저는 군대를 영장이 나와서 가시는거든, 지원해서 가시는거든간에 그것도 엄청난 도전이라고 봅니다.
건강히 다녀오시고, 다녀오신다면 분명 뭔가 달라져도 달라질 것 입니다.
저도 군대 가기 전에는 제 할일 스스로 찾지 않고 되는데로 살던 놈이엇지만-_-);;
이제는 뭐가 달라졋는지 스스로 느낄 정도가 되었거든요.
들어갓다 나오시면 반드시 인생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켈로그김
10/01/14 09:12
수정 아이콘
...사주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_-;;
10/01/14 09:17
수정 아이콘
저는 공학 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컴퓨터 사이언스)
어쩌다보니 인문대 사람들을 좀 알게 되었습니다만, 정말 힘들어 보이던데요;

힘내세요. 군대 무사히 다녀오시구요.
10/01/14 09:34
수정 아이콘
군대갔다오면 당장은 복무 마친것만으로 행복하겠지만 곧 취업현실이 닥치죠. 로스쿨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대학원이라면 몰라도 법학전문대학원이라면 부모님 맘이 달라질수도 있겠지요.
튼튼한 나무
10/01/14 09:36
수정 아이콘
친한 선배님 한분
인문학에서 나름 전망있다는 학문으로 박사 - 교수 테크에 도전하시다가
현실의 벽에 무너져 20대 후반에 석사학위만 달랑 건졌습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석사학위는 오히려 취업걸림돌이라 울더니 결국 월150 받는 조그만 무역회사에서 30살에 인생을 다시 시작하더군요.
인문학 공부하면서 쭉 밥먹고 사는거....정말 어렵습니다...
10/01/14 09:49
수정 아이콘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시고..
그리고 세상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내가 그 중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군대 잘 다녀오시고 antoninus_님에게 맞는 길을 잘 찾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10/01/14 10:21
수정 아이콘
20대 초반에는 열정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거만 생각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낙관주의적인 생각 +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어!'라는 반항적인 생각이 적절히 버무려진 나이대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수많은 고시생들과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 길로 들어선 건 아닙니다. 현실에 맞닥뜨린 이후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 치열한 경쟁률과 고통스러운 준비기간을 알면서도요. 왜 그런 걸까요?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님 말씀대로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봤을 때 매우 낮을 뿐더러 그쪽도 그리 유유자적한 삶은 아닐 게 뻔하죠. 오히려 노력해야 하는 수준은 공무원 준비 이상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후의 안정된 삶을 추천하는 지인들은 당연한 거라고 보여집니다.

100%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군대 다녀온 20대 중반 이후에는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됩니다. 그 전에 많이 고민을 해야 답이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헥스밤
10/01/14 16:17
수정 아이콘
엄청 긴 글을 썼다가 '강아지판'단어 덕에 날아갔습니다. 짧게 쓰겠습니다.

대학원 가지 마세요.
왜자꾸시비네
10/01/14 17:40
수정 아이콘
스타로 치면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인가, 멋진 경기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네요. 멋지게 이기는 경기를 그려보심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918 [일반] '일본어 잔재론' [41] 나, 유키호..6397 10/01/14 6397 1
18916 [일반] pgr의 많은 분들에게 묻고싶습니다. [163] 삭제됨6346 10/01/14 6346 0
18915 [일반] 아이들과의 대화. 과학 소년인가 아니면 문학 소년 테크트리인가... [33] Minkypapa4510 10/01/14 4510 0
18914 [일반] [잡담_맞춤법 이야기3] 그만하다와 그만두다는 달라요. [34] Artemis6144 10/01/14 6144 5
18913 [일반] 상상더하기가 오늘 마지막 녹화라고 합니다. [40] Hypocrite.12414.6569 10/01/14 6569 0
18912 [일반] 법원 "옥션 정보유출 배상의무 없다" [25] 권보아4385 10/01/14 4385 0
18911 [일반] 읽으면서 간만에 공감이 되는 군대관련 기사 [37] 황기주6151 10/01/14 6151 0
18910 [일반] 덴마크가 그렇다면, 그럼 스웨덴은 어떨까요. [33] sungsik6654 10/01/14 6654 0
18909 [일반] 마이클 잭슨이 타살로 판명됬다고 하네요.. [7] ISUN6518 10/01/14 6518 0
18907 [일반] 아이티 지진,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네요 [16] ㅇㅇ/4204 10/01/14 4204 0
18906 [일반] 흠칫 놀라게 되는 꼬맹이들의 질문들. [42] OrBef28099 10/01/14 8099 0
18905 [일반] KBS 뮤직뱅크 2년간 1위후보 분석자료 [22] Anti-MAGE5833 10/01/14 5833 0
18904 [일반] 인생고민이랄까요..; [12] antoninus_3348 10/01/14 3348 0
18903 [일반] 포맨-다시 사랑할수있을까..그리고 신용재 [8] 꼬비5187 10/01/14 5187 0
18902 [일반] 멜론 2009년 종합랭크 [14] 信主SUNNY5372 10/01/14 5372 0
18901 [일반] [가요] 다비치 ㅡ 다른 가수 노래 부르기 [39] 타나토노트6356 10/01/14 6356 0
18900 [일반] 어머니, 덴마크에서 살고싶어요. [덴마크복지정책 관련 펌글] [60] sungsik7889 10/01/14 7889 1
18899 [일반] 아는 형과의 시담. [7] nickyo3255 10/01/14 3255 0
18898 [일반] 전원책 변호사, 남자의 설움을 말해주다 [47] Arata6765 10/01/14 6765 1
18896 [일반] 아름다운 숙녀들. Prettymaids. [5] 켈로그김5060 10/01/13 5060 0
18895 [일반] 아바타 예약에 성공했습니다/아이맥스 2월 3일까지 풀림 [14] 야탑이매서현4536 10/01/13 4536 0
18892 [일반] 2009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본상, 신인상 후보 및 모바일투표 집계 현황 [22] CrazY_BoY4482 10/01/13 4482 0
18891 [일반]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스토리 - 14. 김민재는 전설이다 [12] 페가수스4156 10/01/13 415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