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2/02 18:47:26
Name 50b
Subject [일반] 투명한 당신에게.. (수정됨)
***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를 씁니다.  이게 누군에게 보내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로

편지를 쓰게 되다니. 저도 참 많이 심심한 사람인가 봅니다.


당신은 나를 잘알수도 있고, 봐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기때문에

그런것 따윈 상관 없습니다.

'어떤 글들로 이 여백을 채워 나가야 할까 '

하고  고민을 하다보니

글을 지우고 다시쓰고가 반복 되니 마음 편히 쓰도록 할께요.


***

지금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왜냐구요? 짜파게티를 두개나 먹었거든요.

올해 들어 처음 먹어 보는 겁니다.

짜파게티는 참 신기한게

하나를 먹으면 양이 적고,
두개를 먹으면 맛도 없고 양도 많습니다.

역시나 과한건 좋지 않은것 같네요.

사실 이런 생각이 든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저는 형상 기억 합금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 번도 그런 경우죠.

밥은 먹었나요?

당신이 밥을 못 먹었을까봐 걱정 하는건 아니고

단지 무엇을 먹었는냐가 궁금해서 물어 보는 겁니다.

'대체 내가 먹은게 왜 궁금해' 하고 생각 할지 모르지만,

그저 일상이 궁금할 뿐입니다.

가령, 몇시에 일어 났는지, 세수는 했는지,
하루종일 무엇을 했는지

그런데 말이에요 이런것들을 하나하나 물어 보게 되면

너무 섬뜩 할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그냥, 대명사 격으로

"밥을 먹었느냐?" 라고 물어 보는 겁니다.


저는 술에 취하면 전화 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말끔히 고쳐 졌습니다

생각 해보세요.


새벽에 누군가 당신의 잠을 깨우며


횡설 수설 말을 한다면 정말 기분이 나쁘겠지요?

아니 기분이 나쁘기 보단 상당히 귀찮겠죠.


대신 좋아하는 노래를 수십번 듣지요

전 노래를 크게 듣는걸 좋아하는데, 부모님에게 혼난 이후론

헤드폰을 끼고 저혼자 듣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여러사람과

듣고 싶은데-옆집 사람이나 부모님이나-

인생은 고독한 법이지 않습니까?

네. 인생은 고독한 법 입니다.


하루종일 전화나 문자가 안올때가 늘어 나면서

저도 고독합니다.


실제로 길을 가다 누군가가 나에게 길을 물어 본다면
저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 처럼 음료수를 사주며
목적지까지 에스코트 해줄 겁니다.

그리고 전 아주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겠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부모님이 주신 나의 무서운

인상 덕분에 이런일은 한번도

일어 나지 않았습니다


담배불을 빌리는 사람은 몇번 있었습니다.

담배를 피고 가고 있다면

담배불을 빌리는 것을 이해할수 있겠지만


담배를 피우며 가고 있지도 않는데, 대뜸 빌려 달라고 합니다.

혹시나 담배를 피는 얼굴이란게 정해져 있는 걸까요?

이상하게 담배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자니

담배가 좀 피고 싶군요.

전 골초는 아니지만, 담배를 피게 되면 정신이 더 집중 됩니다.

집중되는 정신과 몸은 반비례 하겠지만

그런것은 상관 없습니다.

***

지금 글을 쓰는데 새들이 울어 대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며 우는지 알수 있다면

이런걸로 돈을 많이 벌수도 있을텐데


아쉽기도 하네요.


마치 해변의 카프카에 나오는 나카타 할아버지 처럼 말이죠


(참고로 나타나 할아버지는 고양이와 대화를 합니다

그것으로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준답니다.)



언젠가 부터 돈을 쫓는 인생이 되고 있는데


정말 슬프고 고달 픕니다


차와 재산으로 평가 받는 세상에 점점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한건 난 가진게 쥐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것들로 사람을  20프로 정도 평가 해버립니다.

***

전 지금 어떤 가게에서 와인을 따서 부어주고

칵테일도 만들어 팔고, 요리도 가끔 합니다.

라고 이렇게만 적어놓으면 무언가가 있어 보이지만,


청소도 하고, 가게 안에서 키우는 골든리트리버의 똥도 치우고

놀아주기도 합니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이런 일은 아니겠죠?


***

심호흡을 크게 하고

왜 이런걸  쓰고 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짜파게티를 두개 먹은것과 아주 크게 상관이 있습니다



당신도 오늘 저 처럼 짜파게티를 두개

먹었다면 저를 이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먹은게 짜파게티 단 두개인

사람을 만나는건 아주 어렵습니다.

혹시 당신은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 본적이 있습니까?



없겠지요?



오늘은 꽤 피곤한 하루 입니다 줄이도록 할께요



또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좀더 선명하게 당신이 누구 인지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gezellig
14/03/14 21:46
수정 아이콘
다시봐도 좋네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운영하시는 블로그라든가 있으시면
쪽찌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쪽지받았으면 좋겠네요 ^^
Who am I?
09/12/02 19:00
수정 아이콘
.....분위기 있는 글에 이런 댓글을 다는 이 상쾌함을 누가 알겠어요.

훗.

야근중입니다. 으하하하하...(운다.ㅠ)
09/12/02 19:04
수정 아이콘
사진보고 타블로인 줄..

