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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08 10:39
크레모어....실제 터지는건 논산훈련소 시절에 봤었는데 정말 그 파괴력과 소리 그리고 후폭풍에 깜짝 놀랐었죠.
개인화기도 무섭지만 대량살상무기... 정말 무서운것 같아요.
09/12/08 11:04
저 GOP 있었을때 여름에 폭우 쏟아지는중에
뭐가 뻥 터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음날 가보니까 크레모어에 번개 떨어져서 철책 날아갔더군요...(다행히 옆소초라)
09/12/08 11:05
실제로 크레모아의경우 워낙 구형이기도 하고 해서 격발기등의 사고도 많지만
모양새가 애매해서 나는 사고도 꽤 있었다고 들은 기억이나네요 nuki12님이 96년에 쓰시던 그 크레모아들을 아직도 훈련용으로 재고처리하고있지 싶네요... xk2 같은 위대한땡크도 좋지만 1111 보병들 생각도 좀 해주란....
09/12/08 11:26
Gop 근무 할때 가끔 행보관이 소초에 오면 더덕이나 고사리 캐러 항상 지뢰지대에 들어가던게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는 뒤에서 검은 봉다리 지참하고 따라 갔었죠. 항상 해골 마크가 그려진 표지판이 붙은 가시 철망을 넘기 망설이는 저를 보며 행보관왈 "니 군번이랑, 지뢰 일련번호랑 같아야 지뢰 밟을수 있다. 삐삐삐삐삐삐삐쉐끼야"
땅파면 총알 같은건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 지뢰는 한번도 파본적 없지만 박격포 같은건 많이 파 봤습니다. 교통호 뒤쪽에 작업하다 인골이 나온적도 한번 있네요. 보고하니 사단에서 발굴해 가고 난뒤, "무명 용사의 묘" 묘비를 세워 주더군요. 이제는 살짝 그리울때도 있습니다.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았는데... 당시 우리의 주적은 '간부'였습니다. 크크크크
09/12/08 11:28
105mm전포병이었는데 그 포를 사람 4~5명이 붙어서 움직일 때가 상당히 위험했습니다. 제가 제대할 때 즈음 바로 옆 부대에서 포다리에 발이 찍히는 사고가 나기도 했었고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몸 성히 제대한 게 가장 큰 위안입니다. 사실 예비군들과 포 실사격할 때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크크
09/12/08 12:19
대량살상무기의 무서움이란....제가 일병 달고 추계 진지공사를 할 때 였습니다. 한창 진지를 파내고 모양이 갖춰지는 마무리 즈음에는 위장을 위해 진지에 떼를 입히죠. 그 해 진지공사가 좀 대박으로 이뤄져서(도대체 왜 호를 매년 옮겨대는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비효율이 대단합니다. 덜덜...) 떼를 좀 많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되서 한 분대 정도의 인원과 부소대장만 따로 빠져서 떼를 뜨러 갔죠. 떼뜨는 장소는 사격장이 있는 산이었는데 이 곳이 떼 뜨기에 좋은게 사격을 위해 산을 평평하게 밀어놔서 땅도 평평하고 삽질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사격장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떼를 떴고 평소에 뭐든지 대충하자가 모토였던 부소대장은 대강 오더를 내려놓고는 한참 동안 구석에서 빈 깡통을 가지고 만지작대더군요. 대강 고참들 말이랑 하는 모양새를 보니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는 속셈인듯 했습니다. 전 짬이 같이 온 인원중 막내여서 근처도 못가보고 삽질만 죽어라 하고 있었고 간부들을 피해 피신 온 고참들이 부소대장과 붙어서는 쑥덕대더니만 결국 자신들의 돈을 약간 투자해서 추진을 갔습니다. 그렇게해서 졸지에 저는 운좋게도 그 힘든 진지공사 와중에 만두와 라면을 배터지게 먹고는 부소대장과 고참들과 함께 널부러져서 오침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자는 도중에 어디선가 '쿵'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뭐 군부대 근처에서 그런 소리는 심심하면 나던 차라 별 생각 없이 자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산 밑에 대대장의 지프가 등장했습니다. 부소대장이 거의 발작에 가까운 속도로 고형연료며 깡통이며 싹 다 치우게하고서는 동향을 살피는데 지프가 저희가 있던 곳을 휙 지나 산 뒤로 이동했습니다. 부소대장은 대대장이 여기까지 무슨일로 왔지? 하고 긴장한듯 했고 달콤한 휴식시간은 그렇게 날아가고 작업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에는 헬기가 날아다니기 시작하고 여단장 지프며 타중대장 지프며 난무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우린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고 있었고 부소대장이 뭔일인지 보고 오겠다며 산을 넘어 갔습니다. 10분 쯤 지났을까요? 부소대장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다들 담가들고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오잉? 여기 잔뜩 쌓아둔 떼는 어쩌고 담가를 들고 왜 이동을 할까? 하면서도 분위기가 뭐라 물어 볼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다들 담가들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산 경사를 따라 뛰는거라 금방 지쳐서 속도가 느려질만하니까 부소대장이 한시가 급하다고 폭탄 터졌다고 그 말을 들으니 멈출 수 가 없더군요. 