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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08 02:08:16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군 의문사위 활동종료.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01&newsid=20091207193018945&p=hani


위원회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활동하기 참으로 좋지 않은 장소에서, 접수된 600건의 사건 중 41%의 진상을 규명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상당한 결의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는 것은 역시 아쉽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군 내의 사고들을 그나마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기관은 아무래도 군 외부의 독립위원회가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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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군 복무중에 사망사고를 처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병장 달고 느긋한 주말 아침잠좀 즐겨보려고 비비적거리는데 당직이 찾더군요. "야, 너 영어 잘하지? 전투복 입고 대기해라. 사고났는데 통역좀 해야겠다." "피곤한 예하대 행정병 굴리지 말고 본부 통역병 시키십쇼...님 저 어제두 님네가 관리 잘못해서 일어난 구타사고 관련해서 허위보고서 작성하느라 존나 야근했음요"라고 개기다가 좀 맞아죽을 뻔했습니다. 큰 사고고, 보안이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죽었답니다. 기지 내 미군지역에 작업하러 들어온 인부 중 하나가 감전 사고로 돌아가셨답니다.

뭐 그래서 전투복 입고 미군기지 가서 대기만 신나게 했습니다. 대기만 신나게 하다가 반나절만에 정말 '없던 일인 것처럼'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통역을 할 일 따위는 없이. 대학 시절 거의 유사한 사고-미군기지 작업 중에 감전으로 큰 사고를 당하셔서 투병중에 돌아가신 어떤 노동자-가 나름대로 이슈화된 것을 본 기억이 있었기에,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사람의 죽음이라는 게 이렇게 민첩하게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는거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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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친구가 죽은 적도 있습니다. 대학 2학년때인가. 한 친구에게 짧은 문자가 왔습니다. '친구가 군대에서 죽었다.' 저는 모르는 어떤 사람이, 친구의 친구가, 한 청년이, 죽었습니다. 포대에 목을 매고 자살했답니다. 수사 따위는 없이 그저 자살 처리되었답니다. 당일 점검한 포대였는데 흙투개비가 되어 있었고, 몸에 꽤나 많은 멍자국이 남아 있었고 따위의 애매한 정황들이 많았지만 재빠르게 그 친구의 죽음은 그저 그런 '자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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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의 사고들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습니다. 군 조직의 특성상 사고들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사건들을 더욱 석연치 않게 만들게 됩니다. 그런 석연치 않은 사건들 속에서 때로 사람들이 죽습니다. 군대에 갈 만한 튼튼한 몸을 지녔다거나 군대를 빠질 만한 튼튼한 집안을 지니지 못했다는 이유로 끌려간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조사를 잘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죽게 될 지도 모를 사람들이 조금 더 조심하게 되는 정도의 효과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죽음'과 관련한 군 외부의 조사 기관은 상설체로 유지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짧은 글을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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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띠아모
09/12/08 02:29
수정 아이콘
연이어 두개의 글이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라니 가슴이 먹먹하네요
엔뚜루
09/12/08 02:37
수정 아이콘
헥스밤님//
포대에서 목 메고 자살한곳이..
27사단 포병연대 239대대 ? 259대대 아닌가요?
제 말년때 포대에서 창고에서 목매고 자살한사건 일어나서
엄청 시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올해 4~6월달 사이로 알고있구요..
선데이그후
09/12/08 08:29
수정 아이콘
군의문사위는 상시운영으로 바뀌어야할텐데..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라곤하나 군대의 특성상 꼭 필요해보이는데...
Rocky_maivia
09/12/08 14:10
수정 아이콘
군내 의문사하면 충격적인 기억이 있죠.
제 중대장님이 이발소에서 자살하셨습니다. 그것도 머나먼 이라크땅에서 말이죠.
자살이 왜 의문사로 남는지는 중대장님의 배경이 한 몫했습니다.
중대장님은 특전사이시면서 파병복귀후 대위진급을 확정지어논 상황인데다
평소 병사들 상담을 해도 정말 남자답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라 병사들도 의문이 많았었습니다.
이렇다보니 고인의 가족측에선 납득을 할수가 없고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군에서는 자살로 단정짓고 시신을 인계받으라는 발표만 했었죠.
제 군복무 기간동안에는 이렇게 두 입장이 대립하다보니
시신을 영안실에서 방치시켜둔 상태로 보내게 되었죠. 죽어서도 고생하시는거 보면 안타까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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