타블로 아니신가요...?
09/12/02 19:09
수정 아이콘
Who am I?님// 저도 이제 일을 시작..했다는 ^^;;

Arata님// 반갑습니다 타블로 입니다.
09/12/02 19:15
수정 아이콘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이 있다면 밤새 술이라도 마시련만 안타깝게도 읽은 사람도 읽으려는 사람도 없네요. 그러니 나 혼자 밤새 마실 수밖에요. 으윽
Mr.prostate
09/12/02 20:17
수정 아이콘
캥거루 통신..
09/12/02 22:48
수정 아이콘
Lupin님// 책도 읽었고 영화도 봤어요. 저랑 술한잔?

그나저나, 지난 24시간동안 먹은 것이 맥주 2병과 샌드위치 2개인 저는, 짜파게티 2개랑 동급으로 좀 쳐주시죠
09/12/02 23:16
수정 아이콘
Lupin님// 하하 저는 읽었습니다. 술마실 자격은 되는군요!!

Mr.prostate님// 네 캥거루 통신을 보고 저도 슬쩍 한번 써봤어요.거기에는 비할바도 안되지만 ㅠㅠ

OrBef2님// 동급이십니다!!
09/12/02 23:36
수정 아이콘
이런 분위기의 글 읽기 편하고 좋네요 ^^

짜파게티는 아니지만,

푸라면에 3분 카레를 얹어서 먹었습니다...
스카이_워커
09/12/02 23:52
수정 아이콘
11시 30분에 늦은 저녁을 먹으며 글을 읽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 뭐든 힘들지 않겠습니까만은, 하루하루 직장에 얽매여 이놈저놈 눈치만 보는 직장인이라 골든리트리버의 똥 치우는 일도 재밌어 보여요. 물론, 직장인이라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

아, 인사가 늦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타블로씨. (;;)
09/12/03 09:51
수정 아이콘
글 참 좋네요 정말
아스트랄
09/12/03 10: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어요.^^
09/12/03 12:51
수정 아이콘
하아.. 어떻게 하면 저도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ㅠㅠ
09/12/03 15:19
수정 아이콘
하나를 먹으면 양이 적고,
두개를 먹으면 맛도 없고 양도 많습니다. (2)
09/12/03 19:47
수정 아이콘
스카이_워커님// 타...타블로 입니다 하핫.

니델님// // 감사 합니다^^ 힘이 되네요

아스트랄님// 감사 합니다 ㅠㅠ

KyRiE님// 전 음 제가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고 생각 해요.. 작가들을 보면
정말 부럽더군요.

Toby님// 비빔면도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014 [일반] 스타가 좋다 [13] 고요함3455 09/12/03 3455 0
18013 [일반] 음..더치페이도 남녀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되나보네요. [240] 삭제됨9784 09/12/03 9784 0
18011 [일반] [잡담] 크리스마스 공연 예매 하셨나요? [24] The HUSE3402 09/12/03 3402 0
18010 [일반] 촛불 의경 출소했습니다 [12] 어진나라4383 09/12/03 4383 0
18008 [일반] 세상속으로 [1] honnysun2921 09/12/03 2921 0
18007 [일반] 직접 겪거나 들은 황당한 꿈들 [43] nuki124298 09/12/03 4298 0
18005 [일반] SKT 쓰시는 분들 이달 사라지는 포인트를 사용한 요금결제로 쓰세요. [40] 힘내라!도망자10250 09/12/03 10250 0
18004 [일반] [피겨]그랑프리 파이널이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15] 달덩이3433 09/12/03 3433 0
18003 [일반] 벌써 1년... [9] christal3379 09/12/03 3379 0
18002 [일반] 2010 그래미 어워드 후보가 발표되었습니다. [17] 리콜한방3596 09/12/03 3596 0
18001 [일반] AVAST의 Win32:Delf-MZG [Trj] 오진 [15] 른밸3281 09/12/03 3281 0
18000 [일반] 김장훈, "두 돌 지난 딸 있다" 당당 고백 하다 [15] 카스트로폴리5714 09/12/03 5714 0
17998 [일반] [기사] 슈퍼스타K 조문근, 타이거JK-리쌍과 한솥밥 ‘2010년 초 앨범 발표’ [20] ㅇㅇ/5016 09/12/03 5016 0
17997 [일반] 1994~2009 백상,대종상,청룡 여우주연상 수상자.jpg [28] 리콜한방4717 09/12/03 4717 0
17996 [일반] 여러분 취업잘되세요?? [14] 완성형토스5089 09/12/03 5089 0
17995 [일반] 용서받지 못할 자 [19] 유유히4635 09/12/03 4635 0
17994 [일반] 컴퓨터 자료검색 프로그램 하나 추천드립니다. [6] 사신토스6677 09/12/03 6677 0
17993 [일반] 어제 질문게시판에 고백한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ㅅ; [50] 얍얍6312 09/12/03 6312 0
17992 [일반] 제30회 청룡영화상 수상결과 [22] zephyrus5420 09/12/02 5420 0
17991 [일반] 역사) 공격 [8] swordfish3393 09/12/02 3393 0
17990 [일반] 영화 '불신 지옥' 에 대한 추천글 -믿는다 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15] 청보랏빛 영혼4277 09/12/02 4277 0
17989 [일반] 월드컵 최종 포트가 발표 되었네요 [39] 파벨네드베드5332 09/12/02 5332 0
17988 [일반] 투명한 당신에게.. [15] 50b4680 09/12/02 468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