허억허억대면서 언덕을 넘어서 조금 내려가다보니 빨간 노끈으로 나무 4개 정도를 이어서 사각형으로 한 장소가 표시가 되어있고 근처에 2~3명 정도의 인원이 나무에 기대어져 앉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 그 주변에 4~5명 정도의 인원이 몰려 있었습니다. 무서울정도로 적막한 분위기속에 그 중 한명을 담가에 옮겨담고 이동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매우 멀쩡했는데 그저 조금 졸려 보이는 정도더군요. 옮기면서 자세히 보니 바지가 여기 저기 조금씩 찢겨있었습니다. 그렇게 4~5분 정도 들고 나르니 길가에 도착했고 그곳엔 이미 3명이 옮겨져 있었습니다. 군의관 1명이 돌아다니면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고 의무병들이 여럿이 서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점엔 군의관이 의무병 한명에게 압박붕대를 이용해서 상처부위를 묶으라고 했고 그 의무병은 압박붕대를 찾아서 누워있는 환자의 다리에 묶기위해 다리를 만지는 순간 손이 닿은 곳을 중심으로 4~5군데에서 순간적으로 핏줄기가 쫙 솓아 올랐습니다. 그제서야 이들이 폭탄에 맞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생생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군의관, 어찌할 바 모르고 멍때리고 있는 의무병들,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들, 환자들과 같은 중대원들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응원들 모든게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봤던거와는 달랐습니다. 저 또한 뭘 해야 될지 알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엄청나게 차분했습니다. 무섭다거나 슬픈 감정보다도 이것이 바로 폭탄의 위력이구나 이렇게 위험하구나 비정해진다고 해야 될까요? 담가를 이용해서 옮긴 다음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오래 있지는 않고 바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작업이 남아있었거든요. 떼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 말이 거의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뿐만이 아니라 다들 저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그들도 저희처럼 떼를 뜨러 왔는데 사격장 후면은 보통 산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기 때문에 방해물을 치우려 곡괭이를 사용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땅속에 묻혀있던 K201유탄을 하나 찍어서 벌어진 사고였는데 이게 정말 불운인게 사격장을 넘겨서 쏜 유탄수며 하필 그게 불발이 된거하며 하필 또 그자리를 정확히 찍어버린 곡괭이......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던거죠. 그 결과로 5명 모두 수통에서 대수술을 받아야했고 유탄을 찍은 본인은 파편을 정통으로 맞아 다리가 엄청 상하고 그곳에도 파편이 박혀서 불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후면에서 작업을 하던 그들이 그런 불행한 사고를 당했는데 그 시간에 저희는 전면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으니 생각만해도 아찔한 기억입니다.
09/12/08 13:06
축구사랑님// 튀어나온부분이 적방향 입니다. 근데 요새꺼는 친절하게 '적방향' 써져있죠. 그쪽을 적방향으로 ;;
09/12/08 13:57
훈련소에서 본 크레어모어의 위력이란 후...;
살상력과 후폭풍이 어마어마했지만 그 펑 터지는 소리부터가 일단 충격이더군요; 땅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어울릴정도였습니다.
09/12/08 14:38
칼 리히터 폰 란돌님// 저도 GOP에서 폭우 쏟아지는 여름 밤에 크레모아가 낙뢰 맞고 폭팔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새벽 되자마자 연대장이 소식 듣고 달려왔었는데 웃긴건 그 때 제가 초소근무였는데 '근무중 이상무'를 해야 할지 '근무중 이상 있음'이라고 해야할지 고민했었죠. ^^;
09/12/09 04:38
Jay-B님// 쓰신 단어중에 담가는 '단가'의 오기인거 같네요. 일본어로 들것을 단가라고 하는데, 군대에서 그 단어를 흔히 쓰곤 합니다. '들것'이라고 표기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제 군시절, 옆옆 소초에서 초소 근무투입된 덤&더머 가 크레모아 격발기 안전목이 풀린걸 모르고 격발기를 누른 채 도전선에 꼽는 바람에 크레모아가 터져서 3선 철책이 다 날아가고 초소가 후폭풍으로 부서졌죠. 그거 복구하는 1주일동안 5소초는 전원 A형.. 그 둘은 영창......; 아, 그리고 gop에서 산불나면 밤에는 그야말로 불쑈입니다. 땅에 묻힌 지뢰가 불때문에 터져서 여기저기서 펑~펑 소리가 나거든요. 하나더. 많은 분들이 영화에서 보는 것 처럼 지뢰는 밟았다가 떼어야 터지는줄 아시는데 그건 군대 안갔다온 영화감독과 작가의 오류고요.. 그런 지뢰는 없습니다.(부비트랩형식으로 걸리면 터지게 만들 수는 있지만 밟았다 떼면 터지는건 없습니다.) 훈련중 깔아놓은 연습용 지뢰 밟아봤는데 터지고 나서야 밟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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