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들어간 호텔 레스토랑...
나름 좋은 정장을 입고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절로 위축이 되더군요.
설레임 반, 긴장감 반으로 기다리길 잠시, 그분이 왔습니다.
이미 사진으로 봤지만 외모가 준수하시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좀 실망했습니다.
결과가 눈에 보인다고 할까요. 나이도 저보다 7살이나 어리니 더욱 그렇더군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25살, 저완 달리 직장을 가진, 왠지 저랑 어울리지 않는 준수한 외모 등....
굳이 이런 곳까지 나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충 듣긴 했지만 갈수록 의문이 들어 솔직히 물었습니다.
잘되거란 기대감이 없으니 쉽게 입이 뜨이더군요.
불쾌한 질문이 될 것이라 알면서도 말이지요.
그런데 너무도 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해 줍니다.
자신의 가정상황과 이곳에 나와야 할 이유 등...
쉽게 보기 힘든 상황이긴 했지만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말하지 못하겠군요. 그분의 사생활이니... 말못할 이유가 좀 그런가요? ^^;;;)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어져 나갔습니다.
7살이나 어리니 대화가 통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은근히 꿍짝이 맞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특히 몇몇 주제에 대해선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토론도 했구요.(나란 놈도 참 이럴때 보면 한심합니다.)
그러다 배가 고파 스떼끼를 시켰습니다.
호텔의 스떼끼는 과연 어떨까 싶었더니 맛있긴 하더군요.
이때도 그분은 여긴 비싸니 밖에 나가서 먹자는 걸 제가 우겼습니다. 안될 건 알지만 폼이라도 잡고 싶어서요.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루저녀도 있고 하여 요즘 어린 여성에 대한 막연한 걱정으로 내심 불안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저로선 만족할 만한 식사와 티타임이었습니다.
호텔을 나와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호텔 주위가 번화가라 갈 곳은 많았지만 그분을 데려다 줄 마음에 술먹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로선 처음있는 선이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갈팡질팡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그분이 제안을 하시더군요.
오늘은 여기서 끝내는 것이 어떻냐고.....
결국 올게 왔구나 싶어 순순히 그러지요 하며 수긍을 해버렸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매너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택시타고 가는게 편하다고 하며 거절을 하네요.
속으로 그럼 그렇지 하곤 두번 정도 더 권해보곤 저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전번도 따지 못하고.....ㅜㅜ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기대 말라고....
부모님께서도 처음에는 어떻게 됬는데? 니가 어쨌길래? 등등 이것저것 물어 보시다가 이내 포기하시는 말투셨습니다. 이제 어머니께서 주선하신 분께 잘 알아서 말씀하시겠다 싶었습니다.
시간이 어중간해서 근방에 사는 친구를 불러 술한잔하고 자버렸습니다.
이친구에게도 미안한게 제수씨가 임신 중이라 여간 이것저것 신경쓰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근방에 산다는 이유로 저땜시 고생이 많네요.
그리고 오늘 오전에 차땜시 밖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예전에 리플로 말한 적이 있는데 오랜 중고차를 팔고 이번에 새차를 사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YF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내년에나 출고된다고 해서 결국 투싼IX로 바꾸었습니다. 근데 사이드를 발로 잡는게 영 적응이 안되네요. 어쨌던 조수석 문짝에서 가끔식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학교 선배가 있는 그린서비스에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네요.
전 모르는 전화는 절대 안받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때는...
그런데 또 옵니다.
선배랑 한참 노가리까고 있는 중에 온 전화라 또 무시할까 싶다가 그냥 받고 말았습니다.
허참. 그분이네요.
왠 전화 라는 의문보다 어떻게 내번호 알았는지가 더 궁금햇습니다.
그래서 물었지요.
전 궁금한 건 안참는 냉정한 도시남자거든요.
그러니 피식 웃더니 물어서 알아냈다고 하며 시간있냐 라고 묻네요.
그래서 전 솔직하게 말했지요.
있다고. 다만 지금 차 손보고 있으니 잠시면 된다고... 어디로 가면 되냐고.
마침 선배도 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다며 좀 더 심하거든 아예 차를 맡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냉큼 차끌고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득 뇌리를 스치고 가는 한가지.
편하게 온다고 입고 온 제 복장이 추리닝이라는 겁니다.
집까지 들렀다 가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그분께 전화드려 양해를 구하려 했습니다.
킥킥 웃으시더니 그러라고 하시네요.
최대한 규정속도를 어겨가며 집에 도착한 저는 또 옷 고른다고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약속장소에 도착한 저, 어제완 사뭇 다른 복장의 그분의 모습에 잠시 흔들렸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기대감을 갖지 말자.'
일단 왜 만나자고 했는지 부터 물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네요.
시간은 남고 어머님은 닥달하시고, 겸사겸사....
거참 좋아해야 하는건지 싫어해야 하는건지.. 일단 만났으니 즐겁게 놀다 헤어지는게 낫겠다 싶어 차 한잔 후딱 들이키곤 그곳을 빠져나와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식사를 안했다고 하길래(만날 때가 1시 반) 근방의 열무된장비빔밥 잘하는 집에 가서 식사도 하고 오래된 찾집에 가서 꽃잎으로 만든 차도 마셨습니다.
상대야 어떻든 전 내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되려 오랜만에 느낀 감정에 즐겁기도 했지요.
그분도 줄곧 웃으시는 터라 저만 그렇지 않구나 라는 오해도 해가며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결국 교외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이번에는 그분 댁에 데려다 드렸지요.
내리시며 "다음에는 술한잔해요." 하시는데 제게 봄이 온 걸까요?
덧. 일단 결과보고라고 이렇게 쓰긴 했는데 영 거시기 하네요.
부끄럽기도 하고...
나중에 지우던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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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좋은 분위기인데요?
너무 급하게도, 너무 늦지 않게도 잘 하시길 바랍니다.
판단이 잘 안설때는, 혼자 훅~ 결정하지 마시고, 차라리 여자분에게 물어보는게 낫답니당~
아주 사소한 거라두요.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타이밍에 내가 치고 나가고, 어느 타이밍엔 양보를 해야 할지 알게되죵~
그렇게 해서 리듬이 잘 맞으면, 지속적인 만남이 수월해지고, 그 다음 단계로써.(이상한 생각 마시고...흐흐흐)
서로의 매력을 찾아가고 본인에게 잘 맞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고 썼는데, 다시 본문을 읽고 보니 저보다 1살 나이가 많으심.. 쿨럭~
잘 알아서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당..흐흐흐^^